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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07화


다가가지 못한다니???

이드는 그런 트루닐의 말이 의아한 듯이 되물으려 했지만, 어느새 자리를 마련했다는 네네의 말에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으~읏~ 차! 하~~ 푹신푹신하니 편안하네. 겉보기도 그렇지만 속도 꽤나 괜찮은 여관이야…”

이드는 네 개의 침대 중 하나에 거의 뛰어들다시피 몸을 뉘이고는 침대가 주는 포근한 감각을 맛보았다.

이어 자신 외에 아무도 없는 방안을 한 번 둘러본 이드는 허리에 걸려 있던 라미아를 풀어 가슴 위에 놓고 말을 걸었다.

“라미아, 니 생각은 어때? 그 녀석들 무슨 생각일까?”

이드가 가만히 누운 채로 사지를 활개 치고선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 위에 놓여 있는 라미아를 향해 물은 머리도 꼬리도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도 꼬리도 없는 질문이지만, 이드와 항상 함께 하고 있는 라미아로서는 이드가 떼버린 머리와 꼬리를 찾아서 붙일 수 있었다.

[……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일인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그들이 수도 밖에 있는 카논의 귀족들과 병력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요.]

“그렇지… 하지만 그게 더 이상하단 말이야. 수도에 있는 병력을 모두 합해도 얼마 되지 않을 텐데… 게다가 카논과 라일론, 아나크렌, 이 세 제국의 병력이 카논의 수도를 감싸게 되면 그들로서도 좋지 못할 텐데 말이야… 하아~~”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몇 시간 전 들었던 라울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사실 지금 이렇게 라미아와 머리도 꼬리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다 라울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네네의 안내로 세 개의 테이블을 붙인 자리가 마련되었고, 일행들은 그리로 안내되었다. 실상 식당 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식사시간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각각 마실 음료나 간단한 식사거리를 주문했다.

이드는 그들이 주문을 모두 마치자 방금 전 라울에게 듣다 만 부분을 다시 질문했고, 라울은 자신이 아는 것을 간단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라울이 아는 부분이 적었기에 간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짧은 라울의 말이 주는 중요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것이었다.

우선 수도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것. 그것도 성문에서 사람들을 막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나와서 수도로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낸다고 한다. 그것도 어떤 귀족,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말이다.

물론 꽉 닫혀진 성문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라울이 들은 것인데,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경비들 역시 몇 일 전 성문이 닫힌 후로는 한 번도 성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이것이 꽤나 이드 일행의 맘에 걸리는 문제이고, 의문시되는 핵심 문제인데, 수도 주위로 실드나 결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사실 라울들은 수도로 향하는 길에서 경비들의 말에 조금 의아함을 느끼고는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경비들이 있는 곳을 돌아 수도로 접근했다고 한다.

(^^;; 무슨 배짱들인지…)

그런데 그렇게 돌아서 얼마 수도로 접근하던 라울들은 얼마 가지 못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벽’ 같은 것에 그대로 부딪쳤다는 것이었다.

라울의 말을 빌리자면 맨땅에 헤딩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걷던 속도 그대로 딱딱한 벽에 머리를 박았으니 말이다.

뭐, 말을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라울의 희생으로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안 일행들은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수도 전체는 아니지만 두어 시간을 벽을 따라 이동한 라울과 일행들은 이 ‘보이지 않는 벽’이 수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을 같이 했고, 그런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그곳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도 전체를 둘러싸는 이런 ‘것’을 펼칠 터무니없는 상대를 적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라울의 짧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끝날 때쯤 해서 네네가 일행들이 주문한 것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방이 비었다는 네네의 말에 라울들도 이 여관에 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얼마간의 이야기가 더 오고 간 다음, 저녁식사까지 끝마치고는 이드를 비롯한 몇몇의 인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행들이 한데 어울려서 영지 구경한다며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이드의 생각이 막을 내릴 때쯤 라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집히는 것도 없는데 고민해서 무슨 소용 있겠어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피식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드 자신도 지금 그런 생각을 하며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문제들을 접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후훗… 그래, 그래야지. 에고~~ 모르겠다.”

[헤헤.. 근데요. 이드님, 그 유스틴이라는 용병 말예요.]

“응? …. 아, 그 사람….큭.. 하하하….”

[네, 근데 그 사람에게 걸린 게 저주 맞아요? “소년의 모습으로 늙지 않는다.” 제 생각에는 그건 축복일 것 같은데… 인간들은 오래 살길 바라잖아요. 거기다 늙는 것도 싫어하고…]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로 세 남자에게 소리부터 치던 소년… 이드들도 처음에 당황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건 겉 모습일 뿐 실제의 나이는 30이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는 이미 결혼까지 한 몸이라고 했다.

물론 상대는 그의 옆에 앉아 있는 20대 초반의 블론드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 말에 처음엔 당황감을 느끼던 중인들이 어떻게 된 거냐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 소년… 아니 아저씨는 귀찮다는 듯이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었고, 그 옆에 있던 그의 부인이 호호 거리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유스틴이 24살 때, 한 영주의 의뢰로 몬스터 퇴치에 나갔었던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용병들도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 일이지만 그 곳에는 리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미궁이나 산속 깊은 동굴에서 살아야 할 녀석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몬스터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리치와 마주친 이상 그냥 뒤돌아 도망칠 수도 없었던 용병들은 그대로 리치와 몬스터들을 향해 돌격했고, 어찌어찌하여 몬스터와 리치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리치의 목을 친 것이 유스틴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중·하급의 용병이었던 유스틴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어 뒤로 물러나 있었고, 덕분에 가장 부상이 적었다.

그래서 전투의 막바지에 다른 힘 빠지고 상처 입은 동료들을 대신해 리치의 목은 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단다.

그 리치의 목이 떨어지면서 자신의 목을 검으로 내려친 유스틴을 향해 한 가지 저주를 내린 것이었다.

“크…르륵… 네 놈이 가장 불행했던…….. 시간 속에….. 영원히 머물러라….”

리치의 저주가 끝을 맺자 유스틴은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감각에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렸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18살 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그런 모습에 그가 소속된 용병단에서는 보상금도 주었고 그의 치료를 위해 몇몇의 마법사와 신관에게 보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저주를 건 상대가 상대다 보니 이놈의 저주는 풀릴 기미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6년이 흐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래이가 18살 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물론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남이 불행했던 시기의 일을 묻다니…

그런데 상대방이 보인 반응이 이상했는데, 유스틴은 뭐가 불만인지 맥주를 한꺼번에 들이켜 버렸고, 옆에 앉아 있던 그의 부인은 뭐가 웃겨서인지 호호호 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부인의 말에 그래이 등은 급히 고개를 떨구고는 가늘게 어깨를 떨어야 했다.

“호호호… 그게… 이이가 그때 첫사랑에게 고백했다가… 보기 좋게 채였을 때였거든요. 호호호호”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꽤나 괴롭겠지. 거기다 유스틴이란 사람의 모습은 너무 어리잖아. 18살… 그 사람은 자신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18살로 대접받을 테니까. 그 사람의 부인과 같이 늙어 가지도 못할 테고 말이야…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어 죽지 않길 바라는 건 사실이지.”

[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킥 하고 웃어 주고는 라미아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내려 눕혔다.

“그럴 거야. 나도 잘 모르겠거든… 아마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야. 그럼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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