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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1화


신입 직원이 감염되었다.

“요원님?”

류재관은 비슷한 일을 수차례 이미 경험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남기고 숫자를 실수해 잘못된 계단을 밟은 요원, 이틀간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버텼지만 눈의 점막으로 떨어진 빗물에 오염된 요원….

그냥 사라진다.

그냥.

맥락도, 예고도 없이.

그 섬뜩함이 재밌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흔히 괴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흔한 비극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지금처럼.

“청동아.”

그때, 그의 선임이 어깨를 치며 재빨리 어깨동무를 해왔다.

“…!”

그리고 등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쓴다.

눈앞의 신입 요원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침착.

“포도야! 근데 우리 가야지. 너 손도 곧 없어지잖아.”

“아….”

잘려서 사라졌던 오른쪽 팔을 들여다본 신입 요원, 김솔음이 제법 해맑게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인어공주님이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괜찮을 거예요!”

“…그래?”

“네! 보세요. 제가 이것도 받았고….”

김솔음이 아이들에게 건네받은 물건 몇 개를 들어 올리며 자랑하듯 보여준다.

실제로는 다 헐고 초라한 물건이며, 반짝반짝 용궁의 시선으로도 다 큰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나 좋아할 법한 장난감들이다.

“…그래. 잠깐만.”

두 사람은 김솔음이 아이들과 어울리게 둔 후 짧게 빠져서 서로 다급히 대화를 나눴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는데 감염이 너무 깊어.”

얼굴 절반을 종양이 덮고 있는 데다가 꼬리로 표현되는 감염원도 지나치게 자란 상태다.

보통 사흘 정도로 이렇게 되는 경우는 전무했다.

혹시 ‘용궁’에 아예 들어갔다 오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아이들과 접촉하면서 잘못되거나, 김솔음 자체가 유독 생물재해에 취약한 몸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미약하나마 신입이 겪을 가능성은 있는데, 이미 정신도 오염된 것 같은 신입을 통해 당장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아니면….

“설마 그 고양이가….”

“…….”

더 위험한 존재가 중간에 손을 썼거나.

자신들을 재촉하기 위해서 말이다.

류재관은 허옇게 얼굴이 질렸다가 번뜩 돌아왔다.

“소라고둥.”

치료제.

“가져와야 합니다. 당장!”

“잠깐만.”

최 요원이 팔을 잡았다.

“그 고양이는 애들 살리라고 치료제를 준 것 같은데.”

“지금 포도 요원도 외관은 어린이….”

“내 말 들어봐. 그 고양이가 우리 어르신이 걸어준 도깨비장난보다 높은 등급의 고위험 현상이라면… 이미 저 녀석은 ‘애들’로 안 쳐줄 수도 있다고.”

“…!”

류재관은 하마터면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고?’라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그의 상사, 최 요원은 무슨 생각인지 묘한 시선으로 ‘포도 요원’을 보고 있었다.

“…….”

그리고 후배를 진정시킨 후, 다시 아이들 사이의 김솔음에게 접근했다.

“포도야.”

“네?”

“그럼 아예 여기 남아도 괜찮은 거지?”

“네!”

류재관이 참지 못하고 최 요원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선배!!”

“야야, 오염 정도 체크하려고 물어본 거야. …심각한데. 감염만 심한 게 아니라 아예 사고방식까지….”

“…….”

“바로 내보내자.”

“그럼….”

“아니, 우리가 원래 쓰던 방식으로 말이야!”

최 요원이 한숨을 쉬며 후배의 등을 쳤다.

“청동아, 청동아. 정신 좀 차려. 우리 탈출법은 오염이 기준이 아니라 실종 시기가 기준이야.”

“…!!”

그렇다.

재난관리국의 탈출법이 통해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 아이는, 실종 시기가 1000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다.

3일 밖에 머물지 않은 포도 요원은 충분히 그 기준에 들었다!

“나가게 설득만 제대로 하면 돼. 내가 얘 보내고 올 테니까, 너는 애들 흩어지지 않게 잘 보고만 있어.”

그리고 감염된 김솔음을 돌아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용궁에는 다음에 또 오자 포도야! 대신 우리 풍선 놀이하면서 갈까? 아까 여기 올 때처럼 두둥실 뜨는 거야!”

재난관리국에서 파악한 탈출로였다.

기억하는가?

‘반짝반짝 용궁으로 가는 법’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 둔 부록 페이지가 불쑥 포함된 어린이용 도서가 놀이방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실 거기에는 추가적 서술이 있다.

‘반짝반짝 용궁으로 가는 법’이 적힌 서적의 맨 뒷장에서 드물게 용궁에서 돌아오는 법이 발견되기도 한다.

해당 페이지는 전문 서적에 필적하는 고급 어휘와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해하기 위해 미취학 아동에게 불가능한 수준의 독해력을 요함.

반짝반짝 용궁에서 ‘돌아오는 법’ 의식에 필요한 준비물을 찾아내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그리하여 이 탈출법을 실제 사용하기 위해, 요원들은 준비물을 직접 챙겨서 다녔다.

다행히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불합리하고 방해로 가득 차 있는 만큼, 서사적으로 탈출법 자체는 올바른 방법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안 떠요….”

“…!!”

이번에는 예외였다.

최 요원은 혀를 씹을 것 같은 표정으로 풍선에 매달린 김솔음을 볼 뻔했다가 표정을 관리했다.

본래 ‘집에 가는 풍선’에 매달린 어린이는 눈을 감고 하늘로 두둥실 떠올라, 어느 순간 풍선이 터지면 추락한다.

그리고 미끄럼틀에서 굴러떨어진 채 발견되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데….

아예 풍선이 뜨질 않는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었다.

애초에 요원이 이렇게까지 감염된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보통 감염이 심한 정도는 기묘하리만치 실종 연도와 일치했기에, 탈출이 가능한 어린아이는 예외 없이 풍선을 타고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이레귤러가 발생한 것이다.

-대상자가 심각하게 오염된 경우, 풍선은 아예 하늘로 떠오르지 못하여 탈출법은 무용지물이 됨.

마치 기생체가 감염시킨 숙주를 꽉 붙잡고 있는 듯이.

김솔음의 궤양이 돋아난 종양 꼬리는 지상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꿈틀대고 있었다.

‘…그 궤양 덩어리와 거의 연결된 건가.’

최 요원은 용궁으로 보이는 그 기묘한 군집체에 대해 떠올리며 눈살을 꿈틀거렸다.

그러면서도 입은 태연히 떠든다.

“미안~ 형이 바람을 좀 덜 넣었네! 우리 다른 방법으로 가자.”

“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있던 류재관은 둘이 소득 없이 돌아오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동아.”

“당장 치료제를 받으러 가야 합니다. 준비….”

“청동아!”

최 요원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한다….

“포도가 제정신이었으면 자기 자리를 애한테 양보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류재관은 손을 멈췄다.

“해봤습니다.”

“…!”

“요원들 대다수가 그런 성향이기 때문에 더 우선순위에 넣어야 하는 겁니다. 안 그러면 쉽게… 자기 목숨을 포기하니까요.”

“…….”

“요원을 살려야 더 많은 사람이 사는 겁니다.”

그의 선배는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쉰다.

“난… 모르겠다. 사람 목숨에 등급 매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료라 살리고 싶은 게 낫지 않겠어?”

“…….”

“우리 기관이… 원래 그랬던가? 전엔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지 그 원칙에 다들 목숨 걸더라.”

“필요하다는 걸 다들 깨달으신 겁니다.”

“…….”

최 요원의 침묵은 동조가 아니라 부정에 가깝다는 것을, 류재관도 알았다.

하지만 최 요원도 작은 한숨과 함께 항복했다.

“어쨌든, 그래. 포도는 살려야지.”

“…!”

“그 사이비 회사 놈들 만나러 가자.”

그 전에.

남은 소라고둥 열한 개에서 요원을 위한 하나를 제외한 숫자.

“열 명, 선발해야 합니다.”

“…….”

최 요원의 눈이 어두워졌으나, 그는 어쨌든 포도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을 시대별로 구분했다고 했지? 알려줄래?”

“네!”

포도 요원은 성실하게 아이들을 분류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도시 전체에 퍼진 아이들 스물 몇 명을 다 모아두었다.

‘…오염되어 군집에 연결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건가?’

가슴이 서늘해지는 추측을 뒤로하고.

“여기는 아는 노래가 똑같아요!”

아이들이 분류된다.

2010년대의 아이들부터 1960년대의 아이까지.

그리고 몇 명은 조금 다르게 설명된다.

“여기는… 조금 다른 곳에서 온 친구들 같아요.”

손가락이 여섯 개거나, 눈에 흰자가 없거나, 아니면 지구상에 없는 나라의 이름을 대며 거기 출신이라고 주장하거나.

청동 요원은 즉각 그들을 후 순위로 배치했다. ‘시민’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진 않았다.

사람 목숨에 등급을 매기는 것.

류재관은 잠시 잊고 있었던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언제나처럼 지쳤다.

그리고 그는 암묵적으로 실종 시기가 그나마 덜 오래된 아이들을 선발했다.

지금 요원들이 가진 정보로는 그 아이들이 가장 탈출에 적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은 다 데려갈 거야.”

“…….”

류재관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포도야. 이제 애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까, 같이 놀면서 걸을까? 인어공주님은 내일 만나구, 오늘은 형이랑 놀자.”

“알았어요!”

그들은 포도 요원을 어린이들 사이에 숨기는 것으로 백일몽 주식회사에게서 최대한 보호하기로 했다.

요원이라는 게 들통나면 약점이 된다. 재난관리국이 시민보다 요원의 목숨을 우선한다는 것을 백일몽 정예팀 정도라면 알 확률이 높으니까.

‘오염된 요원은… 표적이 되기 쉽다.’

적어도 소라고둥을 뺏어서 치료하기 전까지는 그래야 했다.

그렇게 그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오오! 여기요!”

약속된 장소에서 손을 흔드는 조랑말 가면의 직원과 경계심 어린 태도로 이쪽을 보는 나머지 직원들이 보였다.

‘도망가진 않았군.’

류재관은 최 요원이 소라고둥에 붙여둔 추적 장치가 멀쩡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을 확인하며, 백일몽 주식회사의 인간들과 합류했다.

그들은 ‘새끼 인어’ 수십 마리를 보고 움찔했으나, 고양이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경거망동하진 않았다.

단지 거리를 확실히 벌려둘 뿐이다.

-이쪽이에요.

두 세력은 짧게 필담을 나눈 후, 서로를 견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아래로.

“여긴… 아이들이 거의 안 가는 곳이지.”

‘반짝반짝 용궁’의 시선으로 봐도 썩 아름답거나 특징적이지 않았다.

굴다리 아래 그늘진 곳.

실제로는 용케도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녹슨 철 대교 밑, 오염되어 검은 간수가 흐르는 물줄기 옆에 작은 문이 있다.

다만….

“우리 눈엔 안 보이네.”

오염된 어린이들에게는 문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마치 소라고둥이 보이지 않듯이 말이다.

“…….”

그렇다면.

최 요원은 자신들의 빈틈을 포착하려는 듯 쳐다보는 백일몽 주식회사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태연하게 눈을 감고 손을 뻗었다.

…그래. 통과된다.

“아. 이거 아예 감각을 속이면 되네. 눈 감고 들어가면 되겠어.”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걸 28명의 아이들에게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얘들아! 우리 눈 감고 누가 오래 걷나 내기하자.”

“어….”

“무서운데.”

보통은 신나서 함께 놀던 아이들이었는데, 몇몇은 묘하게 우물쭈물거린다.

마치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이.

‘젠장.’

…여기서부터 선별되지 못한 애들을 두고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찌릿한 불길함이 요원들의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그때.

“너 겁쟁이야?”

“…!”

“아, 아니야!”

“그럼 눈 감아 봐!”

김솔음이 아이들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눈 감으면 보이는 반짝이는 거 있지? 넌 안 보여?”

“아냐, 보여!”

“잘 봐봐. 안 보이면 앞으로 좀 걸으면 돼.”

그는 놀랍게도 아이들이 모두 눈을 감고 걷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에 성공했다.

“…….”

“요원님.”

“…아, 가자.”

약간 멍해진 채로 그 광경을 보던 최 요원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는 초조해하는 청동 요원의 어깨를 툭 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가자!”

눈을 감은 아이들은 무사히 ‘벽’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허.”

‘반짝반짝 용궁’이 아닌 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일몽 주식회사가 보는 시야, 그러니까 괴담 ‘인어무덤’의 시야에서는 그저 바깥보다 좀 덜 녹슨, 살벌한 느낌의 철제 통로일 뿐이다.

마치 관계자용 비상 통로를 급하게 만들어놓은 모양새 같다.

하지만 어린이 눈에는….

‘없어.’

그저 하얀 직사각형 길.

그러니까, 본래 가진 텍스쳐가 모두 날아간 것처럼 보였다.

이곳까지는 ‘반짝반짝 용궁’의 환각을 구현하지 못한 듯이.

추측해서 말하자면, 오염으로부터 약간 격리된 공간.

‘…점점 의미심장해지는데.’

그럴수록 더 정답일 확률이 높다는 걸 베테랑은 알았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 계속 눈 감아?”

“눈 뜨면 신기한 거 보인다?”

아이들은 다행히 무섭다며 주저앉거나 엉엉 울지 않고 따라왔다. 우는 아이는 포도 요원이 달래거나 주의를 돌렸다.

“…….”

통로의 끝이 보인다.

썬 캐쳐 아이템, 햇살잡이 사이로 보이는 그 진실한 모습은….

“하.”

급하게 만든 듯 엉성한 정거장.

총 7대의 탈출정이 있던 곳 같았다.

이미 사출된, 이질적인 기계문명의 탈출정들이 있던 자리에는 먼지와 오물, 말라붙은 감염 체액만 남았다.

하지만 단 하나, 피를 뒤집어쓴 거대한 캡슐형 탈출정이 그곳에 있었다.

다가가면 문의 디바이스가 고한다.

[감염■■ 제거를 인증■세요.]

흠.

-이 장치에 자른 꼬리를 보여주면 된다는 거지?

백일몽 주식회사에서 몇몇 사람이 소극적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 응답이 없자 최 요원이 재빨리 문장을 추가했다.

-빨리 대답해 주는 멋진 사람 오만 원ㅎㅎ

-감염체를 사냥해서 감염을 막는 데에 기여했다는 걸 증명하는 용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탈출정에 입장할 권한을 얻는 거죠ㅎㅎ

즉각 돌아온 대답에 최 요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금을 즉각 건넸다.

“얏호!”

그리고 히히덕거리는 조랑말 가면의 직원을 무시하며 뒤를 돌아 말한다.

“좋아. 그럼… 포도야. 이리 올까? 포도가 방금 얘기하던 친구도 같이 오자!”

“네!”

아이들과 함께 서 있던 김솔음이 한 아이의 손을 붙잡고 탈출정 방향으로 다가온다.

다행히 백일몽 직원들은 그도 요원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류재관은 경계를 서며 소라고둥 몇 개를 백사헌의 가방에서 강탈하듯 꺼내 최 요원에게 건넸다.

“이….”

백사헌이 아쉬움에 쌍욕을 삭히는 소리는 전달되지 못했다.

최 요원은 웃으며 소라고둥을 들어 올려 포도에게 접근했다.

“포도가 잠깐 눈 감고 있으면 금방….”

그때.

“저거 뭐야?”

“우와! 진짜 하얀 우주선이야!”

포도의 옆에 서 있던 어린이가 탈출정 방향으로 뛴다.

“…!”

“같이 가!”

포도는 어린이를 따라 탈출정 앞까지 뛰어갔다.

“안…!”

감염된 어린이를 탈출정에 강제로 탑승시킬 시, 급성 탈피가 진행되어 전신에서 궤양이 자라나 생명 반응을 상실합니다.

절대로 시도하지 마십시오.

혹시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

게다가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이 즉각 공격적 태세를 취했다. 청동 요원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포도야!”

“어?”

그 순간, 포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꼬리가 탈출정 문의 디바이스를 쳤다.

“…!”

다시 출력되는 메시지.

[감염■■ 제거를 인증■세요.]

“와! 네 말이 맞네! 방금 반짝거렸어!”

“그렇지?”

그 틈에 최 요원은 달려가서 둘을 잡아서 뒤로 끌어왔다.

썬 캐쳐로 그 광경을 보던 청동 요원은 짧은 한숨을 쉬며, 백일몽 주식회사를 위협하듯 서 있던 자세를 갈무리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잠시 감돌았다.

“하. 그래도 탈출정이 공격은 안 하네. 다행이다.”

최 요원은 식은땀을 닦는 시늉을 할 새도 없이 소라고둥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

청동 요원은, 방금 본 광경으로부터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는 꼬리가 부딪히는 순간 다시 출력되던 디바이스.

그리고 그의 선임이 했던 말.

-탈출정이 공격은 안 하네. 다행이다.

“…!”

설마.

“자, 그럼 애들을 치료하고, 자른 꼬리 쥐여줘서 탑승시키면….”

“아닙니다.”

“…청동아?”

“이건… 그런 게 아닙니다.”

청동 요원은 다시 디바이스의 글을 읽었다.

[감염■■ 제거를 인증■세요.]

마치 감염체, 그러니까 인어를 제거하고 그걸 인증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여긴 이미 멸망한 도시입니다. 이 탈출정이 있는 공간도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아, 멸망하는 도중에 마지막 탈출 시도를 위해 급하게 공사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 탈출정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다수가 감염됐을 거라 가정했을 겁니다.”

“…!”

청동 요원이 마지막 남은 탈출정으로 다시 시선을 둔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남은 탈출 수단이라면, 모두가 감염된 상태를 가정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네.”

최 요원의 눈이 반짝인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조치로, 전염이 다른 공간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예.”

두 요원의 시선이 꼬리로 향한다.

감염 점액을 분비하는 궤양이 달린 괴생물.

“감염의 원인이 되는 돌기를, 자르고 탈출정에 들어오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디바이스가 읽힌다.

[감염돌기 제거를 인증하세요.]

‘다른 감염체를 습격해 죽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염원-꼬리를 제거하라는 뜻!’

그리하여 꼬리가 없고, 자른 꼬리를 ‘인증’한 지성체만이 안전히 입장할 수 있던 것이다.

“잠깐만, 그 말은 결국….”

“예.”

청동 요원의 얼굴에 오늘 처음으로 옅은 희열의 미소가 번졌다.

“감염에서 완전히 치료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꼬리를 잘라서 인증하면, 소라고둥 없이도 탈출정에 탑승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리고 소라고둥을 꼬리 자를 때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험할 아이들에게만 써준다면….”

제대로 분배할 수만 있다면.

“다 함께, 나갈 수 있는 겁니다.”

한 어린이도 빼놓지 않고.

이 초자연 재난에서 구출할 수 있었다.

* * *

‘그거지!’

나는 티 나지 않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린이들 틈에 있어서 들키진 않을 것이지만, 자꾸 안도와 기쁨의 한숨을 내쉬려는 입을 억눌렀다.

‘됐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지식이 자연스럽게 재난관리국의 지식과 섞이게 하여, 내가 했던 추론과 유사한 결정을 사람들이 내리게 하기까지.

이 결론으로 최대한 덜 수상쩍게 유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정말 처절한 하루였다.

나는 침을 삼켰다.

‘…감염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어.’

끔찍하고 역겹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감염됨으로써 얻게 되는 여러 이점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얼굴을 종양으로 가리며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로부터 신분을 완전히 감추기부터, 결국 ‘꼬리를 자르면 탈출정에 입장할 수 있다’라는 결론의 힌트를 직접 주기까지.

모든 난관을 자연스럽게 의심받지 않고 돌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답이었다.

그리고….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말이지.’

그 고양이.

자신이 ‘길거리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최 요원은 안다. 본인이 추천해 준 아이템이니까.

물론 가짜 네크로노미콘의 효과로 둘을 바로 연결하기 어렵겠지만, 탈출 후에는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더 강한 임팩트로 덮어버리는 게 나아.’

그래서 나는… ‘이성이 버틸 수 있는 데까지’ 감염되는 것을 시도한 것이다.

조금씩 감염 점액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섭취하면서 말이다.

‘여기가 한계점이었어.’

얼굴 절반이 종양으로 뒤덮인 지금 이 상태.

군체의 의지나 아이들과의 기묘한 텔레파시를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내 스스로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기묘하게도, 어린이의 모습이 되게 해주는 도깨비장난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나를 강제로 ‘어린이 모습인 나’로 고정시켜 주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 과정에서 여차하면 노스텔지어 캔디를 복용하겠다는 계산속도 있었는데… 지금 보아하니 필요 없을 것 같다.

‘아주 좋아.’

믿고 있었습니다, 요원님들…!

역시 초자연 재난관리국은 망할 사이코패스 물약 회사랑 다르구나!

약간 감동적이기도 했다.

‘어둠탐사기록이 커진 이후로 보기 힘들었던 초창기 재난관리국식 해결법이잖아…!’

최대한 모두를 살리려고 애쓰고 결국 성공하기도 하는 것.

어린이 몸이어서 그런지 감동으로 가슴이 약간 벅찰 지경이었다. 크흡.

물론 괴담인 만큼 이렇게 시도하다가 모조리 전멸하는 충격 전개가 한 절반은 됐었지만, 이번에는 순조롭게 잘 진행됐으니까.

이제 다 같이 맞춰서 탈출만 하면….

찌릿.

‘…어?’

그때였다.

이상한 느낌이 꼬리를 타고 올라온다.

찌릿.

‘위?’

나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옆에, 파란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중얼거렸다.

“이상해.”

그 말대로였다.

“이상해.”

아니, 그 아이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에 선 스물일곱 명의 모든 아이가 고개를 들어서 허공을 보고 있다.

아직 꼬리가 달린… 모든 새끼 인어가.

“인어공주님이… 화가 났어요.”

그런 것 같다.

모든 숙주가 전부 감지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생존의 위협.

마지막에 대체 어디서 감지되었는지 찾고 있었다.

그리고 알아냈다.

인어공주님이.

찌릿.

“포도야?”

“지금.”

등골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다.

입이 다급히 열린다.

“인어공주님이 찾아오고 계세요.”

쿵.

천장이 무너지며 수백 가닥의 종양 덩어리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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