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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3화


“3차, 사막 지형 테스트 개시!”

테스트용 웨드의 정비를 끝내고 상황실 안에 들어가 있던 각 스텝들은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며 아까와 다름없이 긴장을 했다. 한편, 세 개째 햄버거를 먹어치운 지크는 네 개째 햄버거를 뜯기 시작했고, 리오는 세 통째 우유를 비우기 시작했으며, 바이칼은 일곱 잔째의 레몬티를 마시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도 즐기긴 하고 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이 리오. 내가 나가서 팝콘이라도 사 올까?”

자신의 햄버거가 마지막 햄버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크는 리오의 어깨를 쿡 찌르며 물었고, 리오는 슬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버터로 튀긴 것으로.”

“알았어. 바이칼은?”

“‥적당히.”

주문을 받은 지크는 후에 나올 아까운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상황실을 빠져 나갔고, 그 사이 리오는 자신이 옆에 앉아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장로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기체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생각보다는 잘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리오의 질문을 들은 장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시선을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시킨 채 조용히 대답했다.

“‥예, 확실히 예상보다는 잘 만들어졌지만, 파괴력과 기동력 면에선 확실히 초기 기체들이라 합격 점수엔 미달입니다. 하지만 저 두 박사가 탑재시킨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나, 하이스피드 컨버터 같은 추가 장비는 조금 보완만 한다면 합격점을 충분히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그리고 파일럿의 미숙 문제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군요.”

한편, 테스트를 위해 사막 지형으로 앞다투어 간 챠오와 마키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있을 것이라는 BX-F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모래만이 바람에 휘날릴 뿐이었다.

“‥다섯 대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게나. 도대체 왜 한 대도 없지?”

둘은 계속 주위를 살펴 보았다. 현재 그녀들이 타고 있는 웨드로는 시각 장치에 의해 제공되는 영상 말고는 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테스트 버전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레이더가 고장 났을 때 사용자가 시각 장치만으로 얼마나 적을 잘 찾아낼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것이기도 했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릴 무렵, 갑자기 모래를 뚫고 BX-F 한 대가 공중으로 점프했고, 챠오의 등 뒤에 달라붙으며 잉크탄을 쏘려 했다. 분명 실제 상황이라면 챠오의 웨드는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용 BX-F는 기동성 말고는 모든 성능이 하향 조정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사격을 하는 시간도 느렸다. 등에 붙은 BX-F를 가볍게 던져버린 챠오는 뒤집어진 BX-F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웨드의 무게만큼 모래 바닥이 함몰되는 바람에 챠오는 제대로 뛸 수 없었고 그 사이 BX-F는 다시 몸을 일으켜 챠오의 웨드를 향해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모래 속에 숨어있던 BX-F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이동을 하며 챠오와 마키에게 사격을 했고, 결국 모래 위에서 웨드를 움직이는 것에 익숙지 못한 둘은 잉크탄의 잉크를 기체 전체에 뒤집어 쓰고 말았다.

“테스트 중단!”

결국, 오퍼레이터의 신호와 함께 테스트는 중단이 되었고 둘은 힘없이 모래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퍼레이터의 마이크를 대신 잡은 장로는 몇 번 헛기침을 한 뒤 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챠오양. 그리고 마키양. 여러분들은 지금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파이터형 웨드에 타고 있습니다. 분명 여러분이라면 웨드를 타지 않은 상황에서 사막은 물론이고 인간이 행동할 수 있는 모든 지형에서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말하지만 웨드에 타고 있습니다. 제가 이 테스트에서 지켜보고자 하는 것은, 웨드의 성능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웨드 조종 능력이 얼마만큼 되는가 입니다.”

“….”

“오늘의 테스트 결과는, 기계 쪽이나 파일럿 쪽이나 모두 불합격입니다. 다음 숲 지형 테스트는 취소가 되었으니 각 스텝과 파일럿들은 편히 쉬고 일주일 후 있을 테스트를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 그럼 이상.”

장로는 마이크를 놓았고, TDSMDS 스텝들은 한숨을 길게 쉬며 고개를 내 저었다. 카만 박사와 우펙 박사 역시 씁쓸한 얼굴로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렸고, 한참 팝콘을 먹으며 관람을 하던 지크와 리오 역시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머리를 긁적였다.


※※※

“마키, 마키‥. 로봇이 나오는 SF물을 한 번도 안 봤니? 사막 지형에서 그렇게 싸우는 로봇이 어디 있어. BX-F는 네 개의 다리로 보행을 하기 때문에 사막이나 어디나 자유자재로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다구. 심지어는 건물 벽까지 타고 다닐 수 있단 말이야. 다른 곳은 몰라도 사막에서 그런 적을 뛰어서 잡겠다는 것은 무리라구.”

지크는 머리에 수건을 덮은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키의 옆을 빙빙 돌며 조언을 하듯 말했다. 마키는 아무 말이 없었고, 지크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이스피드 컨버터를 보고 사실 놀라긴 했지만 그것은 아직 시험 단계의 운동 장치야. 평지 외엔 쓸 수 없어. 공중이나 수상, 그리고 사막 지형에선 아직은 무리란 말이야. 그러니까‥.”

“알았어!!! 알았다구!!!!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

순간, 마키는 자신의 머리 위를 덮고 있던 수건을 내 던지며 지크에게 소리쳤고, 말을 끊은 지크는 한숨을 후우 쉬며 마키에게 말했다.

“네가 겉보기보다 자존심이 높다는 것은 이해해. 하지만 지금의 테스트 결과는 지금 이 지구상에서 놀고 있는 바이오 버그 등을 얼마나 빨리 없앨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것이야. 자자,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 아무래도 내가 돌봐주지 못한 책임도 있는 것 같으니‥내일부터 나와 함께 특훈이라구!!!”

“‥알았어.”

기분이 누그러진 마키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지크는 씨익 웃으며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그녀의 방에서 조용히 나갔다.

다음 날.

새벽부터 챠오는 어제 있었던 테스트 기록 파일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빵으로 배를 채워 나갔다. 수상 지형에선 어찌어찌해서 자신이 앞섰지만, 평지형에선 자신이 마키에게 압도를 당한 것이었다. 물론 사막 지형에선 둘 다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고 잉크를 뒤집어썼지만, 챠오의 결론은 그녀 자신의 패배였다.

“‥후우‥.”

챠오는 한숨을 쉬며 기판 위에 머리를 대고 엎드린 뒤, 다시 기록을 앞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번째 다시 보고 있군요.”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고 챠오는 곧바로 뒤를 돌아 보았다. 드래고니스의 주거지역에서 판매하는 치킨 세트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리오였다. 그는 챠오의 앞에 자신이 사온 치킨 세트를 놓은 뒤, 옆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챠오양은 치킨을 좋아한다고 지크가 그러더군요. 맘에 드실진 모르지만 좀 먹어두세요. 빵만 가지고는 오늘 있을 일과를 넘기기 힘들 거예요.”

“….”

챠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어제의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 그녀가 먹는 것도 잊은 채 기록을 다시 보고 있자, 결국 리오는 모니터를 꺼버렸고 챠오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며 챠오에게 말했다.

“어제의 기록은 두세 번 정도 보면 충분합니다. 어제 챠오양이 탄 웨드는 챠오양의 몸에 맞지 않게 잘못 조정이 되어 있었죠. 평상시의 80% 능력 밖엔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막 지형의 테스트는 완전히 잊어버리시길. 사막 지형에서 웨드를 운전하는 방식은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

챠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다시 리오를 바라보며 짧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그녀의 질문에, 리오는 빙긋 미소를 지은 뒤 자신이 사온 치킨 세트의 박스를 열며 말했다.

“다 드시면 가르쳐 드리죠. 후훗‥.”

“….”

챠오는 말 없이 고개를 돌린 뒤 조용히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먹기 시작하자, 리오는 옆에 있는 빈 우유 팩을 손에 들며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웨드엔 ‘터보–팬‘형 주 부스터가 있죠. 공중에서도 자세 제어가 어렵지 않도록 몸 각 부분에도 작은 서브 부스터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제 챠오양은 그것을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어요. 오로지 지상전이었죠. 뛰고, 달리고‥.”

“‥!”

“웨드는 아무리 경량화를 한다 해도 사람의 몸보다는 무겁습니다. 사람의 몸도 사막에선 움직이기 힘든데, 웨드는 더하겠죠. ‥챠오양도 아시죠? 호버 크래프트라는 것‥. 그것은 본체를 바람의 힘으로 띄워 이동하기 때문에 수면에서도, 지면에서도, 그리고 모래 위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

“웨드는‥TDS형 웨드는 챠오양 자신이 되는 기체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챠오양이 할 수 없던 것을 가능케 해 주는 기체이기도 하죠. 좀 더 넓어진 자신의 행동 반경을 잘 익혀 보시길. ‥어, 치킨 벌써 다 드셨어요? 열 한 조각을?”

“….”

챠오는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리오는 그저 웃을 수 있을 뿐이었다.


※※※

두 번째 테스트날.

“자자, 한 번 해 보는 거야!! 우리의 특훈 성과를 보여주자구!!!”

“‥알았으니 조용히 좀 말해.”

마키는 고개를 저으며 지크를 뒤로한 채 자신의 웨드에 탑승했다. 웨드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살짝 치며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속전속결‥속전속결‥!”

한편, 챠오 역시 웨드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리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웨드에 탄 순간부터, 웨드는 챠오양이 되는 겁니다. 자유로워진 자신을 확실히 느끼며 테스트를 해 주시길.”

“‥예.”

웨드에 탑승한 둘은 호흡을 조절하며 기체에 시동을 걸었다. 곧, 둘의 웨드는 엔진 소리를 내며 기동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테스트는 시작되었다.

“테스트 시작 20초 전! 1차 지형은 전과 같이 강물 지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오퍼레이터의 신호를 들으며, 장로는 조용히 두 대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일주일 전과는 다른 두 웨드의 분위기를.

“자, 기대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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