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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88화


적 병기가 앞으로 밀고 옴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나이트는 뒤로 후퇴만 할 뿐, 전진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역시 적 신 병기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웨드에게서 느껴지는 괴로움과 슬픔 때문이었다.

한참을 전진하던 적 병기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움찔하며 역시 움직임을 멈추고 적 병기를 바라보았고, 조금 후 적 병기의 양 팔뚝과 다리 부위의 장갑판이 날아가며 수백 개의 광선 포구가 입을 드러냈다. 곧이어, 그 포구들은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고 화이트 나이트는 급가속을 하며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광선들을 피해 나갔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나이트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몇 번이고 공격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 넬…!!」

……………….. . . . . . . . .

“저 녀석 혼자 잘났다고 나가더니 왜 공격을 못 하는 거야!! 공격 안 할 거면 들어오라고 말해!!!”

“잠깐, 이유가 있다.”

바이칼이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치자, 휀이 손으로 그를 제지하며 말했고 바이칼은 또 무슨 소리냐는 듯 휀을 쏘아보았다. 휀은 곧바로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인 카메라에 내장된 장치로 적 병기의 앞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내부 구조를 살펴볼 수 있습니까.”

“… 아, 예.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 포화를 뚫을 수 있을지…?”

“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장로는 곧바로 무인 카메라의 조종을 맡은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렸고, 오퍼레이터는 곧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무인 카메라를 적 병기에게 접근시키기 시작했다. 네 번째의 무인 카메라가 파괴되고 다섯 번째의 무인 카메라가 가슴 부위에 접근한 순간, 오퍼레이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키를 두드렸고 곧바로 한쪽 화면엔 적 병기의 앞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내부 구조가 빠르게 떠올랐다. 무인 카메라는 곧바로 파괴되었지만, 전송해 준 내부 사진은 장로에게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아, 아니…! 콕핏 대신에 박혀 있는 저 장치는 도대체…?!”

장로의 말 대로, 웨드의 콕핏엔 사람의 모습 대신 알과 같은 생김새의 괴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장치를 가만히 바라보던 휀은 순간 눈을 번쩍 뜨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넬…! 넬·에렉트…!!”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휀 님?”

“… 저 안에 제가 아는 아이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아니라 생각되는데 어째서 그 아이의 느낌이….”

“휀 님! 장로님!”

그때, 상황실의 입구에서 세이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이아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세이아님.”

“넬, 넬이에요! 넬이 이쪽으로 오고 싶다며 울고 있어요!! 괴로워하고 있어요!!”

“… 이쪽으로… 오고 싶다고 말입니까.”

“예! 그런데, 넬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휀은 세이아가 넬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자주 볼 수 없는 휀의 안타까운 표정에 세이아는 움찔하며 할 말을 잃었고, 휀은 곧 뒤로 돌아서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훼, 휀 님! 설마, 설마…?!”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아무 대답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세이아는 결국 눈을 감고 양손을 모으며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신일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일지. 그것은 세이아 외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 . . . .

「…!!」

화이트 나이트는 쉴 새 없이 뿜어지는 광선 중 하나가 자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움찔하며 몸 주위에 방어막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방어막을 전개하는 순간에도 광선들은 무섭게 화이트 나이트에게 내리꽂혔고, 화이트 나이트의 방어막 외부는 광선들에 의해 일순간 하얗게 뒤바뀌어졌다. 사실, 화이트 나이트는 적 병기와 상대하기 전부터 예전과 같은 움직임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 주 동력은 이미 고갈되었나…. 하긴, 무리도 아니지. 3개월 동안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 등을 쉴 새 없이 난사했으니 오리하르콘 결정 하나로는 부족한 게 당연해. 하지만… 이대로 나갈 순 없어!!’

화이트 나이트가 생각하는 도중에도, 방어막엔 계속해서 광선들이 뿜어졌고 결국 화이트 나이트는 보조 동력을 끌어올리며 다시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

“… 알테미스….”

2개월 전보다 훨씬 더 안색이 안 좋아진 아란. 그녀는 이미 마를 대로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지금은 정신병 말기 증상의 사람처럼 거의 폐인 직전까지 와 있었다.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아란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알테미스의 이름을 불렀고, 알테미스는 조용히 아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란은 곧 이상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알테미스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 후훗… 후후훗…. 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젠 싫어…. 데스 발키리도, 절망의 힘도, 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리고 너희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고 싶지도 않아….”

“… 무슨 소리지.”

알테미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란에게 이유를 물었고, 아란은 곧 킥킥 웃으며 자신의 검,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의 끝을 자신의 복부에 가져가며 말했다.

“… 저주스러워…. 이런 것….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힘이 아니야… 육체도 아니야… 그저 한 남자가 필요했을 뿐이야….”

“….”

“… 그런데, 그 남자는 나 때문에 또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자신의 친구들을 앞에 두고도 죽은 척….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죽은 척… 후후후훗….”

“… 아란, 너 설마….”

“… 후훗, 후후후후훗…. 내가 죽으면, 이 디스파이어와 이 십자가는 그 남자에게 전해줘…. 난 그와 영원히 함께 할 거야… 다시 살아나지도, 죽지도 않고….”

푸욱–!!!

알테미스는 아란의 등을 디스파이어의 검 끝이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며, 침대 밑으로 흐르는 피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란은 심한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 행복해….”

“….”

순간, 아란의 몸은 핏물로 변하며 침대 아래로 녹아내렸고 그 피에 파묻힌 디스파이어는 진홍색의 빛을 뿜어내며 검 속에 누군가의 영혼이 흡수되었다는 것을 알테미스에게 말해 주었다. 알테미스는 곧 의자에서 일어나 아란의 피 속에서 은제 십자가와 디스파이어를 꺼내 피를 털어낸 뒤 말없이 방을 나섰다.

………………….. . . . . . . .

퍼엉–!!!!

「크으윽–!!!!」

방어막의 출력이 떨어지자마자, 화이트 나이트의 왼팔은 광선에 직격하며 떨어져 나갔고 그 때문에 큰 충격을 입은 화이트 나이트는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겨우 역추진에 성공한 화이트 나이트는 추락만은 겨우 면하였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몸을 지탱할 에너지조차 사라져버린 화이트 나이트는 그대로 차가운 땅 위에 누워 버렸고 화이트 나이트를 격추시킨 적 병기는 굉음을 일으키며 다시금 드래고니스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 아, 안 돼…!! 정신 차려 넬…!!!」

그러나, 화이트 나이트의 목소리는 그 병기에 미치지도 못할 정도로 약했다. 화이트 나이트의 동력은 외부 스피커를 움직이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화이트 나이트의 시각 카메라는 빛을 잃었고 화이트 나이트는 죽은 사람처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 . . . . . .

“화이트 나이트, 동작 정지!!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습니다!!!”

“… 빌어먹을 녀석!!!!”

콰앙!!!

바이칼의 돌출 행동은 결국 옥좌의 팔걸이를 다시금 부숴 놓았고, 세이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모니터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장로는 다시 다가오기 시작하는 적의 병기를 어떻게 막을까 고심하기 시작했고, 휀은 결국 숨을 길게 내쉬며 장로와 바이칼에게 말했다.

“장로님. 제가 나가겠습니다. 제가 드래고니스에서 벗어나면 전 함대에게 후퇴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 예, 부탁드립니다 휀 님. 제발 조심하시길….”

휀이 막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상황실의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상황실 문은 소리가 멈추자마자 활짝 열려졌다. 휀은 문밖에 쓰러진 전룡단 단원들과, 커다란 회색 헝겊에 싸인 무언가를 들고 있는 알테미스의 모습을 보고 나가는 것을 멈추었고, 알테미스는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을 휀의 앞에 내던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 그 남자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더 이상 아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

알테미스는 곧바로 몸을 돌려 상황실에서 빠져나갔고, 말없이 알테미스가 나간 상황실의 문을 바라보던 휀은 곧 알테미스가 바닥에 내 던진 물건을 손으로 집은 후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라.”

“… 흥, 뭘 던져줬길래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건가. 난 지금 얘기할 기분도 아니고, 장물 구경할 기분도 아니… 읍!”

순간, 바이칼의 몸 위에 회색의 무거운 물체가 덮쳐왔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휀은 바이칼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곧바로 세이아를 바라보며 정중히 말했다.

“저 병기를… 넬을 막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예…?”

“넬에겐 이제 세이아님이 희망입니다. 만약 세이아님께서 넬을 막지 못하실 경우, 전 넬을 처치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잠시만이라도 괜찮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해 볼게요!”

지금의 세이아는 여태까지의 세이아와는 자못 달랐다. 마치 아이를 지키려는 어머니와 같이, 세이아의 눈엔 힘이 담겨 있었다. 세이아는 곧 빛으로 변하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휀은 곧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것을 들고 화이트 나이트가 쓰러져 있는 장소로 가라.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에겐 네가 필요할 테니까.”

“…!!!”

“… 뒤는 나와 장로님께 맡겨라.”

아무 말 없이 휀을, 그리고 자신의 몸 위를 덮고 있는 물체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곧바로 그 물건을 들고 몸을 일으켜 상황실 밖으로 나갔고, 휀은 장로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조금 후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 예…?”

“… 아, 세이아님께서 나오셨습니다. 전 함선을 양쪽으로 후퇴시켜 적 병기가 드래고니스 가까이까지 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조금 후, 드래고니스의 상공엔 거대한 한 쌍의 날개를 가진. 밝지도, 그렇다고 희미하지도 않은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한 여성의 모습이 모두에게 보일 정도로 나타났고 비상 대기 중이던 드래고니스의 전 전룡단과 웨드 파일럿들은 생전 본 일이 없는 그 광경에 잠시나마 넋을 잃고 말았다. 한편, 드래고니스의 하단부에선 세이아의 하얀 날개와는 다른, 군청색의 날개를 지닌 드래곤이 회색 헝겊에 뒤덮인 물체를 입에 문 채 어디론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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