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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701화


가즈 나이트 중에서 칠두지룡에 처음으로 평화적 방문을 하게 된 지크는 함선 내에 마련된 무도장 안에서 올파드의 시범을 보고 있었다. 왼쪽 허리에 도검을 네 개 장비한 올파드는 무릎을 꿇은 경건한 자세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후, 올파드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종이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지크에게 보이며 말했다.

“자, 자네가 원하는 교차식 팔도류의 절반인 사도(四刀) 발도술일세. 성공한다면 이 종이는 여섯 개로 늘어나겠지.”

“휘익–!!! 멋지게 보여주세요 아저씨!!!”

지크는 박수와 휘파람으로 올파드를 응원했고, 올파드는 고개를 가볍게 저어 보인 뒤 종이를 공중에 날렸다.

“흡!”

올파드의 손이 첫 번째 칼로 향한 순간부터, 지크의 정신은 완전히 집중되었고 올파드의 동작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네 번의 도광이 공중을 가른 순간, 올파드가 띄운 종이는 그의 말대로 처음 종이와 면적이 같은 여섯 장의 종이로 변하며 바닥에 떨어졌고 올파드는 멈췄던 숨을 길게 내 쉬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후우, 자 어떤가? 이제 좀 실마리가 풀리는‥음?”

“‥모, 목숨을 걸라는 말은 안 하셨잖아요‥!!”

올파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올파드의 손에서 빠져나간 칼 끝을 목을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한 지크는 자신의 귀 옆에 바로 꽂힌 칼을 빼며 올파드에게 던져주었다. 칼을 받아 든 올파드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지크에게 다시 물었다.

“험, 보았듯이 나 역시 네 개의 검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어렵다네. 어쨌든 이제 알겠는가?”

“‥약간은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게요.”

지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무명도를 공중에 띄웠고, 공중에 부드럽게 떠오른 무명도는 곧 잔상과 함께 여덟 개의 다른 무명도로 변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원래의 무명도와는 길이가 달랐고, 지크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강도 역시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무명도의 강도는 다른 가즈 나이트가 가진 어떤 무기보다 강했기에 여덟 개로 분열된 상태라 해도 리오의 디바이너보다는 강도가 좋았다. 어쨌거나, 분열된 여덟 개의 무명도를 네 개씩 나누어 허리 양쪽에 찬 지크는 올파드에게 종이를 건네받은 뒤 눈을 감고 자세를 취한 채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올파드는 자신의 애도(愛刀) 중 하나인 낭아를 준비한 채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응? 아저씨 뭐하세요?”

살짝 눈을 뜬 지크는 올파드가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흠칫 놀라며 그에게 물었고, 올파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자네가 나와 같이 칼을 놓치면 난 두 개의 칼을 받아내야만 하네. 난 팔이 하나니 칼을 쓰는 게 좋겠지.”

“‥쳇, 아예 실패하라고 굿을 하시죠. 하여튼 갑니다!! 하아아아아아앗–!!!!!”

기합과 함께, 지크의 몸에선 강한 기류를 동반한 기전력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올파드는 내심 지크의 숨은 힘에 감탄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영식, 극뢰‥!! 응용기술 2탄!!!!”

대사와 함께 몸에서 뿜어지는 기전력과 바람을 멈춘 지크는 종이를 공중에 띄웠고 곧바로 양 손을 칼에 가져갔다. 올파드는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지크의 팔에 무수한 잔영들이 맺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신식, 천수관음(千手觀音)–!!!!!!”

“흐읍–?!”

지크의 새로운 기술, 천수관음이 발동된 순간 올파드는 자신의 몸이 지크를 향해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자세를 낮춘 뒤 낭아를 바닥에 꽂고 진공청소기처럼 주위의 모든 사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지크의 천수관음의 힘을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도장 안의 사물은 그렇지 않았다. 가구와 장판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지크를 향해 빨려가는 것이었다.

“차앗–!!! 봤죠!!! 성공이에요 아저씨!!! 종이가 수십 조각‥으응?”

자신의 눈앞에 수십 조각의 종이가 흐트러져 날리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던 지크는 올파드의 놀란 표정을 보고 움찔했고 그는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물론, 이 일은 지크가 베어낸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어난 사태였다. 지크가 빨아들인 모든 잡기들이 한꺼번에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으억?! 어머니–!!!!!”

처참하다면 처참할 수 있는 비명과 함께, 지크는 자신이 빨아들인 잡기에 깔리고 말았고 올파드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의원을 불러야 하겠군.”

<………………………. . . . . . . .>

“아야야야야‥!! ‥하여튼 어땠어요 아저씨? 괜찮은 기술이죠?”

“‥음? 으음‥허술해. 이름에 비해선 너무 허술한 것 같군.”

“잉? 그럴 리가요!!”

“‥흠, 잔말 말고 무도장 정리나 계속 하게.”

제대로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올파드는 사실 놀라고 있었다. 수십 보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올파드 자신이 겨우 버틸 정도의 흡입력을, 그것도 가볍게 발동된 상태에서 보여준 지크의 천수관음은 대인 기술 중에선 최고 클래스의 기술이라 올파드는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 경험으로 따지자면 휀도 울고 가게 만들 수 있는 올파드가 간단히 직접적인 칭찬을 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올파드는 지크의 그 모습에서 지금껏 확실히 느껴본 일이 없던 가르침의 열망을 불태울 수 있었다.

지크가 무도장 정리를 다 하자, 올파드는 곧 지크를 불러 자신의 앞에 앉히며 조용히 물었다.

“‥자네, 솔직히 시간 많은 편이지?”

“‥네.”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고 올파드는 곧 위엄이 섞인 목소리로 지크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작전 지역인 영국으로 갈 때까진 시간이 아직 많다네. 이렇게 많은 선단이 이동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거든. 이건 중요치 않고‥. 그 시간 동안 나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겠나?”

“‥네에?”

지크는 움찔하며 올파드를 올려다 보았고, 올파드는 곧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의 도검술은 거의 경험에서 나오는 실전 검술 같더군. 아까 쓴 기술인 천수관음도 그렇고‥. 상당히 창의적이고 훌륭한 자세와 기술이긴 하지만 자네의 동작 하나하나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네.”

“뭔데요?”

“‥바로 기초지. 자네와 같은 수준, 아니 그 이하의 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네의 자세와 기술을 볼 때 상당히 멋있다고 인식을 할 것이네. 그러나,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볼 땐 그렇지 않아. 상당히 불안해. 게다가 대인 위주의 기술만으로 짜여져 있기에 자네보다 수십 배 큰 상대와 싸울 때 자넨 상당히 고전하게 되지. 인간에게 통하는 목꺾기가 자네보다 수십 배 큰 괴물들에게 통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말일세.”

“….”

지크는 아무런 반문도 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도 자신보다 훨씬 큰, 그것도 인간의 형상을 하지 않은 괴물들과 싸울 때 상당히 고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리오 군은 고신 오딘님께 검술을 다시 배웠고, 그 이후 눈에 띄게 강해졌다고 하더군. 내가 비록 오딘님과 같이 신을 초월한 검술을 가르쳐 주진 못하지만, 자네에게 도검술의 기초와 그 밖에 도움이 될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줄 수는 있네. 어떤가. 해 보겠나?”

지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자기 자신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지크는 곧 올파드와 손을 불끈 맞잡으며 말했다.

“사부로 모시죠!!”

“‥좋네. ‥그럼 우선 예절부터 배우세.”

“싫어요.”

“사부로 모신다고 했잖나!!!”

“무술만 가르쳐 줘요 무술만!! 아저씨 그러면 안 돼!!!”

“어허, 이 사람이!!!”

그렇게, 둘의 첫 수업은 말싸움으로 시작되었다.

<※※※>

몇일 후, 홍차를 마시며 아침 신문을 읽던 리오는 요즘 들어 일찌감치 일어나는 지크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방에서 내려오자 궁금함을 견딜 수 없었다. 평소 때는 일찍 일어난다 해도 주방으로, 정확히 냉장고로 직행하던 지크가 옷을 차려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봐 지크.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하아아암‥. 귀찮은 사부 한 분을 모시게 됐지. 젠장, 요즘은 말도 트더니 이놈 저놈 하시며 계속 날 두들기시는 거야. 배우는 시간보다 맞는 시간이 더 많다니까. ‥우하아암‥.”

연속으로 하품을 하며 들려온 지크의 대답은 리오를 놀라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리오는 곧 속으로 사람들의 명단을 떠올리며 과연 누가 지크의 사부일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사부? 음‥널 가르칠 정도의 분이라면 아더 전하, 그리고‥설마 올파드님께?”

“‥딩동댕‥. 그럼 저녁에 보자 리오.”

지크는 힘없이 집을 나섰고, 리오는 곧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신문에 시선을 돌렸다.

“‥별일이군. 지크 녀석이 스승을 다 두고‥. 어쨌거나 올파드님이라면 믿을 수 있겠군.”

<…………………. . . . . . .>

“네 이놈!!! 모든 무술은 기초라고 하지 않았느냐 기초라고!!! 그런데 준비 운동도 안 하고 내 가르침을 받겠다는 얘기냐!!!”

“에구, 잘 들리니까 좀 상냥하게 말씀해 주세요. 소리 많이 지르면 노화가 더 빨라진다구요.”

지크의 빈정거림은 올파드로 하여금 더욱 화를 불러 일으키게 했고, 그는 손에 든 죽도로 바닥을 내려치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시끄럽다!!! 이틀 전 가르쳐 준 태극권으로 30분 동안 몸과 기를 깨끗이 정돈하도록 하여라!!! 꾀를 부렸다간 큰일 나는 줄 알아라!!!”

“쳇, 녜녜녜녜녜‥.”

지크는 곧 자켓을 벗은 뒤 올파드가 가르쳐 준 태극권을 전개하며 몸과 진기를 가다듬기 시작했고, 다른 제자들을 제쳐두고 지크를 쏘아보던 올파드는 한숨을 후우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 빈정거리긴 해도 가르칠 맛이 나는 청년이군. 비록 준비 운동으로 태극권을 가르쳐 주긴 했어도 이틀이라는 시간 안에 이렇게 깨끗한 자세로 태극권을 익힐 줄은 정말 몰랐어. 지식은 몰라도 몸으로 배우는 건 어느 누구보다도 빨라‥.’

“‥저어‥올파드님?”

그때, 무도장 출입구 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올파드는 곧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입구 밖엔 동룡족 고위 관직자의 부인들이 입는 전통 의상 차림의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무언가를 든 채 서 있었다.

“아아, 부인. 혼자서 여긴 웬일이오?”

올파드는 곧 죽도를 옆에 세워둔 뒤 자신의 부인에게 다가갔고, 그의 부인은 보자기로 싸 온 무언가를 그에게 내 보이며 말했다.

“예, 특별히 초밥을 싸 왔답니다. 제자분들과 함께 드시라고 많이 준비했습니다.”

“오, 그렇소. 이거 부인까지 내 제자들 걱정을 하니 피곤함이 절로 사라지는구려. 하하핫‥정말 고맙소 부인.”

“호홋, 올파드님도 참‥.”

올파드의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올파드에게 초밥을 건네주었고, 올파드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초밥을 건네 받았다.

그러나, 그 순간을 놓칠 지크가 아니었다.

“휘익–!!! 휙–!! 휙–!! 깨가 쏟아지누만–!!!! 휘익–!!!”

“네, 네 이놈!!!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는 거냐!!!!”

“오오–!! 홍조를 띈 중년의 모습, 반해버렸어요〜!!”

“시끄럽다!!! 다른 녀석들도 어디에 혼을 팔고 있는 게냐!!!! 어서 준비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겠느냐!!!!”

“아, 네!!”

그렇게 호통을 치는 올파드의 모습을 보던 그의 부인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남편이 오래간만에 젊어 보이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그녀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올파드는 지크가 불러 일으키는 활발한 분위기에 그 자신도 모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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