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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21화


“후우‥오래간만에 알코올이 들어가니 괜찮군. 일곱 병째라 배도 부르지만‥. 어이, 바이칼 너는 어때?”

리오는 일곱 번째 비운 맥주병을 쓰레기통 곁에 놓아두고 오며 바이칼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바이칼은 대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얼굴이 발그레하게 변한 채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를 약간 강하게 만져준 후 자신의 침대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흠‥그러길래 싸구려 보리술을 먹으시지‥. 포도주 반병에 뻗다니, 저 녀석도 참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던 리오는 다시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나 바이칼에게 가까이 다가가 팔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우정상 침대에 눕혀주려는 것이었다. 그 때, 리오로선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으음‥리오, 날 침대로 데려다주는 거야‥?”

“‥뭐?”

순간 자신의 귀에 달콤한 톤으로 들려온 바이칼의 목소리에 리오는 약간 몽롱했던 의식이 번쩍거리며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옆에 매달린 바이칼을 보고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칼이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취한 것 같아‥어떻게 좀 해 줘‥.”

“무, 무슨 소리야! 이 녀석 너무 취했군!!”

리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바이칼은 리오의 팔 근육을 매만지며 더욱 심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강하게 반항했지만, 그 시점에서 리오의 솔직한 생각은 이러했다.

‘‥이 녀석이 이렇게 예뻤나?’

“아, 아니야! 무슨 생각을!! 침대에 눕혀줄 테니 어서 잠이나 자!!”

리오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며 그렇게 소리치자, 바이칼은 배시시 웃으며 리오에게 더더욱 붙어왔다. 그의 행동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너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마 리오‥나랑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다고 했잖아‥으흥‥?”

바이칼이 코웃음까지 치며 계속 붙어오자, 리오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유로운 왼팔을 들었다.

“‥이, 이 녀석‥!!”


똑똑–

샤워를 마친 뒤 마악 잠을 자려던 루이체는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자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문에 장치된 화면으로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해 보았다. 리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자 루이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열어 주었고, 리오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쓰러졌다.

“‥오빠 왜 그래? 술 냄새도 나고‥??”

루이체의 물음에, 리오는 팔뚝으로 눈을 가린 채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벨제뷰트]‥그 녀석보다 더한 괴물을 상대하고 오는 길이지‥.”

“베, 벨제뷰트보다 더한 괴물? 어느 사이에 밖에 나갔다 온 거야?”

루이체는 알고 있었다.

<벨제뷰트>, 그 이름은 신계에선 거의 공포라는 단어와 같은 뜻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통하고 있었다. 선신 직계 부대, [디바인·크루세이더] 중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투 천사인 그는 예전에 어떤 일로 인하여 리오와 맞붙은 일이 있었고, 결국 주신의 중재에 의해 리오와의 승부를 다음으로 미루었을 정도의 초 강자였다. 게다가, 리오가 가장 강한 라이벌로 꼽고 있는 강자 중 두 번째의 위치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리오가 처리하고 온 일은 벨제뷰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니‥그런 게 있어. 제정신으로는 방에 못 들어갈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서 좀 재워줘 루이체. 흠‥.”

그러자, 루이체는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 그건 안될 말이야! 아무리 오빠와 동생 사이라지만 이 나이에 같이 잔다는 것은‥말도 안 되는데 결국엔 자네‥.”

리오는 피곤과 알코올 기운이 겹치는 바람에 바로 골아 떨어졌고, 루이체는 불을 끄고 미등이 켜진 침대로 걸어가 자리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하긴 뭐‥숲속에서 노숙하는 거랑 별 다른 것 없으니까. 그럼 잘 자 오빠‥.”


다음날.

리오는 조심스럽게 바이칼이 있을 방문을 열어 보았다. 목을 쳐 기절시킨 후 침대에 강제로 눕힌 바이칼이 지금은 침대에 있지 않았다. 일어난 모양이었다.

“‥뭘 흘끔거리지.”

순간, 평상시와 같은 딱딱한 바이칼의 말투가 들려오자 리오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안으로 들어왔다. 바이칼은 소파에 앉아 TV 모닝쇼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리오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런데‥잠은 잘 잤어?”

리오가 자신에게 멀리 떨어진 채 그렇게 말하자, 바이칼은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퉁명스럽게 물었다.

“‥무슨 뜻이야?”

“벼, 별것 아니야‥하하핫‥.”

“‥쳇.”

바이칼이 기억을 하든 못하든, 리오는 어젯밤의 일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상당히 충격적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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