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0화
지금 라디오에서… 내가 잘 아는 괴담 토크쇼 사회자를 호명…했다고?
순간 헛것을 들었나 했다. 귀신 태우고 새벽 2시에 공동묘지까지 운전하다가 라디오를 들었으니 합당한 추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극찬에 몸들 바를 모르겠군요!]
“…….”
아는 목소리.
[정말 반갑습니다. 관객 여러분. 이 브라운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들려드리지요….]
꺼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A등급 이상의 괴담이 자신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해주겠다는 것을 듣고 있는 건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특히 내 옆자리에 귀신이 앉아 있을 때는…….
‘잠깐만, 아니지.’
역으로 생각하면, 신경이 분산되어서 낫지 않나…?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재밌다라디오깔깔깔깔깔깔”
…조수석의 귀신이 웃음소리를 낸다.
진짜 웃는 게 아니다. 의성어만 흉내 내며 비웃듯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생리적 공포감.
‘하.’
나는 결국 라디오로 가려던 손을 멈췄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라디오 진행자와 경쾌한 목소리의 토크쇼 사회자가 대화를 나눈다.
거기에 정신을 분산하고, 어두운 도로를 보며 운전을 계속했다.
[최근 연옥합창단에서 심야토크쇼의 밴드에게 특별한 악기를 보내주셨다고 하는데요. 사과와 감사의 의미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지….]
유명 토크쇼 호스트가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들을 만한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근황, 최근 사건, 개인적 농담, 팬들의 궁금증.
형식은 전형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으면 어딘가 뒤틀리고 오싹하다.
현실적이지 않은 명사와 맞지 않는 동사가 이상하게 붙어 끔찍한 내용을 말한다.
[머리와 심장 중에 어느 쪽이 더 사랑의 근원적 기관인지, 다음 심야토크쇼 게스트분께서 정말 섬세하게 알아보셨네요. 절제 수술 솜씨가 놀라워요! 반드시 시청해야겠습니다.]
[오, 물론이지요! 환영합니다. 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핸들을 잡은 왼손에 식은땀이 찼다.
어느새 귀신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빤히.
응시하고, 있다.
“저기요…… 재밌으세요?”
“…….”
“재밌냐고묻잖아”
“아, 죄송합니다. 운전에 집중해서 들었다 말았다 해서… 그런데 말솜씨가 좋네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미칠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라디오는 부드럽게 진행된다.
[이처럼 심야토크쇼는 언제나 설레고무서워즐거운 시간인데요, 혹시 토크쇼를 진행하지 않을 때 브라운 씨는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시나요?]
[아! 취미라… 피아노, 좋은 와인 고르기, 목욕은 언제나 삶의 좋은 동반자지요. 이토록 영감을 받기 좋은 취미를 고르는 건 엔터테이너의 고질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와의 대화도 즐거웠지요.]
“…….”
[브라운 씨의 친구라니!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전화 연결아아악이라든가….]
맙소사.
[이런, 슬프지만 최근에는 연락이 끊겨 아쉽게도 전화 연결은 어려울 듯합니다.]
[어머나, 많이 아쉬우시겠어요.]
[아, 마음이 찢어지는 아쉬움이지요! 하지만 다행히….]
[이미 내 친구의 근황 몇 가지는 잘 알고 있답니다.]
침이 마른다.
“저기요.”
[마트에서 바베큐 행사에 참여했다나 봅니다. 그리고 못생긴 인형을 하나 구매했다는군요. 세상에, 참 친근하고 바보 같은 일이지요. 그리고….]
“좀 시끄러운 것 같아요……. 소리 없애주세요얼른.”
나는 손을 떨지 않으려 노력하며 라디오로 뻗었다.
[지금은 팔 대신 유리를 달고 있군요!]
“…….”
[어머나 팔이 유리라니요! 너무 연약해서 움직이시기 힘들지 않을까요? 이렇게말하면돼죠제발그렇죠?]
[오,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 브라운은 염려가 큽니다…. 특히 멍청하고 쓸모없는 동물이 유리에 함께 붙어 있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식은땀이 등 뒤로 흘러내렸다.
[그것참 어리석은…….]
나는 간신히 버튼을 눌렀다.
뚝.
“…….”
“…….”
라디오가 끊기고 잠시 정적이 찾아올 찰나.
[…판단이었지요, 맙소사!]
라디오가 홀로 다시 켜졌다.
[친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락이 끊겨 이 말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군요.]
“라디오 안꺼요왜이렇게불친절해? 저기, 안 끌 거면 내려주세요……. 저 내려야 하는데 문도 열어주세요…”
귀신이 속삭인다.
“그리고 부축해 주세요 저 혼자 못 내려요… 저는 발 이 없 어 요”
“…….”
[연락이 닿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보니, 조수석에 탄 것에게는 다리가 없었다.
정확히는 발목에서 통째로 뜯긴 듯한 단면뿐이다.
그것으로 절뚝거리며 걷는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혼자 못 걸어요… 너랑같이가야하는데”
뚝뚝.
피가 떨어진다.
아니, 본래부터 떨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의 시트 아래로 이제는 미친 듯이 피가 흘러나와 조수석 바닥을 다 적시고 넘친다.
운전석까지, 흘러오며 내 신발과 페달까지….
[음, 잠깐만.]
“…….”
[지금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겠군요. 내 친구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목소리가 깊어진다.
[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떠오릅니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법처럼 비슷한 의미의 문장이 전해져 내려와 통용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최선을 다하는 내 친구에게도 특별한 도움이 가야 마땅할 겁니다.]
따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이제 라디오를 꺼도 괜찮답니다.친구.]
“…….”
[손님이 왔군요.]
끼이이익.
나는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마터면 칠 뻔했다.
‘하.’
앞 유리에 사람이 한 손을 내민 것이 비쳤다. 마치 히치하이킹을 하듯이 엄지를 들고 있는 손이다.
내 오른팔의 도깨비가 똑같이 엄지 모양을 만들었다가 내린다.
‘아니.’
식은땀이 등 뒤로 흘러내렸다.
라디오는… 핸들을 잡는 과정에서 얼결에 끈 모양이었다.
“어? 사람이다…… 사람이지?”
귀신은 관심을 돌린 것 같다.
…바깥의, 잠재적 승객에게.
혹시 중간에 합승하려는 승객이 있을 시, 거절하지 말고 조용히 뒷좌석에 태우시는 편이 낫습니다.
거절 시 승객을 따라 귀신이 내리는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톡톡, 뒷좌석의 유리를 손이 두드리더니, 곧 약간 어설프게 문을 연다.
다만 유의할 것은 합승하려는 승객도 인간이 아닐 경우가 몇 차례 목격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원님이 현재 운전 중인 택시는 이미 초자연 현상이 되었기에, 기묘한 존재가 탑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이 경우, 요원님의 안전을 위해 거절하셔도 무방합니다. 언제나 기억하세요. 당신의 생명이 우선입니다.
‘하.’
제발 타지 말고 그냥 가라.
이 차에는 여전히 피가 앞좌석 바닥에 가득 고여 있었다.
분명 비명을 지르면 뛰쳐나갈 꼴이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가 거절하지 못하더라도 알아서 가줄지도….
“저기요.”
“…….”
태연한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고속철도 서울역… 가주세요.”
…….
왜 이 사람이 여기 있어.
앞좌석 거울에 비치는 새로운 승객.
색이 옅고 덥수룩한 머리에, 창백하고 호리호리한 체격, 그리고 만사가 귀찮고 피로한 듯 멍한 얼굴.
‘J3.’
백일몽주식회사의 경비반장이, 만사가 귀찮은 목소리로 택시를 타려 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경비팀도 해가 진 밤에는 외출할 수 있긴 했지만 왜 이 산 중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서울역은 대체 왜….
역시 이 택시 자체가 괴담이 되다 보니 오염된 사람을 끌어들인 건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이거다.
-경비반장은 나를 한 달 전에 죽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들켰나?’
나를 알아본 건가? 아니, 머리를 덥수룩하게 내리고 안경을 쓴 데다가 뒷모습만 간신히 보이니까 확률은 낮다.
태연하게, 태연하게….
“저, 먼저 탑승하신 분이 계셔서 그분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드려야 해서요.”
“상관없는데….”
차 안에 향 탄내와 혈향이 자욱할 텐데도 경비반장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와한명더왔다한명더. 너무 좋아.”
“아, 다행이다…. 그럼 탈게요…….”
경비반장은 뒷자리에 조심히 앉으며 문을 닫았다.
“…….”
“저기… 왜 출발 안 하세요……?”
하.
나는 택시를 출발시켰다.
‘진짜 미치겠다.’
적막 속에서 다시 경로를 따라간다.
-전방에 과속 단속 구간입니다.
나는 속도를 줄였다.
“빨리 가주세요…….”
조수석에서 고조 없는 귀신의 속삭임이 들린다.
그 말대로 빨리 가서 이 소름 돋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교통법규를 어길 시, 탑승귀는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사고를 유도할 것입니다. 그 후 차에서 내리려 하는 속셈이니 들어주면 안 됩니다.
하.
“…단속당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
축 늘어진 긴 머리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느껴졌다.
“저기요.”
“저기요… 빨리 가라고.”
“뒤에서 저거 쫓아오잖아요 안 보여요?”
“나는 보이는데? 어? 잡히겠다…… 잡혔다.”
퍽.
조수석 창문에 붉은 손자국이 찍힌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사방의 유리창마다 붉은 손자국이 찍힌다.
앞 유리에도, 백미러에도, 진득한 붉은 색이 뭉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차 안으로.
그러면 깨닫게 된다.
이 손바닥들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찍히고 있다.
나가려고 온 사방을 손으로 두드리는 것처럼.
“…….”
목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조수석에 앉은 귀신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더 기울어지고, 이상하게, 위아래가 바뀌며, 턱이 위로 향하며 입이 드러난다…….
“우리 내릴래. 빨리 가 아니면 내릴래 빨리, 빨리 달….”
“음.”
뒷좌석에서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