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51화
지크는 카루펠보다 더 빨리 달려 공작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지크는 도착한 순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게 되었다. 저택이 있던 장소는 퓨리의 범위 안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평평히 다듬어진 지면만 있을 뿐‥.
“제, 제기랄! 그 검둥이도, 아주머니들도, 아저씨도 애들도!!!! 빌어먹을 녀석들!!!!!”
지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울분을 토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희생은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게 분노에 떨고 있는 지크의 뒤에서 살짝 인기척이 났다. 지크의 머릿속엔 능청이나 연극이 분노로 인해 사라진 상태였다.
“어떤 자식이냐–!!!”
“아앗!”
지크는 뒤에서 다가오던 누군가의 가슴을 발로 밟은 후 무명도로 머리를 날릴 태세를 취하였다. 그때, 지크의 동작이 순간 멈추었다.
“‥어라?”
지크의 발 밑에 깔려 있는 그 누군가는 거의 내보이지 않던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훗, 역시 틈이 없군‥. 내 스승님이 인정한 녀석이야 역시.”
지크는 얼른 마키의 몸에서 발을 치운 후에 그녀를 일으켜 주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지?”
마키는 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공작님과 함께 피신을 했어.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공작님이 피신시키셨지. 아마‥이곳이 이렇게 날려지기 수시간 전이었을 걸?”
지크는 안도의 한숨을 땅이 꺼져라 하며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후‥진짜 십년감수했네‥. 근데, 넌 왜 여기 있었어? 잊은 물건이라도 있었냐?”
마키는 조용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음, 하지만 찾았으니 됐어.”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마키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여기서 꾸물댈 시간이 없어!! 난 저기 왕성이 있었던 장소로 가볼 테니 넌 남쪽 성문 근처로 가, 거기로 가다가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과 같이 기다리고 있어. 자자, 어서 가!!”
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크와 꽤 멀리 떨어진 마키는 혀를 약간 내밀며 짧게 중얼거렸다.
“‥바보.”
리오는 두 검을 자신의 양쪽 방향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리오를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에 일직선의 긴 흔적이 생겨났다. 리오는 그 후 두 개의 검을 땅에 박은 후 앞을 향해 소리쳤다.
“이 선을 넘는 자는 너희들 중 누구를 막론하고 없앤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마그엘은 감탄한 듯 입을 동그랗게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워닐은 그녀를 살짝 바라보았다. 마그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호오‥설령 신이라 해도‥?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리오·스나이퍼. 당신이 지금 스스로 제2 안전 주문까지 풀어 강하다 해도 우리를 절대 이길 수는 없습니다.」
리오는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시간도 많은데 설명이나 해 보시겠습니까? 마그엘 신이시여.”
마그엘은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
「‥후훗, 그냥 신이라서는 아니에요. 미안하게도‥. 당신이 만약 휀·라디언트라는 빛의 가즈 나이트였다면 몰라도, 당신이 리오·스나이퍼라는 무속성의 가즈 나이트라서 승리는 절대적으로 나의 것이에요. 이변이 일어나 당신이 저보다 강해져도 말이죠.」
리오는 움찔하며 마그엘에게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마시오!! 힘에 있어서는 내가 휀보다 강해! 그리고, 나도 어차피 이기려고 이곳에 있는 게 아니야!! 당신들을 막을 뿐이야!!! 나와 싸우려면 어서 싸웁시다 마그엘 신!!! 신경전을 펴지 말고!!!!”
리오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은 마그엘은 피식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후훗‥과연 가즈 나이트들에 대한 소문은 틀린 것이 없군요. 전투 시엔 생각 없이 몸이 달아올라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홋홋홋홋. 만약에‥내가 당신에게 죽음을 당한다 해도? 내 옆엔 아직 ‘신’이 두 명이나 있지요. 세 명의 신을 모두 상대할 만큼 당신이 강할까요? 그것도 보통의 여신이 아닌 투신급의 여신들인데?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을 때부터‥아니, 주신께서 저희들을 죽이지 않고 벌만 주셨을 때부터 운명은 시작된 것이에요. 거역하지 말고, 이 세계에서 동료들과 떠나세요. 그렇게 되면 당신들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고, 우리들도 좋은 것 아닌가요? 호호홋‥.」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마그엘을 바라보던 리오는 잠시 생각한 후 팔짱을 끼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훗‥하하하하하핫!! 타협을 하시려고요? 후훗‥두렵긴 두려운 모양이군요 마그엘 신. 어쨌든‥당신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 내 자신도 의심스럽지만 전 지금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의 말을 했겠지요. 자, 더 이상 할 말은 떨어졌소, 맘대로 하시오.”
마그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신장 루카가 마그엘에게 정신파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마그엘 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주시면 제가 당장 저 녀석을 없애 버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신이시여!!』
『‥멍청한 짓 하지 말아요 루카. 내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저 리오란 남자의 지금 힘은 이스말 신과 동등‥아니 그 이상이에요. 물론 공격력에서만 비교하자면 말이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나도 힘든데 하물며 당신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어림없는 소리‥죽기 싫으시면 가만히 있어요.』
루카는 움찔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가 리오의 뒤에서 또 다른 힘의 존재를 느낀 그는 시선을 리오의 뒤쪽으로 돌려 보았다.
“리오, 뭐하는 건가.”
바이칼은 리오의 등판을 툭 치며 물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앞을 보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저기 계시는 세 여자분하고 좀 트러블이 있어서‥. 근데 넌 왜 왔지?”
바이칼은 자신의 군청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긁으며 대답했다.
“이 몸과 친구라고 감히 떠벌리고 다니는 어떤 얼간이를 말리려고.”
“‥후훗, 고맙군 그래.”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이스말은 그녀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된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어 올리며 마그엘에게 말했다.
「마그엘, 나와 요이르가 아무래도 실제로 증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어때.」
마그엘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저 녀석을 죽이지는 말아, 여기서 죽이면 3개월 후 또다시 귀찮아지니까. 나와 워닐이 마무리할 거리는 남겨둬.」
요이르와 이스말은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신장들은 모두 가만히 있었다. 리오는 바이칼을 툭 치며 말했다.
“온다, 넌 피해!”
바이칼은 말없이 리오를 바라보다가 아무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조용히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설 뿐이었다. 리오는 곧바로 자신의 기를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앗–!!!!”
곧, 지면을 울리며 리오의 몸에선 푸른색의 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근처의 지면은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공중에 떠 있는 구름들도 기의 압력에 밀려나듯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다시금 두 검을 잡은 리오는 고성을 내며 두 여신들에게 몸을 날렸다.
“간다–!!! 궁극 살신기(殺神技), [지하드]–!!!!!”
리오의 외침에 여신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기술의 이름을 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이칼의 눈 역시 크게 떠졌다.
‘아니, 처음부터 저 기술을‥?’
리오의 온몸에선 녹색의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빛의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의 최종 기술 [레퀴엠]과 맞먹는다는 초 기술인 살신기 지하드의 모습이었다.
「‥.」
이스말과 요이르는 공중에 몸을 띄웠다. 피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리오는 즉시 그녀들을 따라가며 맨 처음 이스말에게 지하드를 펼쳤다.
“크오오오오옷–!!!”
순식간에 이스말의 몸은 녹색의 빛을 띤 수천 개의 검광에 사로잡혔고, 그녀의 몸은 잔인할 정도의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살이 터지고 피가 튀는 광경이어서 이스말 밑의 신장인 발러와 트라데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치이이이익‥
리오의 양 검은 약간의 소리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드가 발동될 때 검에 걸리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철검은 지하드 사용 개시 전에 타버리고 만다. 리오의 몸에서도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리오의 몸이 타는 것은 아니었다. 몸에서 나는 열 때문에 땀이 증발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리오는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이스말의 몸은 아직도 피해를 입은 채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성공한 건가 생각한 리오는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요이르에게 지하드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생각이었다.
「멋지군 리오 스나이퍼‥분명 네가 휀·라디언트였다면 날 이 자리에서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홋홋홋홋홋‥.」
리오는 깜짝 놀라며 이스말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재생되지 않을 것 같이 피해를 입은 상태였는데 빠른 속도로 재생이 되는 것이었다. 공기 중에 떠 있던 혈액들도 다시 몸 안에 들어갔다. 옷조차‥. 마치 시간이 뒤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리오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니 어째서‥? 부르크레서도 없앴는데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