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24화
우주 쇼핑몰.
일명 외계인 상점.
그간 내가 유용한 아이템과 장비들을 갖출 수 있게 해줬던, 고가의 초자연적인 신비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괴상한 사이트 괴담이다.
근데….
‘…도마뱀 조장이, 거기 외계인이라고?’
나는 침을 삼키려 했으나 내게 육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흠칫 놀랐다.
왜냐하면, 지금 내 몸에는 도마뱀 과장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대신 물었다.
진짜 믿기지 않는 질문이었다.
“…우주 쇼핑몰 운영자신 겁니까?”
그리고 그 대답은….
-아닙니다.
아.
‘그럼 어떤 종류의 관계자인 거지?’
좀 궁금했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사태가 수습됐다는 거지.
‘휴우.’
나는 CCTV 같은 시야 너머에서 비치는 내 대기실을 보았다.
쏟아져나왔던 검푸른 물덩이들은 어느새 바닥으로 고이다가 흩어지고 있었고, 대기실은 약간 어질러진 것 외에는 멀쩡해 보였다.
아무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튕겨 나오고 이자헌 조장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수습된 모양이었다.
더는 물을 뱉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그건 진짜 고맙다….’
이자헌 조장님 덕에 내 몸이 죽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제 진정됐으니 제 몸에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
“…이자헌 조장님?”
-긴급 호출기를 통한 탈출 프로토콜을 시행하겠습니다.
대뜸 시야가 움직였다.
“…?!”
나, 그러니까 이자헌 과장이 움직이며 탁자에 있던 내 아이템들을 모조리 쓸어다가 문신에 수납하는 듯했다.
잠깐만, 지금 뭘 하는….
-3분 후, 성화 포격을 지시하겠습….
뭐?
“머, 멈춰 주십시오.”
이게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포격?
“뭔진 몰라도 그걸 지금 대체 지금 왜 씁니까?”
-긴급 호출기에 포함된 옵션 사항으로, 사용자가 안전한 곳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연합에서 반출이 가능한 모든 무력 수단을 동원합니다.
-김솔음 씨의 탈출 과정에서 동원….
“그러니까!”
이 도마뱀… 아니, 파충류 외계인이!
나는 이를 악물고 싶은 기분으로 말했다.
“제가 왜 탈출해야 하냔 말입니다.”
시야의 발걸음이 멈췄다.
난 그냥 이직해서 토크쇼에서 뜻깊고 재밌게 잘살고 있는데 대체 왜 갑자기 탈출 같은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백일몽 주식회사는 이미 탈출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말이지.
“저 새 이직처에서 적응도 잘했고, 특별히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험 상황 자체가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이 쉬는 시간이라 망정이지 회의나 토크쇼 중간이었으면 대체 무슨 민폐였을지 모르겠다….
-그렇군요.
그래. 그러니까 이제 수습 다 했으면 나한테 몸을 돌려주면….
-최근 취침한 게 언제입니까?
“…….”
그건…….
이 토크쇼에 들어오기 전에, 그러니까….
한 달 전에.
-동물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식사와 취침을 해야 합니다.
“…….”
-그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당신이 자연계의 동물보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괴담이 됐다고.
“……아닙니다. 저는…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사고할 수 있고, 윤리적 기준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왜 대기실에 물이 고여 있습니까.
“그건, 제가 츄러스를 먹어서…….”
-유쾌 테마파크에서 받았다고 진술한 그 간식을 의미합니까?
“…….”
-평시의 당신이었다면 어둠에서 유래된 음식을 거부감없이 섭취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긴급 호출 버튼은 왜 눌렀습니까.
“……그건, 질식할 것처럼 물이 쏟아져서.”
-질식 상황에 유래도 효능도 모르는 괴이한 탈출 버튼을 누르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 당신은 사망단길에서 죽을 위기에서 버튼을 누를지 수없이 갈등했으나 상사의 충고에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
나는… 괴담 속 물건들을 어느새 자연스럽게, 일상용품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건가?
-당신은 이 어둠에 종속됐습니다.
“…! 그건, 그건 아닙니다!”
그것만은 확실히 반박할 수 있었다.
“지금도 원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자님에게 휴가를 달라고 하면 됩니다.”
-‘사회자님.’
-원래 그 명칭으로 토크쇼 진행자를 호칭했습니까?
“…!”
하, 하지만.
동업자라고는 해도 이 토크쇼를 진행하는 건 브라운이다.
그러니까 일할 때 경의를 담아서 사회자님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나는 슬슬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자헌 과장은 분명 이전에 내 상사였긴 했지만, 퇴사한 지금은 지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생활에 간섭하는 게 옳은 건가?
불쾌해야 하지 않을까?
-김솔음 주임.
하지만 지금 내 몸을 쓰는 건 이자헌 과장이다.
안 돼!
“포, 포격하지 마십시오. 수많은 스탭이 공을 들여서 이 토크쇼를 만들고 있는데.”
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관객이 죽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죽습니다.
“…….”
지금 뭐라고….
-이 토크쇼에서 관객으로 초대된 사람들은, 관람일 다음 날에 감사 카드를 받습니다. 이때 카드는 방청 신청을 했던 매체로 전송됩니다.
-그리고 그 카드에는 ‘특별히 감명 깊었던’ 그날의 토크쇼 게스트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
-몇몇 관객들은 토크쇼에 완전히 매료된 경향성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게스트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어둠에 진입합니다.
없는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이 전신에 울리는 것 같다.
나는 어제 내가 인터뷰했던 관객을 떠올렸다.
‘해피엔딩 곰돌이’가, 자신을 입양하고 싶다는 그 관객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 광경을.
그때 내가 느꼈던 건 분명….
거부감이다.
-지난 관객의 확실한 사망 혹은 실종에 대해 세 건 이상의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
머리가 술렁인다.
속이 울렁거린다.
지금의 나에겐 그럴 육체가 없으니, 울렁거리는 게 이상하다.
이건 정신적인 반응이다.
그러니까….
뭔가, 터무니없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거지?
이 토크쇼는, 대체 뭘 하는 방송이지?
하지만 브라운은… 아니,
아니지.
브라운은 관객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그냥 내가 무섭지 않게 해주겠다고 장담했을 뿐이다.
내 상식으로 상황을 편의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괴담이라는 건….’
원래, 그런 거였지.
“…….”
-김솔음 씨, 당신은 이 토크쇼에서 당장 탈출해야 합니다.
머리가 차가워졌다.
“조장님.”
나는 안다.
나는 오염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 토크쇼에 오기로 결정했던 그 기차 화장실에서는.
하지만, 하지만….
“제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간과하고 있었다.
꼭 오염되지 않아도 인간은 언제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사기를 당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착각을 하고, 오해를 하고…… 믿어선 안 될 것을 믿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경우일지 모른다.
“일단… 가능하다면, 이 토크쇼에서 나가서, 좀 더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혼자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예.
“하지만 포격은 안 됩니다!”
몸이 있었다면 마른 세수를 했을 것이다.
“그런 걸로는 절대 이 스튜디오에서 사회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확신한다.
‘적발되는 순간 소각당할 거야.’
관대하게 비용 청구만 당하는 날에는, 무보수로 이 토크쇼에서 죽을 때까지, 아니, 그 후까지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더 두려웠다.
-스튜디오의 출구를 압니까?
“…모릅니다.”
이 스튜디오가 얼마나 넓은지도 모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세트장과 창고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대체 몇 층인지, 어떤 구역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스탭 구역의 길은 찾을 수 있게 되었으나, 그 외에는 아직 희미했다.
나는 계속 대기실 구역에 있거나 다른 스탭들과 동행할 때만 다른 구역에 잠깐 가본 게 다였다….
‘한 달간 여기서 나간 적이 없어.’
그럴 만도 한 게, 내 대기실은 충분히 안락했고 의식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적응 기간이라 바빴으니까.
“하지만 휴가도 내지 않고 출구로 당당히 나가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고, 차라리 몰래…….”
…….
아.
-몰래 나가자는 말을 하려던 겁니까?
“아뇨. 안 됩니다.”
맙소사.
몰래 나간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사회자는 제가 어디에 있든 압니다.”
택을 확인했기 때문에.
‘착한 친구’ 계약으로 자신을 부른 나를 죽을 때까지, 영원히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어디로 가든 이제 쫓아올 수 있었다….
…….
-휴가를 달라고 설득하길 원합니까?
“아니요.”
왜 휴가를 달라고 하는 건지 사회자님이 물어봤을 때, 이자헌 과장이 내 몸에 대신 들어 있는 걸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게다가 내가 직접 하더라도… 자신이 없다.
‘역으로 설득당할 것 같다….’
관객이 죽든 말든, 다시 토크쇼에서 일하는 걸 맹목적이고 기쁘게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았으니까.
전설적인 괴담 토크쇼 사회자라는 건 그저 언변이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그 자체로 초자연적 현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려웠다….
예전에 내가 착한 친구에게 겁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착한 친구’의 제약 덕분이었을 것이다.
심장이 차가워진다.
-그렇군요.
-스튜디오를 반파한 후 탈출해도, 위험의 주체가 김솔음 씨를 바로 찾아올 수 있기에 의미가 없다, 이 서술이 맞습니까?
“…예.”
나갈 방법이 없다.
아니, 나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완벽한 밀폐처럼 보였다.
…….
‘……아냐.’
어디든 틈은 있다.
‘사회자는 아직 내가 아이템으로 이자헌 과장을 호출한 것은 모르는 상태겠지.’
그렇다면.
“…과장님, 언제까지 그 몸에 계실 수 있습니까?”
-이자헌 과장으로는 60시간 가능합니다.
-또한 호출자는 임의로 사용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긴급 호출기는 반드시 호출자가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비활성화됩니다.
오묘한 단어 선택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면 넉넉했다.
그나마 틈새가 있을 타이밍을 맞출 만큼.
“준비하면서 기다립시다.”
나는 초조함을 가라앉히며,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토크쇼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 * *
시간이 흐르고.
토크쇼의 생방송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럼 스탭 대다수는 백스테이지와 무대를 오가며 바쁘게 장비를 세팅한다.
나는 평소에는 그 틈에 끼어서 장비를 확인하거나,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아니면 아예 회의에 참석해도 되고, 때로는 다른 파트에 기웃거리기도 했다.
‘출연진이 아니라 제작진은 그럴 수 있지.’
특히 나는 현장 준비 스탭이 아니라 토크쇼의 크리에이터로 일했기 때문에 막상 생방송 때 하라고 정해진 일은 없었다.
그러니, 무슨 행동을 하든 그럭저럭 자연스럽다….
가령, 마치 심부름을 받거나 무언가 찾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마구 돌아다녀도 말이다.
“저기입니다.”
나는 얼굴 없는 스탭들이 거의 다 빠진 스튜디오를 미친 듯이 수색하고 있었다.
찾는 건 하나.
“게스트용 대기실이 모인 곳이 있을 겁니다.”
분명 들었었다.
‘게스트용 출입구가 있다고 했어.’
모든 게스트는 원래 존재하던 곳이 있고, 그들이 편안하게 스튜디오로 초청될 수 있도록 무언가… ‘배려’를 했다고 들었다.
‘그걸 찾아야 해.’
물론 대기실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내겐 까다로운 일이다.
대기실, 스탭 구역에서 벗어나는 순간 미로에 빠진 것처럼 방향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자헌 과장은….
‘…엄청나게 빠르잖아.’
물량으로 승부하고 있다…?
나랑 같은 몸을 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과 속도로, 시야는 휙휙 바뀌며 수많은 길을 확인하고 표지를 확인해 이동했다.
‘그냥 본인 몸이랑 퍼포먼스가 똑같은데.’
어쩌면 도마뱀 과장은 어느 몸이든 저런 체력과 힘을 쓸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문제는….
톡톡.
“…!”
시야가 돌아갔다.
얼굴 없는 스탭이 나에게 왜 여기 있냐며, 혹시 길을 잃었다면 안내해 주겠다는 듯이 손짓했다.
“……심부름이 있어서, 금방 끝내고 복귀하겠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심부름이 있어서, 금방 끝낸 후 복귀하겠습니다.
얼굴 없는 스탭은 두 번 권유하진 않고 사라지…는 것 같더니, 모퉁이에서 다른 스탭을 데리고 나타났다!
“…….”
꿀꺽.
몸이 있다면, 침을 삼켰을 것이다….
‘안 돼.’
여기서 수상쩍게 보였다가는 바로 사회자에게 소식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난 다시 행복하게 토크쇼를 진행하게 되겠지.
친절한 ‘설득’ 덕분에 의구심이 깨끗하게 해소된 채, 말이다.
‘…….’
새로 나타난 스탭이 손짓했다.
“저 스탭이 심부름을, 대신해 주겠다는 것 같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조장님!!
“지, 직접 하는 편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큰일이 아니니 저 같은 신입이 조용히 빠르게 하고 싶다고요.”
-지, 직접 하는 편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아니, 그…….
-큰일이 아니니 저 같은 신입이 조용히 빠르게 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스탭들은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 생방이 코앞이니까 여기서 더 낭비할 시간은 없는 듯했다…….
‘후우….’
-이동하겠습니다.
‘무슨 로봇 조종하는 것 같네.’
나보다 힘과 체력이 열 배쯤 좋은 로봇 말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연거푸 속으로 내쉬며, 계속 수색을 진행하는 이자헌 과장의 시야를 공유받았다.
몇 번 더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더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습니다.
“…!”
달칵.
시야에서 문이 열린다.
게스트용 공간
CCTV 같은 내 앞의 시야 화면은 어느새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어두운 복도를 비췄다.
수많은 문이 늘어서 있고, 지난 한 달간 출연했던 게스트의 문패가 교체되지도 않은 채 붙어 있었다….
게스트가 출연할 때마다 하나씩 쓰는 것처럼.
“…….”
…지난 한 달간 느끼지 못했던 기묘하고 불길한 느낌이, 한 꺼풀 너머로도 전해져 온다…….
나는 침을 삼켰다.
“이제 해피엔딩 곰돌이라고 적힌 문을 찾아주십시오.”
곧 시야가 빠르게 이동하더니, 순식간에 문 하나를 찾았다.
옆에서 오늘의 게스트 대기실문 위 전구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으나, 나는 그쪽을 무시하고 옆문 앞으로 갔다.
전구가 거의 꺼진 어제자 게스트의 대기실.
해피엔딩 곰돌이
달칵.
…어두운 대기실 안은 아직 치워지지 않았으며, 모든 게 헝겹 인형의 체구에 맞춰진 공간이었다.
그리고 곰돌이가 쓰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테디베어를 만들고 남은 흔적도.
“…….”
나는 신체 말단 부위와 피부들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 내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게 이자헌 과장이기에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자헌 과장은 시야를 재빠르게 돌리며 대기실 안을 확인하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발견했다.
-인형의 집 문입니다.
벽 한편에 달린 알록달록한 문은 내 허리에 간신히 닿을 정도로 작았으며,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 용도로 만들어진 듯했다….
“거기로 나갑시다.”
끼이익.
…시야에서, 내 손이 그 작은 문을 열고, 엎드려서 포복 걸음으로 어두운 공간을 향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 앞에서 빛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
시야가 다시 확 밝아졌다.
현대적인 복도가 보인다.
브라운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양식의 스튜디오와 대비될 만큼, 콘크리트와 페인트로 마감된 현대의 양식.
그리고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자! 오늘 소개해 드릴 물건은 머리카락을 살아 있는 뱀으로 만들어주는….
말도 안 되는 물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진행자의 목소리.
망상 홈쇼핑!
‘역시.’
지난번 방송에서 ‘해피엔딩 곰돌이’가 이쪽에서 협찬을 받았다고 했으니, 문이 이쪽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했다.
‘됐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난번에도 사망단길에서 해봤지 않은가. 괴담에서 괴담으로 넘어가기.
‘똑같이 방송국 스튜디오니까 사회자가 알아차리는 게 좀 늦어질 수도 있고.’
게다가 생방송을 곧 시작할 테니까 여기로 쫓아올 여유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기서 괜찮은 물건을 발견해서 사회자의 추적을 방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자헌 과장의 물리력이라면 여기선 위험하진 않겠지.’
거기에 배팅하자.
시야가 이동하면서 밝은 복도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과장님, 일단 눈에 띄지 않고 도움이 될….”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