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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2화


X망의 시작은 내가 현장정리반에 출근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자자, 인사들 나누세요. 이쪽은 우리 신입. 화각 요원.”

인상 좋은 학자풍의 중년 여성 상사가 나와 장허운을 인사시켰고, 우리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서로 대화하며 요원 명을 나눴다.

“저기, 저는 포도라고 해요…. 바, 반갑습니다….”

“…?! 흡, 큽, 예….”

왠지 장허운 씨가 사레들리는 사태가 한번 발생하긴 했지만, 무사히 넘어갔고 다들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현장정리반, 주작 2팀의 팀장은 청동 요원과 담소를 나누며 그쪽으로부터 내 지망이 본인 팀이라는 것도 들었는지 은근히 관련된 대화도 귀에 들렸고 말이다.

“하하, 우리 애도 아직 신입인데, 비슷한 또래가 팀에 오면 좋겠죠.”

“예.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청동 요원…!

나는 싱글벙글 웃고 싶은 마음을 감추며 애써 긴장한 척 어깨를 움츠렸다. 장허운 씨가 나를 보다가 황급히 시선을 관리한다.

“자, 오늘 들어갈 곳은… 그래, 어렵지 않으니까 신입 둘이 들어가면 딱일 것 같구만.”

팀장이 웃으며 우리 둘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침 현무 1팀에서 최 요원이 막 민간인 구조한 괴담이야. 아, 현무 1팀이 청동 요원 소속인데, 들어봤지요?”

“네…!”

듣다못해 거의 소속 강매까지 당할 뻔했습니다….

어쨌든 주작 2팀 팀장은 우리에게 오늘 진입할 초자연 재난에 대해서 깔끔하게 브리핑해 줬다.

게다가 안전 방비책까지.

“도저히 못 하겠다 싶으면 말해요. 밖에서 포도 요원의 선임이 대기 중이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반드시 완벽히 현장정리반의 출동 업무를 끝내고 서류 정리도 완벽하게 해 보이겠다…!

게다가 말이다.

‘이건 익숙한 괴담이거든.’

아니, 익숙하다 못해 좀 친숙한 괴담이었다. 그립톡이 복구되든 말든 상관없을 정도로.

‘이 괴담 탐사기록을 어떻게 끝내느냐로 밤새 사람들 싸울 때 구경했거든.’

그리고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괴담이 종결되어 그다음 날 도파민을 원료 삼아 출근했기 때문에 잘 기억났다.

물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양식의 괴담이긴 하다.

하지만 이미 괴담스러운 일은 다 끝났기도 하고! 귀신도 안 나오고!

뒤처리라는 점에서는 지난번 택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훨씬 낫다. 말 그대로 현장 정리인 것이다…!

“이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정리용으로 지급된 하얀 방역복 같은 요원 유니폼을 입으며, 장허운이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정말 그러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려줘서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

밝게 웃으며 대답하자 왠지 장허운 씨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너무 친한 척했나….

“자, 화각 요원이 현장 브리핑을 한 번 더 해보자.”

“예!”

장허운 씨는 자신을 독려하는 팀장의 지시에 따라, 나에게 제법 빠릿빠릿하게 말했다.

“오늘 우리가 정리해야 할 초자연 재난은 도봉구에 위치해 있으며, 현장정리 완료까지 예상되는 소요 시간은 3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특징은 이것입니다….”

명료한 묘사가 이어진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중전화부스.”

* * *

해가 어둑하게 지고 있는 서울의 한 동네. 외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이제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그것은 하늘색으로 천장이 마감되어 있다.

그 외관은 1980년대에 생산된 평범한 공중전화 부스로, 겉보기에 낡았으나 통화를 시도 시 정상적으로 연결된다.

벽면에는 옛날에 붙인 듯 낡은 전화번호 광고 스티커들이 몇 개 덕지덕지 붙어 있기도 하다.

전화기 옆에 부착된 광고 스티커들은 대부분 현재 운영하지 않은 업체들이다.

다만 그중 짙은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마감된 12cmX7cm 사이즈의 광고 스티커, ‘무서운 이야기 알려드립니다’의 번호로 전화 시, 공중전화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당 번호는 13자리 숫자이며, 부스 밖에서 타 기기로 통화를 시도 시 연결되지 않음)

부스 사용자는 해당 스티커를 목격 시 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

초자연 재난은 거기서 발생한다.

그리고 해당 무서운 이야기는 실제로 부스 안에서 일어난다.

오늘 오후 중에 출동구조반이 저 공중전화 부스에서 괴담에 휘말린 민간인을 구조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저 괴담이 휩쓸고 간 으스스한 ‘현장’을 정리하면 되는데 말이다….

현재 상황이,

부스 안에 시뻘건 피가 가득 차서 흥건히 밖으로 터져 나와 있었다.

“…….”

“…….”

와.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못 하면 퇴사 권고다.

나는 침을 삼켰다.

“들어갑시다.”

“예, 예….”

마찬가지로 피에 약한 장허운 씨는 졸도할 것 같은 얼굴이었으나, 또 마찬가지로 스파이였기에 물러설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둘은 삐걱거리며 전화부스에 다가갔다.

전화기는 줄에 매달려 대롱대롱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거기서부터 아마 핏물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사진, 찍겠습니다….”

“아, 아… 예!”

나는 사진기를 들어서 공중전화부스를 가운데에 두고 줌을 당겼다.

‘…핏물 위에 뭐가 떠다니는데.’

장기다.

소름이 돋았다.

‘제발 좀.’

새, 생각하자. 민간인은 잘 구출됐으니까 저건 모형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 그냥 귀신의 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귀신의 집도 무섭잖아!’

아무튼 참으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윽박지르며 간신히 연사를 마친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옆에서 장허운 씨가 뻣뻣한 걸음으로 부스에 접근해서 문을 개방하고, ‘청소 기기’를 넣었다.

액운 삼키미

공업용 청소기 모양으로 생긴 현장정리반 전용 장비가 들어가서 피를 안정적으로 빨아들인다.

다만, 입구 크기의 제한으로 인해 ‘그보다 큰 무언가’는 우리가 직접 수거해야 했다.

“…….”

“괜찮, 으시겠습니까?”

“예, 예… 그, 전신을, 가리고 있으니까….”

가림막 없이 직접 닿는 게 최악의 곤욕이긴 하지.

나는 다행히 졸도하지 않은 장허운 씨와 함께, 부스 내부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했다.

이런 X발….

욕을 참으면서 내장과 둥그런 장기를 잡아서 전용 수거통에 담았다.

목숨의 위험이 없는 상황이라 맨정신으로 차분하게 고스란히 공포가 완전판으로 음미된다.

이걸 더 못 견디겠다…!

‘살려줘.’

생리적으로 눈을 몇 번 질끈 감게 되었다.

그 꼬라지를 보던 장허운 씨가 창백한 얼굴로도 감탄했다.

“저기, 굉장히 연기, 아니 제대로 신입 같으십니다…!”

“…….”

“아, 좋, 좋은 의미입니다.”

“…감사합니다.”

저 연기 아닙니다….

할 수 없는 말을 참으며, 나는 빠르고 기계적으로 청소를 계속했다. 크윽.

다행히 부스 안의 핏물은 수월하게 빠졌다.

그리고 우리가 입고 있는 방호복 같은 제복의 효력 덕인지, 처음 이 미친 부스의 상태를 봤던 당시 생각보다는 침착하게 일이 척척 진행되었다.

‘너무 자세히 보지 말자.’

다 끝나면 장기가 몇 점 있었는지 새야 한다는 건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며, 나는 부스 안의 괴담식 오물을 깨끗이 정리했다.

이다음으로는 정결제를 뿌리고….

다음……

“예?”

“네?”

“방금, 다음에 뭐 하자고….”

아. 혹시 내가 너무 긴장해서 입 밖으로 생각을 말했…….

다음 이…….

“…….”

“…….”

우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핏물 속에 가라앉아 있던 전화기의 머리 부분이, 청소기가 핏물이 빨아들이며 드러나고.

맺힌 핏물도 투투툭 바닥으로 다 떨어지고 있었다.

뚝. 뚝.

드러낸다.

깨끗한 스피커를.

[다음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시려면 4번을 눌러주세요.]

쿵.

부스가 닫혔다.

“…!!”

[다음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시려면 4번을 눌러주세요.]

우리는 반사적으로 전화기로부터 멀어졌다.

전화기에서는 자동재생되는 녹음된 음성 특유의 지직대는 기계 소음이 들린다.

“전화기가, 아직 안 끊겼…!”

삑.

짧은 전자음.

…공중전화기 몸체의 전화번호 버튼 중 하나가 혼자 눌린다.

두 번째 줄의 첫 번째 버튼.

4.

삐리리리링!

[다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

나는 전화기로 달려갔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미친 듯이 우물 정자를 누르며 통화기에 대고 외쳤다.

“지금은 202X년 3월 7일입니다. 도봉구에는 공중전화박스가 있을 리 없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죠?”

[]

“저는 이미 다음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통화가 멈췄다.

‘지금…!’

“요원님, 이거!!”

나는 하마터면 장허운의 본명을 부를 뻔하며 공중전화기 본체 자체를 두 손으로 잡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 무, 무슨,”

“비키십시오!”

그리고 통째로 유리부스 문으로 던졌다.

“…!!”

와장창창!!

부스 문이 박살 나며 공중전화가 인도를 구른다. 그리고 한 바퀴 구를 때마다 점점 부서지며, 기묘한 녹음된 비명과 버튼 소리, 연결음이 뒤섞이며 소리를 내다가….

검은 재만 남기고 사라졌다.

“…허억.”

“후, 후우우우우….”

나와 장허운은 주저앉았다.

어느새 우리가 들어왔던 유리 부스도 사라졌다. 사방은 탁 트여 있으며, 우리가 핏물에 잠긴 장기를 주워서 담아뒀던 통도 깨끗하게 빈 상태다.

청소기가 빈 공간을 들이마시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후우우우….’

귀신 들린 공중전화부스… 철거 완료.

‘식겁했네.’

하마터면 끔찍한 꼴을 당할 뻔하지 않은가.

이 괴담의 종결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다행일 뿐이었다.

‘내가 이미 공중전화와 관련된 괴담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려서 모순을 발생시키고, 전화기 본체를 뜯어서 밖으로 던지면….’

‘무서운 이야기’는 부스 안에서만 효력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괴담이 스스로 잡아먹게 만드는 식의 초자연 재난 종결법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써볼 수 있다는 게 신기….’

“포도 요원!!”

대기 중이던 선임 요원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도 들린다.

갑자기 전화부스가 사라져서 놀라셨겠지. 그래요, 청동 요원님, 저는 무사히 탈출….

“…….”

아니, 잠깐만.

어차피 밖에서 선임 요원이 대기하고 있었잖아.

‘그럼 가만히 있어도 됐던 거 아닌…가?’

그리고 말이다.

‘현장 정리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현장을… 없앴네?’

고개를 들었다.

밖에서 달려온 청동 요원이 아연한 기색으로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

“지금… 전화부스를 박살 내신 겁니까.”

아.

* * *

“으하하하핫!!”

“…….”

“정리가 아니라 파괴! 파괴왕 신입! 포도 요원!”

미친 듯이 웃던 최 요원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래! 초자연 재난 종결이야말로 진정한 정리가 맞지! 잘했어 후배님!”

한 대만 후려갈기고 싶다.

‘하.’

나는 멋대로 또 엄지를 치켜들려는 오른손을 누르며 깊은 한숨과 빡침을 참았다.

…내가 전화부스를 박살 낸 후, 청동 요원과 대화하던 떨떠름한 주작 2팀 팀장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참 대단하긴 한데… 어, 위험할 수도 있었단 말이죠. 우리 팀에는 좀 더 성격 차분한 요원이 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

당연하지만, ‘어둠탐사기록에서 이미 봤던 파훼법이라서 완전히 안전했습니다’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나의 행동은 소심한 신입이 약간의 착란상태에서 직감과 영감을 통해 과감하고 다소 위험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게 다행히도 통한 상황으로!

물론 초자연 재난 자체를 종결시킨 것은 기함할 성과기에 그 능력 자체는 인정받은 것 같지만….

……평가가 결론적으로 이렇게 나왔다는 거다.

-그래, 저 신입 요원한테는 청동 요원님 팀이 딱 맞겠네! 출동구조반!

크으으읍.

…장허운 씨가 안절부절못하며 뒤에서 쳐다보다가도 ‘그래 노루 주임님은 여기보다 다른 곳이 적성이긴 한데’ 같은 표정으로 바뀌는 걸 봤다.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서류 작업은 잘할 수 있었는데!’

현장이 싹 사라져서 정리할 게 없어졌다.

그리고 아예 괴담이 종결처리 되면서 나는… 서류 정리자가 아니라 서류 대상이 되어버렸다.

…방금도, 자료 수집용 증언을 수집당하고 왔다……. 주작 2팀 팀장에게….

“…….”

“크흡, 그래도 그 팀 신입 녀석이랑 얼굴 좀 텄다면서. 다른 팀에 아는 사람 있으면 편해. 뭐 가볍게 부탁하기도 좋고.”

그래서 내가 지금 왜 최 요원을 만나고 있는가.

“아차차! 미안. 아직 팀 정해진 거 아니었지. 내가 섣불렀네~ …그래도 오늘은 우리 팀에서 일하니까.”

그래. 바로 내 다음 업무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신입 요원으로서 3주간 다양한 소속의 업무를 구분 없이 경험해 보는 중이다.

그렇다는 건….

“현무 1팀에 다시 온 걸 환영해!”

출동구조반 임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지른 짓 때문에 출동구조반 쪽 임무를 한 번만 더 시켜보자는 이야기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인사처에서 나온 모양이다.

‘청동 요원님….’

막아주려고 애쓰신 것 같은데 신입 요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이야~ 어떤 후배님은 좋겠다. 오늘 적성에 딱 맞는 팀에서 일해서~”

“…….”

눈앞의 최 요원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바닥을 비빈다.

“오늘 후배님은~ 아주 보람찬 3인조 정기 구조 임무를 해볼 거야!”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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