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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5화


챠오의 웨드 ‘바티스’는 전장 17.4m, 비무장시 중량 19.9t이었고, 마키의 웨드 ‘메디치’는 전장 17.4m, 비무장시 중량 18.2t이었다. 외관상의 차이는 없지만 무게에서 나오는 내부적인 차이는 있었다. ‘바티스’의 경우, ‘메디치’와 비교해 테스트 파일럿인 챠오의 이미지에 맞게 파괴력과 장갑을 중시했고 ‘메디치’는 파일럿인 마키의 이미지에 맞게 기동성을 중시했는데 보통 상태의 두 기체는 장갑 말고는 다른 점이 없었다. 두 기체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때는 바로 양 파일럿의 능력이 발휘될 때였다. 챠오는 마키보다 ‘기’라는 개념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어서, 기체 개발자인 TDS팀은 그녀의 ‘기’를 더욱 파괴적인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기’의 증폭, 변환 장치인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을 기체의 양 팔과 다리 부분에 설치하여 파괴력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었다. 메디치는 파일럿인 마키의 선천적으로 빠른 다리와 유연한 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장갑을 약간 얇게 하고, 대신 메인 부스터를 포함한 기체의 모든 운동 장치에 ‘하이스피드 컨버터’라는 새로운 증폭기를 장치해 파일럿인 마키의 능력에 따라 기체의 스피드를 가공할 정도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양 파일럿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게 설계된 두 파이터형 웨드는 지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 속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고성능의 대인 살상용 병기를 상대로 실전과 다름없는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한편, 리오와 함께 테스트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숲으로 향하던 지크는 갑자기 움찔하며 멈춰 섰고, 그가 멈춰서자 리오 역시 멈춘 뒤 의아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뭐 이상한 점이라도 생각났어?”

“‥BX-F가 사용하는 머신 건 말이야. 그게 현재 웨드에 사용된 하이퍼 렉타이트 장갑을 뚫을 수 있나?”

지크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지크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기나 하자.”

“쳇, 괜히 열을 냈잖아‥.”

둘은 다시 테스트 지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테스트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웨드보다 큰 거대 수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폐물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움직임 역시 상당히 제약을 받았다. 그런 곳에서, 챠오와 마키는 힘든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었다.

“윽‥!”

또 한 번의 저격이 챠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가까스로 피한 것이 몇 번째인가. 지금까지 자신들이 상대하던 BX-F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명 세 대가 있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엄청난 스피드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저격을 했기 때문에 그녀들은 마치 십여 대의 BX-F에 둘러싸인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마키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계속 몸을 움직여 나갔다. 움직이지 않으면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 뻔했다. 챠오 역시 몸을 움직이면서 BX-F를 맨몸으로 잡는 지크나 리오 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결국, 둘은 레이더가 장비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으로선 단독으로 BX-F를 부수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둘은 각자의 통신 화면을 켜며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마키, 여기서 서쪽으로 50m 정도 지점에 약간 큰 공터가 있어. 내가 그곳으로 이 녀석들을 유인할게.”

“‥무슨 소리지?”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녀석들의 위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녀석들이 공격하는 순간을 노리는 수 외엔 없어. 내 웨드가 장갑이 더 두터우니 내가 미끼가 될게.”

“‥좋아. 나도 확실히 할게.”

곧, 챠오는 마키보다 한 걸음 더 빨리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가는 길을 따라 BX-F의 머신 건 탄이 또 다른 길을 만들었다. 그 순간, 나무 윗쪽에서 머신 건의 불꽃을 목격한 마키는 약간 느린 속도로 챠오를 따라 이동을 하며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화약 연기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챠오는 약속된 대로 숲 안에 마련된 공터에 섰고 그녀가 웨드를 멈추자마자 사방에서 또다시 사격이 시작되었다. 챠오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탄을 피하며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고, BX-F들의 사격이 챠오의 웨드에게 집중된 사이 마키는 웨드의 스피드를 하이스피드 컨버터가 동작할 정도로 크게 올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BX-F 한 대를 드디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네 개의 다리로 나무에 매달린 채 사격을 하던 BX-F는 마키의 웨드에 의해 억지로 나무에서 떨어지게 되었고, 떨어진 뒤 마키의 추격타까지 맞은 BX-F스텔스 기능을 잃어버리며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물론 전투도 불가능할 정도로 일격을 맞은 탓에 더 이상 그 BX-F는 목표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한 대 역시 마키에게 미리 위치를 포착당한 탓에 상당히 빠른 움직임으로 다른 나무에 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을 읽은 마키에 의해 역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로 떨어진 BX-F는 순간적으로 자세 제어를 하며 네 다리로 안전히 땅바닥에 착지를 했으나, 착지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챠오에 의해 그대로 파괴를 당했다.

그때, 마지막 남은 BX-F가 공중에 떠 있는 마키에게 몸체를 날렸고, BX-F의 네 다리에 움직임을 봉쇄당한 마키는 BX-F를 떨쳐내기 위해 기체의 전 부스터를 작동시키며 몸부림을 쳤으나,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기체의 결함이 나타나고 말았다.

‘‥아, 아니‥!!!!’

화면을 통해 테스트 장면을 지켜보던 MDS 스텝들 역시 자신들이 상상도 못한 시스템의 결함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키는 BX-F에게 공중에서 움직임을 봉쇄당했을 때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기체의 모든 부스터를 가동시켰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뻗어 나가는 펀치는 힘이 없었고, 메치기 동작을 한다 해도 BX-F를 매단 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은 파일럿이 특별히 만들어진 콕피트 내부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웨드의 움직임을 그대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점프 동작이나 공중 동작 등은 콕피트 내부에 있는 마키를 고정시켜주는 반중력 고정 장치에 의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중에서 정지한 상태로 상대방과 밀착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마는 것이었다. 웨드가 공중에 뜨게 되면 마키의 몸 역시 반중력 고정 장치에 의해 콕피트 바닥으로부터 약간 떠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중력의 구애 없이 붕 뜨게 되는 것이었다. 챠오의 웨드에 사용되는 TDS는 인간의 의식을 이용해 웨드를 조종하기 때문에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도 파일럿이 웨드의 부스터를 이용해 발을 지면에 댄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웨드를 움직일 수 있지만, MDS를 사용하는 마키의 웨드에 경우 발을 지면에 댄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려면 사용자가 콕피트 바닥에 반드시 발을 붙여야 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속수무책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결국, 테스트는 챠오가 마키의 등에 달라붙은 BX-F를 떼어내 파괴시키는 것으로 끝났지만, MDS 스텝들의 얼굴엔 그림자가 가득했다. 특히, 팀장인 우펙 박사는 안경마저 벗으며 고뇌에 찬 한숨을 내 쉬었다. TDS 스텝들 역시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서의 시스템 우위가 나타났기 때문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고, 팀장인 카만 박사는 아무 말 없이 우펙 박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지막 숲 지형 테스트 종료! 1대 2로 TDS가 앞섰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승 1무 1패의 TDS가 앞선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끝난 후, 장로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고 인자한 웃음을 지은 채 양 스텝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상황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장로를 바라보았고, 장로는 곧 박수를 멈춘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잘 해 주었소, 양 팀 다. 그럼, 양 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로 하겠소. 잘 들으시오.”

양 스텝들은 긴장을 한 채 장로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평가 결과를 말했다.

MDS의 경우, 별다른 기계적 조작 없이 누구나 웨드를 간편히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소. 반면에 TDS는 웨드와 파일럿의 파장이 일치해야만 파일럿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소. 하지만 TDS는 테스트를 보았다시피 파일럿의 동작을 웨드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장점을 보여주었지만 MDS는 그렇지 않았소. 마지막 숲 지형 테스트에서 나타난 단점이 전부가 아니었다오. 모든 테스트 상황 중에도 그랬고, 테스트 후의 설문에도 파일럿인 마키양이 그랬지만 MDS는 조종의 쾌적함을 제공하는 데 TDS에 비해 약간 뒤떨어지고 말았소. 어쨌거나, 이런 것들 외엔 두 장치 모두 결점을 찾아보기 힘들었소. 앞으로, MDS는 공중에서의 자세 제어에 대한 개량을 거친 뒤 양산형 웨드에 사용될 것이며 TDS는 파장의 조정 문제를 고려해 특별히 우수한 파일럿들을 위한 전용 기체에 사용될 것이오. 그 외의 장치‥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나 하이스피드 컨버터와 같은 장치들은 자원과 가격 문제를 고려해 역시 전용 기체에 사용될 것이오. 마지막으로, 두 팀 모두 수고하셨소. 앞으로도 더욱 수고해 주시길 바라며 TDSMDS의 테스트를 마치겠소.”

장로는 그렇게 말을 한 뒤 바이칼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절대 승자가 없게 되어 버린 결과 때문에 잠시 말을 잊고 있던 두 팀들은 이윽고 우펙 박사와 카만 박사의 악수를 시작으로 서로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그날 저녁, 마키는 격납고 안의 의자에 홀로 앉아 자신의 검은색 웨드, ‘메디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는 테스트가 끝난 후 해체가 될 것으로 결정된 기체였지만, 마키와 지크의 부탁에 따라 후에 완전형 기체로의 개조로 결정이 바뀌어 모든 장치의 표준이 완전히 정립될 때까지 챠오의 웨드와 함께 격납고 안에 두기로 되었다.

“어이, 여기서 뭐해?”

누군가가 마키의 어깨에 손을 대며 그녀를 불렀다. 마키는 덤덤한 얼굴로 자신의 뒤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지크였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마키에게 햄버거를 건네주었고, 그녀는 햄버거를 들고 다시 자신의 웨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진짜 전투가 시작되면, 잘 할 수 있을까.”

“글쎄올시다. 동룡족들과 싸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설마 너 하나만 저거 태워서 싸우라고 하겠어? 헤헤헷‥.”

“‥변함없는 헛소리꾼‥.”

마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크의 복부를 건네받은 햄버거로 밀었고,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약간 눌려버린 햄버거를 잡고 마키에게 물었다.

“‥음? 화난 거야?”

그러자, 마키는 미소를 지으며 지크를 돌아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거 말고 피자나 사줘. 양이 안 찬단 말이야.”

“‥헤헷, 좋지! 가자구!”

지크는 곧 자신보다 훨씬 작은 마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격납고를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챠오는 깊은 밤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테스트 내용을 담은 동화상을 모니터룸에서 계속 돌려 보고 있었다. 그때, 모니터룸의 문을 열며 리오가 들어왔고, 그는 챠오의 옆에 변함없이 치킨 세트를 가져다 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좀 쉬시죠. 오늘로서 테스트도 다 끝났는데‥.”

“‥실전이 남았잖아요.”

챠오는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킨 채 리오에게 말했고, 리오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그럼 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아직은요.”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챠오. 리오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이런 게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의 기분이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그때, 챠오가 자신의 옆에 놓인 치킨 세트에 손을 가져가며 리오에게 나지막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웠어요 리오씨.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

“‥?”

리오가 아무 말이 없자, 챠오는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그 순간 리오가 챠오의 귀에 살짝 입술을 댔고 그녀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귀에 손을 댄 채 리오를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러나 리오는 별일 아니라는 듯 빙긋 미소를 지은 채 모니터룸을 나서며 챠오에게 말했다.

“후훗‥그럼 수고하시길.”

모니터룸의 문이 닫힌 뒤에도, 챠오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문쪽에 시선을 둔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람둥이!’

그 이후, 챠오가 정신을 차리고 치킨을 먹기 시작한 시간은 치킨이 모두 식어버린 다음 날 아침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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