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272화


“사상자가 한 명 있었죠… 테크의 친구인 가브가 죽었습니다.”

리오는 바닥을 직시하며 간단히 말했고, 노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할 말을 떠올려 보았으나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 듯 그녀의 머릿속은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만 알아 두십시오. 테크 녀석이 깨어났을 때 뭐라 할지 별로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12 신장>에 관한 일입니다.”

그러나 리오가 그렇게 말해도 노엘은 <12 신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노엘이 그렇게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자 리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노엘은 결국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리오는 천천히 <12 신장>에 관한 설명을 첨부했다.

“이파리가 어떤 괴물인지 아시길래 <12 신장>에 대해서도 아실 거라 생각했는데… 허험, <12 신장>이란 4 여신 중 <이오스>를 제외한 세 명의 여신에게 배속된, 간단히 말해 보디가드들이죠. 꽤 강한 녀석들인데… 어쨌든 중요한 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파리들도 이 도시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죠. 한 명씩이라면 모를까 만약 그 열두 명의 신장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면 저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노엘은 설명을 듣고 있다가 리오가 중간에 말을 끊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스나이퍼 씬 생각보다 유식하시네요?”

리오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부빈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지구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들이 레프리컨트 왕국에 네 명만 쳐들어온다 해도 제가 예상하는 왕국의 전력으론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왕국에 도착해도 다시 떠돌아다닐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12 신장>에 관한 일이 처리될 때까지 왕국에 남아있어야 할 것 같은….”

그 말을 들은 노엘은 갑자기 활짝 웃으며 환영하듯 리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머~! 그러시다면 우리 왕국에서도 대환영이에요! 원하신다면 왕궁 안에서도 숙식을 하실 수….”

리오는 노엘이 갑자기 그렇게 나오자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노엘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멈췄다. 리오는 노엘의 어깨를 툭 쳐주며 말했다.

“후훗, 아무래도 잠을 불편하게 주무셔서 이러시는 것 같군요. 올라가서 편히 주무세요, 그 다음에 얘길 계속하죠.”

노엘은 얼굴이 빨개진 채 2층으로 천천히 올라갔고, 리오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길게 앉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진짜 왕국에 눌러 살 수는 없고…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 전면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몇 년이 소요될 수도 있는데 말이야. 어쩌지, 지크 녀석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곳에 가볼 수 있을 텐데….’

리오가 그렇게 고민을 해도, 그날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일행들은 식사를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밤을 그대로 넘겼고, 리오와 노엘, 린스는 결국 셋만의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근데 꺽다리, 수도엔 언제쯤 갈 거야? 이 도시에선 그리 멀지 않은데 말이야.”

빵 덩어리 하나를 맛없게 씹고 있던 리오는 린스의 질문에 씹고 있던 빵을 다 씹어 삼킨 후 대답했다.

“위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깨어나면 출발해야죠. 오늘 새벽의 일이 힘들긴 힘들었나 봅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잠을 잘 정도니….”

턱을 괸 채 리오를 보고 있던 린스는 살짝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다시 물었다.

“어? 너도 같이 갔잖아, 근데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됐고 넌 멀쩡해?”

리오는 빙긋 웃으며 빵 하나를 더 집은 후 말했다.

“전 이런 일엔 익숙해져 있으니 괜찮습니다. 너무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하여튼 괴물이라니까.”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빵을 입에 물고서 내일의 일정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 일정 또한 자고 있는 일행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지만.


<12장> [수도]

“나 참… 재미없게 시리.”

지크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앞에 박혀있는 안내판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그 안내판엔 정확히 [레프리컨트 왕국 수도]라 적혀 있었다. 지크는 투덜대며 루이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안내자가 좋다지만 이건 너무 빨리 온 것 같지 않나? 그렇게 생각 안 해 동생아?”

카루펠의 등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던 루이체 역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 다리를 두드리던 마키도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론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루이체와 같이 앉아있던 미네아는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호홋, 왕족만이 아는 왕국 지름길이 있답니다. 다른 여행자분 들에게도 가르쳐 드려야 하는데… 국가 기밀이라는군요.”

미네아의 말을 들은 지크는 씁쓰름한 표정을 지으며 카루펠에게 가자는 손짓을 했다.

“자자, 그럼 수도란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가보자구.”

일행과 함께 수도의 외곽 문 앞에 당도한 지크는 반쯤 부서진 성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이 동네 왜 이래요 미네아님? 재정이 딸리나요?”

“몇 주 전에 벨로크 공국에서 왕국 수도를 침공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파괴가 되었을 줄은….”

미네아는 슬픈 눈으로 군데군데 그을린 성벽과 박살 난 성문을 돌아보았고 지크는 괜한 농담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성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 안쪽으론 좀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지크가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병사들이 창으로 지크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를 저지시키는 것이었다.

“잠깐! 차림새가 수상하니 신분증이나 통행증을 제시하시오!!”

지크는 자신을 막은 두 명의 병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 후 말했다.

“아하핫… 이걸 어쩌나, 집에 두고 왔는걸?”

지크의 이런 태도에 순간 치밀어 오른 병사들은 인상을 구기며 창끝을 지크의 가슴에 들이대려 했으나 지크의 뒤에서 슬쩍 나타난 안대의 여검사를 보고 혼비백산하며 차려 자세를 취했다.

“베, 베르니카 단장님!!”

베르니카는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며 병사들에게 다가갔고 병사들은 목에 힘을 더욱 주며 자세를 정돈하려 애를 썼다.

“요오~ 병사들을 꽤나 괴롭혔나 보군 애꾸. 저렇게 얼어 있는 걸로 봐서 말이야.”

베르니카는 애써 지크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병사들에게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여기 있는 바보 녀석과 말에 탄 소녀, 그리고 말 옆에 서 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은 미네리아나 왕녀님을 호위하고 있다. 통행증은 내 이름으로 발급할 테니 그리 알고 통과시키도록.”

병사들은 베르니카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지크와 마키, 루이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크는 손가락을 저으며 병사가 가진 창 하나를 손에 잡고 말했다.

“사람 말은 믿어야지 쫄짜…, 이러면 증명이 될까?”

지크는 창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창의 중간 부분을 살며시 눌려 나갔다.

우지직–!!

나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창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손가락 하나에 부러져 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병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지크는 두 조각 난 창을 원래 주인이었던 병사에게 건네준 후 둘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수도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은 뒤를 이어 들어오는 미네아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으며, 후에 들어온 거마 카루펠을 보고서 뒤로 주춤거리며 몸을 피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