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61화
“하앗—!!!”
사바신은 일갈을 터뜨리며 자신과 대치중인 괴물의 허리부위를 강타했고, 괴물은 허리가 반 이상이 함몰되며 옆으로 날려졌다. 폐허에 처박힌 괴물을 보며, 사바신은 여유있는 미소를 띄운채 말했다.
“하핫, 이거 완전히 물이신데 그래? 한번 날 건드려 보란말이야! 이 사바신님이 그렇게 두려운거냐? 하하하하하하핫—!!!!”
순간, 사바신은 자신의 시야가 검게 변한걸 느꼈고, 갑자기 덮쳐온 괴물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던 사바신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안면과 복부에 강렬한 일격을 맞은 사바신은 피를 공중에 흩뿌리며 날려졌고, 그에게 완전한 빈틈이 생긴 것을 확인한 괴물은 계속해서 그에게 연속 공격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뜬 상태로 계속 얻어맞던 사바신은 몸을 급히 뒤틀어 팔봉신 영룡으로 괴물의 안면을 가격했고, 그 일격에 괴물은 잠시 주춤하며 사바신에 대한 공격을 잠시 멈추었다.
그런대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사바신은 턱 부위가 아픈듯 손으로 그쪽을 매만지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푸…우습게 봤다고 화가 났나봐. 상당히 아픈데 그래?”
바닥에 반쯤 쓰러져 있던 사바신은 다시 몸을 일으켰고, 영룡의 일격으로 얼굴의 반이 날아가버린 괴물은 다시 그 부분을 급속도로 복원시킨 후 다시금 사바신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 아직 충격이 남아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바신은 성격대로 속전속결을 위해 팔봉신 영룡을 땅에 반쯤 박아넣은 후 육탄으로 괴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오너랏!!! 최종기, [지령도]로 끝장을 내 주마—!!!!”
사바신이 육탄으로 괴물과 싸우는 동안, 팔봉신 영룡은 황색의 빛을 점점 발하기 시작했다. 반면, 영룡 주위의 토지는 마치 생기가 빠진 땅처럼 푸석푸석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무도, 풀도 역시 마찬가지로 죽어가고 있었다.
※
“…나이를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입니다.”
슈렌은 현재 괴물이 된 회장을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상대와 침착한 상대의 싸움은 그런 것이었다. 괴물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상처를 회복시켰으나 상처를 회복시킬 틈을 주지 않고 슈렌이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그는 회복도 지칠 정도였다.
“자, 편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자신의 벨트 옆에 끼운 다음 기염력을 최대한도로 끌어 올렸다. 진짜로 끝을 내려는듯, 슈렌의 기염력은 붉은색에서 그의 머리카락 색과 같은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슈렌은 곧 그 기염력을 자신의 양 팔에 집중하였다.
「크우우…크오오오오오오오—!!!!!!」
슈렌의 눈과 자세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살기에 이상한 공포감을 느낀 괴물은 괴성을 터뜨리며 슈렌에게 미친듯이 달려들기 시작했고, 양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진공의 충격파로 슈렌을 공격했다.
“…!”
날카로운 진공파에 의해 상처가 남에도 불구하고, 슈렌은 자세를 풀지 않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계속 괴물을 쏘아보았다. 이윽고, 생각해둔 범위에 괴물이 들어오자 슈렌은 즉시 자세를 전개하며 공격을 개시했다.
“…[헬·그랜드 노바]…!!”
조용한, 그러나 엄숙함이 실린 목소리와 함께 슈렌은 기염력이 집중된 양 팔을 좌우로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괴물이 있던 장소에선 굉음과 함께 푸른색의 거대한 불꽃 기둥이 지면을 뚫고 연속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수십개의 불꽃 기둥이 내는 충격파에 의해 괴물은 온 몸이 그을린채 공중으로 힘없이 떠올랐고, 그때를 기다린 슈렌은 곧바로 그룬가르드를 잡고 몸을 날린 후, 양 손으로 그룬가르드를 엄청난 스피드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곧, 회전에 의해 생긴 원형의 공간에선 짙푸른색을 띈 두꺼운 고열의 광선이 폭발하듯 분출하였고, 그 광선의 중앙에 정확히 들어온 괴물은 지면을 증발시킬 정도의 고열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곧, 대 폭발이 공중에서 일어났고, 기력을 일시에 소진한 슈렌은 쓰러지는 것을 겨우 막으며 지면에 착지하였다.
“…후우….”
슈렌의 손에서 잠시 벗어나 그의 근처 공중에 떠 있는 그룬가르드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지 붉게 달아오른채 연기를 뿜으며 주위의 습기를 태우고 있었다. 슈렌은 조금 쉬려는 듯, 지면에 편히 누우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
한참동안 육박전을 펼치던 사바신은 피로 젖은 검은색 코트를 벗어 던지며 자신이 땅에 박아둔 팔봉신 영룡을 흘끔 바라보았다. 팔봉신 영룡은 현재 연두색의 빛을 은은히 뿜어내고 있었고, 사바신은 이제 됐다는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영룡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무언가 수상했는지 괴물은 즉시 사바신의 앞을 막아섰고, 사바신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후우…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일갈과 동시에, 사바신의 몸에선 폭발적인 기가 뿜어지기 시작했고 가즈 나이트중 최고의 물리력을 자랑하는 그의 근육은 크게 꿈틀거리며 사바신이 위에 걸치고 있는 런닝셔츠를 찢어버렸다.
“감히 날 방해할 생각을 하는거냐!!! 이거나 먹어랏—!!!!!”
몸의 힘을 최고 상태로 높인 사바신은 이를 악물며 강력한 일격을 던졌고, 갑자기 휘둘러오는 사바신의 펀치를 괴물은 양 팔을 겹치며 필사적으로 막았다.
푸드득—!!!
그러나, 뼈가 부숴지는 소리와 동시에 괴물의 양 팔은 으스러졌고 방어의 효과를 보지 못한 괴물은 뒤에 있는 영룡을 넘어 멀찌감치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사바신은 곧바로 영룡을 향해 뛰어간 후 재빨리 자신의 목도를 뽑아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각오해라, 팔봉신 영룡, [지령도]—!!!!”
주위의 모든 생명력, 토양과 식물의 생명력을 흠뻑 머금어 연두색의 빛을 뿜어내던 팔봉신 영룡은 사바신의 외침에 맞추어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사바신의 영룡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야밤인 수도는 마치 새벽처럼 밝아졌다.
“간다…대지의 에너지, 생명의 힘이 응축된 이 초 파괴력을 몸으로 느껴봐라!!! [지령도·대륙이등분참]—!!!!!!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사바신은 온 힘을 다해 팔봉신 영룡으로 지면을 쳤고,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사바신의 앞 지면 수백미터는 마치 지진이 난 듯 일직선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위력으로 따지자면 리오의 오메가 선샤인과 견줄 수 있는 사바신의 최종기의 범위에 들어있는 괴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이 산산히 갈리며 사방으로 분해되어 나갔다. 목표물을 분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위력이 남은 탓에 지면은 계속 울리며 양등분이 되었고, 압력에 의해 갈라진 지면에선 용암이 벽을 만들듯 하늘 높이 분출되었다.
“하핫…하하하하하핫, 이 사바신님의 힘이 어떠냐!! 하하하하하하하핫—!!!!!!”
자신이 만든 파괴의 현장을 보며, 힘이 많이 빠져나간 사바신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왠지 허탈하기도 했지만, 사바신 자신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
“크크크크크…죽는게 좋아—!!!!”
라이아와 대치중인 바이론은 온 몸에서 검은색의 암흑 투기를 뿜어내며 미친듯이 라이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라이아 역시 온 힘을 다하며 바이론을 상대했으나, 검술에 있어서는 바이론을 능가하진 못하기 때문에 그녀 역시 막아내는 것이 다일 뿐이었다. 온 힘을 다해 바이론의 검을 튕겨낸 라이아는 힘겹게 웃으며 바이론에게 말했다.
“후후…역시 강하시군요. 예전에 린라우님께 들었던 3대 가즈 나이트 다우세요. 하지만…그정도로는 절 이기진 못하세요.”
그러자, 바이론은 당연하다는듯 광소를 터뜨렸다.
“크크크크큭…물론이겠지…. 지금의 내 힘으로는 널 괴롭힐 수는 있으나 죽이진 못해…. 누가 뭐래도 신의 딸이니까 말이야. 크크크크큭….”
그 말이 끝남과 함께, 바이론의 이마엔 검은색을 띈 두개의 무늬가 떠올랐고 바이론의 몸에서 뿜어지던 암흑 투기는 지금까지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졌다. 그 힘의 압력에 의해 잠시 숨을 멈추고 말았던 라이아는 잔뜩 긴장한채 중얼거렸다.
“…설마, 아직까지 안전주문을 풀지 않고 있었다는…!?”
바이론은 여전히 광소를 띄운채 무늬가 떠오른 자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지…멋지지 않나? 크크크크크크…힘을 좀 아껴두었지….”
“…왜죠? 차라리 저랑 싸우실때 처음부터 안전주문을 푸시지 않고요? 절 시험하시려고 그러셨나요?”
그러자, 바이론은 대소를 터뜨리며 미친듯이 소리쳤다.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핫—!!!!!! 널 죽이기 위해서다!!!!! 아까 말 했을텐데, 반항하는 상대가 더 죽일 맛이 난다고 말이야…크크크크크…. 자, 놀이는 끝이다…이제 얌전히 죽는게 좋아!!!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푸욱—!!!!
라이아는 자신의 몸에 가해진 충격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분명히 이정도 충격으로는 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느끼는 한도 내에서 바이론의 힘은 자신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야말로 가망성이 없는 것이었다.
“…!!”
라이아는 갑자기 자신의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모든 느낌이 아득해졌고, 몸의 힘도 모조리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죽음의 느낌인가.
라이아는 그렇게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 그 생각도 점점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