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55화
1장 [꿈의 부활]
“정말 보셨나요? 길이가 40여 미터나 되는 큰 공룡을요?”
한 뉴스 기자의 질문에 항구 근처 시장의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선 비릿내가 그 여 기자의 코를 자극해 왔지만 그런 것은 사람들의 얘기가 다 잊게 해 주었다. 아주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보고 말고요! 내 이 두 눈으로만 본 게 아니고, 옆에 있는 셈 씨와 수블 씨를 비롯해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 모두 다 보았다고요. 그리고 처녀, 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그건 공룡이 아니고 드래곤이에요 드래곤! 소설도 안 봤나‥.”
기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맨은 곧 초점을 여 기자에게 돌렸고 기자는 자세를 바로 하며 멘트를 계속 이어 나갔다.
“네, 지금까지 현장에 있었던 주민들의 말을 들어 보았습니다. 과연 진짜 그 공룡‥아니 드래곤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영국 더블린에서 티베·프라밍이었습니다.”
카메라의 불이 꺼지고, 기자는 한숨을 쉬며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파리에서부터 런던까지 연료가 들지 않는 기구로 종일 날아와서 취재한 처음이자 마지막 내용이었기에 성취감보다는 허탈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피곤한 표정의 그녀 앞에 맑은 유리컵에 담긴 우유가 불쑥 다가왔다. 그녀는 그 우유를 받아 들며 자신에게 우유를 건네준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까 인터뷰를 했던 아주머니였다.
“힘들겠수, 프랑스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날아와서 우리랑 인터뷰 하는 게 끝이라니 말이오. 그거 마시고 힘내요.”
기자, 티베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친절이라 기분만으로는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우유를 홀짝홀짝 마시는 그녀에게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슬쩍 말을 건네었다.
“음‥사실 TV엔 처음 나오는 거라 긴장해서 말은 다 못했소. 내가 이 말 해도 화내지 않으면 좋겠는데‥.”
티베는 깜짝 놀라며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티베는 웃으며 아주머니를 안심시켜 주었다.
“괜찮아요, 그럼 저만 알고 있죠 뭐.”
아주머니 역시 웃으며 안심한 듯 입을 열었다.
“고맙소, 사실‥그 드래곤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드래곤이 입에서 뿜어내는 파란 빛에 정신이 없어서 잘 보진 못했지만 난 거의 똑똑히 보았다오. 그 드래곤의 어깨에 사람 아니면 사람과 비슷한 것이 타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내가 드래곤의 껍질을 잘못 봤을 수도 있지. 아직 그 드래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오. 그리 신경은 쓰지 마오.”
그 아주머니와 헤어진 뒤 티베는 스텝과 함께 마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 시작했다. 연료 소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동차가 개발되기 이전 시대로 거의 모든 교통수단이 퇴화되어 버린 것이었다. 전기 자동차를 쓰는 사람은 어마어마한 부자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작은 소형차라도‥.
몇 시간이 걸려 공항에–공항이라고 해봤자 별 시설은 없었다. 약간의 시설이 갖춰진 건물에 대형 비행선 몇 대가 있을 뿐이었다–도착한 스텝과 티베는 전용 비행선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리던 도중 티베는 거의 버릇처럼 검은 유리 앞에 서서 머리와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보았다. 175cm의 키와 균형이 잡힌 그녀의 몸매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에 못을 박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순수한 얼굴의 아름다움은 뉴스 시청률을 크게 올려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을 정도로‥.
“티베, 춥지 않아?”
“아, 팀장님.”
카메라맨이자 팀장인 베셀은 중년의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티베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었다. 티베는 빙긋 웃으며 차를 받아 후루룩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제의를 잘 거절하지 않는 성격의 그녀여서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꽤 높았다. 특히 베셀은 석유 쟁탈 전쟁으로 인해 9학년의 딸과 부인을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들과 둘이 살고 있어서 티베에게 딸과 같이 잘해 주었다.
“흠‥우라늄들이 사라지기 전보다 좋은 게 딱 하나 있군 그래‥.”
티베는 작은 종이컵의 온기를 양손으로 느끼며 자신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 베셀을 바라보았다.
“음‥무엇인데요 팀장님?”
베셀은 피우는 담배가 아닌 작은 헝겊 자루에 담긴 씹는 담배를 입안에 넣으며 말했다.
“‥낭만이 있지 않나. 하긴, 어쩔 수 없이 마차와 비행선, 기구를 타는 것이지만 석유 쟁탈전과 관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선 점점 여유가 생기고 있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아, 친척이신 힐린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계속 똑같으시죠 뭐. 그런데 그분도 팀장님과 똑같은 말을 하시곤 해요. 전기가 줄어듦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을 파먹고 눈을 속이는 것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요. 하지만‥단 하나, 자원 쟁탈전만은 싫으시다 하시더군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그분은 특히 그러시죠.”
티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영국의 오늘 날씨는 정말 칙칙했다. 정말 글자 그대로 울 것 같은 하늘이었다.
그런데, 그 하늘에 검은 점들이 하나, 둘씩 찍히기 시작했다. 새들이겠지 생각을 한 티베였으나 그 새들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자 그 생각은 이내 달라지고 말았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공항의 최상층은 엄청난 충격을 입었고 그로 인해 거의 가건물과 같던 공항 건물들은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물론 쓰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천정이 차례로 무너지는 것이었다.
“티베, 피해!!!”
“꺄아악–!!!”
베셀은 몸을 날려 티베를 붕괴되는 천장으로부터 밀어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하반신이 깔려버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앗–!!!”
베셀은 그 통증에 견디지 못해 바닥을 긁으며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깔린 것인지 몰라도 그가 몸부림을 칠 때마다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티베는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정신이 없어 하자 양손을 모으고 베셀을 깔고 있는 천정 잔해를 바라보았다.
“5급, 텔레키네시스‥!!”
그녀의 양손에서 녹색의 빛이 방출됨과 동시에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천정은 두둥실 들렸고 그 사이 티베는 베셀을 안전한 장소에 끌어낼 수 있었다. 베셀은 옆구리에 심한 찰과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가 고통에 의식을 잃고 있자 티베는 다시 한번 손을 모으고 입을 중얼거렸다.
“‥6급, 힐링‥!”
이번엔 흰색의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이 닿은 상처는 점차 아물기 시작했고 출혈도 당연히 멎었다. 베셀의 얼굴에서 고통의 모습이 사라지자 티베는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계단 쪽에서 철컥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티베는 흠칫 놀라며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검은 제복을 입은 병사들과 그 병사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장교가 웃음을 띄고 서 있었다.
“오‥BSP를 제외하고 저런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인간이 있었다니, 놀라운걸? 저 여자를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