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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1화


2장 [새벽]

서울 근교의 한 연구소 안. 연구팀들은 각자 맡은 기자재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다음 날 0시를 기해 그들은 실업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BSP 전용 기기 연구소]

‥라고 쓰인 연구소의 간판도 기계에 의해 내려왔다. 기계 운전수는 간판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유압식 기계 팔을 이용해 간판을 네 조각으로 만든 뒤 트럭에 실었다. 부서지는 간판을 보며 그 연구소의 소장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는 다행히도 연구소 자체만은 빼앗기지 않게 되었다. 그의 연구소 소장 직위는 그가 포기하거나 급사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연구소를 그가 사들인 탓이었다. 직원이 과연 몇이나 남아줄지 의문이었지만 현재 28명의 직원 중 두 명만이 다른 직장을 구해 보겠다는 의사를 정확히 밝혔기 때문에 그리 절망적이진 않았다.

다음 날, 그는 남아준 26명의 직원과 함께 텔레포트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재개했다. 기자재를 모두 압류당하고 싼 기자재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험은 예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소장은 야밤에 직원 두 명과 밤샘 작업을 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텔레포트 시스템이 그날 아침 1분간 이상 움직임을 보인 탓이었다. 하지만 18시간이 지나도록 다시 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고, 직원 두 명은 소파에 누워 실험용 코트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소장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의 나이를 말해주는 흰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우‥아침엔 고장이 났던 모양이구먼. 빌어먹을‥.”

두 시간 후, 소장 역시 잠의 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진 못했다. 기판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던 소장은 움찔하며 일어나 텔레포트 존을 바라보았다. 아무 변화도 없는 상태였다.

“‥꿈이었나? 흐으음‥예전에 티베가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땐 희망이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역시 아직은 부족한 모양이군. 음‥그러고 보니 티베는 프랑스에서 잘 있을까? [제네럴 블립]사의 얼간이들에게 또 잡히진 않았는지‥가끔씩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은 하지만‥.”

치직

“‥?”

어디에선가 스파크 소리가 들려오자, 소장은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전인가? 아니지, 비도 안 오는데‥?”

이윽고 소장의 시선은 텔레포트 패드로 옮겨졌다. 그 즉시 그는 벌떡 일어서며 자고 있는 두 명의 직원에게 달려갔다.

“이보게!! 이보게들!!! 징조가 왔네, 징조가 왔어!!!”

직원 중 한 명이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하으음‥돌려보내세요 그냥‥징조가 누군진 몰라도‥잉!? 뭐라고요?”

소장은 텔레포트 패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거의 환희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저길 봐 저길!!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어, 그것도 점점 크게!!! 무언가 오고 있는 것이 확실해, 우린 성공했‥.”

파아아아아악–!!!!!

소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텔레포트 패드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장은 입을 벌린 채 말을 잊었고 직원 두 명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파아앙–!!!

텔레포트 패드의 제어기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연구실 안을 가렸고, 직원들은 급히 소화기를 동원해 제어기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했다. 소장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텔레포트 패드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니, 이젠 아예 부서지는군. 근데 연기 때문에 안이 잘 안 보이는군. 뭘까‥으헉? 저, 저럴 수가–!!!”

소장은 자신의 눈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두 명의 젊은이가 텔레포트 패드 위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즉시 전원을 내리고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과 함께 두 젊은이를 끌어내었다. 군청색의 머리를 한 183cm가량의 청년과, 붉은 장발의 195cm가량의 청년 둘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둘은 엄청난 상처를 입고 있어서 소장은 구급약으로 긴급 지혈을 하였고 자신의 친구가 경영하는 병원에 급히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나서 두 청년의 피 묻은 옷을 벗긴 후 간단한 옷을 입힌 채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소장은 두 직원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중얼거렸다.

“‥어째서 티베가 올 때와 똑같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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