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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29화


15장 [선택]

검은 생머리의 그 동양계 여성은 억지 웃음을 띄운 채 지크에게 접근한 후 지크의 긴 다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호호호홋‥인기가 좋아졌군 지크? 여자를 둘이나 뒤에 태우고 방송국까지 가시다니 말이야?”

지크는 여전히 질린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그 여성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하하하‥덕분에‥사실 저 여자랑 한 꼬마는 집에 그냥 같이 사는‥윽!”

손가락에 다리를 깊숙이 찔린 지크는 이를 악물며 말을 끊었고, 그 여성은 화를 참으려는 듯 심호흡을 깊게 하며 말했다.

“뭐‥괜찮아. 어차피 얘기는 챠오에게 다 들었으니까. 그리고 난 지크 만나려고만 온 건 아니야.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네 힘이 좀 필요하거든.”

지크는 즉시 말에서 내린 후 허리를 굽실대며 말했다.

“예예, 말씀만 하십시오 리진 님.”

그러자, 그 여성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목을 손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

“험험‥덥고 갈증이 나는데?”

“‥쳇, 알았다구. 저기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때? 너 아이스크림 좋아하잖아.”

지크가 팔짱을 끼며 그렇게 말하자, 그 여성은 양손을 뒤로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음〜좋긴 하지만 오늘은 싫어. 나도 이제 어른인데 프랑스까지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는 시간이 아깝겠지? 호호호홋.”

그 말에, 지크는 약간 인상을 쓰며 그녀의 머리 위에 손바닥을 올려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불쾌하다는 듯 지크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다.

“이봐, 또 뭐야?”

지크는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키는 하나도 안 컸는데‥?”

그러자, 그녀는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지크의 두꺼운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무해!! 지크 때문에 고속 비행선 안에서 스무 살 생일을 그냥 보냈다구! 독일 특제 카스텔라 한 조각과 우유 한 병으로 말이야!!!”

“‥엇‥?”

그러자, 지크는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렇다면 상당히 사과를 해야 할 대목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크가 어쩔 줄을 모르고 그 자리에 서 있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지크의 등 뒤로 돌아가 그를 밀며 말했다.

“‥자자, 카푸치노 커피 사주면 용서해 줄게. 어서 가자고 지크.”

지크는 현재 정부가 공중에 붕 뜬 상태라 철거 계획이 중단되어 반대 시위도 중단된 파리의 명물, 에펠탑이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그 카페에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

그녀의 이름은 하리진. 국적은 대한민국. BSP 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이킥 파워 유저였다. 초능력자면서도 근접 전투에 능한 편이라 한국 지부 전투 팀 내에선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덧붙여서 지크가 챠오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여성이기도 했다.

“‥사실은 집에서 나와 독일 친구 집에 있었어.”

리진이 스푼으로 커피를 슬슬 저으며 말하자, 앞에서 냉수를 마시고 있던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단 가출이라 이거군‥하긴, 청소년기에 방황은 있을 수 있는‥.”

“아니야! ‥허락은 받았어. 어쨌든 독일에서 지내는 도중 최근에 큰일을 당한 적이 있었어. 바로 거대한 늑대가 갑자기 나타나 베를린 시를 부수기 시작한 거야. 나 혼자의 힘으로는 물리치기 역부족일 것 같아 BSP를 급히 찾아보려고 했지만 수배 중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어. 이젠 어떻게 하지‥하는 도중에 TV로만 봐 왔던 드래곤이 나타나 그 거대 늑대를 잠재웠지. 그런데‥.”

턱을 손으로 받친 채 리진의 얘기를 듣던 지크는 뒤의 얘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사실은 완전히 잠재우진 못했다‥이거지?”

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당당히 나타나 부수고 다니는 게 아니고, 야밤에만 잠깐 나타나 건물 한두 개만 부수고 다시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내가 조사해 본 결과‥기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지.”

그러자, 얘기를 거기까지 들은 지크는 피식 웃으며 장난 삼아 예상을 하기 시작했다.

“흐음‥누구네 집의 귀여운 개로 변신해 있다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다시 나타나 우우〜울면서 다시 커진다 이거야? 하하핫‥. 근데 표정이 갑자기 왜 그래?”

리진의 표정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며 말했다.

“어‥어떻게 그걸 알았지? 보름달 말고는 다 맞는데‥?”

그 말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리진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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