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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2화


청동 요원, 류재관은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실내 공간 한편에 서 있었다.

최종 합격자들이 모이는 방.

이미 인적성 통과자들의 호명도 몇 차례나 끝나서 준비된 의자가 거의 차 있었다.

그런데….

‘왜 안 오는 거지?’

합격자들이 속속들이 호출받고 모습을 드러내는 와중에, 그가 어쩔 수 없이 합격시킨 자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김솔음!’

이미 번호가 세 번이나 불렸는데도!

-‘다’ 그룹의 4번.

-합격입니다. 지정 장소로 이동하십시오.

저 방송이 4번 이상 반복되면 심사가 보류로 바뀐단 말이다!

면접을 포기했다고 판단하니까.

‘대체 왜….’

기껏 인적성까지 통과해 놓고 이렇게 포기한다고?

류재관 본인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초조함에 속이 타려던 그 순간이었다.

쿵!

“죄, 죄송합니다.”

합격자들이 거의 다 모인 방, 문이 황급히 열리며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급하게 달려온 듯이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정장 소매와 목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다-4]

한 번만 더 호출되면 제적 처리될 뻔한 그 번호.

김솔음이었다.

아무리 봐도 긴장 때문에 세수라도 하고 온 모양새였다.

…스파이라면 굳이 저렇게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을 것 같기도…….

‘젠장!’

온정적으로 봐주지 말자! 류재관은 입을 딱 다물고 못마땅한 기색을 유지했다.

-자리에 착석하십시오.

“네, 넵….”

안경을 고쳐 쓴 김솔음은 맨 뒷자리 구석에 조용히 앉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합격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저, 이거라도….”

“아, 괘,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물을 내미는 옆자리의 호의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사정을 아는 류재관의 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마치 미친 제약회사에서 윤리가 다 닳아 없어진 사이비 같은 직원들 틈에 있다 보니, 저런 사소한 호의에도 큰 감흥을 느끼게 된 것처럼….

“…….”

요원은 조용히 상황을 계속 관찰했다.

-지금부터 임명이 시작됩니다.

재난관리국의 요원임명식은 간소하고 담백한 편이었다.

순직할 시 원하는 장례법을 등록하고, 임시 통행증을 발급받고, 짧은 교육 일정과 그들이 투입될 임무에 대해 알려준다.

일반 공무원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규격화된 행정절차 자체가 없으나, 그렇다고 특수부대처럼 훈련의 비중이 크지도 않다.

초자연 재난.

끔찍하고 오싹한 괴현상에 대응하는 역량은 결국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었기에.

그리고 요원 지원자의 과반수는 공포스러운 미지의 사건을 통해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괴이한 이면 세계의 비밀을 알아챈 사람 특유의 사명 의식이, 합격자 방에는 분위기로 전제되어 있었다.

-‘다’ 그룹의 4번. 김솔음.

“가, 감사합니다.”

그 틈에서 통행증을 받아 드는 김솔음도 마찬가지였다.

소심하고 어두워 보였기에, 저런 성격의 사람이 지원할 정도면 각오가 보통이 아닐 거라는 모종의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덜떨어진 자격미달자를 보는 듯한 떨떠름한 시선도 그 사이에 섞여 있긴 했지만 말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3주간의 훈련과 시범 투입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떤 반에 배치될지 가려질 것입니다.

-그때까지 선임 요원의 지시에 철저히 따라 주십시오.

면접관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때였다.

면접관들은 자신이 뽑은 신입 요원의 선임이 되어서, 합격시킨 신입을 직접 지도하고 책임진다.

이게 기본적인 초자연재난관리국의 방침이었으니까.

물론 짝이 맞지 않는 경우엔 면접관이 아닌 요원들도 동원되나, 최소한 ‘인상적인 합격자’에게는 직접 면접관이 페어 요원으로 붙었다.

그리고 김솔음의 경우, 보조 면접관들의 은근한 지지와 추천에 의하여….

-앞에 선 요원이 여러분의 직속 선임으로, 3개월간 일대일 연수를 맡아주실 겁니다.

류재관이 김솔음의 앞에 섰다.

“…!”

자신을 알아본 안경 너머의 얼굴이 시허옇게 질리는 것을 보면서.

* * *

“따라오십시오.”

“…….”

류재관은 자신에게 배정된 신입, 김솔음이 조용히 자신을 따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스산한 인적성 검사용 건물 한쪽 구석의 관리되지 않은 방으로 들어가 둘만 남게 되는 순간.

부스럭.

“…!”

상대가 뭔가 꺼내 드는 소리가 들렸다.

‘무기?’

류재관이 당장 제압하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던 순간….

“저, 요원님.”

“…….”

“이거… 돌려 드리려고요.”

그건….

임시요원용 배지와 피스톨이었다.

‘세광공업고등학교’에서 임시요원 포도에게 주었던 물건들.

워낙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갔던 탓에 류재관도 잊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진작에 돌려드렸어야 했는데, 기회가 없어서 이렇게 드리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

류재관은 김솔음을 보았다.

입만 다물고 있었으면 아무도 몰랐을 것을 자진 신고한 주제에, 상대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기색이다.

마치 당장이라도 눈앞의 요원이 자신을 제약회사 끄나풀로 고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류재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당신이 여기 있는 걸 그 제약회사가 압니까?”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뇨.”

그걸 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

“회사에서 저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

“…!”

뭐라고?

“그게 무슨….”

“제가, 한 달 넘게 어둠… 그러니까, 초자연 재난에 휘말려서 나오지 못했었거든요.”

김솔음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그렇게 한 달이 넘어가면 죽은 걸로 취급하시니까, 음, 회사에서는 절 이미 사망한 직원, 아니, 전 직원으로 생각할 겁니다….”

“…….”

그렇게 구조도 없이 신원 처리를 끝내 버린다고?

상상 이상의 비윤리적인 처리법에 말문이 막히는 것도 잠시, 류재관은 김솔음의 대답에 전제된 이야기를 깨달았다.

“그럼 한 달 넘게 괴담에 갇혀 있던 겁니까?!”

김솔음이 푹 숙인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류재관은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설마!’

그리고 상대를 다시 살펴본다.

단정하고 깔끔하던 상대가 갑자기 이렇게 조심스럽고 어수룩하게 주변에 반응하게 된 건.

끔찍한 괴담에 장기간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설마 일부러….”

“아닙니다.”

그래.

어떤 미치광이가 괴담 속에 자진해서 한 달이나 갇힌다는 선택을 하겠는가.

하물며 직접 근무하면서 겪어본 사람이….

“하지만 나오고 나서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건… 일부러가 맞습니다.”

“……!”

류재관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해야… 조용히, ‘문제없이’ 퇴사할 수 있어서 그런 겁니까?”

“…….”

김솔음이 심호흡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예.”

뻥이다.

백일몽 주식회사는 ‘도비는 자유예요’ 같은 소리를 하면서 손을 흔들고 나와도 군말 없이 보내주는 곳이다.

단지 애써 쌓은 포인트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위니, 현장탐사팀의 누구도 그러지 않는 것뿐!

“후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선량한 재난관리국 요원의 머릿속에서는 전형적인 사이비 다단계 대탈출극이 떠올랐다.

정신적 충격, PTSD,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못해 결국 죽은 척하고 나서야 회사를 빠져나온 피해자의 면모….

“저, 그러니까… 제가 그 회사 사람이었다는 건, 물론 제가 말릴 수는 없겠지만… 부탁드립니다, 부디 공개적으로는 알리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

백일몽 주식회사에 추적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류재관은 직감했으나,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도리어 추궁하듯이 물었다.

“소원은? 그 회사에서 들어준다던 소원 때문에 다니던 것 아니었습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솔음의 입가에 허탈한 쓴웃음이 번졌다.

“그게… 그게 의미가 없어져서요.”

“……!”

“음, 제가 근무하는 중에 문제가 생겨서, 소원을 위해 쌓았던 실적이 초기화됐거든요.”

“…….”

“그때야 이상하더라고요.”

백일몽 주식회사의 소원권은 확실히 소원을 들어준다.

그러나 직원 개인에게 소원권을 주지 않기로, 회사는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게.

“내가 터무니없는 판단으로 이런 끔찍한 곳에서 기약도 없이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류재관은 ‘그러게 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허무맹랑한 소리 믿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같은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참았다.

“아!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제가 사망 처리되면서… 이제 더는 실적을 쌓을 수도, 탈 수도 없습니다.”

김솔음의 얼굴에서 쓴웃음도 서서히 사라졌다.

공허함이었다.

“그러고 나니까, 더는 할 일이 없더라고요.”

“…….”

“그래서… 주셨던 명함이 기억나서 재난관리국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움츠렸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갑자기, 류재관은 자신이 터무니없는 일로 상대를 추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적인 죄책감이었다.

마치 괴현상에서 막 구조한 시민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제대로 설명하라고 멱살을 붙잡고 윽박지르면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비윤리적인 회사 업무와 지침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겨우 탈출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 같다는 죄책감!

그런데 자신은 면접에서 상대에게만 편협하게 더 과한 압박을 줬고, 지금도 따로 불러서 겁을 주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상대는 소원권이라는 아주 절실했던 목표도, 소속도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류재관은 생각했다.

…그런데도 김솔음이 여기 들어오려고 한 건, 분명 무의식적인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초자연재난관리국에서 하는 일.

초자연 재난, 귀신, 미확인 생명체, 미지의 현상 및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

그가 다녔던 백일몽 주식회사와 정반대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난 두 번의 만남으로, 김솔음이 이 기관에 대한 일말의 희망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들어왔다면.

‘그렇다면….’

류재관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저거 나 치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주먹 쥔 청동 요원의 손을 식은땀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입은 다 털었다.

‘먹힌 것 같았는데.’

왜 주먹을 쥐고 계시는 건지 몰라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표정을 변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몇 초, 그 후….

삐비비비빅.

“…!”

청동요원의 손목에 달린 시계가 시끄러운 알림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만 대기하십시오.”

“네.”

휴.

‘저거 때문에 주먹을 쥐었던 건가.’

달칵.

청동 요원이 문을 열고 나가는 거의 동시에, 나는 혀를 내두르며 바닥에 앉았다.

하.

‘인생에서 착한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사기를 친 건 마피아 게임뿐이었는데….’

이제는 스파이 짓 하려고 국가공무원을 속이고 있다. 말 그대로 식은땀으로 목욕할 지경이다.

그래도 중요한 건….

‘믿는 것 같지?’

통한 것 같다는 점이겠지.

아까, 청동 요원이 분명 급격히 말수가 없어진 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보기 시작한 것을 체크했다.

그 동정이 곧 재난관리국 특제 유리 감옥에 영구 수감될 범죄자를 향한 동정이 아니라면, ‘지원자 김솔음’은 일종의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는 거다.

‘됐다.’

나는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을 닦아냈다.

훌륭한 사기는 진실 9할에 거짓 1할이라더니, 본의 아니게 그 비율을 잘 지킨 것 같군.

…참고로 재난관리국에 같이 스파이로 잠입한 내 동기들은 이런 일 안 겪었다.

-호 이사님, 그럼 다른 동기들은….

-아, 이미 진입하셨어요.

-…….

-지난달까지는 재난관리국 비정기 채용으로 준비된 루트가 있어서 바로 투입이 가능했거든요.

…한마디로, 나 혼자 스파이 막차 타서 비정기 인력 채용이 아닌 재난관리국 정식 시험을 봐서 이 고생을 했다는 거다. 하하….

고영은 씨, 장허운 씨… 재난관리국 어느 곳에 계신지는 못 들었지만, 부디 편한 곳에서 꿀 빠시다가 여차하면 절 좀 도와주시길…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동료의 평안을 바라도 되나 싶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물론 이제 당장 중요한 건….

‘내가 재난관리국에서 일할 부서지.’

추리는 어렵지 않다. 나는 팔짱을 꼈다.

어디 보자, <어둠탐사기록>을 기반으로 생각하자면.

재난관리국에서 정식 시험을 통해 붙은 요원이 3주간의 임시 근무를 통해 적성을 판정받고 배정받는 소속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지.’

말하자면 초자연 재난에 대처하는 기본적 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1. 신규조사반

: 새롭게 발생한 괴담의 현상을 파악하고 그 전개 양상과 위험도를 측정, 보고하는 탐사대.

최근 소문이 도는 중인 도시전설들을 온라인, 오프라인 등지를 가리지 않고 찾아서 탐색하고 분류하는 역할이다.

물론 백일몽 주식회사처럼 다짜고짜 현장탐사반 갈아 넣어서 매뉴얼 만드는 식은 아니고, 정보를 수집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탐사를 진행한다.

‘새삼 내가 얼마나 미친 직장에 다녔었는지 깨닫게 되는걸….’

근데 생각해 보니 아직도 다니다 못해 스파이까지 하는 중이다.

…슬프니까 그만 생각하도록 하자.

아무튼 그다음, 두 번째.

2. 출동구조반

: 이미 발생한 초자연 재난, 괴담 속에 휘말린 민간인들의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하는 기동대.

바로 구조대다.

괴담이 한창 미쳐 돌아가고 있는 판으로 들어가서 제일 무서울 때 사람들을 구해내야 하는 미친 일이다.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초자연재난관리국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근무처로 사내에서 존경받는 소속이었다.

‘그리고 탐사기록도 제일 재밌지.’

다만 내가 노리는 건 아니다.

‘이제 재미는 됐어.’

재미는 간접경험으로 충분했다….

‘내가 노리는 건 마지막 소속이다.’

바로….

3. 현장정리반

: 괴담 발생 이후 상황을 정리하고, 일반 시민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현장을 복구하는 일.

일명 뒤처리팀!

마치 범죄 현장 청소부처럼, 종결 혹은 봉인된 괴담 장소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팀이었다.

그러니까, 등록 문서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

가장 서류에 접근하기 쉽기에, 호 이사가 말했던 ‘어떤 초자연 괴담’에 대한 자료에 접근하기 용이한 반.

‘심지어 어둠탐사기록을 이미 읽은 사람한테는 이만한 꿀도 없을걸.’

그냥 내가 위키를 정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그야말로 마음 편하고 재밌는 직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일 다 끝난 다음에 들어가는 거잖아!’

가장 덜 무섭다는 뜻이다.

이거면 나도 드디어 식은땀 안 흘리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들리는가? 삶의 질이 수식 상승하는 소리가!

배정받는 방법도 간단하다.

‘앞으로 3주간 소극적이고 머리 잘 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돼.’

분류, 정리 등 전체적으로 분석력 있고 연구자적 면모가 강한 성격을 어필하자.

혹시 눈치챘는가? 지금 내가 만든 캐릭터랑도 딱 맞는 직종이었다…!

심지어 내가 괴담 경험자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선임이니 더 어필하기 쉽겠지.

게다가 내 수상쩍은 출신도 알지 않은가.

‘입을 잘 털어서 넘어갔지만, 그래도 일말의 의구심이 살아 있다면 서류 정리 쪽에 박아두겠지.’

청동 요원은 유능한 사람 같았다.

그런데 미친 제약회사 출신 직원에게 사람 구하는 걸 기대할 리가 있나!

“후우.”

나는 내심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때마침 요원도 복귀했다.

쿵.

“김솔음 씨.”

아, 이제 귀가하라고 말할 것 같….

“받아가십시오.”

툭.

나는 엉겁결에 상대가 던지다시피 내미는 것을 받아 들었다.

‘통행증?’

시설 출입용 신분증 같았다. 근데 이건 아까 요원 임명식할 때 이미 받았는데…?

“본래 신입 요원은 3주간의 2인 근무를 통해 근무처가 배정됩니다.”

알고 있었다….

근데 다음 말은 몰랐다.

“하지만 당신에겐 제가 임의로 소속을 배정했습니다.”

“…….”

예?

“이제부터 당신은 저와 같은 소속입니다.”

“…….”

잠깐만.

‘청동 요원의 소속이라면….’

나는 불길한 기분으로, 들고 있던 통행증을 뒤집었다…….

요원 (β)

이름 : 김솔음

배정처 : 출동구조반 현무 1팀

“당신은 오늘 이 시간부터 현무 1팀 소속입니다.”

“…….”

아니….

아니!!

“마침 제게 구조 호출이 들어왔으니, 즉각 시민 구출을 위해 초자연 재난으로 진입할 겁니다. 따라오십시오.”

“…….”

설득 잭팟이 이상한 곳에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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