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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42화


“‥흐음‥.”

켈거와 지크의 대전을 지켜보던 워닐은 한숨을 쉬며 주위의 신장들에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 저 녀석들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한 듯하니 말이야.”

워닐의 말에 주위에 있던 신장들은 깜짝 놀랐고 약간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워닐은 계속 말했다.

“여왕이 성 어딘가에 그 물건을 놓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이나 내일 성을 기습한다면 저 녀석들과 전면전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게다가 지금은 신장들까지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지금은 저 녀석들과 대적하진 못해. 결승전 날을 기다리거나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 외엔 없다.”

그 말에 두건을 쓰고 있던 발러가 움찔하며 말했다.

“워닐님, 이 일은 우리가 모시고 있는 여신님들의 일입니다. 즉 우리의 일이지요. 아무리 그녀가 우리와 동료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별개의 존재입니다. 이 일은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워닐은 발러를 흘끔 본 후 말했다.

“내 생각도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다리자. 마지막에 웃는 자는 우리니까 말이야‥!”

“이, 이 생쥐 같은 놈‥!”

켈거는 약간 지친 표정으로 지크를 노려보았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헤헷, 공격이 안 통하니 화가 나나? 내가 이런 건 좀 이유가 있지.”

10여분 동안 접근전을 하며 켈거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낸 지크는 아직 체력이 많이 남은 듯했다. 그가 이렇게 켈거의 체력을 빼는 이유는 이러했다. 루카가 한쪽 팔이 잘리는 치명상을 입었어도 힘이 남아있어 전장에서 탈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엔 도망칠 체력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없애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여기서 지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말을 하는 동안 켈거의 혈색은 대전 직전처럼 돌아왔고, 호흡도 고르게 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빨리 체력이 회복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지크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켈거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자아! 목을 내밀어라!!!”

슈웃–!

지크는 자신의 시야에서 켈거가 바람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순간, 아차 하며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분명 측면이나 후방에서 공격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럼과 동시에 켈거의 기합성이 들려왔다.

“이 녀석!!”

피식–!!

헝겊이 나가는 소리와 함께 지크는 미간을 찡그렸다.

‘젠장!!’

왼쪽 다리로 경기장 바닥에 착지한 지크는 굽힌 오른쪽 발목 부위를 손으로 더듬은 후 그 손을 바라보았다. 피가 꽤 많이 묻어 있었다.

‘‥아킬레스 건이 나갔군, 치명타인데?’

물론 가즈 나이트라는 그의 직업상 영원히 다리를 못 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아킬레스 건이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끊어진 이상 정상적인 동작은 취하지 못한다. 게다가 지크는 운동량이 많은 전법을 쓰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심각한 부상이었다.

켈거는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도끼 날에 묻어난 피를 바라본 후 말했다.

“후후‥나도 오늘은 운이 꽤 좋군. 자아, 이번엔 내가 널 놀려줄 차례인가? 후후후‥천천히 가지고 놀다가 죽여주지‥!!”

지크는 자신의 말로서 아킬레스 건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만들어 보려 했으나 그러하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또한 들었다. 분명 사정을 보지 않고 공격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헤헷‥.”

지크는 왼쪽 다리만으로 몸을 일으키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켈거는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흥! 지금 상황에서 날 자극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걸 알 텐데!! 좋아, 목숨만은 살려주지!! 대신 네 목청과 귀, 그리고 눈을 뽑겠다!!!”

그의 험악한 말에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받아쳤다. 받아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 지크의 성격이었다.

“헤헤헷‥엿이나 먹어라.”

순간, 켈거의 눈앞엔 보이는 것이 없어졌다. 그는 노호성을 지르며 지크에게 달려들었고, 그 순간 지크는 왼쪽 다리를 이용해 켈거가 있는 전방으로 길게 뛰어 나갔다.

귀빈석에서 그 경기를 지켜보던 그레이 공작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안 돼! 너무 무모해!!!”

다른 사람들 역시, 이번엔 루이체도 함께 지크의 현재 행동은 무모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바이론만은 키득거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큭큭‥가라!”

켈거는 지크가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시야 안에 들어오자, 광소를 하며 도끼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크하하하하핫!! 두 쪽을 내주마!!!!”

그때, 켈거는 자신의 시야가 황색으로 물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그의 귀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

그리고 곧 관중석에선 함성이 들려왔다. 귀빈석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것은!!!”

그레이 공작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켈거의 공격과 동시에 사라진 지크의 몸이 켈거의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에서 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사라져가는 푸르스름한 섬광과 함께, 공중에 거꾸로 떠올라 있는 지크는 무명도를 거둔 후 양팔을 이용해 지면에 착지를 했다.

“헤헷, 먹혀들었군.”

지크는 자신의 응용 기술, 리버스 백스텝에 의해 등을 베여 쓰러진 켈거의 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켈거의 몸은 서서히 재로 변해갔다.

심판의 승리 선언과 함께 선수실에서 뛰어나온 케톤의 부축을 받아 귀빈석으로 올라간 지크는 루이체의 회복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루이체는 지크를 흘끔 보며 물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백스텝을 했어? 재주도 좋네?”

그녀의 그 질문이 나오자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대답에 귀를 기울였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답해주었다.

“헷, 이 천하의 지크 오라버니가 다리만 쓸 줄 알 것 같냐? 저 원숭이가 공격하기 직전에 양팔로 백스텝 자세를 취했지. 정상적인 백스텝보다는 효율이 떨어지겠지만 저 녀석이 매우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먹혀들었지. 아, 됐다 동생.”

지크는 다시 오른발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 보았다. 상처는 다 치료가 된 듯했다. 귀빈석 안에 있는 사람들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들의 눈앞에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도 적응이 된 듯, 더 이상의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운이 좋았군‥크크크큭.”

바이론의 조소와 같은 말을 들은 지크는 이번엔 화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그건 그렇지. 다음 차례는 너냐 빈혈 남자?”

바이론은 언제나 사악해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저기 심판의 신호가 안 보이나? 크큭‥그 12 신장 녀석, 도망쳐 버렸다.”

심판은 장외에서 녹색의 큰 깃발을 얼마 동안 왼쪽 코너에서 흔들어 댔다. 그것은 그쪽 경기자의 기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잉? 뭐야, 재미없게시리‥?”

지크는 투덜대며 자기 자리에 털썩 앉았고, 다음에 벌어질 경기와 상관없다는 듯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띠띳–

“‥!?”

지크는 순간 이상하다는 듯 자신의 재킷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특수 시계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소리는 그 시계에서 울린 전자음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고장 났나?’

지크는 시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도 리오와 같은 차원에 있을 때는 시계가 한 달에 24시간이 갈 정도로 느려졌었고, 며칠 전만 해도 느렸었는데 지금은 시계가 정상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렇게 내가 움직이는데 시계가 맛이 안 갈 리가 없지. 같은 차원계가 아닌 이상 시계가 같이 갈 이유는 없으니까. 잠이나 자자.’

12 신장들과 함께 경기장을 나서던 워닐은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가까워지고 있다‥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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