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14화
“흥, 우릴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군 리오·스나이퍼!!!”
리오의 방금 전 말에 상당히 흥분한 레베카는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쥔 뒤 엄청난 스피드로 리오에게 돌진했고, 리오가 사정거리 내에 들자 그녀의 오른손 주먹은 탄환이 쏘아지듯 리오의 얼굴에 직격으로 날아들었다.
파악–!
그러나, 레베카의 주먹은 리오의 오른손에 간단히 잡혀 버렸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습게 보이는 걸 어떻게 하지? 후훗‥.”
“‥으, 으윽‥!?”
레베카는 긴장을 하며 다시 뒤로 물러섰고, 리오는 오른손을 내린 후 손바닥을 바지 위에 털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당한 힘인데? 1년 전의 나였다면 분명 손이 산산조각 났을 거야. 지크 말대로 주의하는 게 좋겠군.’
디바이너를 다시 오른손에 바꿔 든 리오는 츄우와 레베카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고, 미소를 지운 둘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상당하군요.”
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고, 그녀의 발 앞에선 작은 빛의 원형이 생겨났다. 그 원형에선 곧 날이 길고 넓은 창이 서서히 튀어나왔고, 츄우는 그 창을 양손으로 들며 리오에게 말했다.
“‘바로크’‥입니다. 명계에서도 이름난 창이니 당신도 잘 알 거예요.”
그녀의 옆에 있는 레베카는 자신의 양손을 앞으로 뻗었고, 그녀의 손 사이에선 엄청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스파크 덩어리는 점점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고, 곧 자루가 긴 해머로 완전한 형체를 갖추었다. 레베카는 그 해머를 한 손으로 휭휭 돌리며 말했다.
“‘토울 해머’! 당신은 이제 다 살은 거야!”
흉창(凶愴), 바로크까지 나왔을 땐 리오도 별로 놀라지 않았으나, 레베카가 토울 해머를 꺼냈을 때 리오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해머 자체가 가진 무게도 무게지만 뇌력의 힘을 신계의 어떤 무기보다 많이 머금고 있어서 한 방 한 방의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였다. 고대 뇌신 ‘토울’이 썼던 무기인 만큼 위력은 보장되어 있기도 했다.
‘바로크는 어떻게 한다 쳐도 토울 해머는 막을 엄두가 안 나는군‥. 신검 치고는 강도가 낮은 편인 디바이너로 직접 방어는 무리일 거야. ‘엑스칼리버’를 너무 빨리 돌려드렸나‥. 하는 수 없지.’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를 꺼냈고, 리오가 기를 주입하자 파라그레이드의 얇고 긴 오리하르콘의 날에선 우윳빛의 넓은 날이 양쪽으로 퍼져 나왔다. 파라그레이드를 본 츄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레베카에게 물었다.
“‥너 저 무기 알고 있니? 난 첨 봐.”
“나도 처음 봐. 하지만 그래 봤자 이 토울 해머의 일격은 받아내지 못해! 하하하하핫–!!!”
두 개의 무기를 양쪽에 든 리오는 심호흡을 하며 기를 끌어 올렸고, 그의 몸에선 푸른색의 기가 폭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를 왠만큼 끌어 올린 리오는 두 개의 검을 머리 위에서 교차시켰고, 그의 양 손등엔 곧 붉은색의 작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마법검, ‘화이어 크레이브’‥!!”
리오의 손등에 그려진 마법진에선 순간 화염이 치솟았고, 그 화염은 각각의 검을 휘감고 그 표면에서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레베카는 움찔하며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개인 마법검? 고대 주신 오딘이 즐겨 썼다는 가속성(加屬性) 물리 공격술‥!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두 개의 검에 동시적으로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는걸? 하하, 정말 끓어 오르는데!! 좋아,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하겠어!!!”
레베카는 씨익 웃으며 해머를 양손에 쥐고 리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리오의 현재 생각은 이러했다. 마법검을 덧붙인 자신의 기술로 한 명만을 공격하며 치명상을 입힌 뒤 다른 한 명을 공격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의외로 빨리 실행되었다. 레베카의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 그의 계획을 앞당겨준 것이었다. 리오는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레베카에게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레베카는 리오가 자신의 간격 안쪽으로 들어오자 해머를 위로 치켜들며 일갈을 터뜨렸다.
“죽엇!! 우아아아아아앗–!!!!!!”
콰아아앙–!!!!!!
토울 해머의 위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사방 수십 미터의 지면이 원형으로 붕괴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충격의 여파도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츄우까지 중심을 잃고 흔들거릴 정도였다.
“틀렸어.”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정작 리오를 맞추지 못하였고, 레베카는 흠칫 놀라며 자신의 옆으로 돌아간 리오를 공격하기 위해 해머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그보다 리오의 공격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앗!”
팍!
리오는 먼저 디바이너의 날 등으로 레베카의 다리를 후려쳤고, 레베카의 몸은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리오의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간다, 극상! ‘플래임 랩소디’–!!!!”
리오의 일갈과 동시에, 레베카의 몸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부채꼴에 휘감겼고, 그녀의 몸은 화염에 휩싸인 채 점점 공중으로 쳐 올려졌다. 그런 엄청난 광경은 이제까지 본 일이 없던 츄우는 잔뜩 긴장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 따름이었다.
콰아앙–!!!!!
이윽고, 레베카의 몸은 수십여 미터 위의 상공에서 일어난 대 폭발에 의해 다시 지상으로 추락했고, 리오는 지상에 가뿐히 착지를 했다. 화염에 의한 충격이 공격의 주가 되는 플래임 랩소디에 완전히 휘말린 레베카는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했고, 리오는 호흡을 조절하며 츄우 쪽을 바라보았다.
“자아, 다음은 아가씨 차례인가?”
“예, 예? 아‥호호호호홋, 저, 저는 그러니까‥아직 마음의 준비가‥호호호호홋.”
츄우는 사실 생각지도 못한 사태였다. 자신들 데스 발키리 다섯 명 중 최고의 물리력을 가진 레베카가 리오의 단 한 번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은 확실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리오는 마법검 효과가 사라진 디바이너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이런‥. 하지만 뭐, 여기서 끝낸다면 나도 바랄 건 없지. 그럼 헤어질‥.”
“아직이야!!!”
그때, 아스팔트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던 레베카가 크게 소리쳤고, 츄우와 리오는 그녀가 쓰러져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레베카는 눈을 부릅뜬 채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리오는 내심 놀라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플래임 랩소디를 직격으로 맞고도 멀쩡하다니‥후, 대단한걸? 물론 충격이 남아 있긴 하겠지만‥. 마치 사바신을 보는 것 같군.’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레베카를 바라보았고, 레베카는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숨을 헐떡이며 리오를 쏘아보았다.
“‥대단한데? 하아, 하아‥이 정도 공격은‥하아, 데스 발키리가 된 이후‥하아, 처음이야‥하아, 하아‥. 재미있어‥하아, 몸이 떨릴 정도로‥하아‥하하하핫!!!!”
그런 레베카의 모습을 본 리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린 후, 다시 자세를 취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저 여자‥맞으면 맞을수록 쾌감을‥아, 이런. 나도 너무 오염됐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하아, 하아‥.”
“아, 아냐. 별로‥.”
…………………….. . . . . . . . .
“이봐 챠오! 괜찮은 거야?”
루이를 데리고 의무실에 들어온 지크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안쪽에 대고 소리쳤고, 의무실 안에 가득 누워있던 본부 경비대 대원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순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곧 의무실 담당 의사가 지크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1 의무실은 만원이니 다른 의무실로 가 주십시오. 부상자가 속출해 있는 상태라 아마 왠만한 의무실도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젠장, 도대체 어떤 괴물들이길래 이렇게 당해버린 거지? 자, 루이! 조금만 참아!! 자, 가자 슈렌!!!”
“‥음.”
루이를 안고 있는 슈렌은 지크를 따라 다른 의무실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본 제 1 의무실 담당의는 밖으로 나가는 슈렌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자신의 기억상으로 파란 장발의 BSP는 대한민국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 개의 의무실을 거친 지크는 제 8 의무실에서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챠오도 볼 수 있었다. 슈렌이 빈 침대에 루이를 데려다주는 동안, 지크는 챠오 쪽으로 가서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어이, 괜찮은 거야?”
“지크 얼굴만 안 보면.”
이마에 붕대를 감은 채 링겔 액을 맞고 있는 챠오는 변함없이 쌀쌀하게 지크를 대했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챠오에게 물었다.
“케빈은? 그 녀석은 어디 갔어?”
“아까 도착한 헤이그 선배님과 마키, 티베와 함께 본부 12구역까지 침범한 바이오 버그를 막으러 갔어. ‥잠깐, 저 사람 혹시 슈렌 씨?”
멀리서 담당의와 함께 루이의 응급 처치를 하고 있는 슈렌의 모습을 본 챠오는 깜짝 놀라며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주차장 앞에서 루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 슈렌하고 함께 루이를 옮겨왔어.”
“‥그럼, 리오 씨도 함께 온 거야?”
“….”
챠오의 입에서 ‘리오’라는 단어가 조심스레 튀어나오자 지크는 허무한 표정을 지었고, 챠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에게 되물었다.
“리오 씨도 온 거냐고!”
“밖에서 신나게 싸우고 있답니다. 자자, 넌 몸조리나 잘 하고 있어. 난 헤이그 선배님들을 따라가 볼 테니까. ‥우욱‥!!”
순간, 지크는 몸을 크게 숙이며 입에서 선혈을 뿜었고, 그것을 본 챠오의 눈은 경악에 휩싸였다. 곧 간호원들이 지크에게 달려왔으나 지크는 그녀들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뒤 팔뚝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
‘‥아까 붕권을 맞은 충격이 지금 나오는 건가? 빌어먹을‥아무래도 폐가 뒤틀린 것 같은데. 어쩐지 기전력이 빨리 사라진다 했지‥.’
지크는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다시 몸을 일으켰고, 다시 의무실을 나서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기다려.”
그때, 슈렌이 그룬가르드로 지크를 막았고, 지크는 슈렌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슈렌은 의무실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며 지크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쉬고 있어. 폐만 망가진 게 아니라 내장도 손상을 입었으니까.”
“‥엣, 알았다구. 내 동료들이랑 싸우지나 말어.”
슈렌은 아무 말 없이 의무실을 나섰다. 지크는 천천히 챠오의 옆 침대로 걸어가 그곳에 누웠고, 챠오는 팔베개를 하고 눈을 감고 있는 지크의 모습을 걱정스런 눈으로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아가씨 보다는 상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헷‥.”
지크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챠오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지크는 곧 눈을 뜨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리오 녀석, 진짜 잘 되어 가는 거야? 느낌상으론 셋 다 그 아란이라는 여자하고 맞먹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