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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24화


“‥안타깝군.”

BSP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져 버린 서울의 모습에 슈렌은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BSP 본부에 떨어지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막아내었으나, 다른 곳에 떨어지는 것은 보기만 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슈렌! 슈렌!!”

그때,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지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슈렌은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사했군.”

“아아, 가까스로 폭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대신 차가 망가지긴 했지만.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위성들이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다니!”

“‥누군가 위성을 조작했거나, 이 행성의 중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야. 하지만 후자는 가능성이 적지. 중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서 위성이 이 본부를 향해 정확히 떨어질 이유는 없을 테니까.”

슈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그룬가르드가 내뿜은 열기 때문에 그을려 버린 옥상의 난간에 기대어 섰고, 지크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자신의 두 주먹을 서로 부딪히며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사상자가 몇 명일까? 아무래도 이곳만 떨어진 게 아닌 것 같은데‥. 슈렌,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난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크의 질문에, 슈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조금 쉰 후 집 쪽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알았어. 그럼 난 먼저 내려가 볼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본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탓에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던 지크는 스스로 위성들이 떨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물론 지크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를 뿐이었다.

“쳇, 그 빌어먹을 대머리 할아범‥!!”

상황실까지 내려간 지크는 발전기가 수리될 때까지 수동 개폐로 전환되어 있는 상황실 정문을 직접 손으로 연 뒤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한참 토론을 하고 있던 처크에게 다가가 현재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할아버지, 사상자 확인이 가능한가요?”

선글라스를 벗고 있는 처크는 가라앉은 분위기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유선 전화까지 모두 불통이야. 경찰과도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 상황을 알긴 힘들 것 같아. 그건 그렇고‥리진과 리오 군은 어디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귀환했는데‥.”

“‥별 문제는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크의 자신 있는 대답을 들은 처크는 의외라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리오가 지크의 형제라는 말을 아침에 들은 탓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크는 곧 집합한 모든 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선 이 근처의 피해 상황부터 알아보도록 하지. 헤이그와 마키, 티베는 우선 본부에 남아있도록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위성이 떨어진 지점을 중점으로 확인해 주길 바라네. ‥폭발 중심으로 부터 5km까지의 상황은 조사해 보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지하도나 지하철 안쪽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그쪽도 부탁하네. 그럼 이만.”

“예!”

지크와 사이키, 케빈이 나간 뒤 처크는 조금 쉬려는 듯 의자에 앉아 보았고, 헤이그는 침통한 얼굴로 처크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우연적인 사고는 아닌 것 같군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것도 확실히.”

“‥예?”

처크가 그렇게 단언하자 헤이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처크는 입에 담배를 물며 아까의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루이가 머리를 써서 위성의 각도를 변환시키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위성을 다시 조작해서 위성을 완전 조작 불가능의 상태로 만들었다네. 그것도 우리 눈앞에서. AI가 그리 뛰어나지 않은 위성이 스스로 조작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이유는 없겠지. ‥작년에 일어난 블랙 프라임 전쟁이 이상할 정도로 떠오르는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헤이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폭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돌던 중, 처크는 헤이그의 가족들이 생각났고 그는 집에 대한 일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네‥가족들은 괜찮나? 확인하지 않아도 되겠어?”

“아, 저희 집은 본부 카메라로 보이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제 딸도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무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사모님께선‥.”

“음? 으음‥우리 집은 본부 옆 건물이잖나.”

“아아, 그렇군요. 제가 너무 긴장한 모양입니다. 하핫‥.”

약간이나마 긴장이 풀리는 대화가 도는 동안, 전원부 직원이 처크에게 다가왔고 그는 거수경례를 붙이며 발전기 수리에 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발전기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장님.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귀찮게 웬 보고를‥그냥 올려.”

“예, 알겠습니다.”

그는 곧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로 전원부에 연락을 취했고, 곧 비상등이 켜 있던 상황실과 본부 전체에 전원이 다시 들어갔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 한참 걱정을 하며 쉬고 있던 오퍼레이터들과 다른 직원들은 다시 비상시에 맞게 업무를 시작했다.

“‥부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전원이 들어온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상황실에 울렸고, 처크는 거칠게 담배를 부벼 끄며 소리쳤다.

“모니터에 돌려봐! 어서!”

“예!”

상황실의 대형 모니터엔 곧 서울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네 개의 비행 물체가 나타났고, 처크는 인상을 구기며 오퍼레이터에게 물었다.

“저 비행 물체의 기종을 확인할 수 있겠나!”

“그, 그것이‥신호음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종류여서‥.”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처크에게 말했다. 그때, 루이가 신호음 확인용 헤드폰을 직접 쓴 후 신호음을 듣기 시작했고, 곧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 처크에게 말했다.

“신호음으로 보아, 지금 접근하는 물체는 전장이나 전폭이 200미터에 가까운 대형 비행 물체입니다. 미 국방부에서 대전차 수송용으로 만든 프로메테우스급 D-21기의 크기 신호와 비슷합니다만, 다른 신호는 모두 다르기에 확실히 어떤 기종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의 감탄 속에서, 처크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 예전에 전 세계에서 출몰했던 괴 로봇의 크기, 기억할 수 있나?”

처크의 질문에, 루이는 눈을 감고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검은색의 로봇에 경우 무기 장비 시 전고가 3.21미터, 무게가 1.8톤이었고 붉은색의 로봇에 경우 무기 장비 시 전고가 2.89미터, 무게가 2.9톤이었습니다. 검은색의 로봇에 경우 고기동성을 지닌, 장갑 안에 생체 구조가 들어있는 특이한 형태였고, 붉은색의 로봇에 경우 중장갑을 지닌‥역시 같은 생체 구조를 지닌 로봇이었습니다. 생체 구조에 의해, 동일한 크기를 지닌 기계형 2족 보행형 로봇보다 훨씬 더 경량이었고‥.”

“아아, 알겠어. ‥만약 D-21기에 그 로봇을 탑재한다면 한 기체당 몇 기의 로봇을 탑재할 수 있을 것 같나?”

“‥D-21기의 경우, A-98 ‘클린턴’ 대전차를 12기 정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감안할 때, 검은색의 로봇만을 탑재한다면‥약 100기 정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처크는 막 서울 상공에 진입하고 있는 네 개의 신호를 바라보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물론 담배도 곁들여서.

“‥운이 좋으면 48기의 대전차고, 운이 나쁘면 400기의 생체 로봇이군. 후우‥.”

그때,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괴 비행 물체, 지금 막 정지했습니다!”

※※※

‘리오 씨, 네 개의 위협이 다가왔답니다.’

“‥?”

넬을 위로해 주던 리오는 자신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흠칫 놀라며 공중을 올려다보았다. 물론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강 하류 부근에 두 개, 상류 부근에 두 개가 나타났습니다. 상류 부근은 걱정하지 마시고 하류 부근에 나타난 두 개의 위협을 처리해 주세요.’

“‥잠깐, 세이아!?”

‘급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부탁드립니다 리오 씨. 지금 바이칼 님이 그쪽으로 가고 계실 겁니다.’

“자, 잠깐만!! 설마 당신이!!!”

그러나,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리오는 몸을 일으킨 채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리오의 이상 반응에 놀란 넬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그를 올려다보았고, 가만히 하늘만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 표정을 굳히며 넬에게 말했다.

“‥리진의 집에 먼저 들어가 있어 주겠니. 아무래도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넬은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고맙다는 듯 넬의 뺨을 두어 번 살짝 두드려준 후 공중으로 재빨리 날아 올랐다. 그에 맞춰서, 하늘 저편에선 드래곤 한 마리가 급속으로 날아왔고 리오는 그 드래곤의 등에 오른 후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넬은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드래군’‥. 오래간만에 보는구나. 그런데, 리진 언니의 아파트 호수가 어떻게 되지?”

……………………. . . . . . .

“너도 들었지 바이칼!”

「들었으니 여기로 왔지.」

“‥세이아가 정말 이 행성의 성계신이었단 말인가. 도대체 주신께서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

「그 할아범 노망기가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리오는 바이칼의 말을 들으며 파라그레이드를 천천히 뽑아 들었다. 그의 시야에 거대한 비행 물체가 들어온 탓이었다. 그리고, 그 비행 물체에서 낙하하는 수십 대의 검은색 물체들도‥.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나찰과‥수라라는 깡통들이겠지?”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으니 맞는 것 같군.」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라그레이드에 기를 주입했고, 곧 짙푸른 오리하르콘의 날로부터 절삭성이 높은 반투명의 날이 형성되었다. 리오는 그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소리쳤다.

“좋아, 가자 바이칼!!”

“잠깐 리오 씨.”

그때, 리오의 옆에 붉은 섬광이 스쳐 지나갔고, 리오는 움찔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붉은 가죽 재킷에 가죽 스커트를 타이트하게 입고 있는 데스 발키리, 아란이 빙긋 미소를 지은 채 바이칼의 옆에서 날고 있었다.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호오, 뭔가 또. 설마 방해하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아아, 설마요. 이번엔 당신에게 잃은 점수를 만회하려고 왔죠. 후훗‥.”

리오는 아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하여튼 아군이 되겠다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 좋아. 당신이 언제 또 적군으로 변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고해줘. 자아, 온다!!!”

리오의 입에서 말이 나온 순간, 아란이 급가속을 하며 몰려오는 나찰과 수라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리오는 그때 그녀가 데스 발키리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데스 발키리 중 두 번째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찰과 수라들의 대열 중앙에 들어선 아란은 몸에서 붉은 오라를 뿜으며 양손을 모았고, 그녀의 앞엔 날까지 붉은색을 띤 한 자루의 검이 생성되었다. 그 검을 본 리오는 의외라는 듯 놀라며 중얼거렸다.

“음? 저 검은‥악마왕 아스타로트가 가지고 있다는 ‘절망의 검’, ‘디스파이어’‥. 그런데 지크랑 싸울 땐 왜 저 검을 쓰지 않은 거지?”

한편, 아란은 자신을 향해 방향을 바꾸고 있는 나찰과 수라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띄운 채 중얼거렸다.

“후훗‥드릴게요, ‘절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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