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68화
파파파파팡!
백여 개에 달하는 폭발광이 하늘을 뒤덮었고 리오는 다시 양손에 마법진을 전개하였다. 제국군 요격기의 수가 만만치 않아서였다. 크기가 양 한 마리에도 미치지 않는 요격기라 잔뜩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치잇, 이건 어떠냐! 4급, 코메트!”
리오의 양손에 겹쳐진 마법진에선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의 기둥은 공중에 모여있는 무인 요격기들을 한꺼번에 쓸어 덮었다. 그러고도 코메트의 위력은 남아 직선거리에 있던 요새의 동체에 구멍을 내었다.
“훗, 무리했나? 그건 그렇고… 이런! 저 녀석들이!”
리오는 수십 대의 무인 요격기가 자신을 지나쳐 바이나에게 전속력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지만 그 무인 요격기들의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제엔자앙!”
페가수스의 인도에 의해 폐허가 된 수도의 어느 한 곳에 도착한 바이나는 리오가 올 때까지 페가수스에 기대어 있었다.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대 마법을 자신의 몸을 통해 사용하려면 힘을 아껴야만 했다.
“으음… 왜 이리 늦는 거지?”
바이나는 왕궁 쪽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수십 개의 빛덩이가 반짝반짝하였다가 곧 거대한 빛의 기둥이 요새가 있는 곳까지 뻗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 때 보았다면 굉장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잇, 미치겠네!”
피융-
바이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기가 실린 빛의 줄기가 태우고 지나가자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는 수십 대의 무인 요격기가 자신을 향해 괴 광선을 쏘는 것이 들어왔고 바이나와 페가수스는 본능적으로 그 광선들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광선의 명중률은 요격기와 바이나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높아졌고 바이나의 치마엔 벌써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질 정도였다.
“이, 이런! 이대로 죽으면!”
그리고 그때였다.
왕성 쪽에서 누군가의 큰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사백식, 비사격추(飛獅擊墜)!”
바이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지크는 무명도를 이용해 지면을 긁다가 올려쳤고 그 힘에 의해 작은 돌멩이들 수백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에 솟구쳤다. 그 돌들에 정통으로 맞은 요격기들은 곧 간단히 공중분해가 되었고 몇 대만을 남긴 채 사라져 갔다.
“좋아! 넌 몸을 숙이고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처리한다!”
바이나는 지크의 말대로 몸을 웅크렸고 지크는 날짐승을 잡아채는 늑대처럼 요격기들을 무명도로 두 조각 내기 시작했다. 광선이 자신에게 날아와도 그는 무명도로 간단히 튕겨내며 요격기들을 무차별로 공격하였다.
“꺼져 버려랏!”
공중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요격기들은 지크가 무명도로 만들어내는 진공의 충격파에겐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바이나를 노리고 날아든 요격기의 수가 거의 줄었을 무렵, 물론 잠깐 동안이었지만 리오는 다시 바이나에게 돌아왔다. 그는 바이나가 무사한 것을 보고 한숨 놓은 듯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리오는 대열을 거의 이룬 요새들을 올려다보았다. 아홉 대의 요새가 제일 큰 요새 하나를 빈틈없이 둘러싸고 있는 진형이었다. 말대로 중앙에 거대한 폭발이 생긴다면 나머지 아홉 대에도 큰 충격을 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요새의 사령관들도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가이라스 왕국엔 요새를 일격에 부수고도 남을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리오도 물론 요새를 일격에 부수지는 못하였다. 그것은 예전에 야룬다 요새를 부수려던 미그바 레이크와의 전투 때 기록이 생생히 증명하고 있었다. 미그바 레이크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용의 모습으로 변한 바이칼이 대부분이었고 리오는 바이칼만큼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리오에게 능력 봉인이 걸려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가즈 나이트들이 제1 안전 주문에 걸려있을 때는 실제 주신에게 받은 힘의 10%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엔 마법 사용의 횟수와 종류가 제한되어 최대 1급 주문을 하루에 단 두 번 사용할 수가 있다. 게다가 그 위력은 마법사의 그것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그리고 두 번 이상 사용하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가 되어 실신 직전까지 놓이게 된다.
안전 주문이 일차적으로 풀렸을 땐 모든 한계 수치가 상승하게 된다. 마력, 체력, 기 등이 능력을 봉인당했을 때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마법은 1급 최강 주문인 프레아의 1000배 위력인 영급 <메가 프레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마법의 위력은 보통 마법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마력이 추가되지 않은 순수 마법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위력의 가증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는 무속성인 리오의 경우라 그런 것이고 속성이 존재하는 가즈 나이트는 자신의 속성에 맞추어 마법의 위력과 내성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슈렌은 화염계의 마법 위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외로 지크는 마법이라는 개념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그가 사용하는 진언문은 마법만큼 속성을 따지지 않는 이유도 있긴 하다.
“내 앞에 서 봐 바이나. 시간이 없어.”
바이나는 리오가 오라는 말을 하자 믿는 둥 마는 둥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앞에 섰다. 리오는 바이나의 양 어깨 위로 팔을 뻗어 거대 마법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영급, 메가 프레아의 마법진이 확실했다.
“한 가지 묻겠는데 여왕, 마법이라는 거 배운 적 있어?”
그 질문에 바이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7급 정도의 마법은 책 안 보고 할 수 있어.”
순간 리오의 눈앞은 깜깜해졌다. 8급의 마법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고 7급의 마법은 마법을 할 줄 안다 하는 사람에겐 기본이었다. 바이나는 그것을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백성들을 위한 각오는 되어있지?”
다시 리오가 질문하자 바이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 자신 있게…. 물론 리오가 질문한 의도는 모르고 대답한 것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그린 마법진에 손을 대. 그리고 마음을 비우는 거야. 자칫 잘못하다간 이 마법이 우리에게 역류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말에 따라, 바이나는 마법진에 손을 대었고 순간 알 수 없는 굉장한 충격이 그녀의 온몸을 엄습해 왔다. 영급 마법의 자체적 ‘압력’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바이나는 이를 악물고 그것을 버티어 내었다. 첫 번째 고비는 넘겼으므로 리오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잘 견뎠어. 이제 네가 생각하는 목표물에 시선을 가져가. 활을 쏠 때 조준하는 것처럼… 침착하게.”
요새의 상황실은 갑자기 지상에 나타난 괴 마력 반응 때문에 난잡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마력이라면 자신들의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을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제기랄!”
요새의 함장 열 명이 하나같이 내뱉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