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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2화


[프롤로그] 라이벌

“아니, 파이터형 ‘웨드'(여기서 ‘웨드’라 함은, ‘웨스트 드래군(West Dragoon)’의 줄임말임: 필자 주)엔 MDS를 쓰기로 했으면서 또 다른 운전 장치를 가지고 오는 것은 또 무슨 생각이란 말이오!!!”

“이런 답답한 사람 보게나! 전투 병기는 이기기 쉬우라고 만드는 것이지 시스템 자랑하라고 만드는 게 아니란 말이오!! ‘우펙‘ 박사, 당신이 개발한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MDS)**은 분명 인간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10m를 겨우 넘는 작은 기체 안에서 인간이 그 모든 동작을 표현한다는 것은 방구석을 차는 애들 장난이나 똑같단 말이오!!!”

“무, 무어라!? 그럼, ‘카만‘ 박사, 당신이 들고 온 **트랜스 드라이브 시스템(TDS)**에 대해 말해 봅시다!! 이곳 사람들이 쓰는 사이보그에서 힌트를 따와 인간 자신을 기체와 일체화 시킨다는 것 까진 좋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해 정신파가 역류해서 파일럿이 정신 이상이라도 일으킨다면 어쩔 거요!! 그건 살인 행위나 다름 없지 않소! 살인보다는 장난이 더 나은 것 아니오?”

“무, 무어라!!!”

챠오와 마키, 지크, 그리고 리오는 회의실 안에서 결국 옷자락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두 과학자를 말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겨우 정정을 하자 뒤늦게 들어와 리오로부터 사정을 들은 서룡족의 장로는 두 박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흠‥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저기 계시는 챠오양과 마키양은 격투 센스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오. 그렇죠?”

장로는 길고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둘을 바라보았고, 가만히 장로를 바라보던 둘은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

“내가 더 강해요.”

“내가 더 세요.”

둘의 입에서 동시적으로 나온 말을 들은 장로는 순간 당황했으나, 어색한 미소를 지은 뒤 다시 두 박사에게 말했다.

“‥여하튼, 여러분은 서로의 시스템에 맞춰 기체를 만든 다음, 저 두 아가씨를 테스트 파일럿으로 해서 어떤 운전 장치가 더 좋은지 평가를 해 보는 것이오. 기간은 모두 해서 한 달 반 정도를 주겠소. 아, 그리고 후원자가 필요한데‥.”

장로는 리오와 지크를 바라보며 뒷말을 흐렸고, 장로의 말을 알아들은 둘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대답했다.

“헤헷, 좋아! 난 마키를 지원해 주지!!”

“흠‥그럼 난 당연히 챠오양인가? 후훗‥.”

그러나, 마키와 챠오는 리오와 지크에게 시선이 가 있지 않았다. 이미 두 여성 사이엔 옛날부터 타오르고 있던 라이벌 의식이 폭발한 상태였다.

“‥증명 하나마나, 내가 더 강해.”

“키만 크다고 강한 게 아니야.”

둘의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귀에 스파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머리를 긁적거리며 둘을 데리고 드래고니스 주거지역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기 시작했다. 셋이 나간 뒤, 리오는 장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생각은 정말 좋으셨는데, 파이터형 웨드만 비약적으로 강해질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장로는 눈짓으로 두 박사를 내보낸 뒤, 고개를 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파이터형 웨드는 스탠다드형 웨드보다 더 기본이 되는 기체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100% 소화할 수 있는 기체가 나올 수 있다면, 다른 기체들 역시 강해질 수 있겠지요. 전 다른 생물에겐 없는 인간의 잠재 능력을 믿거든요. 헛헛헛‥.”

“‥그렇군요.”

리오는 장로의 뜻을 이해하겠다는듯,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첫 번째 테스트날.

“이봐, 알았지!!! 모–조리 부숴버리는 거야!!!!! 으하하하하하하핫–!!!!!!”

“….”

마키는 자신의 어깨를 안마하고 있는 지크의 시끄러운 응원을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그 옆 좌석에선, 리오가 챠오의 몸을 안마로 풀어주며 조용히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그냥 테스트니 무리하진 말아요. 효율적으로 해 주시는 게 가장 좋을 겁니다. 기체를 위해서라도, 챠오양을 위해서라도.”

“….”

챠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그녀나 마키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뮬레이션 기계가 아닌, 진짜 기체를 처음으로 타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파일럿 탑승 신호가 들어왔고 둘은 기체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마키의 기체는 전체적으로 흑색이었다. 열을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파일럿의 이미지상 흑색이 괜찮다는 다수의 의견 때문에 도장은 흑색으로 되었다. 운전 장치는 MDS. 그것 말고는 챠오의 TDS 탑재형 웨드와 장갑, 기동성 등에서 다른 점은 없었다.

챠오의 기체는 적색이었다. 눈에 잘 띈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적갈색에 가까웠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고, 이미지상 적색이 괜찮다는 다수의 의견 때문에 도장은 짙은 적색으로 되었다. 운전 장치는 TDS. 역시 그것 말고 별다른 점은 없었다.

마키는 구체로 된 약간 좁은 콕피트 내부에 들어간 다음 그 안에 설치된 원반에 올라섰다. 그러자, 구체의 안쪽이 밝아지며 곧바로 외부 전경이 드러났다. 시뮬레이션 기계로 많이 해 보았던 것이라, 그녀에겐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키는 천천히 몸을 풀어보기 시작했다.

마키의 기체가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을 본 챠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콕피트 내부로 들어갔다. MDS와는 달리, TDS형 기체의 콕피트는 의자 하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역시 시뮬레이션 기계로 해 본 탓에, 챠오는 어색함 없이 의자에 앉아 해치를 닫은 뒤 자신의 머리를 풀었다. 머리를 편하게 정돈한 그녀는 곧 헬멧을 썼고,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이윽고, 환한 빛이 그녀의 시야를 밝혔고,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인간의 팔이 아닌, 장갑질로 이루어진 기계의 팔이었다. 트랜스 드라이브 시스템은, 인간 자신이 웨드가 되어 움직이는 것으로 MDS의 개념과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했지만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챠오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 보다 약간 불편했지만 그래도 할만할 정도였다. 그때, 왼쪽 시야에 반투명의 화면이 뜨며 리오의 얼굴이 나왔고,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요? 테스트 기간이니 너무 불편하거나 하는 점이 있다면 곧바로 말해 주세요. 조정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정에 들어갈 테니까요.”

“‥괜찮습니다.”

조금 후,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테스트 장소는 드래고니스의 한 지역이었고, 테스트 목표는 테스트 전용으로 쓰기 위해 수거하고 조정된 BX-F를 테스트 장소 안에 설치된 강물과 숲, 평지, 그리고 사막 지형에서 격파하는 것이었다. 테스트 상황실에선 리오와 지크, 바이칼이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장로는 화면을 예의주시한 채 신중히 결과 기록을 할 준비를 했다.

“자아, 두 테스트 파일럿은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1차 지형인 강에선 일곱 대의 목표물이 나오고, 평지에선 아홉 대, 사막에선 다섯 대, 그리고 숲에선 세 대의 목표물이 각각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숲 지형에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목표물에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켜 놓았습니다. 이 점, 잘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로는 마이크를 통해 챠오와 마키에게 얘기를 한 뒤 테스트 시작 신호음을 보냈고, 곧바로 두 대의 웨드는 목표인 강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챠오는 자신을, 아니 자신의 웨드를 향해 잉크탄을 발사하는 제일 앞 열의 BX-F를 향해 손쉽게 탄막을 뚫고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챠오의 머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고 곧 챠오가 목표로 삼았던 BX-F를 공중 발차기로 정확히 뚫어 폭파시킨 뒤 챠오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적색의 웨드‥마키였다.

“‥재미있군‥!”

한 대를 먼저 빼앗긴 챠오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뒤 다른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가 된 BX-F의 전면 기총을 돌려차기로 부순 챠오는 곧바로 자연스레 무술 자세를 취했고, 무방비 상태가 된 BX-F의 중앙에 그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기술인 ‘석충권‘을 찔러 넣었다.

파앙–!!!!!!

석충권이 들어간 순간, BX-F의 기체 전체에서 환한 빛이 뿜어졌고 이내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챠오는 자신의 예상보다 엄청난 파괴력에 상당히 놀라워 했고, 그보다 더욱 놀라고 있던 사람은 마키와 MDS쪽의 스텝들이었다.

“무, 무슨!!! 저건 분명히 제너레이터를 바꾼 것일 거야!!!”

우펙 박사는 그렇게 소리쳤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장로가 직접 두 테스트 기체의 스펙을 면밀히 검정한 이유에서였다. 한편, TDS쪽의 스텝들은 희희낙락이었고 그 쪽의 책임자인 카만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MDS 스텝들을 향해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저건 챠오양에게 들은 것을 토대로 만들어 기체의 운동 장치에 추가한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오. 파일럿의 ‘‘를 이용해, 그것을 물리적인 파괴력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저 시스템을 응용해서 새로운 격투 기술 등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헛헛헛헛‥.”

카만 박사의 웃음 앞에, 전 MDS 스텝들은 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곧 우펙 박사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후, 후훗‥. 무식하게 부수고 다니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지 않겠소? 맞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 후후후훗‥.”

“‥?”

카만 박사는 우펙 박사가 어째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강물 지형의 테스트 종료! 1차 테스트에선 3대 4로 TDS가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TDS 스텝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고 그 광경을 보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용족이나 인간이나 별다른 건 없다니까‥.”

“‥그럴지도.”

바이칼은 조용히 레몬티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2차 지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차, 평지형 테스트 개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와 동시에, 환호하던 TDS 스텝들과 인상을 구기고 있던 MDS 스텝들은 일순간 다시 긴장을 하며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평지형 테스트에선 아홉 대의 BX-F가 머신 건을 난사해 뚫기 힘든 포화를 날리기로 되어 있었다. 아직 기체의 운전에 익숙지 못한 마키와 챠오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쳇.”

그때, 마키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엄폐물 위로 몸을 날렸고, 그보다 앞쪽의 엄폐물에 있던 챠오는 움찔하며 마키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빨리 움직이면 될 것 아니야!”

사실 스피드는 인체적인 상황으로도 마키가 더 빨랐다. 게다가, 마키의 기체엔 우펙 박사가 특별히 고안한 특별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 오옷!?”

화면을 지켜보던 TDS 스텝들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마키의 검은색 웨드가 잔상을 일으키며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잉크탄을 한 발도 맞지 않고 탄막을 뚫은 마키는 세 대의 BX-F를 순식간에 날려 버렸고, 우펙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는 카만 박사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핫–!!! 오버드라이브 시스템? 이쪽에선 ‘하이스피드 컨버터‘라는 새로운 장치를 운동 장치에 장착했소이다. 파일럿의 능력에 비례해 순간 스피드를 음속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저 장치를 응용해서 새로운 격투 기술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되는데‥핫핫핫!!!!”

카만 박사를 비롯한 TDS 스텝들은 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전혀 생각지 못한 장치였기 때문이었고, 받아침을 당한 것 때문에 밀려오는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다.

“‥으, 으음‥!! 뭐, 1대 1이구려‥!”

이윽고, 오퍼레이터의 결과 보고가 들려왔다.

“평지형 테스트 종료! 2차 테스트에선 6대 3으로 MDS가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MDS 스텝들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더욱 큰 소리로 환호하며 기뻐했고, 그 광경을 보던 지크는 콜라와 얼음이 든 컵을 손으로 빙빙 돌리며 바이칼을 향해 중얼거렸다.

“‥진정 좀 시키는 게 어때.”

“‥으음.”

바이칼은 조용히 레몬티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3차 테스트에 들어가기 앞서, 30분가량 휴식 시간이 있겠습니다. 양측 스텝분들은 각 기체를 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퍼레이터의 말과 함께, 스텝들은 우르르 밖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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