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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92화


8장 [바람, 그리고 광시곡]


시간은 다시 리오와 바이칼이 다른 차원으로 날아간 직후‥.

바이론은 펜던트 얘기를 꺼낸 노엘을 바라보았다. 노엘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펜던트라고? 한번 말해 보시지‥.”

바이론은 싸늘히 노엘에게 말했고 노엘은 숨을 꿀꺽 삼키며 대답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본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크팰‥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 어차피 일은 터진 것이니까‥. 아, 저기 있군‥.”

바이론의 말을 들은 일행은 그가 직시하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질주하고 있는 큰 말에 탄 네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말은 일행의 앞에서 베로니카의 명령에 따라 움직임을 멈추었고, 등에 있던 넷은 차례로 내렸다. 린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리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노엘에게 달려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큰 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노, 노엘‥ 리오는? 빨간 머리는!! 설마 죽은 건‥!!”

노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린스는 멍한 얼굴로 노엘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이론은 모두가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주위의 일행에게 말했다.

“모두 여기서 철수한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항구 쪽이 좋겠지.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아도 좋다, 결과는 책임지지 않아.”

“아니야!!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그 녀석은 분명히 돌아올 거란 말이야!!”

린스는 눈물을 터뜨리며 바이론에게 소리쳤다. 노엘은 그녀를 말릴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이는 말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귀찮은‥!”

순간, 바이론은 자신의 큰 손으로 린스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살기가 어린 미소를 지은 상태로 중얼거렸다.

“한 번만 더 리오 녀석의 말을 꺼내면 널 죽여버리겠다. 난 상관없어, 속마음 같아선 여기 있는 가즈 나이트들 빼고는 모두 없애버리고 싶지. 크크크팰‥ 솔직히 너희들의 꼴사나운 전투 능력은 우리에겐 도움이 안 돼, 치유 마법? 우리가 가진 자체적인 치유 능력이 더 좋아. 너희들은 입 달린 짐일 뿐이야, 부정하지는 못하겠지. 크크크크팰‥!”

그때, 슈렌이 앞으로 나서며 바이론의 어깨를 잡았다. 바이론은 슈렌을 흘끔 바라보며 린스를 내려놓았고 린스는 노엘에게 안겨들어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뭐냐‥ 슈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크크크크팰‥.”

“‥됐어.”

슈렌은 다시 바이론의 어깨를 놓아 주었다. 레디는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자, 모두 여기서 떠납시다. 우선은 여기서 떠난 후에 다음 일을 생각해 보지요.”

그러자 사바신이 자신의 거대한 목도, 팔봉신 영룡을 등에 지며 모두에게 말했다.

“날 따라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내가 조치를 좀 취해 놨지. 근처에 있는 마을에 가면 되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모두가 사바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도, 거마 카루펠은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루펠에게 다시 다가가 마치 인간에게 얘기하듯 카루펠에게 물었다.

“‥여기서 주인을 계속 기다릴 거니‥?”

카루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지크가 있던 방향을 돌아보았다. 레이는 카루펠의 두꺼운 목을 만져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중에 꼭 다시 보자‥.”

그렇게 일행들은 레프리컨트 왕국의 수도에서 빠져나갔다. 그날을 기점으로, 레프리컨트 왕국은 벨로크 공국과 합병이 되었다. 공국의 마동왕은 레프리컨트 여왕과 공주인 린스, 그리고 다른 왕족들을 모두 반역자라는 이름으로 수배령을 내렸고, 투항하지 않은 고위 신하들도 모두 수배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암흑시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여왕님, 괜찮으십니까?”

베로니카는 허름한 여관의 침대에 앉아 있는 레프리컨트 여왕에게 안부를 물었다. 여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힘이 쭉 빠진 웃음이어서 베로니카는 가슴이 아팠다.

“괜찮아요, 사람이 자는 곳인데 설마 불편하겠어요? 아무 걱정 말고 베로니카도 쉬어요. 린스도 곧 올 테니 말이에요.”

“‥예,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길‥.”

베로니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여관 복도의 긴 의자엔 녹색의 스포츠 머리 청년, 레디가 사바신과 함께 앉아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디는 베로니카가 나오자 흘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도 쉬십시오, 저희들보다 더 고생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우리가 아직 힘 쓸 일이 안 생겼으니까.”

레디는 그렇게 말한 사바신을 다시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그게 더 다행이잖아 사바신. 자, 어서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베로니카. 경비는 저희들에게 맡기십시오.”

베로니카는 말 없이 미네아와 자신이 쓰는 방으로 향했다.

슈렌은 여관 앞에 서서 바깥 경비를 맡고 있었다. 싸늘한 밤바람이 그의 파란 장발을 흔들어 놓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창, 그룬가르드의 표면을 문질러 보았다.

“슈렌 오빠‥.”

슈렌은 뒤에서 루이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바람이 차갑구나‥ 들어가.”

루이체는 큰 머그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를 평평한 손잡이 위에 놓은 후 들어가며 말했다.

“커피는 여기다 둘게, 수고해 오빠.”

슈렌은 아무 말도,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곧 문이 닫혔고, 슈렌은 뒤로 팔을 뻗어 루이체가 놓고 간 커피를 손에 들었다. 커피는 그가 먹는 것 중 가장 해로운 식품이었다. 그가 커피를 먹을 때는 정신적 긴장이 필요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였다.

사삭–

나뭇잎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슈렌은 살짝살짝 마시던 커피를 한 번에 들이킨 후 컵을 루이체가 놓았던 자리에 다시 놓았다. 그리고 그는 방금 마신 뜨거운 커피 덕분에 입에서 입김을 뿜으며 중얼거렸다.

“‥조용히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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