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45화
“이봐, 이봐! 진정하고 얘기 좀 하라고!!”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던 리오가 몸에 힘을 넣으며 소리치자, 바이칼은 곧 걸음을 멈춘 후 리오를 바라보았다.
“‥너 이 차원에 왜 왔지?”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이칼에게 되물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리오가 아무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것을 깨달은 바이칼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리오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멍청한 놈,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노느라 정신이 나간 모양이구나.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 차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단 말이야? 차원이 봉쇄됐어, 공간 이동을 쓸 수 없단 말이다!”
바이칼의 그 충격적인 말을 들은 리오는 순간 인상을 구기며 반문했다.
“뭐?! 그럴리가!!!”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못 믿겠으면 여기서 차원문을 열고 나가봐. 손해볼 건 없잖아.”
가만히 생각하던 리오는 역시 인적이 뜸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후 마법진으로 차원문을 열었다. 막 들어가려던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숨을 가다듬어 보았다. 만약 진짜로 차원이 봉쇄된 것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일찌감치 와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후 린스 혼자서 귀빈석 안에 들어오자, 지크는 의아한 표정으로 린스에게 물었다.
“어라? 안경 선생은 어디다 두고 혼자 오세요?”
린스는 지크를 한 번 째려본 후 의자에 거칠게 앉으며 투덜대듯 답했다.
“몰라, 오늘은 좀 늦게 나간다고 하길래 나 혼자 그냥 와버렸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지크는 앉은 채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던 그는 얼마 시간이 지난 뒤 갑자기 몸을 일으켜 린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린스는 지크를 흘끔 보았고, 지크는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계속 린스에게 계속 접근해 왔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린스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지크는 순간 몸을 날려 린스의 허리를 안은 채 몸을 귀빈석 밖으로 날렸다.
“꺄아악–!!!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린스와 함께 공중에 떠 있는 지크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린스의 머리를 단단히 감쌌다. 곧, 그들이 있던 귀빈석 위엔 푸른색의 거대한 빛줄기가 떨어졌고 귀빈석은 불꽃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앗–!!!!”
린스의 긴 비명소리와 함께 지면에 착지한 지크는 귀빈석 바로 위 상공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자신에게 팔을 잃은 일이 있던 12 신장, 천공의 루카가 푸른색의 기류에 둘러싸인 채 떠 있었다.
「후후훗, 용케도 피했구나. 자아, 이제 애들 싸움은 끝이다!! 죽는 것, 아니면 사는 것 둘 중에 하나다!!!!」
곧, 그의 옆에서 회색의 빛과 함께 또 다른 신장이 나타났다. 바위의 몰킨이었다.
「오늘은 끝장을 내주마, 저번의 설욕전이다!!」
곧바로, 두 명의 신장이 더 나타났다. 혜성의 마르카와, 뇌격의 트라데였다.
「너희들에게 목숨을 잃어간 다른 신장들의 복수를 해주마!!! 간다!!!!」
네 명의 신장은 린스를 안고 있는 지크에게 원거리 집중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지크는 린스를 보호하고 있는 탓에 아무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피해 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비겁한 놈들!!!”
지크는 거칠게 내뱉으며 계속 몸을 움직여 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지크라고 해도 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네 명의 공격을 다 피한다는 건 무리였다.
콰아앙–!!
“크앗!!”
등판에 기탄을 얻어맞은 지크의 움직임은 순간 멈추고 말았고, 쉴 새 없이 날아오던 네 신장의 공격은 지크에게 집중이 되었다. 수십 차례의 공격을 등으로 받아낸 지크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고, 네 명의 신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각자 기를 모아 일격에 지크와 린스를 날려버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린스는 지크가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안고 있는 팔에 힘을 더욱 주자, 거의 울다시피하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나를 놓고 피해!! 난 괜찮아!!!”
그러자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흥,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군요 공주‥. 헛소리하지 말고 눈이나 감아!!!”
린스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지크의 말 때문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니었다. 지크의 등 뒤로 날아오는 네 개의 거대한 광채 때문이었다.
바이론은 거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보라색 옷의 어릿광대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크크큭‥나랑 놀자는 것인가‥? 좋아, 어차피 힘을 다 쓰지 못하는 싸움만 해서 지겨워질 참이었는데 잘됐군. 크크크크큭‥죽어랏–!!!!”
바이론은 곧바로 다크 팔시온의 일격을 정면에 있는 어릿광대에게 날렸고, 광대는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두 쪽이 나며 쓰러졌다. 그러자, 또 다른 어릿광대가 빛과 함께 나타났고 나머지 광대들은 바이론을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바이론은 미친 듯이 다크 팔시온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번엔 모든 어릿광대들을 잘라 땅에 흩어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다시 광대들이 나타났고, 바이론은 점차 흥분하기 시작했다.
「후후훗‥즐겁나 가즈 나이트?」
바이론은 이번엔 기로 광대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12 신장, 무의 니마흐였다.
「계속 싸우는 게 좋을 거다‥내 필살 주술인 [정지한 시간의 아이들] 속에서 말이야‥후후후후후훗.」
“‥크크크크팰‥이게 시간계 마법 중 가장 악명이 높다는 그것이냐‥? 크크크팰‥좋아, 좋아‥크하하하하하하핫‥!!!!!”
바이론은 더더욱 광소하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던 니마흐 역시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원래 광인이라 이번엔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겠군‥열이면 아홉이 미치는 마법이니까. 후후훗‥.」
치지직–!!
“크앗–!!”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차원문 안에 들어가 있던 리오는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리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팰‥어, 어째서 이런 일이‥!?”
곁에서 지켜보던 바이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 같군. 뭐 짚이는 것 없나?”
리오는 심각한 표정으로 일어서며 말했다.
“‥모르겠어, 전혀 짚이는 것이 없어. 아, 아니야‥한 가지 가능성이 있어.”
바이칼은 리오를 흘끔 바라보았고, 리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두 개의 차원이 가까워지면 이렇게 될 수 있어. 그냥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 아니고 시간과 공간적으로 접근한다면 말이야.”
바이칼도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예 합치려고 한다는 말이 맞겠군.”
리오는 바이칼과 함께 다시 거리로 나서며 말했다.
“그럴 거야. 아무래도 일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
리오와 바이칼의 모습이 다시 보이자, 루이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들에게 뛰어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빠!! 큰일 났어 큰일!!!!”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 멈췄고, 루이체 역시 어중간한 자리에 멈춰 서며 손가락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는 남쪽 성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길 봐!! 텔레포트 마법이야!!!”
리오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성문 쪽에 거대한 텔레포트 존이 이미 생성된 상태였고, 그 안쪽에선 오크들의 대 부대와 예전에 싸운 일이 있던 생체 로봇인 [나찰]과 붉은색을 띈 또 다른 생체 로봇 [수라]가 기괴한 음을 내며 밀려오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왜 갑자기 침공을‥??”
텔레포트 존은 남쪽에만 생성된 것이 아니었다. 북쪽에도 생성되어 그곳에선 이미 살육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크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나찰과 수라, 두 생체 로봇 부대가 일찌감치 수도 사람들의 생명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나찰은 엄청난 스피드로, 수라는 네 개의 팔을 이용한 잔악할 정도의 공격력으로 사람들을 살해해 나갔다. 그 광경은 사기 충만해 있던 오크들마저도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한편, 왕성에서도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정문에서부터 정원까지는 워닐의 차원 마법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를 막으려던 병사들은 워닐의 직속 부하인 조커 나이트에 의해 모조리 목이 날아간 상태였다.
워닐은 천천히 알현실 쪽으로 걸어갔다. 시녀들까지 몸을 던져 막으려 했으나 조커 나이트는 사정없이 그녀들의 머리도 날리고 말았다. 문이 열리자 궁중 마법사들과 신관들이 마법 사격을 개시했으나 그들의 마력으로는 워닐의 털끝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워닐은 왼손으로 배리어를 만들어 그 마법들을 막아내며 조커 나이트에게 지시했다.
「라세츠가 말했던 미네리아나 공주의 방으로 가라.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거기서 널 기다리겠다 하더군.」
조커 나이트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린 뒤 옆으로 몸을 돌려 스르르 사라져 갔다. 워닐은 곧 배리어를 걷은 후 자신의 기를 뿜어내었고, 신관들과 마법사들은 순간 사일런스(침묵 주문)에 걸린 것처럼 입만 뻥긋댈 뿐이었다. 워닐은 옥좌에 앉아 파르르 떨고 있는 여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벨로크 공국에 협조를 하고 있는 12 신장, 워닐이라 합니다. 벨로크 공국의 전쟁 선포를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