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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83화


“… 이봐 휀.”

“….”

휀은 자신이 사령실에 돌아오자마자 바이칼이 자신을 부르자 그를 흘끔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곧바로 휀에게 약간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 그때, 날 보고 왜 웃었지?”

“…?”

휀은 무슨 소리냐는 듯 바이칼을 다시 바라보았고, 한참 자료를 찾으며 바이칼의 말을 얼핏 들은 장로는 설마 하며 휀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이칼의 질문을 들은 휀은 곧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리며 바이칼에게 다가왔고, 정색을 한 채 그의 귓가에 입을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날 아침 너에 대해… (윤리삭제)… 라는 소문이 들리더군. 나라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니 이해하도록.”

“뭐, 뭐라고…!? 도대체 누구에게 그런 망언을 들었나!!”

바이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휀에게 그 소문의 정체를 물었고, 휀은 장로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대답했다.

“… 장로님은 절대 아니다.”

그 순간, 장로의 하얀 얼굴은 더욱더 하얗게 질려버렸고 바이칼은 분노에 겨운 나머지 또다시 팔걸이를 내려치며 장로에게 소리쳤다.

“장로! 즉시 그 범인을 색출하시오!! 어떤 녀석이 그 비밀을 퍼트리고 다니는지 당장 찾아내시오!!!”

“네에…? 마, 마마, 사실은… 음!”

장로가 막 사실을 밝히려는 순간, 휀이 다시금 장로의 어깨를 두드렸고 전음으로 살짝 그에게 말했다.

「저렇게 놔두면 저절로 풀어질 겁니다.」

「아, 예….」

그래도 장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는 한편으론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지크님께 이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로구나….’

바이칼에 대한 장로의 고민은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출격 명령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한참 수치심에 사로잡혀 이성을 반쯤 잃고 있는 바이칼에겐 그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바이칼 대신 장로가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전해 주었다.

“우선 브리간테스 주위를 경호해 달라고 전달해 주게. 또다시 바운드 캐논과 같은 공격이 들어온다면 곤란한 이유도 있고, 또 전방은 바이론님께서 맡아주셔서 일단은 안심해도 되니 말일세.”

“예, 알겠습니다.”

……………………… . . . . . .

「… 알겠소.」

브리간테스의 사령실로부터 지령을 받은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브리간테스의 마스트에서 벗어났고, 빛과 함께 인간의 크기로 축소되어 브리간테스의 갑판에 내려앉았다. 한편, 그와 가까운 갑판에선 세이아가 양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모든 이들의 무운을 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세이아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옆에 서며 나지막이 말했다.

「갑판은 위험합니다 세이아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 고맙습니다 화이트 나이트.”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화이트 나이트를 바라보았고, 잠시 세이아를 바라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뒤로 돌아선 뒤 부스터를 전개하며 다른 곳으로 가려 했다. 그때, 세이아의 한마디가 화이트 나이트를 불러 세웠다.

“… 그분과 처음 만났을 때, 전 눈이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분과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처음 만났었지요.”

「….」

“… 그분이 영원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알기 전, 저는 그분과 가까이 있지 못할 때도 사실 기분이 좋았답니다. 저승이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선 꼭 그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답니다. 신이 된 이후, 전 저승이라는 세계완 동떨어진 존재가 되었고 언젠간 그분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처지가 된 탓이죠. … 나중에, 그분을 다시 뵙게 되면 꼭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고백을 하는 게 처음이라 한 번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거든요.”

「…….」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세이아의 머리와 치마 자락… 그리고 다시 세이아를 돌아보는 화이트 나이트. 특수 렌즈와 카메라로 이루어진 눈이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화이트 나이트의 눈도 무언가를 말하는 것과 같았다.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채…. 세이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며 화이트 나이트에게 말했다.

“… 느낄 수 있답니다. 마음으로….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부스터를 전개한 후 하늘로 날아 올랐다. 세이아는 조용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

웨드 부대와 바이오 버그, 기계 병들과의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치열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의 전장에선 바이론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한참을 싸우다가 탄환과 에너지 보급을 위해 후방으로 빠진 티베는 역시 같이 빠진 마키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 저 아저씬 언제 봐도 무섭지 않니?”

티베의 질문에, 마키의 웨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아군인 게 다행이지 뭐.”

그녀들의 말 대로, 바이론은 하늘에서 타천사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바운드 캐논의 발사가 한 발 이후 계속 지연되는 것도 한편으론 바이론 덕분이었다.

“크하하하하핫–!!!! 죽어랏–!!!!!”

다크 팔시온으로 한 천사의 몸을 꿰뚫은 바이론은 그대로 다른 천사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몇 명의 천사들을 꼬치구이처럼 연속으로 꿴 바이론은 즉시 다크 팔시온을 다시 뽑은 후 앞에 뭉쳐진 천사들을 일격에 양단시켰다. 천사들의 양분된 몸은 곧바로 광혈로 뒤바뀌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그 광혈은 바이론의 몸에도 상당량 발라졌다. 바이론은 얼굴에 묻은 광혈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얼마만인가, 천사를 베는 느낌이!!!! 너무 부드러워서 소름이 돋을 정도구나!!!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핫–!!!!!!”

천사들의 광혈을 우람한 근육질의 몸에 뒤집어쓴 채 광소를 터뜨리고 있는 바이론의 모습은 다른 천사들에겐 공포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네 녀석, 더 이상의 살생을 멈춰라! 신께서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한 천사가 창으로 바이론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바이론은 곧 씨익 미소를 지었고 왼손에 자신의 암흑 투기를 집중하며 그 천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호오… 신께서? 날 용서치 않겠다…? 크하하하하하핫–!!!!! 한 번 그 신을 데리고 나와 봐라!!!! 내가 없애주겠다–!!!!!!”

순간, 바이론의 왼손에선 응축했던 암흑 투기가 크게 분출되었고 그 투기는 다섯 개의 머리를 가진 흑룡의 모습으로 변한 뒤 단숨에 전방에 있던 천사들을 집어삼켰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암흑 투기 앞에선 형체가 뭉그러지는 천사들에겐 극약과도 같은 기술, ‘오대명룡포’였다. 바이론은 자신의 앞에서 점점 으깨지고 있는 천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더욱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큭…. 타천사 주제에 감히 신을 논하다니, 강 바닥에 하도 오랫동안 잠겨 있어서 뇌에 물이라도 들어갔나!!!! 크하하하하하하핫–!!!!!!”

한참 바이론이 웃고 있을 때, 후방에 있던 천사 두 명이 한동안 응축했던 에너지를 라이플에 담아 바이론을 향해 단숨에 발사했고 두 개의 빛 줄기는 엄청난 스피드로 바이론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큭… 버릇없는 것들!!!!”

빛이 직격하려는 순간, 바이론은 몸을 돌리며 다크 팔시온으로 두 줄기의 광선을 쳐냈고, 다크 팔시온이 가지고 있는 중력 제어 능력에 의해 두 빛 줄기는 마찰광을 뿜으며 허무하게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공격 수단을 잃어버린 두 천사는 결국 도망치려 했으나, 사천사(射天使)들의 느린 날갯짓으로 바이론의 손을 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핫–!!!!!!! 죽는 거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

“… 가즈… 나이트…?”

동룡족의 작전 사령실에서 모니터로 바이론의 모습을 보고 있던 타천사, 메타트론은 눈에 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키 작은 대머리 노인, 와카루 박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주신이란 분이 만들어 낸 신계 최고의 전사들이라고 하더이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너무 강한 젊은이들이오. 그래서 당신들의 도움을 받을까… 해서 당신들을 오랜 잠에서 깨운 것인데, 이거 실망스럽구려… 허허허헛….”

“… 미카엘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저런 건달패들에게 신계 최강의 자리를 내어 주다니…. 디바인 크루세이더의 명예는 어떻게 된 것인가…!”

메타트론은 자못 화가 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신계의 일엔 그런대로 해박한 ‘븐돌’ 장군이 그 일에 대해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말씀드리긴 송구스럽지만, 미카엘님은 800여 년 전에 행방불명이 되셨습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가즈 나이트 중 최강이라는 휀·라디언트에게 패한 뒤 모습을 감추었다는….”

“… 뭐라고! 그럼, 후대 천사장은 누구인가!”

“예? 예… 벨제뷰트라 하는 젊은 천사입니다만….”

“… 벨제뷰트?! 그런 이름도 없는 가문의 꼬마가 대 천사장 직을 맡았다고!!! 선신께선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처사를…!!! 뭐, 좋아. 어차피 내 임무가 끝나면 대 천사장 자리는 다시 내것이 되니까…. 어쨌거나, 가즈 나이트라는 자들의 힘은 잘 보았소. 저런 정도로 신계 최고라는 말을 하다니, 신계도 오랫동안 많이 약해졌….”

퍼엉–!!!!!

순간, 사령실의 유리가 깨지며 누군가가 거칠게 침입해 왔고, 침입자는 즉시 거대한 대검을 휘둘러 주위의 오퍼레이터들을 제거한 뒤 숨을 몰아쉬며 메타트론과 와카루, 그리고 동룡족 장군 븐돌을 쏘아보았다.

“크크크큭… 거기 있는 천사 녀석이 메타트론이겠군…. 그건 그렇고 오래간만인데 와카루… 못 본 사이에 더 늙었는데, 크크크크큭….”

“… 허헛, 세월은 속일 수 없소이다. 하여튼 오래간만이오 바이론군.”

와카루는 뒷짐을 진 채 여유 있게 인사를 했고, 메타트론은 탐탁지 않다는 눈으로 자신의 창을 힘있게 쥐어 보며 바이론에게 말했다.

“… 네가 가즈 나이트인가? 예상외로 빨리도 왔군. 단순한 광인 주제에…. 신계 최고의 전사? 후, 우습군….”

“… 크큭, 정보가 어떻게 전달됐는진 몰라도, 뇌에 물이 들어간 녀석과는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크크큭….”

둘의 도발적인 대화가 흐른 뒤, 쌍방 사이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고 결국 메타트론은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바이론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 나가자.”

“쿠, 원하는 대로… 죽어랏–!!!!!”

순간, 바이론은 메타트론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다크 팔시온을 휘둘렀고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을 창으로 겨우 방어한 메타트론은 바이론의 몸으로 밀어붙이는 힘에 못 이겨 밖으로 튕겨 나갔고, 함께 사령실 밖으로 튕겨 나간 둘은 곧바로 공중에서 대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 허헛, 예상외로 잘 싸우는구먼. 자, 우린 나갑시다.”

“예? 무, 무슨 소리요 와카루 박사!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는데…!”

와카루의 말에, 븐돌은 무슨 소리냐는 듯 따지고 들었고 와카루는 빙긋 웃으며 븐돌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전력 차이를 보시오. 저쪽이 배가 넘는데다 가즈 나이트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게다가 저쪽 기함의 성능을 보아 여기 있는 전함을 모두 끌어가도 질 것 같은데 어떻게 이기란 말이오. 일단 후퇴합시다.”

“하, 하지만 이곳을 놔주면 4대 용왕의 함대가 이 세계 안으로 들어오고 마는데, 어떻게 쉽게 놔준단 말이오!!!”

“… 우리도 증원군이 생길 텐데 뭐가 걱정이오. 자, 어서 갑시다.”

븐돌은 너무나 태연한 와카루의 반응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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