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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97화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넬의 문제는 결국 그녀와 지크의 말싸움으로까지 번졌고,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둘이 똑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넬의 거처를 어디로 할까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 하지만 답은 그리 간단하게 나오지 않았다.

딩동– 딩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말싸움을 하고 있는 지크 대신 레니가 급히 현관으로 나가 보았다. 현관밖엔 세이아가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서 있었고, 레니는 바로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 세이아 양 아니에요? 오늘은 무슨 일로‥?”

레니의 인사와 질문을 받으며 집 안쪽을 흘끔 바라본 세이아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오늘 아침에 리오 씨께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그걸 사과드리려고 온 건데‥리오 씬 지금 계시지 않나요?”

“음? 그래요? 하지만 어쩌나‥리오 씨는 지금 집에 안 계신데요. 그럼, 잠깐 들어오기나 해요. 혼자 집에 있기도 쓸쓸할 텐데‥.”

레니의 제안을 받은 세이아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거실에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고개를 끄덕이며 레니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

“왜 우리 집이 아니면 안 되는지 이유 먼저 말을 해 봐!!! 합당한 이유가 되면 내가 텐트라도 사 주지!!!”

“좋아요!!! 첫째, 이 집엔 현역 BSP 대원이 세 명이나 있고!! 둘째, BSP 본부와 상당히 가까운 편이고!! 셋째, BSP 대원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강자가 있고!! 넷째, 이 넬 에렉트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

넬이 자신의 질문에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대답하자, 지크는 움찔하며 말문을 잠시 닫았다.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넬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할 말이 없어진 지크는 머리를 감싸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내 방에서 재워야 한단 말인가? 아니야, 아니야!!! 오오오, 신 중의 신이시여, 보고 있으면 좀 도와줘요!!! 천사들하고 노닥거리지 말고!!!’

“저어‥저희 집에서 하숙하면 곤란한가요? 바로 옆집인데‥.”

“!!!!!”

그 순간, 지크는 하숙을 제의한 세이아를 돌아보았고, 그는 감동 어린 시선으로 세이아를 바라보며 경건히 중얼거렸다.

“오오‥그대의 찬란한 빛의 날개에서 뿜어지는 후광이 먹구름으로 어두웠던 나의 미래를 희망차게 밝히고 있습니다‥!!!! ‥근데 언제 왔어요?”

“….”

세이아는 힘없이 웃으며 지크에게 말해 주었다.

“예, 방금 전에요. 옆에서 말씀들을 들어보니 이 집에서 저 아가씨가 자기엔 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군요. 그럼, 저희 집은 어떤가요? 아가씨가 말한 네 가지 조건을 완전히 만족시키진 못하지만 아주 늦은 밤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조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

넬은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제의가 들어온 것에 놀란 것이 아니라, 세이아가 자신을 완전히 낯선 시선으로 보며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넬은 혹시나 하며 세이아에게 물어보았다.

“저, 저어‥정말 혼자 사시나요?”

“아니요, 아가씨 또래의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지금은 학교에 있지만요.”

“‥!!!!”

넬은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넬의 그런 모습을 본 지크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잠깐 나와 볼래?”

“예? 예‥.”


“할머님께서 무당이셨다‥. 하긴, 피를 무시할 수는 없죠. 아마 리진 양은 할머님과 같이 영 능력이 높은 탓에 이 탑에서 발산되는 사악한 기운을 느끼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감과 악몽에 시달린 것이죠. 음‥아마 어렸을 때에도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 따위를 많이 보셨을 것 같군요.”

리오는 바닥에 널린 악마들의 사체를 조사하며 리진에게 말했고, 리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어렸을 적‥할머니 댁에 찾아갔을 때 할머니 방에 있는 신장들의 그림이 불쑥 튀어나와 저에게 뭐라 말을 하려 했던 것을 본 일이 있어요. 그땐 정말 무서웠죠.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수염도 무섭게 나 있는 큰 덩치의 신장과,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역시 덩치가 큰 신장 둘이서요. 무슨 말인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께서 놀라시더라고요.”

‘‥당연하겠지, 자신보다 수십 배는 강한 영 능력을 뜻하는 것이니까‥.’

리오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리진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 후로‥전 BSP 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묘지나 그밖에 사고가 난 지점 근처를 가면 끔찍한 모습의 유령들이 그 근처를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사이킥 파워가 점점 높아지면서 그 유령들도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죠. 그래도 유령의 ‘유’자만 들어도 몸이 떨려와요. 마치 공포증과 같이‥.”

“‥그럴 겁니다. 처음 영 능력에 눈을 뜬 무당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공포증에 시달려야 하죠. 도중에 그걸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무당도 상당수입니다. 자, 그건 그렇고‥.”

말을 중간에 끊은 리오는 악마들의 사체 더미 중 한 곳에 손을 민 후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악마를 잡아 들어 올렸다. 왼쪽 가슴 한복판에 난 총상 외엔 상처가 없어 악마는 눈을 붉게 빛내며 리오를 쏘아보았다. 악마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린 리오는 씨익 웃으며 악마에게 물었다. 저급 악마여서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없는 까닭에 리오는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만 했다.

“Ηεψ? Απε ψου οκ? 후훗‥.”

(이봐 괜찮나?)

「‥!! Υου ασε νοτηυμαν‥!!! ΚΥυ‥φελλ‥. Ζοδ’σ

(‥!! 넌 인간이 아니군‥!! 쿠‥그래‥)

κνιζηλ? Κυυ‥δαμε‥δισξοπτυφ. φελλ! κθλλ με!!

(가즈 나이트지? 쿠훗, 빌어먹을‥운이 없군. 좋아, 죽여라!!)

γομε ον!!! κθλλ με!!!!!」

(뭘 하나, 날 죽여보란 말이다!!!)

퍼억–!!!!

리오는 곧바로 반대편 주먹으로 악마의 얼굴을 후려쳤고, 흥분하며 소리치던 악마는 곧 잠잠해졌다. 리오는 다시 악마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대화를 듣던 티베는 인상을 가득 쓴 채 중얼거렸다.

“‥리오 씨가 어떻게 저 언어를 알고 있는 거지? 나도 예전에 고대 마법서에서 잠깐 봤을 뿐이라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마키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은 채 손에 착용한 너클을 매만지며 티베에게 말했다.

“저 바람둥이 오빠가 이상하지 않은 것도 없었잖아. 우리가 저 사람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저 사람이 남자라는 것뿐이라구.”

“그, 그렇군.”

한편, 악마의 말을 한참 듣던 리오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Ψελλ, ψελλ‥. ‘Τυπανακ’‥στυρθδ δεμον. οκ, ζ

(그래, 그래‥. ‘투라바크’였군. 불쌍한 녀석인데? 좋아)

ετ ουτ ηεπε.”

(여기서 꺼지라구)

리오는 곧 들고 있던 악마를 옆에 내던졌고, 악마는 가슴에 입은 상처를 손으로 감싼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리오는 손을 털며 일행에게 돌아왔고, 티베는 팔짱을 낀 채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 씨,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신 거예요?”

“아, 별것 아니에요. 이 탑을 이용하고 있는 녀석이 누군지 좀 물어본 것뿐입니다. 음‥저 녀석 사라지긴 했지만 분명히 위로 올라갔을 테니 이제부턴 주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닌 듯하니 천천히 계단으로 가죠.”

리오는 여유 있게 검을 거두며 모두에게 말했고, 일행은 리오를 따라 비상 계단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하나를 오를 때마다, 동물적 감각이 좋은 마키는 무언가 자신의 몸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을 점점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보다 더욱 감각이 좋은 리오는 검도 뽑지 않고 최근 유행하는 노래를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맨 앞에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마키는 리오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는 리진을 앞질러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잠깐, 리오. 지금 주위엔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는데, 왜 전투 준비조차 하지 않는 거죠? 제가 느끼는데, 하물며 리오라고 해서 느끼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디바이너를 뽑았고, 대답을 하듯 검의 끝으로 비상 계단의 오른쪽 벽을 쿡 찔렀다.

「키아아아아악–!!!!!」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푸른색의 피가 검이 박힌 벽에서 분출되었고, 리오는 검을 다시 뽑아 끝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내며 말했다.

“‥아마 티베 씨나 리진 씨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당연하죠. 이 벽 사방이 악마들로 뒤덮여 있으니까요.”

“-!!!!”

순간, 리오를 제외한 모두는 무기를 꺼내며 사방에 시선을 돌렸고, 리오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내리며 말했다.

“이런 이런. 그렇다고 해서 꼭 전투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요. 저들도 생명이라는 것이 있으니 함부로 덤비진 못하거든요.”

그 말에, 모두는 미심쩍은 눈으로 리오를 보며 천천히 무기를 거두었고, 티베는 팔짱을 끼며 아무래도 모르겠다는 듯 다시 리오에게 물었다.

“‥그럼, 아까 이곳에 들어왔을 때의 그 환영 인파는 뭐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그 환영객들은 손님을 잘못 알았죠. 좀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요?”

리오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다른 셋은 리오와 떨어지지 않게 걸음을 재촉하였다.

얼마나 올랐을까. 보는 것 말고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티베의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 이상하게 변해버린 커다란 문이 리오와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고, 리오는 턱을 쓰다듬으며 그 문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흠‥인테리어 감각이 영 아니군. 어쨌거나 들어가죠. 우릴 기다리고 있을 녀석이 하나 있을 테니까요.”

리오는 곧 손으로 문을 밀었고, 문은 비릿한 점액질을 흘리며 안쪽으로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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