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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29화


“음‥드디어 노익장을 과시하시는군. 근데 상대가‥이런, 빌어먹을‥.”

리오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레이 공작의 상대는, 바로 최강의 신장이라 불리우는 차원의 워닐이었다.

“‥이건 안돼! 아무리 그레이 공작님이라 해도 워닐에겐 안돼!!”

리오가 곧장 경기장에 내려가려 하자, 그 앞을 바이론이 막아섰고 리오는 순간 디바이너에 손을 가져가며 소리쳤다.

“비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나!!!”

그러자 바이론은 자신의 검 다크 팔시온에 손을 가져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크 섬‥멍청이, 넌 아직도 뭘 모르고 있다.”

리오는 흠칫 놀라며 바이론을 바라보았고, 바이론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12 신장들의 경기를 보지 못했나? 그들은 경기 중에 결코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다. 경기 중에 상대방을 최초로 죽인 건 바로 너야. 크크 섬‥생각보다 두뇌 회전이 짧구나 리오. 그리고 저 공작은 인간 중에선 강한 편이다. 그것도 상당히 말이지. 쉽게 죽진 않을 거야.”

리오는 디바이너에서 손을 떼며 다시 자리에 돌아가 앉은 후 바이론에게 말했다.

“‥하지만 워닐이 공작을 죽일지 안 죽일지 어떻게 증명하나?”

바이론은 가만히 앞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공작이 죽으면 내가 자살을 하마, 크하하하하하핫‥!”

리오는 말없이 시선을 경기에 고정시켰다. 바이론이 자신의 생명을 걸고 말할 정도라면 믿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레이 공작이 경기장에 올라서자, 관중들은 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공작은 답례 인사를 했고, 곧 워닐이 경기장에 올라섰다. 올라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워닐의 눈빛을 본 공작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음‥!? 리오군이나 지크군처럼 강한 눈빛이군. 고전할 것 같아‥.’

공작이 검을 뽑고 자세를 취하자, 관중석 한가운데서 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공작의 가족들이었다.

“여보!! 힘내세요!!!”

“아버님!!!! 믿습니다!!!!!”

“할아버지 화이팅!!!!”

온 가족의 응원에 공작의 몸엔 젊었을 적 이상의 힘이 솟는 듯했다. 공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워닐을 바라보았다.

“자아! 잘 해보자!!!”

“‥인간이란‥.”

워닐의 눈빛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는 흑색의 두터운 망토 사이에서 자신의 검을 뽑았다. [루프칼리버], 차원계에선 꽤 이름이 있는 검이었다. 그 검의 표면에 흐르는 기묘한 흑색 광택은 공작의 정신을 압도하는 듯했다.

이윽고 경기 시작의 종이 울렸다. 그러나 공작과 워닐은 움직이지 않았다. 워닐 역시 공작에게서 현재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고 공작 역시 워닐에게서 틈을 볼 수 없었다.

“다행이군, 워닐 녀석이 힘을 다 하지 않고 있어.”

리오는 좀 낫다는 듯 말했다. 워닐이 파워로 밀어붙인다면 아무리 공작이라도 방어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워닐을 비롯한 12 신장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좋아.”

워닐은 공작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관중들은 의외라는 듯 함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공작을 향해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검사는 같은 나이 또래인 하롯·프라밍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오‥대단한 젊은이군! 맘에 들었어!!”

공작과 워닐의 검은 이윽고 충돌했고 사람들은 속속 터지는 묘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둘의 모습은 거의 호각을 이루었다, 적어도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러나 리오를 비롯한 수준급의 전사들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리오는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워닐‥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한참 칼을 부딪히던 공작은 워닐이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자 눈을 번뜩이며 검을 잡은 양손을 교차하여 다시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워닐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보지 못한 공작은 자신의 기를 몸 밖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비록 리오나 지크가 뿜어내는 기와는 차이가 컸지만 보통 사람이 기가 보일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 자세를 본 케톤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테, 텔 브레인 어택!! 공작님의 최강 공격법!”

공작은 빠르게 자신의 검을 워닐 쪽으로 휘둘렀고 그 순간 워닐의 몸은 이상한 벽에 밀려나듯 경기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날아간 워닐의 몸은 관중석과 경기장 사이의 담장에 충돌했고 담장은 폭음과 함께 부서져 내렸다. 그 모습에 관중들은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가 공작이 오른손을 뻗어 올리자 크게 함성을 질렀다.

“와아–!! 역시 노장, 그레이 공작님이시다!!”

“공작님 만세!!!!”

공작은 손을 흔들며 경기장에서 내려와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하지만 밖에서와는 달리, 공작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그 젊은이, 거의 충격을 받지 않았어. 아무래도 날 봐준 것 같은데‥?”

그 무렵, 경기 관계자들은 서둘러 무너진 담장을 치워 밑에 깔린 워닐을 구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리 잔해를 치워도 워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관계자들은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며 워닐이 날아갔을 만한 장소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워닐은 12 신장들 몇 명에게 둘러싸여 경기장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약간 금이 간 자신의 갑옷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할아범, 상당히 강하긴 했다‥.”

“예, 인간 치고는 강했습니다. 워닐님의 갑옷에 금이 갈 정도라니‥.”

워닐은 니마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신장들도 인간이라 방심하지 마라. 강한 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럼 난 숙소로 돌아가겠다. 나오지 마라.”

신장들은 걸음을 멈춘 후 워닐의 길을 터준 후에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며 소리쳤다.

“예! 편히 쉬십시오!!”

곧이어 벌어진 케톤의 경기, 하롯의 경기는 예상되었던 승리로 끝났다. 그날 하루의 일정도 곧 다 끝났고 리오는 린스를 왕성까지 데려다준 후에 공작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한 귀환길은 아니었다.

“‥워닐 녀석이 왜 일부러 공작님에게 져준 거지? 설마 목숨이 아까워서‥? 아니야, 그럴 리는 없고‥.”

리오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의 최대 고민은 이 경기가 끝난 후였다. 이상할 정도의 불길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변함없이 시간에 맞춰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공작의 집에 도착할 무렵엔 노을이 거의 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리오는 자신과 지크에게 닥쳐올 대량의 식사를 눈에 떠올리며 저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공작의 큰며느리는 가공할 양의 음식을 리오와 지크에게 매일같이 건네주었고 많이 먹지 않는 리오는 그 시간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번 먹을 땐 크게 먹는 지크는 큰며느리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후우‥오늘은 뭐가 나올까나‥어라?”

대문 쪽으로 담을 끼고 돌아가던 리오는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엘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모습을 본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불렀다.

“노엘 선생님, 뭐하세요?”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노엘은 안경을 매만지며 살짝 인사를 했다.

“오래간만이네요 리오씨, 성 안에 계속 있느라고 리오씨와 레이양 얼굴도 못 보는군요. 보름 전에만 해도 눈만 뜨면 보이는 얼굴들이었는데‥후훗.”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성 안의 일이니 어쩔 수 없죠. 근데, 공작님께 용건이 있으신가요? 어쩐 일로 이곳에 오셨나요?”

그 말에 노엘은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다가 힘없는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음‥리오씨를 보러 왔다면 믿으실까요?”

“예? 저를 왜‥?”

노엘은 리오의 옆에 서며 말했다.

“후훗, 잠깐 저랑 같이 가실래요? 얘기할 것도 있고요.”

리오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예, 그러죠.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안에 얘기 좀 드리고‥.”

“아, 괜찮아요!! 그냥 나오셔도 돼요!!”

“예? 하지만‥.”

리오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노엘은 황급히 리오를 잡아끌었고 리오는 눈만 깜박거리다가 결국 노엘과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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