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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74화


보통 인간은 분명 아니었다. 회장도 그의 아들도 라기아라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넥스가 일어서며 인사를 했다.

“반갑소, 넥스라 하오.”

라기아는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넥스는 속으론 불쾌했지만 성질을 누르고 조용히 앉았다. 회장은 라기아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다른 세계에서 오신 첫 손님이 미인이시라 참 기분이 좋소, 하하핫‥.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

라기아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훗, 믿건 안 믿건 회장 당신의 자유입니다. 전 이 세계에선 속칭 마녀라 불리지요. 호호호호홋‥. 전 별로 얘기할 것이 없습니다. 와카루 박사가 모든 것을 말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죽어라 쫓아다니는 이 세계에 두 명뿐이라는 마법 사용자에 대한 일도 말끔히 처리해 줄 것입니다. 전 와카루 박사를 감시하러 온 것뿐이니까요.」

회장은 놀란 눈으로 와카루를 바라보았고, 와카루는 어깨를 한번 으쓱인 후 말을 시작했다.

“뭐, 차차 익숙해지실 것입니다. 어쨌든 말씀드리지요. 전 그 세계에서 마법 문명과 고대 문명의 힘을 익혀 이 세계에선 완성하지 못했던 저의 생체 병기들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재는 이분들이 다 가져다주시더군요, 허허헛. 자, 제가 가져온 노트북에 그 병기들의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와카루 박사는 미소를 흐리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노트북을 편 후 홀로그램 드라이버를 가동시켰다. 그러자 노트북 위엔 검은색의 인간형 입체 영상이 떠올랐고 그 영상을 본 회장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호오‥! 이것은 당신이 개발하려고 하다가 한도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했던 그‥!”

와카루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나찰]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형제뻘 되는 병기지요.”

와카루 박사의 손가락이 날카롭게 키보드를 두드렸고, 또 다른 영상이 곧 떠올랐다. 이번엔 붉은색 장갑질에 네 개의 팔이 달린 존재였다.

“[수라]입니다. 나찰보다 기동력과 스피드는 좋지 않지만 파워와 장갑이 좋습니다. 전 세계에선 머신건이나 미사일 등의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육탄전만을 위주로 사용했지만 이 세계에서 무기 개량을 한다면 거의 완벽한 병기가 되겠지요. 아마 전차나 헬기 등을 더는 사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체 병기이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도 없습니다. 이들은 생물처럼 육식과 채식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기 회복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부가 노동 인력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파괴된다 해도 표면 안쪽에 들어있는 다량의 세포질이 일정 시간 동안 근처의 생물을 공격하기 때문에 뭐‥더는 말씀드릴 필요가 없지요.”

넥스는 와카루 박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생체 병기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며 박사에게 물었다.

“하지만, 만약 먹을 것이 부족하면 어떻게 합니까. 사료를 줄 수도 없고‥.”

그러자 와카루 박사는 눈을 지그시 뜨며 이상한 웃음을 지은 채 대답했다.

“후후훗‥제가 말씀드렸지요, 이 귀염둥이들은 육식과 채식을 ‘가리지 않고’ 합니다. 식량이야, 이 세계에 70억이나 걸어 다니지 않습니까‥? 줄이는 것도 괜찮겠지요, 후후후후훗‥.”

그 대답에 넥스와 마크 회장, 그리고 라기아는 등골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상당히 잔악한 생각을 별 거리낌 없이 웃으며 토하고 있는 와카루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에 가까웠다. 와카루 박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음?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니요. 그럼‥견본을 볼 수 있겠소? 아니면 성능 시험이던가‥.”

회장은 말을 돌려 보았다. 그러자 와카루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회장의 책상 위에 있는 지구의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지구의를 세게 돌리며 말했다.

“자, 아무 곳이나 찍어 보십시오. 아, 넥스 도련님이 해 보시겠습니까?”

넥스는 미심쩍은 눈으로 와카루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지구의의 한 부분을 짚어 멈춰 세웠다. 넥스는 자신의 손가락 밑에 있는 도시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예루살렘.”

그러자 와카루는 손을 한번 마주친 후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두드렸다.

“좋습니다, 어차피 마음에 안 드는 도시였는데 잘 됐군요. 음‥더운 지방이니 나찰은‥20대쯤, 수라는 30대쯤 보내겠습니다. 아, 개인 위성 TV는 당연히 있으시겠죠? 예루살렘을 잡아 주십시오. 오, 이건 미성년자 관람 불가 급의 성능 시험이 될 것 같군요. 좀 잔인할지 모르겠거든요. 후후후훗‥.”

넥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성 TV의 스위치를 눌렀다. 서재의 한 부분이 크게 열리며 가로세로 2m 정도의 대형 정사각형 스크린이 나타났다. 넥스는 리모컨을 두드려 이스라엘을 클릭하였고, 다시 예루살렘을 클릭하였다. 연결 중이라는 메시지가 떴고 대기시간 20분이란 메시지도 또한 떴다. 그 사이 와카루 박사는 작업을 다 끝낸 듯 손을 부비며 회장에게 물었다.

“음‥블랙 프라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만‥. 잘 되어 가십니까?”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저어 버렸다.

“음‥약 한 달 동안은 엠펠러 장군이 알아서 잘했지만 갑자기 유럽 쪽에서 날파리 하나가 나타나 방해를 하고 있소. 그 덕분에 하루 석유 수입이 10% 정도 줄었소. 엠펠러와 계약했다는 악마 네그도 그 날파리와 한번 마주친 후 우리에게 필요한 그 마법사의 일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요. 얼굴은 복면을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내 아들 넥스도 다치고 말았소. 약간은 골칫덩이요.”

네그란 이름을 들은 라기아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네그? 그 마 귀족 네그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회장?」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 마녀라고 하시니 알긴 하시겠구려. 난 그쪽 일은 잘 모르니 이해해 주시오.”

라기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네그님이 그렇게 자신 없어할 정도의 실력자가 이 세계에 있단 말인가‥? 악마계 1000위 안에 드는 강마(强魔)신데‥.」

그 말을 들은 와카루는 눈을 반짝이며 회장에게 물었다.

“혹시‥그 날파리가 회색 망토에, 붉은 장발을 하고 있습니까?”

회장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러고 보니 그런 차림을 한 것 같소. 아는 자요?”

와카루 대신 라기아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뿐입니까‥! 그 괴물 녀석, 최강의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하긴, 그 녀석이니 네그님도 어쩔 도리는 없겠지. 어어 여신님들도 영 운이 없군‥. 그 방해자가 다시 나타나다니‥!」

그 말에 넥스는 피식 웃으며 와카루에게 물었다.

“흥, 그 빨간 머리, 꽤 강한가 보지요?”

내내 미소만을 짓고 있던 와카루의 얼굴엔 결국 미소가 사라져 버렸다. 와카루는 주름진 손으로 미간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라기아님과 다른 분들께 전해 들은 바, 그 젊은이는 귀찮은 날파리 정도가 아니라 블랙 프라임 계획 전체를, 아니, 마음에 안 들면 이 지구를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강적입니다. 전투력 하나만으로 따진다면 나찰과 수라는 장난감 병정 정도지요. 블랙 프라임 본부에 대한 은폐 시스템을 강화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는 제가 있던 세계로 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와 라기아님은 아예 나가지 않는 게 좋을 듯하군요.”

회장과 넥스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둘이 그 드래곤에 관한 말만 듣고서 완전 기세가 꺾였기 때문이었다. 와카루 박사는 한숨을 쉰 후 다시 웃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아, 그런데 마법사가 왜 필요하신 겁니까? 궁금하군요.”

그 답변은 넥스가 대신했다.

“박사도 잘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광학 병기 분야의 최고봉인 독일의 카라크 박사 말입니다.”

“아, 그 알코올 중독자‥! 그런데 그가 왜 나옵니까?”

넥스는 코웃음을 살짝 친 후 계속 대답했다.

“지금까지 이 세계엔 광학 병기라고는 범위가 실오라기 같고 관통력만 있는 레이저 광선뿐이었죠. 하지만, 그가 BSP들의 전투 화면을 보면서 정신 에너지를 응용한 새로운 광학 병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만화에나 나오는 최고의 무기지요. 물론 레이저보다, 심지어 총탄보다 광선이 날아가는 속도는 느리지만 화력은 굉장합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BSP가 해체된 후 BSP에 속해 있던 단 하나뿐인 마법 사용자도 행방불명이 되어 그 무기의 실용화는 불가능하다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우연스럽게 한 프랑스 TV 여기자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잡았었는데 그 마법이란 것의 파괴력을 우습게 봐서‥다시 잡으려고 노력 중인데 지금은 또 그 드래곤과 같이 있기 때문에 당신들의 말을 들어보니 거의 불가능‥할지도.”

그러자 라기아가 빙긋 웃으며 와카루 박사를 바라보았고, 와카루 역시 웃으며 말했다.

“흠‥그럼 걱정 마십시오. 저쪽 세계에 남고 남는 것이 마법 사용자니까요. 얼마든지 실험 재료는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 골치 아픈 한 명은 버리십시오. 후후훗‥빔 포를 단 나찰과 수라‥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치는군요! 하하하핫‥!! 아, 벌써 시간이 다 되었군요. 화면이 나옵니다, 후후후후훗‥자, 시작해 볼까요?”

회장과 그의 아들은 관심 어린 얼굴로 예루살렘의 위쪽이 잡혀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 화면은 시장을 잡고 있었다. 예루살렘 시민들은 밝은 얼굴로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회장과 넥스는 이상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곧 닥쳐올 공포에 그들의 밝은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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