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99화
제8화 <Nice Guy!>
서기 2035년 초겨울.
사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BSP 하리진은 그날 BSP 초대 멤버인 그랜·헤이그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선배와 함께이긴 했지만 ‘실전 견학’ 등으로 몇 달간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그리 어색할 것은 없었다.
“아아〜오늘도 조용하네요 선배님.”
순찰차의 운전을 항법 장치에 맡겨둔 리진은 팔을 쭈욱 펴며 헤이그에게 말했고, 헤이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거지. 하지만 바이오 버그 녀석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리진도 주의해 줘. 아, 그건 그렇고 오늘 새 멤버가 한 명 들어온다는데‥.”
“어머, 그래요? 잘됐네요! 여태까지 멤버가 헤이그 선배님이랑, 케빈 선배님이랑, 챠오랑 저뿐이었는데 한숨 돌릴 수 있겠군요!”
그러나, 기뻐하는 리진의 얼굴과는 달리 헤이그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헤이그는 자신의 기계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말했다.
“‥부장님 말씀이, 실력은 정말 대단하지만 너무 엉뚱한 사람이라고 하시더군. 실력과 판단력이 반비례한다는 소문도 있고‥어쨌든 만나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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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 첫 출근 아침부터 햄버거구만.”
지크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근처 편의점에서 산 햄버거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중국, 일본, 대한민국에서 차례로 수련을 한 뒤 오늘 정식 BSP가 되는 지크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꼭 오늘 이렇게 늦게 등장해야 할까 고민도 되었지만, 그래도 첫 출근이었기 때문에 도시 구경이나 한 다음 퇴근 시간 때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처크 부장에게 인사나 하자는 계획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햄버거를 다 먹은 지크는 쓰레기를 도로변 쓰레기통에 버린 후 천천히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그의 오토바이는 현재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자기 부상식이 아닌, 고전적인 이륜식 오토바이였다. 현재 바퀴를 사용하는 차량은 8인승 이상의 승합차나 버스, 화물트럭 등의 대형 차량뿐이어서 지크의 오토바이는 다른 사람들에겐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결코 고전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는 엔진이 ‘하이드로즌 부스터 엔진'(간단히 말해 수소 엔진)이었기에 출력이나 속도 면에선 보통의 자기 부상식 오토바이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오토바이 전문 회사인 타이푼 블링거에서 지크에게 특별히 커스텀식으로 만들어준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지크와 그의 오토바이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도심을 지나 강에 놓여진 대교를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때, 긴 경보음이 공중에서 들려왔고 지크는 갓길에 오토바이를 잠시 세운 뒤 공중에 떠 있는 뉴스 벌룬을 바라보았다. 뉴스 벌룬에 장치된 거대 전광판엔 경고 문구가 떴고, 지크는 고글형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 경고문을 읽어 보았다.
“어디 보자‥오호라, C급 바이오 버그 경보라 이거지? 좋아, 저거 한 마리 잡으면 할아버지께서도 용서해 주시겠지!! 헤헤헷‥기다려랏!!!”
지크는 곧장 경보가 발령되어 있는 장소를 오토바이에 장치된 위성 지도를 통해 확인한 뒤, 그곳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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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가 발령되어 시민의 대부분이 대피한 상가 지역으로 들어선 헤이그와 리진은 무기를 점검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다목적 전투용 사이보그인 헤이그는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추가 무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몸 전체에 모든 상황에 대비한 특수 무기들이 장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진은 70구경 블래스터의 안전 장치를 푼 후 바이오 버그 탐색용 생체 레이더를 켜고 신경을 곤두세운 채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
“‥저 모퉁이에 네 마리, 그리고 저 상점 안에 세 마리예요 선배님.”
“좋아, 상가 쪽은 리진이 맡아줘.”
헤이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변형한 다음 다리에 준비되어 있는 에너지 팩을 기관부에 꽂았다. 붉게 빛나던 게틀링건의 에너지 게이지는 곧 녹색을 가리켰고, 준비가 끝난 헤이그는 리진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시작!”
곧, 둘은 양쪽으로 갈려 뛰기 시작했다. 헤이그의 안구에 장치된 조준 사이트엔 네 개의 조준점이 건물 벽에 박혔고, 헤이그의 게틀링건은 즉시 레이저탄을 조준점에 퍼붓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레이저탄은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벽을 일순간에 초토화시켰고 곧 건물 잔해와 함께 황색의 체액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그때, 조준점 하나가 붉은색을 가리키며 헤이그 쪽으로 접근했고 헤이그는 왼팔에 장치된 실드를 펴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악–!!!!!」
순간, 검은색의 몸을 가진 바이오 버그 한 마리가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왔고 헤이그의 실드를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로 강하게 가격했다.
파앙!!!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실드는 어지간한 바이오 버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헤이그는 실드에 머리를 부딪혀 뒤로 튕겨 나간 바이오 버그에게 게틀링건으로 일격을 가했고, 바이오 버그는 황색 체액을 뿜으며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 누웠다.
“맞아랏!!!”
한편, 리진은 상점 안에서 바이오 버그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리진의 탄환을 피한 바이오 버그는 꼬리에서 산성 체액을 뿜으며 반격을 했고, 초능력자인 리진은 자신의 몸 주위에 ‘사이킥 필드’를 펼쳐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쿠웩!!!」
그때, 리진 가까이에 접근한 바이오 버그 한 마리가 손톱으로 그녀에게 직접 공격을 가했고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리진은 바이오 버그의 팔을 잡고 쭉 펴며 팔꿈치를 무릎으로 강하게 올려 쳤다.
우둑!!
「쿠오옷–!!!!」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이오 버그의 팔뚝은 아래로 축 늘어졌고 리진은 틈이 생긴 바이오 버그의 머리에 블래스터를 난사했다.
“이거나 먹엇!!”
머리를 난사당한 바이오 버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목표치를 달성한 리진은 즉시 밖으로 나와 헤이그와 다시 합류를 했다.
“괜찮으세요 선배님?”
“음, 실드가 좀 긁혔을 뿐이야. 자, C급 녀석과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는 거지?”
헤이그의 물음에 리진은 생체 레이더의 범위를 크게 넓혀 보았다. 그러자 서쪽 방향에 수십여 개의 작은 점과 커다란 점 하나가 밀집되어 있는 것이 들어왔고 리진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와아, 이거 지원을 요청해야 하겠는데요? 이거 너무 많아요 선배님.”
“흠‥그렇군. 하지만 C급 녀석만 없애면 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도망가 버리니 주의해서만 처리하면 돼. 음? 잠깐!”
“‥앗?”
생체 레이더에 시선을 두고 있던 헤이그는 순간 깜짝 놀랐고, 레이더를 흘끔 본 리진 역시 놀라고 말았다. 레이더에 표시된 작은 점들이 마치 전등이 꺼지듯 차례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꺼져나가는 것이었다.
“아, 아니 이럴 수가? 모두 도망가는 것은 아닐 텐데‥설마 챠오와 케빈도 이곳에 와 있는 것인가? 좋아, 가보면 알겠지!”
“예!”
둘은 그곳을 향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접근하는 동안에도 E급을 가리키는 불빛들은 계속 꺼져나갔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C급을 나타내는 불빛 하나 외엔 남은 것이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리진과 헤이그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들이 상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 정도의 숫자가 1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죽어버리다니, 설마 BH라도 있는 건가?”
“‥인간이 아닐 거예요!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구요!”
그렇게 말하며, 둘은 계속 C급 바이오 버그가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가는 도중에 널려 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모두 몸이 두, 세 조각 이상 나눠져 있거나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사람들이 이렇게 학살당한 광경은 옛날에 본 일이 있는 헤이그였지만, 리진의 말대로 이런 경우는 그 역시 처음이었다.
“아! 선배님, 저기!!”
“음!?”
건물 모퉁이를 돌자마자 헤이그와 리진이 본 광경은 다관절을 지닌 거대한 바이오 버그 한 마리와, 그 앞에 대치하고 있는 붉은 재킷의 금발 청년이었다. 청년의 손엔 푸른색 반사광을 음산히 뿜어내고 있는 태도(太刀)가 들려 있었고, 그것을 본 헤이그는 눈을 꿈틀대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 청년 혼자서 이 정도의 숫자를 모조리 처리한 것인가?”
“서, 설마요!”
그들이 말하는 동안, 청년은 엄청난 스피드로 C급 바이오 버그에게 돌진했고 바이오 버그는 입에서 화염을 토하며 청년을 공격했다. 그러나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불기둥에 뛰어들었고, 조금 후 청년은 불꽃을 뚫고 바이오 버그의 머리 위까지 치솟아 오르며 일도양단의 자세를 취했다.
“호앗–!!!”
퍼억–!!!!!!!!
순간, 푸르고 거대한 반사광이 바이오 버그의 머리에서부터 지면에 닿은 배 부분까지 내리그어졌고, 거대한 바이오 버그의 동작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어느새 지면에 착지한 청년은 손에 든 태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허리 뒤에 돌려서 찬 칼집에 넣었고, 바이오 버그의 거대한 몸은 좌우로 나뉘어지며 휘발성이 강한 체액의 영향으로 이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청년은 손으로 코를 막은 채 천천히 헤이그와 리진 쪽으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