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03화
“‥! 12 신장‥!?”
로드 덕은 루카가 방금 테크를 어떻게 공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주위의 기류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었다. 12 신장에 대해 여러 도시를 다니며 연구한 그에게 있어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어졌다.
“시, 12 신장? 로드 덕, 그냥 당신과 비슷한 마력의 소유자가 온다고만 했잖아요!”
리마는 당황한 얼굴로 로드 덕에게 소리쳤다. 그들 일행은 아슈탈을 제외하고 12 신장의 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예전에 라우소를 만났을 때, 그들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기절한 기억도 있었다. 로드 덕은 침을 꿀꺽 삼키며 루카에게 물었다.
“‥천공의 신장‥루카인가?”
그 말에 루카는 의외라는 듯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내 이름을 알고 있군. 그냥 오래된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내
이름을 안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 너희들의 생명이 얼마간 연장된 것 뿐‥? 후후후
훗‥. 홀핀,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루카님. 자아‥내 귀염둥이들아, 활약해 보거라.」
홀핀은 천천히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서성대던 좀
비와 스켈튼들이 일제히 로드 덕 일행들에게 돌아섰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아슈탈은 숨을 가볍게 쉬며 자신의 검, 블루 노드를 뽑아 들며
리마에게 말했다.
“‥저 멍청이나 깨워 어서. 저녀석이라도 있어야 도망칠 확률이 높아질 테니.”
그 말은 리마의 마음 속에 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리마는 품
에서 약을 꺼내어 기절한 테크의 코 밑에 대었고, 테크는 약에서 풍기는 강렬한 냄
새에 의식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우‥우욱! 빌어먹을‥!!!”
테크는 평상시와 같이 거칠게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선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바로 자신들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 들이었다. 용병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한 경험이 있는 테크는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숫자와 뒤에 버티고 있
는 홀핀, 루카의 힘을 계산해 자신들의 힘과 차이를 낼 수 있었다. 결과는 뻔했다.
“‥좋아, 괜찮아! 천마리가 넘는 슬라임에게 포위되었을 때도 탈출한 나야!! 내가
왜 〔말페스 최후의 용병〕이라 불리는지 가르쳐 주지!!!”
테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뒤에 있는 로드 덕에게 눈짓을 보냈다. 로드 덕은 무슨 생
각을 테크가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로드 덕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양 손을
모으고 주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테크는 맨 이터를 거머쥔 자신의 손
에 힘을 더욱 넣은 후 그 위에 긴 밴드를 감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힘이 빠져 검을
놓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용병들이 대 백병전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 모
습을 본 아슈탈은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신을 차렸나 보군‥.”
손과 검을 고정시킨 밴드를 확인한 테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에 홀핀과 루카를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너희들 맘대로 해 봐!! 하지만, 너희들 뜻대로 상황이 가진 않을 거다!!
덤벼 봐 해골 바가지들!!!!”
홀핀은 손을 앞으로 강하게 뻗었고, 언데드 몬스터들은 곧 로드 덕 일행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거나 먹고 소리쳐–!!!”
테크는 채찍 형태로 늘인 맨 이터를 달려오는 스켈튼 들에게 거세게 휘두르기 시작
했다. 원심력이 실린 맨 이터의 날들은 하나 하나가 해머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사나운 기세에도 불구하고 스켈튼들은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뼛조각이 얼굴에 튀
어 고약한 냄새를 풍겼지만 그런 감각은 지금의 테크에겐 무의미했다.
“간닷–!!”
리마도 테크의 공격에 동참했다. 그녀는 준비하고 다니는 작은 폭약을 스켈튼 무리
에게 내던졌고 폭약의 폭발 범위 안에 들어간 스켈튼들은 처참히 폭살되기 시작했
다.
아슈탈은 블루 노드의 마력을 이용해 좀비들과 싸우고 있었다. 블루 노드는 성검이
라 불려도 좋을 정도의 푸른 빛을 뿜어내며 좀비들의 몸을 잘라갔다. 아슈탈은 자
신의 몸이 1년 전, 마왕 아슈테리카와 싸울 때처럼 움직여 주는 것에 매우 고마워
했다.
‘조금만‥조금만 버텨라 모두들‥!’
로드 덕의 번질번질한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도 황색의 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홀핀은 그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력하자 감탄을 금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저항을
하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과연 언제까지 저런 모습이 나올지 궁금해 지기도
했다.
「대단하군요 저 인간들. 저항이 상상 이상이에요. 이러다가 저들에게 막혀서 임무
를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자, 루카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핫–!! ‥역시 급수가 높은 마족이라도 별거 아니구나. 저들이 진짜
저항 한다고 생각하나? 그럴 리는 없어, 내 존재를 아는 이상 도망쳤으면 도망쳤지
싸울 리는 없다. 뭔가 거는 것이 있지. 저건 단순한 시간 끌기일 뿐이야. 홀핀, 넌
내 뒤에 가 있어라. 생각보다 강력한 공격이 나올 것 같으니까. 조금은‥예상이 되
긴 하는 공격이지만 말이야. 하하하하하핫‥!」
홀핀은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신장과의 차이를 자신도 인정하기 때문에 순순히
루카의 뒤로 갔다. 루카는 주문을 열심히 외우고 있는 로드 덕을 재미있다는 얼굴
로 계속 바라보았다.
열심히 식사를 하던 지크는 밖이 매우 소란스럽자 인상을 쓰며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그의 표정이 풀어진 것은 거리를 가득 매운 피난 인파를 본 직후였
다. 그리고 때를 맞춰 지크의 방 문을 누군가가 다급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님! 손님!! 큰일이에요 큰일!!! 어서 대피하세요!!”
지크는 문을 즉시 열고 문을 두드린 여관 주인을 바라보았다. 여관 주인의 얼굴색
은 그야말로 흰색이었다.
“아, 아저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무슨 괴물이라도 나타났어요?”
“말도 마세요, 시체들이 마을 밖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다구
요! 다른 여관에 있던 사람들이 막아본다며 달려가긴 했지만‥어쨌든 빨리 도망가
세요!!”
지크는 이를 악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다른 여관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어쩐
지 예상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 뿐이었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도 그들이었다.
“‥젠장할, 똥색머리 멍청이‥!!”
지크는 급히 안으로 들어가 자켓과 무명도를 챙겨들며 라이아에게 소리쳤다.
“라이아! 카루펠과 함께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도망쳐!! 혼자 도망치면 절대 안 돼
알았지!!!”
라이아는 지크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라이아 역시 다급한 목소리
로 지크에게 물었다.
“지, 지크 오빠! 그럼 오빠는‥?”
“따라갈 테니 걱정 말아! 지금은 그 멍청이들을 살리는 게 중요해서 그래!!”
지크는 창문을 활짝 연 뒤 창틀에 올라섰고 주인은 깜짝 놀라며 그를 말리려 했으
나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크는 호흡을 조절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
다. 북서쪽에서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12 신장 급이군. 어쩐지 너무 조용하다 했지. 좋아, 오늘도 묵사발을 만들어
주지!!”
“자, 잠깐만요!!”
막 나서려는 지크의 뒤에서 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크는 뭘까 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라이아는 자신을 돌아본 지크에게 다가갔다. 창문이 워낙 낮았기에
라이아와 지크의 높이 차이는 지금 그렇게 많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아 자신
이 생각한 것 보다 지크의 높이가 높자, 라이아는 뒷꿈치를 들며 지크의 근육질
목을 양 팔로 안았다.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어, 라, 라이아‥?”
지크의 말을 들으며, 라이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지크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해 주었
다. 다시 뒤로 물러선 라이아는 지크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꼭 돌아오라는 부적이에요, 히힛‥.”
그러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라이아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펴 보였다.
“‥너무 비싼 부적인데, 헤헤헷‥좋아!! 초고속으로 끝내고 돌아오마–!!!”
지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지크는 탄력있는 공
처럼 빠르게 점프하며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