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67화
“잘들 싸우고 있을까 노엘?”
침대에 누워 과일을 먹고 있는 린스는 옆에서 계속 과일을 깎고 있는 노엘에게 약간 불안한 감이 들었는지 물었고 노엘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예, 지금 나간 사람들은 결코 다른 나라의 최소 정예 부대와 비교해 뒤떨어질 것이 없을 정도로 강하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과일이나 더 드세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노엘 역시 사실 불안하긴 했다. 전설상으로 내려오던 마물인 이파리가 어느 정도 강한지 그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오씨가 있으니 걱정은 없겠지요.”
“응? 꺽다리가 어쨌다고?”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자 노엘은 얼굴을 붉히며 린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린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과일 조각을 하나 더 집으며 말했다.
“괜찮아,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근데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 레이라고 하는 동방 여자애, 다른 사람 앞에선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데 꺽다리하고 같이 있으면 가끔씩 웃더라고. 이상한 애지?”
노엘은 레이가 왜 그러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린스에게 솔직히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린스의 그 다음 반응이 어떨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호홋.”
케톤과 로드 덕, 리마들은 더 이상 이파리를 발견하지 못했고 리오가 말한 집결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이파리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도시의 중앙 분수대로 집합하라는 리오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가 중앙 분수대 같군 그래. 이제 천천히 좀 가자구, 노인을 생각해 줘야지 이 사람들아.”
그 말에 리마와 케톤은 로드 덕에 맞추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그 마물들을 다 물리친 걸까요? 사람들의 비명소리조차 듣질 못했는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네. 모르지… 벌레들처럼 어디 한군데 모여있을지.”
둘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걷고 있던 리마는 중앙 분수대가 새벽의 희미한 빛에 확실히 보일 정도로 가깝게 되자 자신의 눈을 믿고 싶지 않아졌다. 이파리가, 아니 이파리들이 열 마리 이상 중앙 분수대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요 둘 다! 더 이상 가면…!”
그러나 리마의 경고도 소용이 없었다. 이파리들은 벌써 느끼고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로드 덕과 케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리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 케톤, 자네를 다시 보게 되서 참 반가웠네.”
리마는 로드 덕이 그런 말을 하자 공포심에 그만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다.
“그런 재수 없는 말을 하시면 어떻게요 영감님!!!!”
케톤은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공포감에서 오는 것이라 그는 생각할 수 있었다.
“으윽… 와 봐라!!”
순간, 케톤이 잡고 있던 레드 노드에선 붉은 빛이 예전보다 크게 방출되었고 그 빛을 본 이파리들은 순간 멈춰서며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 이봐… 저 녀석 설마 붉은 전사 아니야?」
「설마… 저렇게 얼빠지게 생긴 녀석이 <12 신장> 중 최강이라 불리는 ‘차원의 워닐’ 님이 말씀하신 그 붉은 전사겠어?」
「그래 그래!! 저 녀석들도 먹어 치워 버리자!!!!」
다시 소리를 지르며 이파리들이 공격을 개시해 오자 로드 덕은 미리 모아두었던 양손의 마법을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전개하였다.
“가거라!! <코메트>–!!”
로드 덕의 양손에서 방출된 거대한 빛의 기둥은 이파리들을 집어삼키며 분수대를 향해 돌진하였고 분수대에 아직 남아있던 이파리들은 사방으로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코메트에 의해 박살 난 분수대는 밸브가 고장이 났는지 공중으로 물을 뿜어 올리기 시작했고 주위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역시 현자님! 이제 몇 마리 남아있죠?”
로드 덕은 자신의 손을 툭툭 털며 사방으로 흩어진 이파리들의 수를 세 보기 시작했다.
“으음… 한 아홉쯤 남아 있군. 어, 잠깐….”
로드 덕의 계산이 틀린 건 아니었다. 갑자기 그들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들을 향해 달려오던 이파리들은 몸을 멈추었다. 케톤이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리오가 서 있었다. 리오가 디바이너를 휘둘러 이파리를 향해 공격하자 이파리는 리오의 압도적인 힘에 놀라 뒤로 빠르게 물러섰고 리오는 바닥에 착지하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훗… 너무 극적(劇的)으로 등장하는 것 같군.”
“리오! 역시!!”
케톤은 주먹을 꽉 쥐며 기쁨에 찬 소리를 질렀고 로드 덕과 리마는 십 년 감수했다는 듯 한숨을 쉬어 보였다. 리오는 뒤로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파리들에게 다가서며 나지막이 말했다.
“자아… 오너라 야채들.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지금 흥분 상태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오의 몸에선 푸른색의 기가 폭출되었고 그 광경을 본 리오의 일행들은 흠칫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저건? 저런 터무니없는…!!”
로드 덕은 급히 가지고 있던 디텍트 고글을 꺼내 쓰며 리오를 다시 보았고 조금 후 디텍트 고글을 벗은 로드 덕은 손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이, 인간이 아니야 저 젊은인…!!”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리오는 부서진 분수대에서 뿜어지는 물을 맞으며 눈으로 이파리들의 수를 세었다.
“음… 열둘, 그럼 이제 줄여볼까!!”
리오는 곧바로 이파리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이파리들은 괴성을 지르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리오를 공격하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키이이… 이익?」
점점 파래지는 새벽의 하늘에 푸른색의 눈을 번뜩이는 그림자가 어느새 치솟아 이파리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자, 그들은 피하려 생각하였으나 그들의 신경 전달 속도보다 리오의 검 스피드가 더 빨랐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이파리 하나를 머리부터 두 조각 낸 리오는 왼쪽에 있는 이파리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