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65화
「죽어라 인간–!!」
엄청난 스피드로 찍어 내려오는 이파리의 양 팔은 리마에게 일순간 죽음의 공포를 안겨주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쌔신 나이프로 몸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는 리마에게 구원의 손길이 미친 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6급, <라이트 스피어>–!!”
리마의 뒤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창에 가슴을 관통당한 이파리는 뒤로 나가떨어졌고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리마는 일어나 몸을 바로 하며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어딜 보는 거야! 이 노인네 볼 생각 말고 어서 저 녀석이나 없애!! 뒤는 내가 받쳐줄 테니!!”
로드 덕의 호령을 들은 리마는 자신감을 얻은 듯 다시 한 번 이파리를 향해 대시하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이파리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아까와 같이 리마를 어깨로 밀치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였다.
“헙!”
이파리의 어깨가 움찔거린 순간, 리마는 기합과 함께 이파리의 머리 위로 치솟아 오르며 두 개의 어쌔신 나이프로 이파리의 목을 휘감았다. 칼 등이 톱날로 되어 있어 이파리의 목은 그대로 걸려 들어갔고 리마는 착지하는 반동을 이용해 이파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리마는 쓰러진 이파리의 목 위에서 어쌔신 나이프를 교차시켰고 이파리의 머리는 간단히 목과 떨어져 나갔다. 한 번 부르르 떨던 이파리의 몸과 머리는 곧 굳어지더니 낙엽으로, 재로 변하며 사라져갔다.
리마는 땀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의 3분의 1을 잃은 채 절규하던 여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리마는 입술을 깨물며 이파리의 잔악성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영감님?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하룻밤 사이에 몰살을 당해야 하나요!!”
로드 덕은 묵묵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도살장에서도 이렇지, 인간은 아무 죄 없는 동물들을 서슴없이 죽이고서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고기를 넘긴다… 이 이파리에게는 우리가 도살장에 있는 소와 마찬가지로 고기 요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야. 자, 케톤군을 진정시키고 어서 다른 곳으로 가보자구 리마.”
리마는 한숨을 쉬며 로드 덕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내려가자마자 본 것은 위층의 광경을 처음으로 목격한 케톤의 멍한 모습이었다. 기사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케톤은 아직 이런 광경엔 익숙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봐 미소년, 정신 차리라구.”
리마는 케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걸어 보았으나, 케톤은 멍하니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리마는 결국 양손을 들었고 결국 로드 덕이 주문을 오른손에 모아 케톤의 앞에 가져가며 말했다.
“이 주문은 상대방의 정신을 부숴버리는 <마인드 브레이크>란 주문을 치료용으로 약하게 만든 거지. 아마 좀 따끔한 정도일 거야. 자아…!”
로드 덕의 손에서 불똥이 튀는 듯하더니, 케톤은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쉬며 잠에서 깨어난 듯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로드 덕은 빙긋 웃으며 케톤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은가? 하긴, 늙은 나도 저런 광경은 많이 보질 못했으니 어린 자네야 오죽하겠나. 그래, 소감이 어떤가?”
케톤은 머리가 약간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쥐며 대답했다.
“…기사가 되어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 아직 어린가 봅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는 케톤에게 로드 덕은 충고를 하듯 입을 열었다.
“…그런 면에서 리오란 사내 말일세… 아마 위에서 벌어진 상황은 시도 때도 없이 봐온 것 같더군, 만들어 보았던 적도 있었을지 모르지. 자네는 기사니까 좀 늙었다고 현자라 불리는 나에게 배울 건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그러니 리오란 사내에게 배울 수 있는 한 많이 배워 두도록 하게. 떠돌이 기사지만 자네에게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거라 난 생각하네. 자자, 이런 얘긴 나중에 계속하고 다른 장소로 가보자구.”
케톤은 먼저 가는 리마와 로드 덕, 그리고 자신의 검 레드 노드를 바라보며 마음가짐을 굳게 다져 보았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받아들이는 면이 바로 기사 케톤 플라밍의 소문난 장점이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가옥들의 지붕 위를 소리 없이 달리던 리오는 어딘가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이상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을 휘감았지만 전투 상황이 되면 냉정하게 변하는 그에게 별로 영향을 주진 못하였다.
크읏…!
“…뭐지, 설마…?”
남자의 짧은 비음이 리오의 귀에 들려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라 생각한 리오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더욱 빠르게 달려 보았다.
“크…으읏!!”
비음이 더욱 가까워지자,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아 들었고 현장에 도착한 리오는 눈을 부릅뜨며 쓰러진 거인과 그 위에 올라타 거인의 등 위를 난도질하고 있는 이파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 가브…! 떨어지지 못해!!”
리오는 즉시 디바이너를 휘둘러 진공파로 이파리를 공격했고 리오의 목소리와 거의 동시에 날아온 음속의 진공파에 이파리는 두 조각으로 나뉘며 뒤로 날아가 버렸다.
“괜찮아 가브! 테크는, 레이양은!!”
리오는 가브의 상태를 확인하며 질문을 던졌으나 리오는 가브의 등에 난 상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갈고 말았다. 거의 파헤쳐지다시피 한 가브의 상처는 등 쪽으로 폐 기관이 보일 정도였고 척추마저 끊긴 상태라 거의 폐인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가브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동, 동방 여자는… 우리 앞을 본다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테크는… 내 아래에….”
가브는 사력을 다해 몸을 들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테크를 리오의 앞에 끌어주었다. 가브는 곧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리오는 분노에 몸을 떨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잘 버텨주었구나 가브… 테크에게 꼭 전해주지.”
그러나 가브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빨간 머리… 난 그냥… 저 잡초에게 당했다고… 해줘… 그리고… 동방 여자가… 없었던… 상황은… 테크에게… 말하지… 마… 이 녀석… 가만있지… 않을 거야….”
리오는 눈을 감으며 가브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네 상태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목을 내밀어라. 사신이 눈앞에 다가오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을 거야. 고통도 적지.”
가브는 리오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후… 고마워… 내가… 부탁하려고… 했는… 데. 역시… 넌… 좋은 녀석이야… 빨간 머리….”
푸욱–
리오는 가브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디바이너로 가브의 머리를 잘랐다. 환한 표정을 지은 가브의 시체를 테크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 리오씨? 무슨 짓을…?”
리오는 뒤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오자 눈을 다시 부릅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리오의 그런 표정을 본 여자–케이는 흠칫 놀라며 가만히 리오를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