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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80화


“이봐요 나타샤 대위님. 화이트 나이트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한창 웨드의 무기들을 점검하던 나타샤는 지크가 아침부터 건들거리면서 다가와 그렇게 물어오자, 손가락으로 한 웨드 격납고를 가리키며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기록에는 오늘 0시 조금 넘어서 저기 38번 격납고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 그를 만나면 보급이 필요한지 물어봐 주세요.”

“네~네.”

지크는 손을 흔들며 38번 격납고로 향했고, 격납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중앙에 버티고 서 있는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정상 크기로 변한 채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고, 그 앞에 선 지크는 인상을 쓴 채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 베히모스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군. 멀린 할아범이 만든 모든 작품들은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게 특징인가?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전원이 꺼졌나? 왜 내가 들어왔는데도 아무 말이 없는 거지?”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화이트 나이트의 가슴 쪽으로 가볍게 뛰어 올랐고, 보통 웨드의 콕피트 해치 부위를 손으로 매만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얼라? 이 녀석도 콕피트가 존재하잖아? 그럼 같이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파일럿이 있단 말인가? … 헤헷, 한번 열어볼까?”

지크는 곧바로 양손으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피트 해치를 더듬거리며 콕피트를 열기 위해 애를 썼다. 한참을 그렇게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콕피트를 열지 못한 지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포기를 했고, 장갑판을 손으로 펑 치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 쳇, 하긴 이렇게 쉽게 열렸으면 혼자 돌아다니며 동룡족 함대와 싸우진 못하겠지.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힘으로 뜯을 수도 없을 정도로 단단한 녀석인데…. 음성으로 열리나? ‘열려라 참깨’! 헤헷, 설마.”

치이익–!!!

“거 봐 열리잖아. … 뭐?”

지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화이트 나이트의 3중 콕피트가 열린 것이었다. 지크는 인상을 잔뜩 쓴 채 장갑판에 이마를 대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가끔씩 여기 출연하는 게 싫을 때가 있어….”

알 수 없는 말이었다.

“… 뭐, 좋아. 한번 들어가 보자!”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피트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피트 안쪽은 보통의 TDS 웨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더욱 자신감이 생긴 지크는 곧바로 좌석에 앉았고, 씨익 웃으며 앞에 보이는 시동 스위치의 커버를 벗겼다.

“… 헤헤헷, 분명 파일럿이 있단 소리군! 좋아, 한번 움직여보자 베이비!!”

지크는 곧바로 시동 스위치를 눌렀고, 그와 동시에 화이트 나이트의 해치가 닫히며 운전석 주위는 화이트 나이트 바깥의 배경 그대로가 되었다.

“우와, 죽이는데? 시동 걸리는 게 보통 웨드하고 비교할 수가 없네? 좋아, 이대로 눈을 감으면 트랜스란 말이지! 음우하하하하하하핫…!!”

지크는 곧바로 눈을 감았고, 약간의 두통과 함께 지크의 정신은 화이트 나이트의 CPU와 트랜스되어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 자신이 되었다. 지크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보았다. 보통의 TDS 웨드도 이 정도로 편하진 못했다. 보통의 웨드는 움직일 때 몸이 약간 죄는 느낌이 들었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달랐다.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편안했다.

“우와아! 진짜 대단한데!!! 이거 멀린 할아범한테 한 대 더 만들어 달라고 그래야겠군!! 우히히히힛!!! … 얼라?”

순간, 지크와 화이트 나이트의 트랜스가 강제 중단되었고 지크가 머뭇거리는 사이 화이트 나이트의 시동도 꺼지고 말았다. 화이트 나이트의 콕피트 내부는 완전히 어둠에 빠졌고, 지크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애를 썼다.

「침입자, 강제 방출.」

“뭐라고?! 들여보내 준 녀석이 누군데!!!! 어, 얼라… 우아아아아아아악–!!!!!!”

순간, 지크는 자신의 두뇌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지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으나 그것은 일순간이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지크는 좌석 밑으로 흘러내리듯 쓰러졌고, 곧이어 콕피트의 해치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누군가의 중얼거림이었다.

“… 위험했군.”

…………………….. . . . . . .

“우, 우우욱…!!”

지크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격납고 근처 의무실 안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리진과 챠오, 사이키를 본 지크는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여, 여긴 어디야!”

“… 어디긴 어디야, 의무실이지. 근데, 화이트 나이트의 격납고 바닥엔 뭐하러 쓰러져 있었어? 아예 맛이 가 있던데….”

리진이 팔짱을 끼며 되물어오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다가 곧 손가락을 튕기며 셋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마, 맞아! 화이트 나이트에 탑승했다가 그 녀석에게 강제로 쫓겨났어!!”

그러자, 지크를 바라보던 셋의 얼굴은 일순간 흐려졌고 사이키는 지크의 이마에 손을 대 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 높은 곳에서 떨어지셨나요 지크 씨…?”

“아, 그럴지도…. 이, 이런 아니야!! 난 분명히 탔다고!!! 단 몇 초였지만 운전도 해 봤어!!!”

“…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챠오는 반 농담조로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믿어 달라는 듯 양 팔을 벌리며 자신이 했던 그대로를 말했다.

“어떻게 해도 해치가 열리지 않길래, 그냥 장난으로 말을 해 봤어. 근데 정말 열리더라고.”

“… 뭐라고 했는데.”

“여, 열려라 참깨… 라고….”

“…….”

순간, 셋은 약속이나 한 듯 의무실 밖으로 나갔고 지크는 몸을 날려 그녀들을 붙잡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즈, 증명할 테니 가지 마!! 보여서 증명하면 될 거 아니야!!!”

“….”

………………… . . . . . . . .

“열려라 참깨!!!! 우씨 왜 안 열려!!!! 아깐 열렸단 말이야!!!! 우아아아아악!!!!!”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의 콕피트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고, 리진은 챠오, 사이키와 함께 천천히 격납고를 나서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두고 가자. 저 인간 말을 믿은 우리가 바보지….”

“아니야!! 난 결백해!!!!”

“시끄러워!!”

※※※

“이틀 정도면 전투 부분의 모든 긴급 수리가 다 끝날 것 같습니다.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군요.”

“하루가 단축됐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휀과 장로는 제궁 안 정원을 거닐며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드래고니스 전투 부분의 수리가 하루 앞당겨졌다는 사실은 휀에게나 장로에게나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바이칼은 어떻습니까.”

“아, 예….”

휀의 입에서 바이칼의 이름이 나오자, 장로의 얼굴은 금세 흐려지고 말았다. 휀은 한숨을 가볍게 쉬며 장로에게 벤치에 앉을 것을 권한 뒤 자신도 앉으며 말했다.

“전 지금 바이칼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진정한 서룡족의 제왕이 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은 것은 필수라 생각합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왕비를 얻는다면….”

그러자, 장로는 오래간만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천천히 저어 보였다.

“예에? 허허헛… 마마는 아직 왕비를 얻으시기엔 너무 어리십니다. 저희들 앞에선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시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지만, 드래고니스 바깥에선 그저 젊은 용족일 따름이시지요.”

“그래도 언젠간 왕비를 들여야 하지 않습니까. 미리 봐두신 여성은 있으십니까.”

그러자, 장로의 얼굴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 붉어졌고 휀은 묵묵히 장로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로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입가에 손을 대고 조용히 휀에게 속삭였다.

“그, 그게…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마마께서… (윤리삭제)… 이렇게 말씀하신 경우가 있어서….”

“… 예에?”

순간, 휀의 표정은 못 들을 것을 들은 사람처럼 황당함으로 가득 찼고, 휀 정도의 남자가 그런 표정을 짓자 장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잠시 장로를 바라보던 휀은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다시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 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경우와 비슷하군요. 하필이면… 여하튼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 장로님.”

“… 그, 그래도 아직 젊으시니 그러시겠지요. 나이가 들면 나아지실 겁니다.”

장로의 고뇌 어린 한숨 소리를 들으며, 휀은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생각으로 얘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어제 지크님께서 화이트 나이트의 내부에 들어가셨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

“허헛, 그러나 아쉽게도 동료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랬던지…. 만약 파일럿이 있다면 화이트 나이트가 인간과 비슷한 크기로 축소되어 우리의 앞에 나타났던 일을 설명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지크님께서 도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그러나, 장로의 얘기를 듣고 있는 휀의 생각은 달랐다. 장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로에게 물었다.

“조직 검사를 하실 수 있습니까? 지금 당장이면 더 좋습니다.”

“예? 쉽긴 합니다만….”

“검사에 쓰실 실험실 위치를 가르쳐 주십시오. 잠시 후 거기서 뵙겠습니다.”

“아, 예….”

장로에게서 실험실 위치를 들은 휀은 곧바로 제궁 밖으로 나갔다. 뭔가의 가능성이 그의 머리에 떠오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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