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85화
리오는 지면에 쓰러진 채 허망한 듯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나약함에 의해 이번 임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 으음?”
리오는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아까 전까지 없던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것을 느끼고 힘겹게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손에 잡히는 것은 약간의 온기가 남아있는 금속제의 작은 물체였다. 리오는 그것을 잡아 눈앞에 들어 보였다.
“이것은…?”
은제 십자가… 바로 세레나가 분신처럼 아끼던 물건이었다. 그러나 리오는 이것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 서, 설마 바보같이!?”
그제서야 리오는 아까전에 자신의 귀에 들려온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 후후후훗… 하하하핫….”
리오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서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핫! 겨우 환생했는데 다시 죽다니… 바보같이!”
슬픈 웃음소리였다. 그러나 리오에겐 자신의 슬픔을 흘릴 만한 눈물이 남아있질 않았다. 리오 자신도 그것에 대해 불만일지 모른다. 리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안되면 되게 하지 뭐. 후훗….”
손을 얼굴에서 치우자, 예전 같은 리오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나타났다. 리오는 자신의 양손을 들어 올려 두 검을 자신에게 불러들였다. 곧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가 리오의 앞에 날아와 꽂혔고 그는 다시 한번 두 검을 뽑아 들었다.
“… 그런데 왜 그 녀석이 이렇게 강해진 거지? 이유만 알아낸다면 이길 수 있을 텐데.”
그때, 그의 뒤쪽에서 폭음 소리가 들려왔고, 곧 그 여파가 밀려왔다. 엄청난 힘이 실린 것임에 틀림없었다. 리오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 저 녀석들!?”
리오의 시선엔, 부르크레서의 투기포에 쓰러진 자신의 동료들과 부르크레서의 모습이 들어왔다. 리오는 치를 떨며 그들이 있는 장소를 향해 몸을 달렸다.
부르크레서는 쓰러진 휀들에게 필살의 일격을 선사하기 위해 몸의 기를 압축하여 오른손 손바닥에 모았다. 그러나 쓰러진 셋은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후후훗… 억울한가 너희들? 하긴, 아무리 가즈 나이트라도 이렇듯 허망하게 죽기는 싫겠지. 그럼 살려주마… 나의 부하가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슈렌과 휀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돌렸고 지크만이 부르크레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인가… 부하가 된다면 살려준다는 게?”
“뭣이!”
갑자기 지크의 입에서 나온 망언에 휀과 슈렌은 이구동성으로 지크에게 소리쳤으나, 지크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부르크레서는 반가운 듯 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나의 부하가 된다는 자를 어떻게 죽일 수가 있겠는가!”
“그래…?”
지크는 눈을 감으며 부르크레서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 엿이나 먹어라, 헤헤헷….”
부르크레서의 얼굴은 순간 경직되었고 지크는 그의 그런 얼굴이 재미있다는 듯 올려다보았다. 곧 부르크레서는 잔인하다 생각될 정도의 웃음을 띄웠다.
“… 후후후, 아주 재미있군!”
눈을 번뜩이며 압축된 자신의 기를 구체로 만든 부르크레서는 구체를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끝이다 가즈 나이트! 너희들과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내겠다!”
콰아앙!
그 순간, 부르크레서의 등 쪽을 붉은색의 거대한 광선이 강타했고 그 충격에 부르크레서는 멀찌감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세 명의 가즈 나이트들은 광선이 날아온 쪽을 돌아보았다.
“리오!”
파라그레이드를 땅바닥에 꽂고 왼손으로 프레아를 부르크레서에게 먹인 리오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형편없이 당했구나 너희들.”
“흥, 입가에 피나 닦고 말하시지.”
휀은 씁쓸히 웃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른 동료들도 몸을 겨우 일으켰고 부르크레서 역시 몸을 일으켰다.
“호오… 역시 대단하신데? 프레아를 등 뒤에서 맞고도 저렇게 멀쩡할 수 있다니, 존경스러워.”
순간, 부르크레서는 거의 뿜어내지 않던 자신의 기를 뿜어내며 분노를 토하였다. 그 힘에 의해 부르크레서 주위의 지면이 깊숙이 꺼져 들어갔고 주위에 흐르던 공기도 멈추어 버렸다.
“이 녀석들! 이젠 봐주지 않겠다! 명부에 명단이 없는 탓에 다시 부활한다지만 이번만큼은 뼈도 못 추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너희들의 이름을 명부에 적어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주마!”
부르크레서가 한창 소리를 치고 있을 때, 리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바닥에 꽂아놓은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에 마법검을 걸었다.
메가 프레아에 천 배 위력을 가진 기가 프레아를.
“마법검, 기가 프레아!”
기가 프레아의 주문을 머금은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는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공중에 치솟았고 리오는 그 검들을 잡아 자세를 취하였다.
“자아! 내가 저 녀석을 막을 동안에 너희들은 프시케님과 같이 부르크레서의 약점이나 연구해 봐! 어서!”
그 말을 마친 리오는 부르크레서를 향해 돌진했고 그의 뒷모습은 붉은색 갈기를 휘날리며 상대를 향해 달려가는 회색 털의 사자를 연상시켰다.
“… 우리들 중 유일하지. 제2 안전 주문을 스스로 풀 수 있는 녀석은 저 녀석뿐이야. 그래서 최강이고…. 자아, 저 녀석의 부탁대로 약점이나 찾아보자고. 우선 프시케님부터 찾자!”
휀과 나머지 둘은 말스 왕성이 있던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현재 부르크레서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즈 나이트인 리오에게 모든 것을 걸며.
“받아라! 크아아아앗!”
마법검 기가 프레아의 영향 때문인지, 리오가 두 개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찬란한 잔광이 하늘에 남았다. 그 굉장한 광경 사이로 부르크레서 역시 만만치 않은 공격을 행사했다.
“신에게 대항하다니!”
“누가 신이냐! 너희들은 신의 위치를 박탈당한 존재일 뿐이야! 현재의 신들과 화해한 고신들은 현재까지 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패한 것이 그렇게 억울했느냐!”
“시끄럽다! 창조물 주제에 감히 나를 훈계하려 들다니!”
아까와 같이 리오가 간단히 당하지 않자, 부르크레서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듯 망토와 갑옷을 벗어 던졌고 짙은 회색의 근육질 피부가 긴장된 공기를 눌렀다. 리오와 부르크레서는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외쳤다.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