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44화
6장 [폭풍 전야]
배를 타고 포르투갈로 간 후 그 곳에서 대륙간 비행선을 타기로 한 휀 일행은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선의 출발 시간을 여유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유있게 기다린다고 해서 결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행은 현재 공항 이용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받고 있었다. 처음 보는 디자인의 백색 코트를 입은 차가운 얼굴의 남자와, 꼬리를 흔드는 작은 소녀와 함께 싱글벙글 웃으며 즐겁게 놀고 있는 남자와, 돌을 씹은 표정의 여성 듀엣, 그 옆에서 즐겁게 뜨개질을 배우고 있는 또 하나의 여성 듀엣의 모습은 그야말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들인 탓이었다.
그 때, 휀의 앞으로 플라스틱 그릇을 든 걸인이 한쪽 다리를 절며 나타났고, 걸인은 일행중 돈이 제일 많아 보이는 휀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한푼만 좀…어제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답니다….
그러자, 휀은 말 없이 그 걸인을 내려다 보았고, 시에와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며 놀고 있던 지크는 순간 긴장을 하며 휀과 걸인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살인을 하면 귀찮아지는데…? 말려야 하는거 아니야…?’
그러나, 지크의 걱정과는 달리 휀은 자신의 코트 주머니 안에 있는 손을 천천히 움직였고, 그의 주머니에선 곧 동전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걸인은 잘 됐다는듯 웃어 보였고, 휀은 곧 동전들을 손 안에 넣어 꺼낸 후 걸인에게 내밀었다.
“하핫, 고맙습니다 사장님…. 음?”
그러나, 휀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을 뿐, 아직은 동전을 걸인에게 준 상태가 아니었다. 지크는 다시한번 긴장을 했고, 옆에 있던 시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같이 긴장스런 표정을 지은채 휀을 바라보았다. 휀은 곧 동전을 쥔 주먹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두두둑…!
휀의 손에서 들려온 소리에 걸인의 눈은 휘둥그래졌고, 휀은 곧 손을 펴며 걸인의 그릇에 동전들을 떨어뜨려 주었다.
“아, 아니!?”
걸인은 흠칫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다. 휀이 준 동전들이 모조리 반으로 접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휀은 다시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걸인에게 가라는듯 고개를 옆으로 움직였고, 다리를 절던 걸인은 도망치듯 어디론가 뛰어가며 사라져갔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시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람 쫓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그렇지?”
“…하아…?”
시에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듯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지크는 고개를 떨구며 자신의 시계를 바라보았고, 갈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한 지크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두에게 말했다.
“자자, 모두 일어서자고. 출발할 시간이야.”
지크의 말에 따라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서 탑승구로 향하였고, 그들이 오는 것을 본 탑승구 안내 직원은 모자를 고쳐 쓰며 휀 일행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저어…미국행 비행선에 탑승하실 분들이십니까?”
그 안내원의 질문에, 지크는 머리를 끄덕였다.
“Yeh, 그렇습니다만?”
지크의 대답을 들은 안내원은 곧 활짝 웃으며 일행들에게 꽃가루를 뿌려주고는 밝은 목소리로 일행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네에~축하드립니다! 저의 항공사에선 100만번째 손님들을 무료로 전용 비행선에 탑승하실 수 있는 특권과 함께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립니다! 일행 분들도 같이 포함되니 이런 행운을 잡으신 여러분께 다시 축하를 드립니다!!”
그러자, 지크는 신난다는듯 활짝 웃으며 일행에게 가자는 신호를 보냈고, 모두는 지크를 따라 재빨리 특별 비행선의 탑승구로 향하였다. 가만히 코트 주머니에 손을 꼽고 있던 휀은 자신들에게 꽃가루를 뿌려준 안내원을 바라보았고, 안내원은 움찔하며 휀에게 물었다.
“저, 저어…불편하신 점이라도…?”
파악—!!!
순간, 휀은 번개같이 그 남자 직원의 얼굴을 잡고 그를 탑승구의 알루미늄제 문에 강하게 격돌시켰고, 휀은 고통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있는 직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좀 더 재미있는 개그는 모르나. 각본에 있는 것 말고 신선한 개그 말이야.”
“…!!!”
그 직원은 무엇 때문인지 휀에게서 도망치려고 애를 썼고, 휀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짝 가로 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죽는게 좋아.”
팍—!
순간, 안내원의 귀에선 붉은 혈액이 짧게 분출되었고, 휀은 그 안내원을 살짝 세워놓고 유유히 일행이 달려간 특별 비행선 탑승구로 향했다. 휀이 세워놨던 안내원은 곧 스르륵 바닥에 주저 앉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게으른 직원이 잠을 잔다며 혀를 찰 뿐이었다.
비행선 앞에서 휀을 기다리던 지크는 휀이 오른손 장갑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출구에서 나오자 한심하다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젠장, 담배라도 피우고 오는거야? 뭐하다가 이렇게 늦었어?”
지크의 질문을 들으며 비행선 승강기에 발을 올려놓은 휀은 나지막히 지크를 향해 답했다.
“뇌를 분해시키느라.”
그가 비행선 객실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멍하니 서 있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승강기에 올라탔다.
“…뭘 분해시켜?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