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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22화


“‥자, 잠깐만요 부장님! 고열의 물체가 본부 쪽을 향해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

기지의 레이더를 보고 있던 한 오퍼레이터가 그렇게 소리치자, 막 상황실을 빠져나가려던 처크와 다른 오퍼레이터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처크는 즉시 외부 카메라를 맡은 오퍼레이터에게 소리쳤다.

“그 물체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도록!! 새로운 바이오 버그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 있겠나!”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퍼레이터는 본부 건물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의 각도를 레이더가 가리키고 있는 물체 방향으로 급히 바꾸어 보았고, 상황실의 스크린엔 모두가 말을 잊을 정도의 광경이 떠올랐다.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한 사나이가 본부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 탓이었다.

“뭐, 뭐야‥?”

처크는 아연실색을 하며 선글라스를 벗었고, 다른 오퍼레이터들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모니터에 집중을 했다. 그때,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루이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 남자에요! 슈렌이라는 남자에요!!”

……………………….. . . . . . .

BSP 본부 건물을 향해 급속으로 날아가던 슈렌은 본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는 아주 조용했지만, 너무나 짙은 침묵이 깔려 있었기에 그는 긴장을 하며 건물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슈렌 씨, 슈렌 씨 들리십니까?」

그때, 건물 외부의 스피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슈렌은 기지 건물에 다시 눈을 돌려 보았다.

‘‥외부 카메라군.’

슈렌은 그 카메라에 시선을 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을 향해 중형 인공위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슈렌 씨에게 적당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인공위성‥?’

슈렌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건물 위쪽을 바라보았다. 위성이 보이진 않았지만 상공 쪽의 대기가 무언가에 통과당하며 불안정해진 것을 보고 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슈렌은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간 채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룬가르드를 던진다 해도 지금 상황에선 닿지 않을 것이고‥마법으로 밀어내는 방법 외엔 없나‥.’

슈렌은 곧바로 본부 옥상을 향해 올라갔고, 그의 모습은 옥상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어받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슈렌은 가만히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시험 삼아 간단히 말을 해 보았다.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예, 바람 소리 때문에 감도가 좋진 않지만 들리긴 합니다.」

“그럼, 지금 떨어지는 위성에 대해 알 수 있습니까. 만약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금 본부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위성은 대형 고체 수소 연료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한 융합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은 연료의 양을 고려해 볼 때, 폭발을 한다면 1메가톤급 수소 폭탄의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스피커로부터 위성에 대한 말을 들은 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렌은 다시 상공을 바라보았다. 깨알만한 위성의 모습이 드디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팔짱을 끼고 잠시 간 생각을 해 보던 슈렌은 곧 눈을 뜨며 그룬가르드의 끝을 잡고 위쪽을 향해 치켜 올렸다.

“‥’멜튼’으로 밀어내는 수밖에‥.”

그렇게 중얼거린 슈렌의 몸에선 다시금 찬란한 불꽃이 일어오르기 시작했고, BSP 건물의 옥상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그에 따라 슈렌을 잡고 있던 카메라도 녹아버려 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 . . . . . . .

“본부 옥상의 온도 급 상승! 현재 섭씨 130‥250도! 계속 상승 중입니다!!”

“옥상에 설치된 레이더 사용 불가능! 외부 레이더로 돌리겠습니다!”

“상층부 유리창이 녹아 건물 외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를 처크는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초현실적인 일이 현재 BSP 본부 옥상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400도에 가까운 열을 발생시키다니‥?! 하긴, 지크도 몸에서 전기를 뿜어내니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그렇고 루이, 넌 그 슈렌이란 남자가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지?”

모니터를 통해 건물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루이는 안경을 벗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이상하게도,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어제 본부에 침투했던 생체 병기를 우리 대신 처리해 주었으니 도와줄 것 같기도 했고요.”

루이의 말을 들은 처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몸에 불 달고 날아다니는데 나라도 부탁을 했겠지‥.”

※※※

“‥슈렌‥인가?”

바이오 버그에 둘러싸여 한참 전투를 벌이던 리오는 동작을 멈추며 BSP 본부 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주위의 고층 빌딩들 때문에 완전히 보이진 않았지만 리오는 그쪽에서 강한 불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멜튼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이군. 근데 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기를 저런 정도로 모으는 거지‥? 설마, 데스 발키리가 본부를‥?’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바이오 버그들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몸 주위에 쳐두었던 기의 장막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수고는 없었다. 그가 BSP 본부 쪽을 바라보는 동안 바이오 버그들은 모조리 후퇴를 하는 중이었다. 리오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은 채 멀리 사라져가는 바이오 버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그 와카루라는 노인이 무슨 흉계라도 꾸미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안 되겠군. 집 쪽으로 돌아가 봐야 하겠어.”

리오는 급히 리진과 넬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들을 데리고 가기는 좀 그랬지만 상황이 급한 것 같은 느낌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버리고 가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순찰차 안에 틀어박혀 있던 리진과 넬은 리오가 멀쩡히 돌아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창을 감싼 장갑판을 제거한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리오는 망토를 펄럭이며 차 안으로 들어왔고 리진과 넬은 인상을 쓰며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리진을 돌아보며 급히 말했다.

“지크의 집 아시죠? 그쪽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예? 어, 어째서‥.”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본부 쪽도 심각하지만 아무래도 집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돼요. ‥아차! 라이아!!”

순간, 리오는 자신의 이마를 오른손 바닥으로 치며 인상을 구겼고,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리진에게 다시 말했다.

“죄송하지만 XX 여중 쪽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다니‥젠장할!”

“아‥예.”

리진은 차에 시동을 건 후 리오가 말한 중학교의 위치를 찾기 위해 항법 장치를 켜 보았다. 그러나, 항법 장치의 디스플레이엔 ‘수신 불가능’이란 에러 메시지만이 떠오를 뿐이었고 리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항법 장치를 손으로 두드려 보기 시작했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아침에 나오면서 분명히 점검을 받았는데?”

“‥하는 수 없군요. 제가 그쪽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제가 길 안내를 해 드리죠.”

리진은 리오의 안내를 받으며 속도를 내어 XX 중학교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 방향으로 가는 동안, 리오와 리진, 넬은 처참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거리에 풀어진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행인들의 대부분이 죽어 있었고 시설물 역시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넬은 보지 않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렸고, 리진은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괴롭게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이렇게 많이 나왔을 줄은‥!! 이건 너무 심하잖아!!!”

고통이 섞여 있는 리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리오의 마음도 그리 좋진 않았다. 리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살육을 저지르던 바이오 버그들이 현재는 거짓말과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리진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아, 집에 있던 부모님들은 어떻게 되셨을까요. 지금 학교에 있을 제 동생은‥그리고 친구들은‥!! 이건 마치 융단 폭격을 당한 거리 같잖아요!!”

“‥?”

‘융단 폭격’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잠시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리오는 리진을 흘끔 바라보며 그녀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전쟁 시에‥폭격을 가하는 쪽은 아군의 희생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하겠죠?”

“‥예? 리오 씨!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리진은 리오의 말이 마치 헛소리와 같이 들렸는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고, 리오는 시선을 앞쪽으로 돌린 채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다시금 리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BSP용 항법 장치는‥인공위성을 사용한다고 했죠? 그리고 지금은 수신이 불가능하고‥.”

“‥?”

리진은 리오의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리오의 말을 듣고 있던 넬이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으로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보았고, 조금 후 ‘수신 불가능’이란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리, 리오 형‥. 전화용 위성도 이상해요!”

넬의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불끈 쥐어진 그의 주먹에선 우두둑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그는 이를 갈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메테오’‥!! 인공위성을 이용한 메테오였군!!!”

※※※

“‥사이키, 뭐 이상한 소리 못 들었어?”

순찰차를 타고 급히 본부 쪽으로 가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사이키에게 물었고, 사이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요? 지크 씨는 뭔가 들으셨나요?”

“‥이상해. 뭔가‥떨어지고 있는 소리가 들렸어. 대기가 관통당하는 듯한‥.”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차창을 통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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