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148화


타르자의 명령과 함께 세 오마장군의 피부는 터져나갔고 그 안에 있던 기계 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광경을 본 리오는 요우시크로부터 떨어져서 셋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어, 이런…?”

오마장군 셋은 다시금 검을 휘두르며 리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리오는 아까와는 달리 힘겨운 표정으로 그들의 검을 받기 시작했다.

“으윽!? 이 녀석들…!!”

움직임부터 완전히 달라진 그들이었다. 기계 치고는 너무나 탄력 있는 운동성을 그들은 과시하고 있었다. 리오가 쩔쩔매는 모습을 본 요우시크는 로제바인을 거두고 다시 전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과연… 타르자의 장난감이 여기서 끝날 리가 없겠지….”

리오의 망토가 조금씩 검에 의해서 찢어지기 시작했고 팔뚝에도 검이 스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힘들겠다 생각한 리오는 이를 악물고 정면의 기계 인간을 힘껏 후려쳤다. 기계 인간이 뒤로 밀려나고 돌파구가 생기자 리오는 힘껏 그곳으로 빠져나갔다.

“도망친다! 놓치지 말아라!!”

타르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계 인간들에게 명령했고 그들은 빠르게 사라져가는 리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이 멀찌감치 사라진 뒤에 그녀는 요우시크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 도시의 문은 두 군데, 두 군데 모두 내가 막아놨으니 리오 녀석의 일행이나 찾아봐. 그녀석들만 잡을 수 있으면 리오 스나이퍼의 말살 계획은 완벽하니까.”

“… 알았다. 나중에 보자구….”

요우시크의 붉은 눈이 꿈틀거렸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여관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져갔다. 리오 일행의 모습은 이러저러해서 익히 보아온 요우시크였기에 찾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

휀은 자신의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도시의 문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돌 골렘 세 마리를 바라보았다. 들어가려는 사람도, 나가려는 사람도 모두 막고 있는 형편이어서 사람들이 골렘의 앞뒤로 몰려서 서 있는 모습이 이 세계에 처음 온 휀이 가장 처음 본 장면이었다.

“기계 문명이 발달했는데 마법도 같이 나오다니… 꽤나 복잡한 세계군. 좋아,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그는 천천히 들고 있던 ‘짐’을 풀었다. 두꺼운 반팔 코트에 싸여있는 장검이었다. 흰색의 바탕에 붉은색의 줄이 멋진 대조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의 코트를 옷 위에 걸친 휀은 자신의 검 ‘플랙시온’을 허리춤에 장비하고 문을 막고 있는 골렘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만물의 근원인 ‘빛’의 힘… 그 무한의 힘을 지금부터 보여주마…!”

휀이 골렘 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젊은이, 그쪽으로 가면 위험해!! 벌써 몇 사람이 깔려 죽었다고!!!”

그러나 휀은 그들을 보고 빙긋 웃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아까운 젊은이 하나가 미쳐서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길게 쉬었지만 그것은 곧 경악에 가까운 신음 소리로 바뀌어졌다.


요우시크는 그 도시의 여관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리오 일행의 소재를 물어 나갔다. 주인들은 그의 덩치와 붉은 눈을 보고서 솔직 담백하게 대답했으며 결국에 남은 건 한군데 뿐이었다.

“후후후… 저곳 뿐이군. 다 없애버리고 한 명만 인질로 잡으면 일은 끝나겠지….”

요우시크의 웃음소리와 함께 덜그럭거리는 그의 갑옷 사이로 검은색의 마투기가 새어 나왔다.

여관의 문 앞에는 한 소녀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운 얼굴의 소녀였지만 표정은 약간 그늘이 져 있었다. 그 소녀에겐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요우시크는 그 소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녀의 앞에 서서 눈을 더욱 번뜩이며 탁한 음성으로 물었다.

“… 네 이름이 메이린이지…?”

메이린은 약간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요우시크는 그와 동시에 메이린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 리오 스나이퍼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죽인다…!”

그의 팔 갑주에서 뾰족한 칼날이 튀어나왔고 그 칼날은 메이린의 가녀린 목을 향하였다. 메이린은 이렇게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칼날은 메이린의 목을 찌르지 못하였다. 요우시크는 뒤를 급히 돌아보았다.

“… 아, 아니…!?”

검은색의 모자 사이로 보이는 회색의 피부가 요우시크를 조롱하는 듯 꿈틀거렸고 얼음보다도 차가운 웃음소리가 요우시크의 귀로 들려왔다.

“쿠쿠쿡… 쓸데없는….”


리오는 그들을 하나씩 유인하여 각개격파를 하기로 작전을 바꾸었다. 그러나 셋은 줄기차게 리오를 따라왔고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군!!”

시민들이 약간 모여있는 넓은 광장에 착지한 리오는 디바이너를 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법검, ‘썬더 크레이브’!!!”

마른 하늘에 번개가 떨어지듯, 공기 중에 퍼져있는 전기들이 하나로 뭉쳐 디바이너에 꽂혔다. 3급 마법에 가까운 뇌력을 머금은 디바이너는 세 명의 기계 인간들이 착지하자마자 주인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간다! 필살 ‘뇌차검’!!!”

리오는 디바이너를 오른손에 잡고 풍차 돌리듯 손가락으로 회전시키며 셋 중에 하나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갑작스런 돌격에 기계 인간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의지에서 나오는 ‘당황함’에 그만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리오에겐 그야말로 찬스였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디바이너에 의해 믹서처럼 갈려버린 한 기계 인간의 조각들은 회복도 하지 못하고 마법검의 효과에 의해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리오는 다시 기계 인간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제 둘이다!”

기계 인간들은 다시 한번 빠르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셋의 공격과 둘의 공격은 큰 차이가 있었다. 리오의 공격이 그들의 몸에 한번 스칠 때마다 마법검에 의한 스파크가 강렬한 충격을 그들에게 전해주었다. 리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의 아지랑이는 점점 더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갈수록 강해진다는 증거였다.

“어떻게 된 거냐! 아까 전처럼 공격해봐!!”

차기로 한 명을 건물에 박아 넣은 리오는 다른 한 명에게 거센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대일의 상황이라면 승부는 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기계 인간의 검은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고 그의 몸에도 공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거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좋아! 마지막 일격… 허억!?”

리오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 단단한 무언가가 감기자 흠칫 놀라며 몸을 틀어 보았다. 그러나 그 무언가는 절대로 풀어지지 않았다. 리오는 자세히 자신의 몸에 감긴 것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에 건물에 처박은 기계 인간이었다.

“이, 이런…!?”

그사이 나머지 기계 인간은 떨어져 있는 동료의 검을 들고서 리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최대한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려고 시도했다. 다행히 어깨에 검이 스쳐 심각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꽤나 큰 상처여서 다량의 피가 흘러내렸다.

“크으읏… 하아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리오는 몸의 기를 폭발시켰고 그의 오른팔을 감고 있던 기계 인간의 몸이 터져나갔다. 오른팔이 자유스러워진 리오는 숨을 헐떡거리며 다시 공격을 하려는 기계 인간에게 디바이너에 걸려진 마법을 기와 함께 발사시켰다. 3급 마법의 위력을 가진 마법 탄환을 맞은 기계 인간은 거대한 스파크에 휩싸여 녹아내리다가 재로 화하여 사라져갔다.

“이 자식…!”

어제 밤부터 모아두었던 기를 한순간에 다 써버린 리오는 식은땀을 흘리며 오른손을 움직여 보았다. 꽤나 힘이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몸에 감겨있던 기계 인간의 몸이 열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분명 자폭을 하려는 심산이 틀림없었다.

“젠장! 피할 수가!”

리오의 눈이 시퍼런 불빛을 뿜어냄과 동시에 기계 인간의 몸도 흰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광장의 중앙은 거대한 폭음과 함께 폭발 광에 휩싸여갔다.


휀이 가지고 있는 광인(光刃) 플랙시온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방어, 저주, 동화(動化) 마법의 무효화였다. 결국 마법 생물인 골렘에겐 쥐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휀이 세 마리의 돌 골렘을 두부 자르듯 잘라 없애버리고 길을 트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러나 휀은 인상을 쓰며 도시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늦은 건가!?”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것도 거부한 채 휀은 도시로 뛰어들어갔다. 약간 두꺼운 재질의 흰색 코트가 뒤로 펄럭거려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낮게 거리를 날아가는 것만 같이 사람들의 눈에는 보여졌다.


콰아앙!

벽에 몸을 부딪힌 요우시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바이런을 바라보았다.

“네 녀석… 배반하는 거냐!!”

배반이라는 단어를 들은 요우시크는 광소하며 소리쳤다.

“배반…? 크크큭… 와하하하하하!! 그것 참 듣기 좋은 단어로군, 그런데 내가 언제 너희들과 배반까지 할 사이였나. 난 황제와의 계약에 의해 너희들과 몇 번 말한 것뿐이야. 그리고 어제로 그 계약 기간도 끝이다. 이제부턴 내 마음대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구… 후후후훗.”

요우시크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몸을 일으켜 공간이동 마법이 들어있는 캡슐을 바닥에 급히 떨어뜨렸다. 곧바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고 요우시크는 자신의 몸을 날려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바이런은 그냥 봐주지 않았다. 요우시크의 투구 속에 손을 넣어 그를 붙잡은 후에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집에 돌아갈 때 심심할 것 같군… 내가 선물 하나를 주지.”

바이런은 자신의 한쪽 손을 펴 주문을 전개했다. 검은색의 구체가 곧 생성되었고 그것을 본 요우시크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 그건 중력 마법 그라비티! 하지 마, 제발…!!!”

바이런은 그것을 즐기는 듯 요우시크와 함께 마법 탄을 밀어 넣었고 요우시크의 비명 소리와 함께 공간이동의 문은 닫혀갔다. 그것을 구경하던 리오 일행은 두려운 눈초리로 바이런을 바라보았다. 바이런은 그들을 돌아보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주저앉아있는 메이린을 내려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메이린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바이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메이린을 안아 올리고 낮게 말했다.

“무섭나…? 그래, 무서워야지… 이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니까….”

새하얗게 질린 메이린은 바이런이 말할 때의 눈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바이런은 차가움이 섞인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메이린은 방긋 웃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 헤헷, 거짓말쟁이….”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