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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50화


“바이칼…헙!”

자신의 뒤에서 질문을 던진 바이칼의 이름을 막 말하려던 지크는 그가 내 뻗은 손에 입을 막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고, 바이칼은 그 상태에서 계속 리오와 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최강 결정전도 상황을 보고 해야지…멍청이들.”

“….”

바이칼의 손에 입을 막혀있는 상태인 지크는 결국 인상을 쓰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흔히 쓰는 방법을 사용했고, 그 순간 바이칼은 기겁을 하며 지크의 입에서 손을 땠다. 바이칼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지크의 입을 막았던 자신의 손바닥을 닦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남의 손바닥을 핥는게 취미인가.”

“삶의 지혜야.”

바이칼은 그렇게 대답하는 지크를 뒤로 하고 계속 리오와 휀을 바라보았다. 둘은 다시 거리를 둔 채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휀은 자신의 검을 수직으로 세운 후, 몸에서 서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결정타다. 리오.”

휀의 자세,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 증가를 하는 그의 기. 바이칼은 휀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이칼은 표정을 굳힌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레퀴엠…!”

물론 리오도 알고 있었다. 휀이 그 자세를 취한 직후,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를 꺼내 날을 만든 후 두개의 검을 교차한 자세를 취하며 씨익 미소를 떠올렸다.

“…난 이걸로 답해보지.”

그 말과 함께 리오의 몸에선 녹색의 빛이 희미하게 뿜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지크도 리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지하드…!? 저 두녀석 미친거 아니야!!!”

바이칼은 팔짱을 조용히 끼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레퀴엠…지하드…두 기술의 공통점은 지금까지 정면으로 맞고 견딘 존재가 없다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서로 충돌한 일도 없다는 것. 최대 파워로 충돌한다면 이 행성의 종말은 오늘이야. 하지만 둘 다 서로를 마무리 지을 정도의 미니급으로 나가겠지. 종말의 기술끼리 충돌하는 최대 이벤트군.”

바이칼의 말을 들은 지크는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바이칼을 바라보며 그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이, 이봐!! 지금 저건 이벤트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빨리 가서 말릴 생각을 해야지 팔짱만 끼고 구경만 할거야!!!”

그 순간, 바이칼은 대답 대신 지크를 잡아 끌어 건물 뒤로 날려버렸고, 그와 같은 시각 휀과 리오는 서로 한발자국을 내 딛으며 서로에게 외쳤다.

“종말 미사다…레퀴엠.”

“끝이다!!! 지하드—!!!!!”

수천개의 검광, 한줄기의 섬광…. 그리고 그 둘을 가로지르는 푸른색의 빛줄기. 그 셋은 한 지점에서 충돌했고, 곧 이어 어마어마한 대 폭발이 그 지점에서 발생했다. 콘크리트의 건물 따위는 남아날 수가 없었다. 셔터, 알루미늄 샷시, 그 밖의 모든 인공물들은 모조리 재로 변하며 사라져갔다.


그날 저녁.

여기 저기서 몰려온 소방차들과 구급차들은 일순간에 구멍이 뚫리고 만 뉴욕 시내를 정리하기에 바빴다. 물론 취재 차량들도 만만치 않았다. 수소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초 파괴력의 폭발이 사방 200여 미터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발생했다는 초 현실적인 일은 경찰들과 기자들 사이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었다.

“알면 용이지.”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지크는 왼팔로 햄버거를 든 채 그 모습을 구경하며 호텔로 향했다. 먼저 리오가 있는 방에 들어선 지크는 각 부분 부분마다 붕대를 감고 있는 리오를 보고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휘이…형편없이 당했는데 빨간머리 소년? 헤헷, 몇일간 편히 쉴 생각하니 기분이 어때?”

얼굴의 반을 붕대로 덮고 있는 상태인 리오는 대답할 기운도 없는 듯 힘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크는 혀를 차며 옆에서 리오를 간호하고 있는 루이체에게 리오의 상태를 물었다.

“헤이 동생. 이 녀석 상처는 어느정도야?”

양 눈이 퉁퉁 불은채 계속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루이체는 아직도 남아있는 눈물을 닦으며 역시 힘없이 대답해 주었다.

“양 팔의 뼈가 모두 으스러졌고…대퇴부 골절에 내, 외 타박상 다수…내출혈까지, 시체라고 시체. 아니 어떻게 서로 그런 대 기술을 사용할 생각을 했어 오빠!! 또 말리지 않은 지크 오빠는 또 뭐야!!!”

지크는 햄버거를 입에 문 채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지크는 곧바로 옆방에 누워있는 휀을 찾아가 보았다. 그 방에 있던 바이칼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휀의 모습을 더욱 오랫동안 감상하려는듯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휀을 간호하던 프시케는 지크가 방 안에 들어오자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지크는 눈을 감고 있는 휀을 바라보다가, 다시 프시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음…왕자님께서도 상당히 다치셨구먼. 음, 프시케. 이 녀석 상처는 어느정도야?”

치유 마법을 사용하느라 약간 피곤한 모습인 프시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천천히 답해 주었다.

“양 팔의 뼈가 모두 으스러졌고…늑골 골절에 내·외 타박상 다수, 그리고 내출혈까지…살아계신게 다행이에요. 설마 두분이 이렇게까지 크게 싸우실줄은….”

햄버거를 모두 삼키던 지크는 역시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바이칼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며 그의 머리를 왼손을 강하게 쓰다듬은 후 창가에 기대어 서서 조용히 말했다.

“…이정도가 정말 다행이었지. 바이칼 녀석이 충돌 지점에 메가 플레어를 미니급으로 써서 서로가 튕겨 나가게 만든 덕분에 역사상 최대의 이벤트는 보지 않게 되었다구. 물론 두 기술의 파워가 잔재해 있는 바람에 서로가 크게 다치긴 했지만.”

바이칼은 지크의 말을 들으며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매만질 뿐이었다.

그러나, 지크는 다시금 바이칼의 머리를 매만진 후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와봐 미소년.”

“버릇없는 녀석…존댓말을 쓰면 나가주지.”

바이칼은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지크의 ‘쓰다듬’을 미연에 방지한 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바이칼을 조용히 바라보던 지크는 기습적으로 왼팔을 바이칼의 허리에 찔렀고, 바이칼은 헉 소리를 내며 강하게 거부했다.

“이 하등 동물이 무슨 짓이야!!”

지크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곧 바이칼의 허리를 왼팔로 감아 짐을 들듯 가볍게 들어올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조용히 안하면 맴매한다, 쯧….”

지크는 곧 바이칼을 든 채 방 밖으로 나섰고, 프시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휀에게 다시 회복 주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복도에 나온 지크는 바이칼을 곧 내려놓은 후,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으음…주력 두명이 전투 불능이란 말이야. 이제 우리에게 남은 날은 열흘 남짓…다른 동료들도 지쳤으니 사실 남은건 하루 이틀 뿐.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불쾌한 표정을 지은채 자신의 옷을 툭툭 털던 바이칼은 곧 팔짱을 낀 채 냉랭한 말투로 중얼거리듯 답했다.

“백기를 흔들면 끝이지. 어차피 나랑은 상관 없으니…흑!”

순간, 지크의 손가락이 바이칼의 이마 중앙을 튕기듯 강타했고, 그 충격이 상당했는지 바이칼은 이마에 손을 댄채 지크를 다시 쏘아보았다. 물론 지크는 진지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적진 가운데에서 현재 전투가 가능한 사람은 너 뿐이라구. 난 보시다시피 이렇게 깁스를 하고 있으니 바이오 버그 아니면 어려워. 그러니 너도 좀 진지하게 동료의식이라는 것을 가져봐. 단 몇 일이라도 좋으니.”

“…좋아.”

바이칼은 곧 이마에서 손을 뗀 후 팔짱을 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지크는 곧바로 표정을 풀고 바이칼과 어깨동무를 하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헤헷, 좋아 좋아!! 역시 사탕발림에 약한 미소년! 리오 녀석이 하는 행동을 잘 봐두길 잘했지, 헤헤헤헷….”

파악—!!

순간, 지크의 오른팔 깁스에 바이칼의 펀치가 작렬했고, 지크는 신음소리도 내지 못한채 팔을 부여잡고 몸을 숙이고 말았다.

“나, 나쁜 녀석…!!! 환자를…!!!!”

“하등 동물 주제에….”

바이칼은 유유히 리오와 루이체가 있는 방에 들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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