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55화
“이제 오늘로서 4일이라는 시간이 이 세계에 남았다.”
모두를 불러놓고 휀이 그렇게 말 하자,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음음…크리스마스 이브는 이틀 남았군.”
“….”
“미안하다구.”
지크는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고, 휀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모두의 컨디션은 최상이겠지. 원래 몇일 전 시작하려던 일을 이제 시작하겠다. 늦은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럼 위치를 배정해 주겠다. 리오와 나, 그리고 용제는 지하층을 맡는다. 정보를 모아본 결과, 그 건물은 지하에도 몇십층에 가까운 시설물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리오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휀에게 물었다.
“잠깐, 지하에 꼭 중요 목표가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잖나?”
그러자, 휀은 리오를 바라보며 대답하듯 말했다.
“이 세계 인간들은 지하에 들어가는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그리 지능이 발달하지 못했을 시대부터 본능적으로 땅 속에 집을 만들어왔지. 그런 연유로 모든 건물을 설계할때 전원부나 안전을 요하는 시설 등은 지하에 있도록 설계를 한다. 몇십층에 가까운 거대 공간을 식료품 가게에 투자할 이유는 없겠지.”
리오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휀은 계속 임무 배정을 해 주었다.
“지크와 나머지 사람들은 건물 내, 외에서 진을 치고 있을 바이오 버그라는 존재들을 맡아주기 바란다.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 하는것이 내년을 위해서도 좋을것이다.”
‘쉽긴 뭐가 쉬워….’
넬은 고민어린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휀이 넬에게 시선을 둔 채 바이오 버그를 맡은 일행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실수는 계산되어 있다. 하지만 그 실수는 지크가 잘 커버할 것이다. 아니, 해 줄 것이라고 하는 말이 더 맞겠지.”
그러자, 휀의 시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지크는 넬의 어깨를 손으로 탁 치며 자신있게 말했다.
“헤헷, 물론이지! BSP 최강의 스트라이커님이 같이 가는데 무슨 걱정! 물론 예비 BSP도 예외는 아니라고.”
넬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하여튼, 사람 마음을 읽는데엔 귀신들이라니까.’
곧, 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일을 시작한다. 출발.”
호텔을 나선 일행은 둘로 나뉘어 제네럴 블릭의 본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크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만, 지금 내리고 있는 눈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챠오와 마키는 속으로 상당히 떨리긴 했지만, 그리 내색하진 않았다. 넬과 프시케는 담담히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루이체는 시에를 안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하려고 해 보았다. 휀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걸을 뿐이었고, 바이칼은 휀과 가급적이면 거리를 둔 채 걸으려고 애를 썼다.
리오는 미리 빼 놓은 엑스칼리버 덕분에 검이 총 세개가 된 것이 약간은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며 검을 맨 자신의 허리끈을 손으로 매만졌다.
이윽고, 일행은 제네럴 블릭의 본사 건물 앞에 서게 되었다. 리오는 휀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이봐, 과연 윗층에 중요 시설이 있는지 알아보는게 어때?”
그러자, 휀은 오른손을 뻗어 대각선 위로 올리며 중얼거렸다.
“좋을지도. 광황포.”
순간, 휀의 오른손에선 굵은 빛줄기가 뿜어졌고, 그 빛줄기는 네개의 본사 건물중 하나의 중간 지점에 직격을 했다. 곧, 광황포에 직격된 건물은 대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렸고, 일행은 떨어져 내리는 철근과 유리조각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리오는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을 뿐이었고, 지크는 곧바로 화를 내며 휀에게 소리쳤다.
“이, 이봐!! 시작부터 우리들에게 부상 입힐 생각이야!!!”
그러나, 휀은 지크의 말을 무시하며 중얼거렸다.
“…역시 최상층엔 별게 없군.”
“뭐…?”
휀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지크를 흘끔 보며 짧게 중얼거렸다.
“시작이다.”
휀은 곧바로 건물 로비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툭 두드린 후 그를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빠, 힘 내!!”
“힘 내라 리오!! 시에가 응원할께!!”
“리오 형, 힘내세요!!!”
그때, 뒤에서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잠시 멈춘 후, 뒤를 돌아보았다. 루이체, 넬, 시에 등등…잘못하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에 관계되어버린 모두가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리오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훗, 해 줄…말이 없는데?”
리오는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펴 그들에게 내 보인 후 바이칼과 함께 로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즉시, 리오는 디바이너를 힘차게 뽑아들며 전투 준비를 했고, 바이칼 역시 손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방출한 후 거머쥐며 준비를 했다.
콰아아앙—!!!!
순간, 수백개의 섬광이 로비 안에서 번뜩였고, 둘은 방어 자세를 취하며 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 아니?”
리오는 순간 허무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섬광이 사라진 후 넓디 넓은 로비 안에 남은 것은 플랙시온을 한손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휀의 모습과, 사방에 널려진 바이오 버그의 사체 조각 뿐이었다. 휀은 둘을 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늦군.”
가만히 휀을 바라보던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고, 바이칼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짧게 내 쉴 뿐이었다.
“놀 시간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방해할 생각이라면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는게 너 나아.”
휀은 몸을 계단쪽으로 돌린 후 천천히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순간, 리오와 바이칼이 재빨리 그를 앞질렀고, 리오는 뒤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죽기 살기로 따라와 보시지!!”
그러자, 휀 역시 달리기 시작하며 나지막히 말했다.
“…건방진.”
로비 안의 상황이 적당히 정리된 것을 본 지크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에게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다. 일행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고, 모두가 활기없는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자, 지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 이봐 이봐!! 아직 할 일이 남았다구!!!”
“…?”
일행은 지크쪽을 다시 바라보았고, 지크는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으며 자신있는 미소를 지은채 중얼거렸다.
“헤헷, 챠오랑 프시케는 알겠지? 우리들이 아침 순찰 시작전에 매일 하던 것 말이야.”
그러자, 챠오는 귀찮다는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지크에게 다시 다가갔고, 프시케 역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곧, 둘은 지크의 손 위에 자신들의 손을 겹쳤고, 루이체 등 모든 일행은 알겠다는듯 역시 다가가 손을 겹쳤다. 마지막으로 시에까지 손을 겹치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모든 일행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아, 부모님이 보고싶은가? 아니면 애인이 보고싶은가? 아, 애인은 아니겠군. 하여튼, 이 전투와 상관 없는 다른 생각들이 머리에 잔재해 있는가?”
모든 일행은 조금 후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다시 모두에게 말했다.
“좋아, 산타할아버지를 믿는가?”
일행은 자신있게 고개를 저었다. 지크는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음…헤헷, 좋아. 크리스마스 파티와 망년회를 하고 싶은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훨씬 자신있는 얼굴로…. 지크는 됐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좋아!! One for all, All for one!!! Here we go, Here we go, Hit it!!!!”
“핫!!”
모두는 지크의 소리에 맞춰 화이팅을 외치며 곧바로 건물 안을 향해 뛰어들었다. 전투는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