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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79화


“이봐,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 걸 알아낸 거지? 그것부터 설명하면 네 일에 대해선 다른 걸 묻지 않겠어.”

지크의 질문은 진지했다. 바이오 버그와 BSP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진지해지는 그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자료 전송용 코드를 모니터에서 뽑은 뒤, 지크 쪽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날 만든 분께서 MOTHER의 인공지능 부분을 담당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지크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추가로 지크님이 시에를 지금까지 잘 길러주시는 것에 감사를 하고 계십니다.」

“…!!”

지크는 순간 움찔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대충 예상을 하고 있던 휀과 장로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은 잠시 동안 술렁거렸고, 조금 후 화이트 나이트는 모두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MOTHER가 위치한 장소 역시 알려드릴 수 있지만, 지금 여러분께 제일 시급한 문제는 MOTHER와 닥터 와카루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전 여러분들과 함께 행동하며 탈환 작전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또한, 극동 아시아와 유럽 서쪽까지의 지역, 그리고 남아메리카 지역까지 완전히 탈환했을 때 여러분께 MOTHER와 닥터 와카루가 있는 위치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그러다가 잠시 뒤 바이칼이 몸을 일으키며 화이트 나이트에게 말했다.

“좋아, 네 힘을 빌리도록 하겠다. 단, 조건이 있다.”

「… 말씀하십시오 용제시여.」

힘을 빌리겠다면서 조건을 말한다는 것은 사실 우스운 발언이었으나, 바이칼의 말속에 담긴 무언가는 다른 이들의 사고를 정지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칼은 말을 맺었다.

“… 전투 시를 제외한 다른 때엔 지금과 같이 리오의 흉내를 내지 말길 바란다. 이건 부탁이기도 하다.”

「… 명심하겠습니다.」

“… 좋다, 더 이상 너에 대해선 지크가 한 말과 같이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겠다. 다른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하고, 없다면 이상으로 긴급 회의를 마친다.”

바이칼은 자신의 남색 망토를 펄럭이며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곧 전룡단 단장들이 그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화이트 나이트를 바라보던 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즈 나이트들과 BSP 멤버들 역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지크와 화이트 나이트, 둘뿐이었다. 잠시 동안 지크를 바라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조금 뒤 지크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회의실을 나서려 했으나, 순간 지크가 화이트 나이트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 이제부턴 어디서 지낼 거지?”

「드래고니스 주위를 돌면서 임무가 있을 때까지 순찰을 할 생각입니다.」

“… 계속 그 기계 안에 있으면 피곤할 텐데… 리오.”

지크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거침없이 지크의 말을 부정했다.

「… 제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관찰된 리오·스나이퍼님의 행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리오님을 착각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죄송하지만 전 화이트 나이트, 기계일 뿐입니다. 그럼 이만.」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지크의 손에서 벗어나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 가만히 서서 화이트 나이트의 뒤를 노려보던 지크는 곧 큰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비겁한 녀석!! 지금 너 때문에 한 달 동안 슬퍼한 사람들의 눈을 그런 철 조각으로 가린다 해서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요즘 비가 많이 내리지? 다 세이아 때문이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이 호주의 사막 지대에 삼 일 걸러 하루로 비가 내린단 말이야!! 평소 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별짓을 다 하던 네가 이게 무슨 짓이야!!”

「… 전 잘 모르겠군요.」

화이트 나이트는 짧게 말한 뒤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지크는 결국 회의실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분노를 토했다.

………………… . . . . . . . .

회의실 밖으로 나온 화이트 나이트는 밖에서 한참 얘기 중인 전룡단 단장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박혀 있던 시선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고,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화이트 나이트는 팔짱을 끼며 무언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 뒤, 꼬리가 달린 작은 몸의 소녀가 어디선가 나타나 화이트 나이트의 어깨에 올라탔고, 화이트 나이트의 차가운 마스크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화이트 나이트 역시 그 소녀의 약간 산발인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벼주었고, 둘은 곧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 그래, 알았다. 다른 일은 없지 시에?」

“응! 근데, 할배는 잘 계셔?”

소녀, 시에의 활기찬 질문에, 화이트 나이트는 시에의 볼을 손으로 토닥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아마 빠른 시일 내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시에. 자,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어서 떠나.」

“응! 그럼 수고해!”

시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그 장소에서 사라졌고, 화이트 나이트 역시 곧바로 다른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 . . . . . . .

“… 알 수가 없습니다. X-Ray 투시기는 물론이고 초음파, 적외선 투시기까지 동원해 화이트 나이트의 내부를 살펴보았지만 기계적 구조 말고는 생체적인 구조는 단 한 군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장로는 시름 어린 한숨을 쉬며 바이칼에게 대답했고, 휀 역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 영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기계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게다가, ‘멀린’경의 인공지능 기술은 신계에서도 알아줄 정도다.”

그러나, 바이칼의 생각은 달랐다.

“… 하지만, 지울 수 없는 그 ‘느낌’은 뭐지. 아무리 모션 캡처를 이용해 리오와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든다 해도 리오의 ‘느낌’만은 같을 수 없는 거잖아! 하지만 화이트 나이트 녀석은 달라. 느낌까지 같다고!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야!!”

그 말에, 장로도 휀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들 역시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장로는 일단 바이칼을 설득하기로 했고 바이칼을 장로에게 맡긴 휀은 슬그머니 방을 나섰다.

제궁 밖으로 나가 지크의 집으로 향해던 휀은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조용히 입에 물었다. 하얀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며, 휀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다. 잠시 동안이라도 자신이 리오의 생사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것이 아닌가. 휀은 다시금 냉정해지기 위해 애를 썼다. 자신마저 사적인 일에 빠지게 되면 일은 위험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집에 도착한 휀은 소파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는 지크와 그의 옆에서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BSP 멤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살짝 지나쳐 부엌 안으로 들어간 휀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물을 마시며 그들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뭐가 화이트 나이트야! 그건 양철 조각 뒤집어쓴 리오 녀석이라구!! 그 녀석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은 정말 날 열받게 하는 거야!!!”

“… 하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리오 씨가 그렇게 되시기 전에도 나타났었잖아. 직접 본 나와 마키도 화이트 나이트의 전투 광경을 보고 리오 씨가 아닌가 착각했었단 말이야. 너무 흥분하지 마 지크, 냉정을 찾으라고.”

“그래. 게다가, 몸에서 아무런 기도, 생명 반응도 느껴지지 않는데 리오 씨가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야.”

리진과 마키의 설득 조의 말에, 지크는 결국 한숨을 길게 쉬며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안 BSP 멤버들은 얘기를 오늘 나온 MOTHER의 실체로 돌렸고 얘기는 그 이후로 한참 더 진행되어 갔다. 그렇게 얘기가 진행되는 사이에 시에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고, 지크의 심각한 얼굴을 슬쩍 본 시에는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을 느꼈는지 즉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 휀! 휀이다!”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휀을 본 시에는 반가운 얼굴로 휀에게 달려들었고, 휀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은 시에는 휀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부비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휀은 물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시에에게 물었다.

“애완동물에선 탈피한 것 같군.”

“웅? 뭐야아~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그런 말 하면 재미없다 휀.”

“….”

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엔 대화가 조금밖에는 통하지 않던 시에가 상당히 성장해 있는 탓이었다. 물론 몸도 상당히 커졌지만.

“… 넌 네가 만들어질 때의 상황을 기억하나.”

휀의 질문을 들은 시에는 곧 뒤로 몸을 날려 의자 위에 안전히 착지를 했고, 휀에게 빙긋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기억이 확실히 나진 않아. 하지만 날 만들어 준 할배 얼굴은 기억난다. 아주 좋아 보이는 할배였어.”

“… 넌 네가 가진 기능을 알고 있나. 입에서 뿜는 아토믹 레이와 같은 특별한 기능들 말이다.”

“기능? 기능이 뭔데?”

시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에게 되묻자, 휀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설명해 주었다.

“… 먹는 것, 자는 것, 말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특별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 아아, 그런 거? 시에 아주 많아!”

그제서야 휀의 말을 이해한 시에는 곧바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시에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순간, 시에의 몸이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휀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신기한 것은, 시에가 입고 있던 옷은 형체를 유지한 채 공중에 두둥실 떠 있다는 사실이었다.

‘… 고성능의 스텔스 기능… 기도 느껴지지 않는군.’

“후우, 또 이것도 있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시에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애를 썼고, 순간 휀은 오른쪽 귀에 손을 대며 눈을 움찔거렸다.

‘… 초음파 탐지 기능….’

“하아, 이건 너무 힘들어. 그리고, 이것도 할 수 있어.”

시에는 곧 눈을 크게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고, 시에의 눈에선 놀랍게도 희미한 빛이 마치 영화관의 영사광을 연상시키듯 뿜어지기 시작했다. 휀은 곧 위로 시선을 돌렸고, 공중에 상당히 정교한 입체 홀로그램이 떠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 3차원 홀로그램 기능…. 이로써 수수께끼가 하나 더 풀린 셈인가.’

“하아, 여기까지야. 더 있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어.”

“… 그 정도면 충분해.”

“알았다 휀. 우웅… 시에 배고프다.”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한 듯, 시에는 무언가를 바라는 눈으로 휀을 바라보았고 그런 시에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휀은 자신이 마신 컵을 닦아 제자리에 놓은 뒤 시에에게 말했다.

“따라와.”

“응? 시에한테 뭐 사줄 거야?”

휀은 몸을 돌리며 손가락을 까딱였고, 시에는 곧 와 소리를 지르며 휀의 어깨에 매달렸다. 그렇게 거실로 나갈 때, 마침 BSP 멤버들의 대화도 끝났고 그 사이 한층 기분이 풀어진 지크는 막 나가는 휀을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어이 대장, 밥 사줘. 오래간만에 고민했더니 배고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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