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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86화


얼마쯤 길을 걸어가던 리오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오는 게 좋을 거야. 보고 있었다는 것 다 안다.”

그러나 주위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리오는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다시 중얼거렸다.

“상당히 재미없게 노는군… 한 번 즐겨보고 싶나?”

그러자 리오의 앞 허공이 약간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그 일그러짐은 곧 한 여자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의 옷, 뿔이 솟아 있는 회은색의 머리카락, 바로 마녀 라기아였다. 그녀는 요사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리오를 향해 말했다.

“호호홋, 아까와는 달리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군. 마인드 컨트롤이 상당히 좋은데 그래?”

리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우… 어쨌든 용건이 뭐냐? 지금 기분 같아선 널 곤죽으로 만들어도 시원찮은데 말이야.”

라기아는 지면에 가볍게 착지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대답했다.

“호홋… 진짜 화가 난 모양이네? 용건은 별거 아니야… 벨로크 공국의 한 과학자가 너를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 있어서….”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오의 앞의 공간이 다시 한 번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그 일그러짐에선 네 개의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그 물체는 각기 약 3미터가량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물로 변하였고 그 괴물들은 포효를 하며 리오를 둘러쌌다.

“그워어어어어어-!!!”

라기아는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괴물들에게 둘러싸인 리오의 머리 위를 간단히 통과하여 천천히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 귀염둥이들의 이름은 나찰… 내가 너의 일행들을 처치하고 린스 공주를 잡을 동안 너와 재미있게 놀아줄 거야. 기분 전환이나 해 보시지… 호호호호호홋!!!”


콰아아아앙-!!!

그녀가 돌아서자마자 뒤에선 폭음이 들려왔고 라기아는 설마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나찰 한 대가 벌써 고철 덩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나머지 나찰 사이에서 리오는 푸른색 기를 폭출하는 상태로 라기아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 아니 벌써…!?”

리오는 눈에서 푸른색의 빛을 뿜어내며 라기아에게 천천히 말했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좋아 마녀… 어차피 결과는 같을 테니 조금이라도 빨리 죽는 게 좋을 테니까…!”

멍하니 리오를 바라보고 있던 라기아는 곧 왼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호오-호호호호호홋!! 나찰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군! 네가 깬 것은 나찰의 껍질일 뿐이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서진 나찰의 조각에서 적갈색의 세포질들이 튀어나와 리오의 몸을 덮쳐왔고 갑작스레 기습을 받은 리오는 그만 그 세포질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크읏-!?”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기 위해 팔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몸을 둘러싼 세포질에 의해 힘이 분산되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 생각한 리오는 몸의 기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리, 리오씨!!”

그때, 어디선가 여자의 가녀린 음성이 들려왔고 리오는 설마 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때처럼 자신의 예상이 틀리길 바란 적이 없는 리오였다.

“세이아! 오지 말아요!!!”

그러나 리오의 목소리는 세포질에 둘러싸인 상태였기 때문에 세이아의 귀엔 들려오지 않았다. 세이아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세포질에 둘러싸인 리오의 모습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저 여자를 잡아라 나찰!! 어서 잡아!!!”

라기아의 앙칼진 목소리에 반응한 나찰 한 대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재빠른 스피드로 세이아를 향해 몸을 날렸고 세이아는 결국 나찰의 굵은 금속제 팔에 잡히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세이아가 나찰에게 잡힌 모습을 본 리오는 재빨리 모아 두었던 기를 개방하여 세포질에서 탈출하려 하였다. 그때-

푸욱-

세포질이 뚫리는 둔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지르고 있던 세이아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상태로 바라보았다.

“으, 으윽…!?”

리오는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라기아의 검은색 창이 자신의 복부를 관통하여 등 뒤로 튀어나와 있었다. 세포질 밖에서 리오를 찌른 라기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하하하핫!! 네가 아무리 빠르고 강하다 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선 내 공격조차 피할 수 없구나! 기를 응축했다가 폭발시켜 탈출하려고 했지?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나 네 방호 기공이 사라진다는 점을 잊은 모양이구나! 호-호호호호홋! 나의 승리 같구나 리오 스나이퍼!!!”

라기아는 광소를 하며 자신의 검은색 창을 더더욱 깊숙이 찔러 나갔다. 리오는 힘을 내어 세포질에서 탈출하려 다시 한 번 애를 썼으나 라기아는 리오의 기혈을 정확히 찌르고 있는 상태였기에 리오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라기아는 창을 뽑은 후 리오의 얼굴에 다시 창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리오의 오른쪽 눈을 노리고 있는 듯했다.

“얼굴을 한 번 망쳐볼까…? 어차피 과다 출혈로 죽겠지만 말이야!”

곧이어, 리오의 오른쪽 눈에선 피가 솟구쳤고 리오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기 위해 애를 썼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본 세이아는 결국 기절하고 말았고 라기아는 리오의 오른쪽 눈에서 창을 뽑으며 리오가 걸어 나왔던 빨간 지붕 집을 돌아보았다.

“후우… 저곳이지 아마? 널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이… 아, 마침 안에 있군 그래.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리오는 흠칫 놀라며 왼쪽 눈으로 빨간 지붕 집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긴 했지만 갈색 머리의 아이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창문을 통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너 설마!!”

하지만 역시 리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라기아는 잘 보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양손을 빨간 지붕 집을 향해 모아 보였고 그녀의 손바닥에선 검푸른색의 빛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저 아이가 내 주문 [데몬 브레스]를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 죽겠어…! 시험해 보는 게 더욱 좋겠지!!!”

라기아는 사악한 웃음을 띄우며 주문을 전개했고 그녀의 모아진 손바닥에선 검푸른색의 빛덩이가 사출되어 빨간 지붕 집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갔다.


쿠우우우우웅-!!!!

리오의 남은 왼쪽 눈동자엔 처참히 부서지는 빨간 지붕 집이 떠올라 있었다. 짧긴 했지만 자신과 세이아, 라이아 자매의 추억이 깃들어 있던 그 집이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

리오는 분노를 토하며 세포질에서 벗어나려 다시 한 번 애를 썼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무산시키려는 라기아의 창이 리오의 복부를 다시 한 번 뚫었다.

“크, 크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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