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96화
“후훗… 저 녀석이 첫 번째 먹이다.”
다크엘프 중 한 명이 빙긋 웃으며 갑자기 사라졌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페릴은 그저 돌진할 뿐이었다.
“이… 이 녀석들!?”
페릴은 순간 다크엘프들의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자신이 대검을 부여잡고 돌격해 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아서였다. 자존심이 상한 페릴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다크엘프를 향해 기합을 넣으며 검을 휘둘렀다.
“흐랴앗!”
“푸훗….”
그러나, 페릴의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고 페릴과 다크엘프의 표정은 점점 대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페릴은 순간적인 공포와, 다크엘프는 먹이를 앞에 둔 야수의 표정으로….
그와 동시에, 페릴의 머리 위에선 방금 전에 사라진 다크엘프가 나타났고 페릴의 두상을 환도로 조준한 채 그대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죽어라!”
“위험해요 페릴!”
순간, 엘프 트리네는 빠르게 몸을 날려 자신의 장검으로 다크엘프의 환도를 튕겨 내었고 다크엘프는 입맛을 다시며 동료들 사이에 착지하였다.
“치잇, 하이엘프인가?”
트리네는 페릴의 등에 자신의 등을 맞대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보다도 더 빠른 상대들이에요, 정신을 집중해주세요 페릴!”
그 말을 들은 페릴은 고개를 세차게 저은 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어 보았다.
“아, 알았어, 고마워 트리네.”
다크엘프들은 페릴의 뒤에 서 있는 트리네를 바라보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반된 길을 걷는 다크엘프와 하이엘프지만 같은 엘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후후훗… 하이엘프를 상대하는 건 행운이야, 그렇지 않나? 오늘은 꽤 운이 좋은 날이군 친구들… 어서어서 저 인간을 처리하고 하이엘프와 즐겨보자구….”
다크엘프들은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둘에게 달려들었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몸짓이어서 페릴은 당황하였고 트리네 역시 그들의 움직임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죽어라!”
다크엘프의 환도가 페릴의 심장을 겨눈 채 날아들었고 페릴은 운에 가까운 행동으로 그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이, 이런…!”
숫적으로도, 전투력으로도 두 여행객은 다크엘프들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의 공방전 끝에 페릴과 트리네는 결국 부상을 입은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크엘프는 페릴의 몸을 밟고서 충고하듯 그에게 말했다.
“헤헤헷… 영웅적 행위는 힘을 기른 다음에 해라 멍청이, 유감스럽게도 이제 끝이지만 말이야. 자아, 와이번…?”
다크엘프는 앉아있던 와이번 중 한 마리에게 손짓을 보내었고 와이번은 입가에서 침을 흘리며 자신의 주인에게 다가왔다.
“먹이다.”
페릴은 억울한 듯 눈을 감았다. 자신의 여행이 이렇게 끝나는 것도 그랬고, 자신과 함께 행동하며 검술을 가르쳐준 트리네에게도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파악!
“쿠아아아악!”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와이번의 눈두덩이를 정통으로 맞혔고 그 고통에 와이번은 미친 듯 날뛰기 시작했다. 겨우 와이번을 진정시킨 다크엘프는 인상을 구기며 돌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그곳엔 마을의 부녀자들로 보이는 여성들과 세 사람, 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는 청년, 간단한 복장에 소검을 차고 있는 소녀, 그리고 큰 키에 붉은색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기른 넓은 어깨의 사나이였다. 돌은 그 사나이가 던진 듯했다.
“거기까지다 검둥이들.”
리오는 팔짱을 끼며 웃음 지어 보였고, 케톤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18세의 그 청년도 오래간만에 의협심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비춰진 건 반쯤 옷이 찢어진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트리네였다. 케톤이 다가오자 다크엘프들은 트리네에게서 떨어져 무서운 눈으로 케톤을 쏘아보았다.
케톤은 자신의 붉은색 망토를 벗어 트리네에게 던져주고 아무 말 없이 다크엘프들에게로 걸어갔다. 트리네는 망토를 받아 자신의 몸을 감싸며 케톤에게 소리쳤다.
“조, 조심하세요! 인간 이상의 스피드를 가진 다크엘프들이에요!”
그러나 케톤은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전투만이 담겨져 있었다.
“와… 케톤도 꽤 강할 것 같은데요?”
리오의 감탄에 린스는 당연하다는 듯 답해주었다.
“그러엄, 레프리컨트 왕국 무도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할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고. 저 검둥이들에게 쉽사리 당하진 않을 거야.”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과연… 강하긴 할 것 같군요.”
케톤은 자신의 대퇴부와 팔, 복부의 갑옷을 제거했다. 그가 입고 있는 것은 기사용의 두꺼운 판금 갑옷이어서 빠른 상대와의 전투에 불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행동하기 편할 정도로 갑옷을 벗은 케톤은 자세를 취하며 다크엘프들을 쏘아보았다.
“덤벼라.”
다크엘프들은 자기들의 언어로 수군거리며 케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레드 노드>를 들고 있군… 보통이 아닌 듯하니 주의해라!”
레드 노드… 사용자가 내뿜는 기의 정도에 따라 반사광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간다는 바스타드 소드 계열의 검이다. 원래 레프리컨트 왕국 국보급의 보물이었지만 최연소로 무도 대회를 3년 연속 제패한 케톤에게 여왕이 특별히 하사한 것이었다.
“하아아아아앗!”
케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선 다크엘프 다섯 명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케톤을 집중 공격하였다. 순간, 케톤은 몸을 굴리며 틈을 이용해 공격에서 빠져나갔고 다크엘프의 움직임 이상의 스피드로 레드 노드를 휘둘렀다.
파악!
“으힉!?”
케톤의 공격이 팔에 스친 다크엘프는 놀랐다는 듯 뒤로 주춤거렸고 다른 다크엘프들은 틈을 주지 않고 케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업!”
레드 노드의 자루로 달려드는 다크엘프의 복부를 밀어친 케톤은 상대방이 방어 자세를 취하기 전에 그대로 공격해 들어갔고 레드 노드에 정통으로 베인 다크엘프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갔다. 케톤은 당황한 다크엘프들을 하나씩 요리하기 시작했다.
페릴은 쓰러진 채 자신보다 더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청년을 바라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탄하는 것은 트리네도 마찬가지였다.
“저것은, 전설적인 기사 하롯 프라밍이 고안해낸 비전승 검술! 그렇다면 저 청년이 바로 케톤 프라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