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63화
리마를 따라 비명이 들려온 곳에 달려간 케톤은 리마가 장치한 트랩에 걸려 발목이 잘려 상처 부위에서 녹색의 체액을 뿌리며 몸을 뒤틀고 있는 괴 생물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듣지도 못했던 생명체였기 때문이었다.
「키이이이익…!! 인간… 죽인다!!」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마물은 놀랍게도 인간의 언어를 이용하며 중얼거렸고 그 마물은 자신을 보느라 정신이 쏙 빠져 있는 케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파싯–
순간,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케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강하게 날아가 버렸고 거기에 놀란 리마는 즉시 어쌔신 나이프의 일격을 쓰러져 있는 마물에게 날려주었다.
“하아앗–!!”
목이 날아간 마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재로 화하여 사라졌고, 리마는 허겁지겁 쓰러진 케톤에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미소년! 괜찮아?”
케톤은 자신의 목을 움켜쥔 채 쓰디쓴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켁켁 거리던 케톤은 일어서면서 입을 열었다.
“후우– 프로텍트 마법이 아니었다면 제 목이 날아갔을 거예요. 근데 그 공격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거의 보이지도 않았는데….”
“공기의 압력이야.”
뒤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던 로드 덕이 대답하듯 말해주었다. 케톤은 궁금한 표정을 지었고 로드 덕은 한심하다는 듯 대강 설명을 해 주었다.
“풀밭에서 검을 강하게 휘두르면 주위의 풀들이 칼에서 일어난 바람에 움직이잖아, 그 검을 조금만 더 빠르게 하면 그 압력에 의한 날카로운 파동이 생기지. 저 마물은 아마도 그걸 응용한 기술을 가진 듯하군. 주위에 또 있을지 모르니 프로텍트 같은 방어 마법으론 무리일 것 같으니 라이트 스플래시를 주위에 좀 뿌려 두는 것이 좋겠어. 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자구.”
케톤은 자신의 목을 계속 쓰다듬으며 로드 덕, 리마와 함께 이파리들이 나타날 만한 구역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간접 타격이라고는 마법에 의한 타격 밖에는 당해보지 못했던 케톤에게 공기의 압력이라는 간접 공격 기술에 당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뭘 해, 멍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머리통이 진짜 날아갈지 모른다고!!”
리마의 호통 소리에 정신을 차린 케톤은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은 대체…!? 우리의 기술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있었다니, 믿을 수 없어!!」
순간, 리오의 빠른 손이 소리치고 있는 이파리의 목을 움켜쥐었고, 리오는 눈에서 살기를 폭사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피하기만 하다니… 평가가 아쉽군, 그리고 샐러드 주제에 너무 주절대는데? 네 목소린 듣기도 싫어.”
쿠드득!!
리오는 이파리의 목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앞으로 당겼고, 식물의 두꺼운 잎이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녹색의 기관이 리오의 손에 이끌려 이파리의 목에서 튀어나왔다. 성대를 뜯긴 이파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바람 소리만을 쉬쉬 내 쉴 뿐이었고 리오는 쓴 표정을 짓고서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보니 숨소리도 듣기 싫어… 죽어라.”
순간, 리오의 손바닥에선 푸른색의 기가 크게 분출되어 나왔고, 그 기의 불꽃에 정면으로 충격을 받은 이파리는 산산조각이 나며 반대편 벽에 뿌려졌다. 리오는 호흡을 조절하고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후우… 두 마리째. 계속해 볼까?”
리오는 소리 없이 가옥의 위로 올라가 지붕 사이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근처에 돌아다니고 있는 이파리들을 처리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조, 조심해 가브!”
파싯–
“크아아앗–!!!”
테크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몸동작이 비교적 느린 가브는 어깨 보호구에 이파리의 손에서 분출되는 압력파를 맞고 말았다. 어깨 보호구가 강철재로 두꺼웠기에 그의 어깨가 모세혈관이 약간 터지는 것에 그친 것이었고, 만약 가죽 재질의 얄팍한 보호구였다면 가브의 어깨는 단숨에 몸과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가브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어깨에 반대편 손을 가져가며 고통을 참으려 애를 썼고, 분노한 테크는 무대포로 이파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여버리겠다 잡초 자식!! 감히 내 친구를!!!”
그러나 아까와 같이 부적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테크였기에 아무리 무대포라 해도 이파리의 압력파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위력이 굉장하니 만큼 직격으로 맞는다면 최소한 어디 한군데를 쓰지 못하게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파싯–
“흐앗–!”
간발의 차이로 몸을 돌려 압력파를 피한 테크의 가슴 보호구엔 무엇인가에 스친 듯한 자국이 나타났고, 테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무작정 달려들다간 간단히 고깃덩이가 될 것 같았다.
“멈추지 말고 좌우로 계속 움직이세요! 그러면서 거리를 좁히세요!”
뒤에서 들려온 레이의 말에 테크는 몸을 빠르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이파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직선 공격만이 주 무기인 이파리에게 테크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란 굉장히 어려운 존재임은 확실했다.
「크으읏…!? 이 인간이!!」
압력파가 쓸모없게 되어 버리자 이파리는 눈을 번뜩이며 테크에게 역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파리의 전법이 갑자기 바뀌자 테크는 그 자리에 멈추며 방어 자세를 취했고 이파리는 자신의 양팔을 날카롭게 가다듬고서 테크를 공격하였다.
「죽어랏–!!」
“크읏!”
이파리의 공격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자 테크는 거리를 약간 벌리며 맨 이터의 칼날을 접근용으로 바꾸었다.
“좋아! 다시 와 봐 잡초 자식!!”
테크의 말투에 자극을 받은 듯 다시 이파리가 달려들자 테크는 자신의 왼팔에 장비된 프로텍터로 이파리의 오른팔 공격을 받아 내려 하였다.
파악–!
자신의 왼팔에 무엇인가 막히는 둔탁한 감각을 느낀 케톤은 자신의 반사 신경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이파리의 복부에 맨 이터를 찔러 넣으려 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쿠직–!!
맨 이터의 날카로운 칼날은 이파리의 복부에 조금밖에 꽂히지 못했다. 이파리의 왼팔이 맨 이터의 칼날에 관통당하면서까지 자신의 급소를 지켜냈기 때문이었다.
테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파리에게 중얼거렸다.
“크윽…! 운이 좋았군 잡초 자식….”
그러나 이파리 역시 테크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너야말로… 멍청한 인간!」
테크는 흠칫 놀라며 이파리의 시선이 박힌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칼과 같은 이파리의 오른팔이 프로텍터를 무시하고 자신의 팔에 틀어 박혀 있었다.
“…좋아, 다시 말하지 잡초, 일대 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