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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56화


「연전연패… 어떻게 된 것입니까, 자랑스러운 나의 장군들이여.」

모스크바시의 크렘린 궁전. 그 안에 위치한 거대 회의실엔 모스크바를 전진 기지로 바꾸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동룡족 장군 여럿이 있었고, 그들은 스크린에 비춰진 쥬빌란의 웃는 얼굴 앞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쥬빌란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인상을 굳히며 회의실 안에 있는 십여 명의 장군들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스크바를 빼앗긴다면 다음은 유럽, 그리고 그 다음은 본거지가 있는 아메리카 대륙입니다. 그걸 아는데도 유럽에서 결사의 항쟁을 나에게 부르짖을 생각을 하고 있는 장군들은 여기서 즉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물론 돌아오는 장군들은 어제 막 도착하신 군주분들과 개인 면담을 하셔야 합니다. 결사 항쟁은 지금부터 하도록 하십시오. 그럼 수고하시길.」

쥬빌란으로부터의 통신이 끊어진 뒤, 동룡족 장군들은 고뇌에 찬 한숨을 쉬어야 했다. 쥬빌란의 지금 말은 자신의 화가 끝까지 났다는 말과 같았고, 임무 실패는 무조건 죽음뿐이라는 것과 같았다. 잠시 후, 모스크바에 주둔한 동룡족 군대의 총사령관인 ‘솔런’ 장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단상으로 나서며 다른 장군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마마의 말씀대로 서룡족은 유럽까지 쳐들어올 것이 뻔하오. 그리고 유럽까지 당한다면 마마께선 총퇴각 명령을 내리실 것이오. 그렇게 되면 두 용족 간의 균형은 무너질 것이고, 동룡족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하오. 상대방 중에 비록 가즈 나이트가 끼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다면 그들을 물리칠 수도 있을 것이오.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시다. 기필코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 동룡족의 미래를 위해!!”

“…알겠습니다!”

그런 뒤, 동룡족 장군들은 방어 작전 회의에 들어갔고 한 시간 후 회의는 겨우 끝나게 되었다. 장군들은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 중엔, 서룡족 사이에서 **’해부자’**라고 불리우는 플루소와 란바랄이 끼어 있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플루소를 본 란바랄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쳐주며 힘내라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힘겨워하지 마시오 플루소 장군. 서룡족 사이에선 나보다 그대가 더 유명하지 않소. 그 녀석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그런 표정을 짓지 마시오. 끝난 건 아니지 않소.”

“…그렇군요 란바랄 장군. 그런데, 오늘 전룡단 제1 단장 릭·발레트와 또다시 부딪히셨다고 들었는데….”

“음? 아아, 그렇긴 하오. 그 릭이란 녀석은 여전히 강했소. 예전보다 나도 많이 강해졌다 느끼고 있었는데, 그 녀석은 결코 밀리지 않았소. 후, 만약 아군이었다면 멋진 친구였을게요. 아, 그럼 난 모스크바 서쪽으로 가겠소. 정문을 잘 부탁하오 플루소 장군.”

“…수고하십시오 란바랄 장군.”

대화를 마친 란바랄과 플루소는 각각 자신이 맡은 구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쥬빌란의 경고성 말을 들은 것도 있지만, 그들은 동룡족의 장군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오늘은 기필코 서룡족에게 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다음 날 새벽 5시 40분.

모스크바 강에 근접한 **킬리닌로(路)**엔 스텔스 기능을 사용한 일곱 대의 웨드가 소리 없이 도로에 착지하고 있었다. 웨드의 발바닥 부분은 두꺼운 특수 고무로 되어 있어서 파일럿이 착지를 잘 하기만 하면 소음을 거의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백팩에 장비된 주 부스터엔 강력한 적외선 흡수 장치가 장비되어 있어서 적의 적외선 레이더로부터도 웨드를 문제없이 보호할 수 있었다.

웨드 겉으로 흐르는 침묵과는 달리, 자신의 전용 기체, **’아브라함’**에 타고 있는 헤이그는 다른 대원과의 통신 화면을 켜며 각자에게 상태를 물었다.

“…매복한 적은 없나, 케빈.”

「예, 걱정 마십시오 선배님.」

“리진, 위성 지도는?”

「말을 듣지 않아요 선배님. 지금까지완 달리 ‘쉐이드 필드’(특별한 방사선으로 위성의 대기권 외 촬영을 막는 장치: 필자 주)가 모스크바 시내를 뒤덮고 있어요. 웨드에 내장된 레이더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 하지만 레이더를 켜면 우리가 역추적에 걸릴 텐데…. 초반부터 문제가 생기는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밖에 없는데….”

그때, 좌측 아래 화면에 떠올라 있던 사이키의 얼굴이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 헤이그에게 말했다.

「아, 염려 마세요 선배님. 마법을 이용해서 ‘코넬’(사이키의 웨드)의 반경 80m 안에 있는 적들의 좌표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코넬의 컴퓨터가 전송해 드리는 X, Y, Z의 좌표는 각 웨드에 장치된 **’버추얼 디스플레이’**에 시각적으로 표현되니 안심해 주세요.」

“…음, 그러면 다행이군. 하지만 80m밖에 안된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는데….”

「아, 80m 밖의 녀석들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완벽히 엄호하겠습니다.」

케빈은 입에 담배를 물며 헤이그에게 윙크를 해 보였고, 그의 실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헤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부탁하네. 자, 그럼 1차 행동 개시!”

…………………………. . . . . . . .

동룡족 병사들은 장군들의 특별 경계 명령을 받은 뒤부터 용의 모습으로 변한 채 각 구역에서 경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천천히 밝아오는 동쪽의 하늘을 바라보며 경비를 계속 서던 병사들은 지금까지의 지루함을 달래려는 듯 천천히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음… 장군님들 모두 결사의 각오를 다지고 계시던데. 그런 장군님들의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처음이야. 예전엔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한 분들이셨는데…」

「음, 그래. 그건 그렇고, 어제 소문 들었나? 7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서룡족 녀석들이 저격을 했다는 거 말이야. 그것도 성공했다는데?」

「아, 나도 들었어. 정말 기술력 하나는 괴물 같은 녀석들이잖아. 어떻게 그 거리에서 저격이 가능한 거지? 가즈 나이트도 그렇게 정교하진 못할 거야 아마.」

「…후우, 그런데, 서룡족 녀석들에게 가즈 나이트가 또 붙었는데, 정말 이번 전쟁 이길 수 있을까? 왠지 무서워져….」

피융–!!

「…커헉…!」

그 순간, 병사 한 명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눈 덮인 거리에 길게 쓰러졌고, 그것을 본 다른 병사들은 혼비백산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시각이나 육감으론 동료 병사를 쓰러트린 존재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피융–!! 피융–!!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리에 구멍이 나며 쓰러지는 병사들. 결국, 목격자들마저 모두 죽어버린 탓에 그 지역에선 비상 신호가 울려 퍼지지 않았다. 잠시 후, 스텔스 기능 때문에 투명하게 변한 웨드들이 그 거리에 나타났고 그들은 동룡족 병사들의 시체를 한군데 몰아놓은 다음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창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통통통–

잠시 후, 잠에 덜 깬 눈의 한 아주머니가 창문을 열며 머리를 내밀었고, 그녀는 짜증 난다는 얼굴로 유창한 러시아어를 중얼대기 시작했다.

“뭐예요, 카스텔라는 다 떨어졌다구요. 아침부터 사람을… 으잉?”

그러나, 아주머니는 자신의 시야에 아무것도 들어와 있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창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 그녀의 앞에서 무언가가 위아래로 열렸고 거기에선 갈색 머리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튀어나왔다. 세계 각국 언어에 능통한 사이키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아주머니.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털썩–!

그러나, 아쉽게도 그 중년의 부인은 뒤로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고, 사이키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열린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 . . . . .

“오오, 그러셨군요!! 난 갑자기 공기가 열리며 아가씨 한 명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랬지 뭐에요. 그런데, 그 동룡족 병사들 정말 불쌍하네요. 카스텔라를 자주 달라는 것 빼고는 나쁘진 않은 청년들이었는데….”

헤이그와 그 동룡족 병사들을 저격해 쓰러트린 케빈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을 아주머니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있는 헤이그는 다시 중년의 여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습니까? 죽은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강제로 노동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라거나….”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고 침대 위에 묵묵히 앉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은 많았죠. 처음 이 모스크바가 함락될 때 바이오 버그에게 죽은 사람이 엄청났답니다. 그 바이오 버그들이 시체의 조각까지 남김없이 먹어버려서 시체 치우는 고생은 안 했지만요. 그리고, 사람들이 노동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몸 건강한 젊은이들이 어디론가로 끌려간 건 확실해요. 제 아들은 함락되기 직전 교통사고로 다리와 팔을 다치는 바람에 끌려가진 않았지만요. 하여튼 다른 젊은이들은 끌려간 뒤론 소식이 없죠.”

그렇게 그 중년의 부인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입수한 BSP팀은 다시 웨드에 탑승한 뒤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이 트기 전까지, 케빈에 의한 라이플 저격에 의해 각 구역을 감시하던 동룡족 병사들은 소리 없이 세상을 떴고, 사이키와 교대하며 각 웨드들에게 마법으로 적들의 위치를 알려주던 티베는 감탄을 하며 케빈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어머머, 케빈 선배님. 200m 거리 앞에 있는 적들을 어떻게 저격하시는 거예요? 레이더도 켜지 않으셨을 텐데…?”

「음? 아아, 입김으로 구별하지. 용의 모습으로 변한 동룡족 병사들은 입김의 온도가 사람보다 높거든. 그래서 사람보다 입김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이용해서 위치를 파악해 저격하는 거야. 이건 내가 옛날 용병 시절에 배운 것이지. 아마 이 세상에 있는 웬만한 프로 저격수들은 상황이 이럴 땐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할 거야.」

“우와… 놀랍네요. 아! 적의 본진, 앞으로 400m!”

티베의 긴장감 어린 목소리와 함께, 일곱 대의 웨드는 모두 움직임을 멈췄고 헤이그는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좋아, 이제 본 작전인 **’모스크바의 폭설’**을 지금부터 정확히 20분 후 개시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작전 준비를 하도록.”

「예!」

지시를 내린 헤이그는 잠시 웨드와의 트랜스를 끈 뒤 긴장을 풀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열었다. 그는 묵묵히 그 안에 들어있는 부인과 딸의 사진을 꺼내 들었고, 조금 후 사진을 이마에 대며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리진. **’모스크바의 폭설’**이 뭐니 그게. 이름이 너무 유치하지 않니?」

그때, 통신기로부터 티베의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헤이그는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얘, 그래도 선배님이 지으신 작전명인데…. 그래도 유치하긴 유치하다 얘. 호호호호홋…. 챠오는 어떻게 생각하니?」

「음? 그, 글쎄….」

“….”

헤이그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과묵히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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