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340화


“으윽‥큰일이다!”

막 시작하려는 지크의 경기를 보던 루이체는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레이필 현자가 루이체를 흘끔 바라보며 이유를 물었다.

“아니 왜 그래요 루이체 양? 지크군도 리오군만큼 강하다고 들었는데‥?”

“아‥리오 오빠는 비상 주문을 이용해서 날 수 있잖아요. 근데 저 너구리는 그런 걸 하나도 모른단 말이에요. 보아하니 저 상대는 공중에 떠서 싸울 것 같은데 만약 내려오지 않고 원거리 공격만을 한다면 지크 오빠는 반격 한 번 못 해보고 끝날지도 몰라요. 정말 큰일이네‥마법도 모르는데.”

레이필도 듣고 보니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던지 안쓰러운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걱정과는 달리 지크는 온몸에 기전력을 휘두른 채 씨익 웃고 있었다.

“헤헷, 좋아! 이제 내려와서 한 번 붙어보자!!”

그러나 그 말에 루카는 어깨를 으쓱이며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지크는 인상을 구기며 루카에게 소리쳤다.

“이 녀석! 감히 이 몸의 말을 웃어넘기다니!! 하여튼 내려와야 제대로 붙어볼 거 아니야!!”

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대로‥내가 내려와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너에게만 국한된 일이다. 난 상관없어‥하하하핫!! 넌 그대로 내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다가 죽어가면 끝인 것이다 가즈 나이트‥!」

“저, 저 녀석‥!!”

지크는 이를 부드득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다음 행동을 취할 사이도 없이 루카의 기탄에 의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었다.

「하하하핫!! 도망치는 꼴이 매우 보기 좋구나!!!」

지크는 빠르게 날아오는 기탄들을 모두 피하고 있었다. 물론 거기까지는 그에게 매우 쉬운 일이었다. 다만 반격이 문제였다.

“흥, 꼴좋다. 감히 일국의 공주 마마인 나에게 그런 망발을 하고서 살아남기를 바라다니‥!”

린스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노엘은 그저 어색한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지크 녀석 연기가 매우 늘었군. 애송이에 불과했던 녀석이‥크크크크팰.”

린스는 어느새 들어와 자신과 노엘의 옆에 서서 사악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바이론을 보고 깜짝 놀랐고 바이론은 린스를 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크팰‥내가 무서운가 공주? 하긴, 공포심을 가지는 건 인간의 자유지‥크하하핫!!”

린스는 정말 울고라도 싶었다. 바이론은 계속 말했다.

“지크 녀석‥역시 성격대로 속전속결을 좋아하는군. 하지만‥이번 공격을 성공해야 그 말도 성립이 되지. 크크크팰‥!”

말을 마치고 의자에 걸터앉는 바이론의 모습을 보던 노엘은 순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저 남자‥광기만큼이나 강하지만 리오씨나 지크씨의 다음 공격을 거의 예측하고 있어, 도대체 왜 저 정도의 남자가 저런 모습을‥?’

“‥상당히‥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군. 노엘이라고 했던가? 크크팰‥신경 꺼.”

노엘은 순간 움찔했지만, 바이론은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노엘도 바라보지 않았다. 간담이 서늘해졌던 노엘은 더 이상 바이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린스와 경기에만 집중을 하였다. 바이론은 킥킥 웃을 뿐이었다.

미친 듯이 기탄을 지상에 퍼붓던 루카에게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루카는 기탄을 쏘면서 그 말을 들었다. 워닐이었다.

「기탄을 계속 발사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리고 기탄 쏘기를 멈추면 넌 죽는다 루카.」

「예, 예엣!?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잔말 마라. 기탄의 속도가 떨어졌다 생각하자마자 네 스피드를 최고로 올려 옆으로 몸을 피해라. 그렇게 하면 살 수는 있다. 그리고 저항하지 말고 후퇴하라. 난 너마저 잃기 싫다.」

루카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어느 면에서나 자신이 지크를 압도하고 있다 생각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공중에 높이 떠 있으니 반격도 못할 거란 예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신장의 말이 아니고 워닐의 말이었다. 결국 루카는 쓴 맛을 다시며 기탄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자마자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 순간–

“이백식–일륜(日輪)!!!”

푸욱–!!

루카는 순간 자신의 왼쪽에서 나타난 지크의 모습과, 공중에 튕겨지듯 떠버린 자신의 왼팔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익!? 이런 망할 자식!!!”

지크는 자신의 반격이 팔 하나를 날리는 데 그치고 말자, 크게 화를 내며 다시 루카를 베려 했으나 루카는 워닐의 말대로 잘려 날아간 자신의 팔을 반대편 손으로 잡고 어딘가로 급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공격 기회를 놓친 지크는 다시 지상에 착지를 하고 루카가 날아간 방향을 알아보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빌어먹을‥! 젠장!!”

심판은 지크의 승리를 선언했으나 지크는 마치 패배자와 같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내려가고 말았다.

노엘과 린스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올라오고 있는 지크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녀들은 그 정도의 높이까지 지크가 도약할 수 있었을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 대단하군요‥!”

노엘은 결국 감탄사를 토해내었다. 그 반면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팰‥운이 굉장히 좋은 12 신장 녀석이군. 큭큭큭‥.”

다음 경기 중에서 눈에 띌 만한 경기는 그레이 공작과 하롯의 두 경기뿐이었고, 나머지는 그리 눈에 띄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렇게 그날의 경기 일정도 끝나갔다.

기권을 한 후 리오가 마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매우 중요한 일로 성에 가 있었다. 바로 린스의 일 때문이었다.

시녀에게 물어 여왕이 알현실에 있는 것을 확인한 리오는 약간 굳은 얼굴로 알현실 안에 들어섰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왕에게 예를 갖추었다.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레프리컨트 여왕님을 뵙고자 합니다.”

여왕은 반가운 얼굴로 리오를 맞아주었다.

“아, 잘 왔습니다 리오·스나이퍼. 어쩐 일로 짐을 찾아왔나요?”

여왕의 앞에 가까이 다가선 리오는 한숨을 가볍게 내쉰 뒤에 여왕에게 물었다.

“‥린스 공주님의 일입니다. 큰 죄가 될지 모르지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여왕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흠‥그러지요. 무슨 질문입니까?”

“‥4년 전, 린스 공주님께 무슨 마법을 사용하셨습니까?”

그 말이 리오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여왕의 얼굴은 순간 납처럼 변해버렸다. 여왕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예, 예? 그게 무, 무슨‥?”

여왕의 반응을 지켜본 리오의 얼굴은 점차 어두워졌다. 그는 다시 말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4년 전 행방불명된 한 소녀를 찾아 이곳저곳을 방랑하고 있습니다. 그 소녀는 좀 특별하게 행방불명되었죠. 공간의 구멍을 통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4년 만에 결국 찾았지요. 그 아이의 이름은 [리카]라고 합니다.”

여왕은 무슨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리오의 말은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말씀드리겠지만 전 리카를 다시 찾아가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맹세하지요. 지금 그 아이의 고향에서도 그 아이를 잊었을 것이고, 살아있다 생각하는 사람 역시 없을 것입니다. 물론 단 한 사람은 제외하지만요. 그 한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전 리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것만은 대답해주십시오. 리카의, 그 아이의 기억을 어떻게 지워버리셨습니까?”

여왕은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꼭 들어야 하시겠습니까?”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동방에서 전해온 어혼호법(御魂呼法)을 응용한 마법이었습니다. 그 마법은 죽은 진짜 린스의 기억을 리카란 아이의 기억 위에 덮어씌우는 것이지요. 그 마법을 쓰게 되면 리카란 아이의 기억은 태어날 때부터 그 마법을 사용할 때까지 모두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가끔씩 꿈에서 예전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지만요. 하지만, 그 마법조차 리카란 아이의 말투와 성격은 변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자아, 대답했으니 이제‥!?”

말을 마치며 눈을 뜨던 여왕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오의 얼굴을 보고 말끝을 흐렸다. 리오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오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하나뿐인 왕위 계승자였지요? 진짜 린스 공주는요. 물론 입양된 아이였겠지만 여왕 마마께서 여자이신 이상 그 아이에 대한 정은 각별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리카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단 하나뿐인 친구였고, 또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한 부부의 소중한 딸이었습니다. 입양된 아이가 아니고 같은 피가 흐르는‥친자식이지요‥.”

리오는 순간 눈을 부릅뜨고 여왕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여전히 슬픔이 섞여 있었다. 간단히 말해,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당신이 여왕이 아니라 신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고귀한 영혼을 어쩔 자격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이 왕국의 여왕 자격이 있다 생각하십니까!!!”

여왕은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리오는 천정을 보고 기분을 가라앉힌 후 여왕에게 다시금 말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리카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이름 없이 죽어가는 것보다는 지금 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나을 테니까요. 제가 이런 일을 알았다고 저에게 감시를 붙이시거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3일 후에 검술 대회가 끝나면 전 수도를 떠날 것이니까요. 만약 감시를 붙이시거나 자객을 붙이신다면 그들의 가족에게 관을 하나씩 보내주셔야 하실 것입니다. 전 지금 최대한으로 참고 있으니까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리카에겐, 아니 린스 공주님껜 예전과 같이 대해주십시오. 변한 건 없으니까요.”

리오는 곧바로 몸을 돌려 알현실을 빠져나갔고, 여왕은 다시 닫히는 알현실의 문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