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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46화


콰아아아앙–!!!!

지크는 폭음이 들려오자 순간 눈을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린스도 눈을 뜨며 앞을 바라보았다. 푸른 장발의 한 사나이가 화염에 휩싸인 창을 회전시켜 신장들의 공격을 막아준 듯했다. 사나이는 뒤를 흘끔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괜찮나.”

지크는 허리를 매만지며 일어나 그 사나이의 등을 툭 쳐주며 씨익 웃었다.

“쳇, 왜 아침에 왼팔이 아픈가 했더니 네가 힘을 다시 빼앗아 가서 그랬군. 딱 두 번인가밖에 사용 못했는데‥젠장.”

린스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그 남자를 바라보며 지크에게 물었다.

“누, 누구지?”

지크는 거의 억지로 사나이의 방향을 돌린 후 린스에게 소개를 했다. 여유 있게.

“슈렌·스나이퍼, 제 형제예요. 헤헷‥.”

슈렌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 뒤 다시 신장들 쪽으로 몸을 돌린 후 중얼거렸다.

“왕성이 위험하다. 저들은 내가 맡을 테니 넌 어서 그쪽으로 가봐.”

“뭐!? 일이 벌써 시작된 거야?”

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시간이 없다. 상황은 그리 좋지가 않아.”

“‥알았어, 그럼 뒤를 부탁한다!!”

지크는 다시 린스를 안아 올리며 경기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슈렌은 곧 숨을 들이키기 시작했고 그의 몸은 화염에 휩싸여 갔다. 슈렌은 기염력을 발동시킨 상태로 공중에 떠올랐고, 신장들 중 몰킨은 슈렌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너도 가즈 나이트인가!!」

슈렌은 자신의 창, 그룬가르드를 몇 번 돌린 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불의 가즈 나이트, 슈렌이다.”

루카는 피식 웃으며 슈렌을 비웃기 시작했다.

「흥, 아무리 네가 가즈 나이트라고 해도 신장 네 명인데 어떨까? 하하핫‥.」

그러자, 보통 땐 거의 감겨 있다고 느껴지는 슈렌의 눈이 번쩍 떠졌다. 지크도 그가 눈을 그렇게 뜨면 말도 걸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는 상태였다.

“‥문제없다.”

바이론은 자신의 발 밑에 쓰러진 니마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크크크팰…감히 날 혼자서 막겠다고? 광대를 이용한 정신 마법으로?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가소롭군 가소로와!!!”

바이론의 광소 속에서 니마흐는 힘겹게 중얼거렸다.

「나, 나라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이론의 발은 니마흐의 머리를 점점 압박해 왔다. 바이론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하핫–!!! 착각 속에서 사는 네 머리통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구나!! 하하하하핫!!! 죽어라, 죽어–!!!!”

콰직–!!

니마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투명한 피가 섞인 뇌수를 뿜어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이론은 자신의 입가에 튄 니마흐의 뇌수를 혀로 핥은 뒤 거칠게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크흐흣‥역시 맛이 없군. 크하하하하핫–!!!!”

바이론은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졌고 머리가 으깨진 니마흐의 시체는 점차 재로 변해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리오 일행은 남쪽 성문에서 밀려오는 벨로크 공국의 군세를 막고 있었다. 바이칼도 어쩔 수 없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들고 싸우는 중이었다. 오크들은 별 문제가 없었으나 수라와 나찰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장갑이 생각보다 두꺼워 관통력이 없는 마법으론 별 충격을 입히지 못했고, 수라는 몰라도 나찰은 반응 스피드가 상당히 빨라서 관통력이 있는 땅 계열의 마법들은 거의 피하는 것이었다.

“젠장, 저번에도 싸워봤지만 저 시꺼먼 로봇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리오는 바이칼과 등을 맞댄 상태로 말했고,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전혀 상관없는 말을 내뱉었다.

“왜 너만 만나면 이런 일에 빠져야 하는 거지? 빌어먹을‥!!”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팔꿈치로 바이칼을 건들며 말했다.

“자자, 불평하지 말고 계속 두들겨보자고. 이렇게 너랑 싸우는 것도 간만인데?”

“‥간만이니 네 목숨이 붙어 있는 거다. 온다!!”

곧바로 둘은 자신들을 공격해 오는 로봇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북쪽 성문은 이미 한 지역이 파괴된 상태였다. 피난민들의 발길보다 나찰의 다리가 더 빨랐고, 경찰들의 무기보다는 수라의 공격력이 더 강하였다. 두 번째 지역으로 가는 성문이 닫히자, 나찰과 수라들은 일제히 그곳을 향해 날카로운 팔과 다리를 집중했고, 성문은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다시 밀고 나가려던 벨로크 공국의 군사들은 순간 성문에서 앞으로 약간 나오며 멈추고 말았다. 한 사나이가 길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붉은 머리띠, 검은색의 코트, 그리고 거대한 목도‥.

“자자‥오너라. 가즈 나이트, 사바신님이 너희들을 처단해주마!!”

그의 큰 목소리를 들은 오크들은 곧 킥킥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바신의 이마엔 푸른 힘줄이 돋았고, 그는 자신의 무기, [팔봉신영룡]의 끝으로 땅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자식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그 근처의 지표면이 지진이 난 것처럼 울렁거렸고, 성벽도 약간 금이 가고 말았다. 도망치던 사람들도 뒤를 흘끔 바라볼 정도였고, 오크들의 비웃음 소리도 일제히 멎고 말았다. 사바신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소리치기 시작했다.

“감히 날 무시하다니!! 그 대가는 공개 처형이다–!!!”

곧바로, 사바신의 몸에선 노란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4대 속성의 가즈 나이트와는 달리 사바신은 염력(念力)을 이용한다. 물건을 옮긴다거나 상처의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하는 염력이 아닌, 순전히 파괴만을 위한 염력이었다.

로봇인 나찰과 수라는 공포감이 없는 듯, 재빨리 사바신에게 달려들었고, 사바신은 팔봉신영룡을 휘두르며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앗–!!!”

콰아아앙–!!

목도의 일격은 사실 느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파괴 염력과 가즈 나이트 중 최강이라는 사바신의 힘이 실려 있었다. 목도의 타격을 받은 나찰은 방어한 보람도 없이 산산조각이 나며 세포질을 뿜어냈다. 그 세포질은 목도에 실린 염력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이내 사라져 갔다. 사바신은 거침없이 달리며 나찰과 수라를 상당수 부숴 나갔다.

“와라, 와라, 와라아앗–!!!”

오크들은 자신들을 거의 활약하지 않게 해 주던 나찰과 수라들이 목각 인형처럼 처참히 부서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슬슬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오크들이 천천히 후퇴하는 모습을 본 사바신은 크게 웃으며 왼쪽에서 돌격해 오는 나찰 한 대를 맨손으로 잡은 후 오크들이 있는 쪽으로 맹렬히 내던졌다.

“크하하하핫!!! 도망치는 건 자유다!! 하지만 장난감은 도로 가져가야지!!!”

사바신에 의해 던져진 나찰은 오크들 사이에 처박힌 후 수십 미터를 밀려 나갔고, 그 범위 안에 들어있던 오크들의 몸은 처참히 깔리고 짓이겨졌다.

“가자, 카루펠–!! 달리는 거다!!!”

여관 앞에 매어진 채 할 일 없이 날만 보내고 있던 거마 카루펠은 지크와 린스를 태우고 포효를 하며 왕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크로서는 가는 시간 동안 충격도 회복할 겸, 린스를 안고 가는 불편도 덜 겸 카루펠을 끌고 가는 것이었는데, 카루펠의 최대 속도를 알지 못하고 있던 지크는 카루펠이 말 치고는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내심 놀라워했다. 카루펠도 상황을 아는 듯 최대의 속도로 달리는 중이었다. 말의 크기도 그렇고, 무게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수도의 거리에 깔린 마차용 반석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카루펠의 발굽이 지나가면 그 힘을 견디지 못해 사방으로 깨어져 날아가 버렸다.

지크의 뒤에 꼭 매달려 있던 린스가 조금 후 지크에게 묻기 시작했다.

“엄마는, 미네아 이모는 무사하겠지?”

말 고삐를 잡은 채 달리는 데에 열중하던 지크는 여느 때와는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소리치듯 대답했다.

“무사하시지 않다면 무사하시게 만들 겁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아요!! 리오만큼은 못할지 몰라도 당신도 지켜드릴 테니 말이에요!!!”

린스는 놀란 얼굴로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건달로만 알고 있던 지크가 이렇게 진지한 면을 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크의 그런 뒷모습을 배경으로, 레프리컨트 왕성의 모습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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