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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37화


「‥수고했네 크라주. 자넨 역시 내 친구야.」

예전에 리오에게 당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네그는 자신 대신 계약을 봐준 크라주와 악수를 나누며 말했고, 크라주는 킥킥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랜만에 인간계에 날 나오게 해준 자네에게 더 고맙지. 그건 그렇고, 대공님과는 만나 뵈었나?」

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에 타버린 시체들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열에 의해 시체들은 그을린 채 서로 엉겨붙어 있었다. 상당히 참혹한 광경이었지만 네그와 크라주에겐 그리 신경 쓰이는 광경이 아니었다. 네그가 뻗은 왼손바닥에선 역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 마법진이 떠오르자마자 시체 더미에선 회색의 빛 덩이들이 조금씩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빛은 네그의 마법진 안으로 흡수되었고, 그 빛을 흡수하며 네그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우‥소울 에너지는 오랜만에 섭취해 보는군. 아, 대공님은 뵈었다네. 일은 잘 진행이 되고 있는데, 그 가즈 나이트들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 쓰시더군. 한 명도 처리하기 어려운 판에 여섯 명씩이나 이 일에 개입되었으니 그러실 만도 하지.‥하지만 방법이 하나 생겼다네.」

‘방법’이라는 말에, 크라주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움찔거리며 네그를 바라보았다.

「‥방법? 그 괴물들을 처리할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네. 대공께서 확실한 존재 하나를 확보해 두셨다네.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이제 돌아가 보세.」

크라주는 네그와 함께 데몬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며 생각해 보았다. 가즈 나이트를 처리할 수 있는 존재란 과연 무엇일까‥.


시에틀 공항에 도착한 리오 일행은 천천히 도심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하자는 리오의 말에, 프시케와 루이체는 쇼핑을 한다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바이칼은 잠을 푹 자겠다며 리오를 방 밖으로 쫓아내었다. 별말 없이 나가준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호텔을 빠져나갔다. 기분 전환을 할 겸 밖을 돌아보고 싶어서였다.

“‥담배라‥. 백해무익한 것인데‥.”

호텔 로비에서 서비스로 준 슬립형 담배(굵기가 보통의 것보다 얇은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낸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워볼까 말까 고민하는 그의 눈에, 우연스럽게도 호텔 문 밖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마키의 모습이 들어왔고 리오는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 천천히 걸어 나갔다.

차원 이동을 하기 전 복장을 그대로 하고 있던 마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집중당하고 있었으나 감각이 둔해졌는지 그녀는 호텔 문 앞을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호텔 직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주의를 주듯 말했다.

“저어‥손님. 다른 곳에 계셔주시면 곤란하시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만‥.”

그 말에, 마키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텔 문 옆 기둥에 몸을 기대었고, 호텔 직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일을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리오는 혀를 차며 마키에게 다가왔다.

“이봐, 간단히 말해 영업 방해 말라는 소리라고.”

뒤에서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키는 리오를 힐끔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몰랐군, 미안해.”

마키의 덤덤한 반응에, 리오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큰 손으로 마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자, 여기서 바람맞지 말고 안에서 차나 한잔하며 얘기 좀 하는 게 어때? 일행이 되었으니 친분도 쌓을 겸 말이야.”

리오의 제안에, 마키는 군말 없이 그를 따라 나섰고 리오는 의외로 순진하다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호텔 내 카페에 마키와 마주 앉은 리오는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며 마키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 일이 끝나면 어디 갈 곳이라도 있어?”

“‥별로.”

마키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하자,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면‥너 그 차원에 돌아가지 말고 여기 있어보는 것이 어때?”

리오가 그런 말을 하자, 마키는 움찔하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말을 계속 이었다.

“사실 지크는 이곳 사람이거든. 그런 성격으로도 이곳에서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 가족도 없는 것 같은데‥여자 혼자서 무면허 암살자로 살아가는 것은 좀 힘들겠지.”

“–!!!”

마키는 순간 깜짝 놀라며 리오를 쏘아보았으나 리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해주었다.

“너도 조금은 알지 모르겠지만 난 조금 인간답지 않은 면이 있어서 상대방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야. 뭐, 그렇게 신경 쓰진 말고‥여기엔 BSP라는 직업이 있지. 지크도 거기 속해 있는데, 너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 직업의 특성이지. 내가 보기엔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야. BSP라고 전부 지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

마키는 리오의 제안에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리오는 찻잔 안에 있는 녹차를 비우며 말을 맺었다.

“그리고 지크도 함께 있으며 널 도와줄 거야. 음‥레이 양이 타준 녹차보다는 맛이 덜하군‥. 자, 얘기는 끝났으니 나가 보자고.”

리오와 마키는 카페를 나섰고, 카페 밖에서 마키를 방으로 돌려보내며 리오는 말했다.

“아, 그리고 오늘부터 루이체랑 방을 같이 써 줘. 알았지?”

조용히 생각하던 마키는 이미 밝혀진 일이니 별 상관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때가 되어. 쇼핑을 나갔던 루이체와 프시케가 돌아왔고, 루이체는 자신의 방에 미리 옮겨와 앉아있는 마키를 보자마자 기쁜 듯 큰 소리로 말했다.

“헤에–? 오빠가 말한다고 그러더니 진짜로 한 모양이네? 잘 됐어 마키, 호호호홋. 자신을 여자로 인정한 기념으로 이거 입어볼래? 지금 그 복장은 지금 시대에 너무 안 어울리거든. 자자, 어서 입어보라구!! 새 신발도 신어보고!!!”

마키는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루이체와 프시케가 옷가지와 신발을 던져주는 바람에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은 순간, 마키는 눈을 찡그리며 루이체에게 말했다.

“‥노출이 좀 심한데‥?”

루이체가 마키에게 사다 준 옷은 다름 아닌 소매와 복부가 없는 타이트 상의와 핫팬츠에 가까운 반바지였다. 몸에 살이 없고 온통 근육으로만 다져진 마키의 노출된 갈색 피부는 근육이 별로 없는 루이체에겐 놀라운 볼거리였다.

“와앗!! 아니야 아니야!!! 정말 섹시하다구!!!!”

옆에서 구경하던 프시케 역시 그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정말 멋져요 마키. 내일 리오님‥아니 리오 씨와 바이칼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한데요?”

마키는 마지막으로 목이 높은 바스켓 슈즈를 신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크 녀석은 뭐라고 할까‥?’


독일에서 돌아온 후 편안히 잠을 잔 지크는, 다음날 부스스한 얼굴로 머리를 감싸며 소파에서 일어났고 지크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세이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지크에게 다가와 차가운 물을 건네주며 물었다.

“아니, 지크 씨께서 웬일로‥어디 아프신 곳이라도 있으세요?”

세이아가 그런 질문을 할 때 마침 방에서 나온 챠오는 궁금했는지 지크 쪽을 바라보았고, 지크는 세이아가 건네준 냉수를 들이키며 아직도 정신이 없다는 듯 힘없이 중얼거렸다.

“‥몸이 온통 근육질로 된 여자가 배꼽티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난 악몽을 꿨어요‥역시 근육질의 여자는 싫어‥윽!?”

퓽–

순간, 지크는 고개를 급히 숙였고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가 지크의 윗머리 몇 가닥을 자르며 날아가 반대편 벽에 박혔다. 그것이 팔방(八方) 수리검이라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수리검이 날아온 쪽을 쏘아보았다. 그곳에 서 있던 챠오는 살짝 손을 들며 무표정인 채 말했다.

“손이 빗나갔군. 미안.”

그 말과 함께 챠오는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지크는 이를 갈며 들릴 듯 말듯 하게 중얼거렸다.

“‥나중에 배로 갚아주마, 린 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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