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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3화


정기 구조 임무.

이렇게 적어놓으면 이게 대체 뭔가 싶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관리하는 곳에 사람들이 자주 넘어지고 다치고 이러면 더 들여다보게 되잖아. 그런 거지.”

사람들이 빈번히 사고에 휘말리는 자연지물 혹은 시설 근처에서 근무할 때, 혹시 위험에 빠진 사람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순찰하고 살피며 구조업무를 수행하는 것 말이다.

초자연 재난관리국에서도 비슷했다.

“몇 가지 초자연 재난을 지정해 놓고 몇 개월에 한 번, 이런 식으로 괴담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거야.”

누구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하나가 추가된다.

-구조 신고가 불가능한 괴담.

“초자연 재난에 휘말려도 ‘살려줘요~’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거지.”

그렇다. 어떤 괴담은 특성상 아예 전화 등을 사용한 구조 요청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런 괴담 중 요원들은 비교적 안전히 진입 및 탈출을 할 수 있는 경우, 출동구조반에서는 정기 업무로 순회하는 것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 설정을 기반으로 쓰인 탐사기록들이 있었지.’

시간에 따른 변화를 기록하는 게 중요한 재미 포인트인 경우, 또는 회차가 누적되면서 변하는 지점들이 재미 포인트인 경우에 그랬다.

이런 면에서는 백일몽 주식회사에서 직원이나 팀에 배정해 주던 담당 어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목적은 비교도 안 되게 숭고하지만 말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 속 터지게 잘 긁던 최 요원이 제법 믿음직한 얼굴을 하며 여유롭게 뒷머리를 쓸었다.

“그리고 이번 괴담은… 음, 규칙만 빠릿하게 잘 지키면 위험하진 않은데, 그 규칙 특성상 무조건 2인조여야 일이 잘 돌아가서 말이야. 2인용 업무야.”

음?

“하지만 아까는 3인용이라고….”

“그래! 우리 후배님은 깍두기인 거지!”

깍, 깍두기….

살면서 한 번도 당해보지 못한 취급에 약간 눈앞에 아득해졌으나, 곧 개이득이란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뭐든 인원 많아지면 덜 무섭겠지.’

게다가 재난관리국 요원들은 어지간하면 트롤도 없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라인업을 들으니 매우 익숙한 사람들이다.

“나랑 재관이!”

보고 때문에 잠깐 자리에서 사라진 청동 요원을 최 요원이 허공에서 대충 손으로 형태를 만들더니 자신과 번갈아 가리킨다.

그리고 그 손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우리 깍두기님이지.”

“그, 네….”

나는 만사를 포기하고 허허롭게 긍정했다.

그러자 내 표정을 들여다보던 최 요원이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툭 두드렸다.

“짜식, 잘 참네.”

“…?”

“가자. 재관이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다! 네 선임님도 알아서 목적지로 잘 찾아오겠지~”

최 요원은 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위치는 지하 2층.

“현장 업무 나가는 애들이 본사에 있다? 대부분 지하 2층에서 대기 중이라고 생각하면 돼.”

빨리 가는 게 생명인 경우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층부를 할당받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복도를 바로 꺾자마자 명패가 보인다.

[현무 1팀]

최 요원이 경쾌하게 문을 열었다.

“짠! 현무 1팀 대기 구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 안은 의외로… 아늑한 공간이었다.

둥그런 소파, 탕비공간, 담요, 보드게임과 철학서, 만화책이 마구잡이로 꽂힌 책장.

공공기관의 관계자용 휴식처가 그렇듯이 비싸고 현대적인 느낌은 없었으나, 묘하게 동아리방 같은 인상을 주는 공간이었다.

벽의 화이트보드에는 오래된 낙서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최고의 구조대원 왔다감

-내 장례식에서 이디엠 틀면 도깨비가 잡아간다

-우리의 현무 1팀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아마 더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문구가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쌓이는 듯했다.

백일몽 주식회사 정예팀의 깔끔하고 개인적인 1인 사무공간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하, 지금은 퇴직한 양반이 홈 인테리어가 취미라면서 귀신 들린 액자도 주워 오고… 참 좋지 않니? 앉아만 있어도 일거리가 저절로 생긴단다!”

“네. …기분 좋은 공간입니다.”

“…….”

약간 당황한 듯 말이 없던 최 요원이 빙긋 웃었다.

“그렇지? 좋은 팀이라고 했잖아. 거짓말 아니야.”

“…….”

“그런 의미에서 야 너도 우리 팀 할 수 있….”

“괜찮습니다.”

하마터면 틈을 줄 뻔했네.

“그래그래!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최 요원은 나를 소파로 안내했고,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잠깐 숨을 돌렸다.

두 소파 사이에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먼지를 막으려는 용도인지 테이블보가 덮여서 울퉁불퉁했으나 묘하게 정감 있었다.

“휴! 재관이 올 때까지 잠깐 쉬자.”

“네.”

“그리고… 이거.”

최 요원이 갑자기 약간 따듯한 미소를 짓더니, 품에서 잘 밀봉된 종이를 꺼내 들었다.

…내가 줬던, 맨홀 장터에서 구매한 그 종이 쪼가리였다.

헛.

“미안한데, 재난관리국 데이터베이스에는 이 쪽지 글에 들어맞는 초자연 재난이 없나 보더라.”

“…….”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건 그냥 맨홀 뒤 연구실 위치를 알려주는 힌트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최 요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신입을 달래듯이 말을 덧붙였다.

“아마… 아직 관리국이 못 잡은 것 같은데, 이런 일은 원래 빈번하니까 시간을 들여서 좀 기다려보자.”

“…….”

“괜찮겠어?”

아마 본인이 한 말이 ‘이번 사람은 못 구할 것 같아’라는 뜻이라서 묻는 거겠지.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네.”

그리고 숨을 들이켜며 최 요원이 내민 쪽지를 받아들었다.

‘사실 나는 이미 나랑 거래했던 연구원의 시체까지 확인하기도 했고….’

만약에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답했겠지.

“그래도 시도해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 요원은 잠깐 대답이 없었다.

‘…너무 뻔했나?’

살짝 후회하는 그 순간.

“후배님, 그거 다시 줘봐.”

“…?!”

최 요원이 도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딱 한 번만 더 알아볼게.”

“예?”

“원래 짬을 이만큼 먹으면 데이터베이스 말고도 또 노하우가 있어요. 나도 시도라도 한 번 더해보지 뭐.”

…그리하여 종이쪽지는 다시 최 요원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약간 양심이 아팠으나 이쪽도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참았다. 재난관리국에서도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걸로 갚도록 하자….

“……감사합니다.”

“오케이.”

최 요원은 이번엔 고마우면 팀에 오라는 둥의 소리를 하지 않고,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자기가 아는 정보원에도 물어볼 생각인 건가?’

최 요원이 워낙 탐사기록이 많아서 엮인 세력도 많긴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여기저기 다양한 인맥이 있는 발 넓은 캐릭터가 됐다는 뜻이다.

그러니 한 번쯤 더 살펴봐 준다는 말은 아마 재난관리국 외의 정보도 한번 캐내 준다는 뜻 같았다.

‘상관없지 뭐.’

말 그대로 한번 훑어준다는 뜻 아니겠는가. 아마 이걸로 날 현무 1팀으로 한 번 더 꼬시려고 드는 수작….

…잠깐만.

‘설마… 진짜로 괴담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우연히 저 종이에 부합하는 괴담이 있다는 식의 대환장스럽고 개연성 없는 전개로 가는 건… 에이, 역시 아니겠지.

음, 역시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것 같은 망상일 뿐이었다. 그만하자.

그리고 최 요원이 종이쪽지를 갈무리해서 도로 품에 넣은 직후, 마침내 오늘 임무의 마지막 요원이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재관이!”

청동 요원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더니 소파에 앉았다.

그래, 양심의 통증을 표출할 상대는 이쪽이다!

나는 다짜고짜 머리를 박았다.

“청동 요원님! 저기, 죄송합니다….”

“…예?”

“기껏 신경 써주셨는데, 제가 현장정리반에서 제대로 일 처리를 못 해서….”

“…….”

이렇게 사죄하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쇼 제발.

아직 저 현장정리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청동 요원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래~ 요원이 초자연 재난 박살 낸 걸로 사과하는 게 더 이상하지!”

“……요원님.”

“아이고 재관이 무서워라~ 일하자, 일.”

청동 요원이 노려보자 최 요원이 딴청을 부리며 황급히 브리핑 서류를 꺼내 들었다.

…덕분에 어필 타임을 놓쳤군.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자.

어차피 오늘의 업무를 같이 들어간다면 기회는 또 생길 것이다.

“후배님,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오늘 임무가 3인조라는 것까지 말씀하셨는데….”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거기 더해서 아주 든든한 분이 우리를 도와주시기도 할 거거든.”

최 요원이 소파 옆 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반투명한 커튼이 축 늘어져 있었다.

“우리 어르신이셔. 팀장님!”

“…….”

커튼이?

나는 가까스로 말했다.

“…저, 안 보입니다만.”

“보이진 않지만 있다고 믿는 거지!”

“…….”

“어르신께서 오늘 신입이 온다니까 꼭 도와주시겠다네.”

‘이게 혹시 신입 신고식인가?’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혹시 누가 진짜 커튼으로 변신한 건지, 그게 가능한지 머릿속 어둠탐사기록을 뒤져보기 직전, 나는 최요원의 재촉으로 소파에서 일어나 해당 커튼을 보고 정중히 서게 됐다.

“재관이는 여기 서고, 후배님이 가운데에 서서… 좋았어.”

청동 요원, 나, 최 요원.

그리고 최 요원은 앞으로 나가서 커튼을 걷었다.

커튼 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

반투명한 커튼 뒤에는, 놀랍게도 보이지 않던 유리창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긴 지하이기에 밖은 보이지 않았고, 단지 오로라 같은 상서롭고 영험한 빛이 유리창 밖에서 춤춘다.

창호지문 같은 문살 사이 물결치는 유리창.

“신기하지? 이것도 신비한 유리로 이렇게 저렇게 한 거라는데… 난 잘 몰라.”

최 요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중요한 건 이걸로 어르신이 여길 보신다는 거지!”

어르신.

“어르신이… 대체 누구십니까?”

“말했잖아. 우리 현무 1팀 팀장님이라니까!”

놀랍게도 청동 요원도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진실이라는 뜻이다.

“재관아. 그거.”

청동 요원이 소파 사이 테이블을 덮은 보자기를 정중히 치웠다.

휙.

드러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것은… 음식이다.

‘메밀묵, 그리고… 생초콜릿?’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자. 손 흔들고.”

최 요원이 솔선수범하듯이 양손을 들었다. 청동 요원까지 드는 통에 나도 얼른 같이 손을 들어 올렸다.

“오늘도 복 많이 받으세요, 어르신!”

그리고 다 같이 창을 향해 큰절을 올린다.

“…?!”

“오늘의 임무 잘 부탁드립니다.”

단언컨대 어둠탐사기록에서 읽은 적 없는 짓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하지만 신입답게 눈치껏 따라서 절을 하고.

일어서는 그 순간.

“…!!”

내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야가 낮아지고, 손발이 작아진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약간씩 더 거대해지며 흔들린다.

아니, 흔들리는 것은 내 머리다! 작아진 몸에 비해 비교적 큰 머리가 잠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던 것이다.

“흐.”

목소리도 변했다. 그리고….

변화가 멈췄다.

“…….”

“…….”

이제, 내 시야에서 아까보다 더 거대해지지 않은 건 딱 두 가지뿐이다.

내 양옆의 두 사람.

“준비 잘됐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고개를 돌렸다.

최 요원이 있던 자리에는 웬 초등학생이 서서 날 점검하듯 꼼꼼히 보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어려진 최 요원이다! 어린이의 얼굴에서 뺀질뺀질함과 여유로움이 보인다!

“괜찮으십니까?”

반대편에는 청동 요원 어린이가 있다. 이쪽도 똑같이 목석 같, 아니, 아니….

‘맙소사.’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줄어든 내 몸 크기에 맞도록 따라서 사이즈를 줄인 도깨비불 어린이 팔도 보였다.

나에게 따봉 대신 신나는 듯이 손을 흔든다.

“좋았어. 임무 준비 완료.”

“…….”

“오늘의 초자연 재난은… 새 나라의 어린이만 정상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거든.”

“…….”

“그래서 우리 모두 만 8세의 어린이가 됐다 이 말이야!”

정신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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