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66화 [4부 라스트 래디언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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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66화 [4부 라스트 래디언스, 프롤로그]


프롤로그…

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어머니의 실수를 보상할 기회가 저에게 온 것입니다.

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죄인이 되어 신계로 불려갈 때의 그의 얼굴을….

어머니께선 저에게 그가 저와 운명의 실로 이어져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운명일까요….

전, 저의 동생과 그 운명이라는 것을 한번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나…

-End


제1화 [BSP, 부활의 목소리]

“헤이 헤이~좋은 아침!!!”

현재시간 8시 30분. 자신의 시계와 뒤늦게 들어온 지크의 모습을 번갈아 보는 처크 켄트(대한민국 수도 방위부 부장)는 여느때와 같이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책상을 탕 치며 회의실 의자에 앉는 지크에게 소리쳤다.

“이녀석!! 출근 이튿날부터 늦는 녀석이 어디있어!!! 네가 그러고도 BSP의 자격이 있나!!”

지크는 아침을 굶고 온 듯, 커다란 쵸코바를 꺼내 포장지를 벗긴 후 여유있게 한입 물며 대답했다.

“에이, 뭐가 이튿날이에요 할아버지. 몇개월 전만 해도 계속 BSP로 출근했는데요 뭐. 물론 중간에 이유 모를 사정이 있어서 해산되었다가 다시 집합하긴 했어도 꼭 이튿날이라고 하시긴…. 게다가 견습도 둘이나 데리고 왔잖아요.”

“…흐음…!”

처크는 마음에 안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머리를 감싼채 고민을 하던 처크는 옆에 앉은 오퍼레이터 루이·켄트에게 오늘 안건을 들려주라는듯 손짓을 했고,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처크 뒤에 펼쳐진 스크린으로 다가가 서울시내의 지도 화면 화일을 오픈시켰다. 곧, 가로 세로 2m의 전자 스크린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지도 화면이 떴고, 루이는 펜 마우스로 커서를 움직이며 오늘의 회의 안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BSP가 재 소집된지 정식 기간으로는 3일이 지났습니다. 그 기간동안 BSP에 재 등록한 인원은 원래 인원의 90%라는 기분좋은 통계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기쁜 소식엔 나쁜 소식이 따르기 마련이라 바이오 버그의 숫자 역시 BSP가 활동을 안하던 몇개월간은 마치 멸종이 된 듯 잠잠하다가 갑자기 최근들어 폭발적인 증가를 하여 현재엔 예전의 숫자를 회복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바이오 버그의 출몰로 인하여, 명동 B구역과 강남, 서초구의 세 지역이 현재 마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의 임무는 특수경찰들과 함께 문제 지역의 바이오 버그들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다른 안건은 없습니다. 질문 있으신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지크는 책상위에 풀썩 쓰러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에구…달라진게 하나도 없구만…. 정초부터 이게 왠 고생이야…흑흑.”

옆에 앉아있던 챠오는 쓰러진 지크를 흘끔 바라볼 뿐이었다.

곧, 루이는 스크린을 끄고 자리에 돌아왔고, 처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모두에게 말했다.

“자, 다시 조를 편성해 주겠다. 지크, 리진은 제 1조. 헤이그, 챠오는 제 2조. 케빈, 사이키는 제 3조가 된다. 1조는 명동 B구역을, 2조는 강남구를, 3조는 서초구를 맡아 주도록. 지원 부대는 전투경찰 253대대, 428대대, 139대대다. 그럼, 하루동안 수고를 해 주도록. 이상.”

모두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고, 아직도 책상에 쓰러져있던 지크는 고개만을 슬쩍 돌린 후 처크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 할아버지. 견습들은 오늘 뭘 하나요? 그 애들이 연락좀 해 달라고 해서….”

책상에서 자신의 파이프 담배를 꺼내들던 처크는 옆에 준비된 서류를 꺼내 몇장을 넘기며 지크에게 말했다.

“견습? 음…오늘은 체력 검사와 사이킥 레벨을 측정할거야. 그리고, 제발좀 직장에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좀 말아. 다른 대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지크는 천천히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알았습니다. 그럼 다녀올께요 할아버지.”

지크는 손을 흔들며 여유있게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처크는 다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아직 남아있던 루이는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처크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어, 부장님. 건물 정비에 대한 공사 자금에 대해….”

“어허, 그냥 아빠라고 부르라니까. 허허헛….”

처크는 웃으며 괜찮다는듯 손을 흔들었고, 루이는 아무 말 없이 처크를 바라보다가 힘없이 말했다.

“…예, 아빠.”


정비창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손질하고 있던 지크는 정비창 안에 자신의 동료인 하리진(20세)가 들어오자, 반갑다는듯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헤이, 리진양~반가워요~.”

“흥.”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들어오던 리진은 가볍게 인상을 쓴 채 고개를 휙 돌려버렸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스패너로 계속 오토바이를 정비해 나갔다. 그러다가, 귀가 심심해졌는지 할 일을 계속 하며 리진에게 물었다.

“리진양께선 여기 뭐하러 오셨는지?”

“사이킥 소드를 정비하러 왔어. 후…왜 또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었는지 모르겠네.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면 나만 고생한단 말이야.”

“허어…그런 섭한 말씀을. 그건 그렇고…가족들은 다 괜찮으셔? 예전에 지명수배 당했을때 우리 어머니도 고생하셨는데 말이야.”

오른손에 장비된 사이킥 소드 유닛을 팔에서 푼 후 특수 드라이버로 장갑을 해체하던 리진은 인상을 푹 쓰며 대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내 동생은 덕분에 학교에서 정학까지 맞았다구. 아버지는 졸지에 실업자로 변신하셨고. 물론 지금은 평상시대로 복귀했지만. …하지만 다시 집에 돌아오니 좋긴 좋더라구. 그건 그렇고, 지크가 데려온 견습 두명 말이야. 모두 여자던데 그동안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닌거야?”

팅—

그 말을 들은 순간 스패너를 떨어뜨린 지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어이, 하리진. 그대마저 우리 모친과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면 어이하나이까? 나도 이런 상황까지 올줄은 몰랐다구. 하지만 둘이 좋다고 BSP가 된건데 내가 어쩌겠어?”

“…뭐가 좋은데 BSP가 됐다구?”

리진은 인상을 더욱 구긴채 지크를 쏘아보며 물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없이 스패너를 다시 들어올릴 뿐이었다. 사이킥 소드의 정비를 마친 리진은 헛기침을 한번 한 후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책상위에 샌드위치 하나 남겨놨으니까 배고프면 먹어. 아까 그 괴물같은 초코바 먹는거 보니까 아침도 굶고 온 것 같은데…. 빨리 나와, 작전 시간까지 30분 남았으니까.”

리진이 나간 후, 지크는 흘끔 책상위를 바라보았고, 그곳엔 리진의 말 대로 샌드위치와 따지 않은 우유 한 팩이 남아있었다.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실실 웃을 뿐이었다.

“헤헷, 녀석….”

30분 후,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놓은 뒤 본부의 현관으로 나온 지크는 대원 모두가 집합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장갑을 낀 손을 턴 후, 대원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헤이그(49세)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선배! 오~래간만에 한번 해 볼까요?”

헤이그는 변함없는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괴물같은 녀석. 자, 모두….”

헤이그는 기계로 된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고, 지크를 포함한 다른 대원들은 자신들의 손을 모두 헤이그의 손 위에 겹쳐 나갔다. 헤이그는 눈을 감으며 엄숙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 모두…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할 생각이 있는가?”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꼭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했는가?”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지크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늦잠을 주무셨는데….”

모두는 흘끔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미안하다는듯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헤이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말했다.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그럼!!”

“핫!!”

모두는 손을 강하게 올리며 화이팅을 외쳤고, 각자 자신들의 차량을 향해 뛰어 나갔다.


“음…시에는 아직도 자고 있네?”

아침 열 한시. 그때 잠에서 겨우 깨어난 레니·켄트(35세)는 자신의 옆에서 아직도 자고 있는 시에를 확인한 후 눈을 부비며 세면실로 향했다. 복도를 거닐던 그녀는 언제나 비어있던 옆방을 살그머니 열어보았다. 지크가 급히 마련한 더블 침대 위엔 두명의 여자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녀들의 자는 표정을 잠시 바라보던 레니는 다시 문을 닫고 복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지크가 나간 동안엔 집이 심심했는데 식구가 셋이나 늘어나니 이젠 좀 괜찮네. 호홋…괜히 지크를 혼냈나봐.”

1층 세면실의 문을 열고 물을 틀던 레니는 역시 비어있던 옆집이 아침부터 시끄러운것에 의아해하며 창문을 열어보았다. 세대의 이사 차량에선 인부들이 열심히 가구를 집안에 들여놓고 있었다.

“어머? 누군가 이사를 오는 모양이네? 흠…이웃까지 늘어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편해지네…. 음?”

그때, 레니는 집에서 나오는 긴 은발의 젊은 여성을 볼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여느 연예인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그녀를 보며, 같은 여자인 레니도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따뜻하게 내려쬐는 정초의 햇볕과, 집안에 들어가는 가구들을 보는 그 처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이삿짐 센터의 인부들마저 가구를 옮기며 그녀를 흘끔흘끔 쳐다볼 정도였다.

“…어머…지크가 보면 혼이 나가겠는걸? 호호홋….”

그렇게 말한 후, 레니는 다시 창문을 닫고 세면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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