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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9화


발령 당일.

“우리 포도 요원의 정식 임용을 축하합니다~!!”

“…….”

“으하하핫! 우리 오늘 회식할까? 우리 팀에 이번 달 특근매식비 꽤 쌓였지? 나 얼마 나오더라? 아무튼 내가 쏜다!”

와.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눈으로 현무 1팀의 대기실에서 요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았다.

사실 환영 인사라고 하기도 그랬다. 바로 며칠 전에도 봤으니까.

그냥 내가 오늘 현무 1팀으로 완전히 확정됐을 뿐이지!

“…잘 부탁드립니다.”

“……예.”

참고로 다른 반에 배정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의견을 피력해 보겠다던 선배도 이 자리에 있다.

청동 요원은 악수하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고 있다.

“…….”

그래요. 요원님. 제가 판 무덤입니다….

‘파괴왕… 그 별명이라도 없어지게 성실히 근무해 보자.’

스파이로서 이래도 괜찮나 싶으니까.

‘허허….’

나는 결국 최 요원에게도 고개를 꾸벅거렸다.

이제 계속 볼 건데 괜히 현무 1팀 오기 싫었다고 한소리 더 하는 건 바보짓이지.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최 요원이 빙긋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어쨌든 성격은 괜찮은 사람….

“앞으로 평생 같이 일할 건데 환영이 더 거창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하하!”

“…….”

초창기 요원의 사명감은 좀 무섭다.

“오래 일하자고, 포도야….”

아니, 많이….

어쨌든 최 요원의 회식 제안은 그날 저녁에 현실이 됐다.

현무 1팀은 업무가 끝나는 대로 함께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우리 자주 오는 곳이야. 여기 사장님이 은퇴한 요원이셔서. 아, 여기 곱창전골 대자로 부탁드립니다! 소주는 두 병.”

그리하여 사람이 많은 맛집 구석의 룸형 테이블석에서 우리는 가볍게 반주하며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드디어 현무 1팀에 대해서 정식으로 소개를 받기도 했고.

“이제 팀 번호는 사실 큰 의미가 없긴 한데, 그래도 처음 출범할 때는 1팀이 좀 더 어려운 임무를 맡았었다? 그러니까 선배님들 생각하며 소속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건 새롭긴 했다.

이렇게 현 상황에 대해서 듣는 것도 그렇고.

“원래 현무 1팀은 팀장님 아래 평직원 다섯인데… 두 사람은 병가고, 한 사람은… 음. 휴직이거든.”

“…….”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마 순직한 경우도 많겠지.

나는 대기실의 화이트보드에 가득 적혀 있던 각종 필체의 문구들을 떠올리며, 이 팀에 남은 두 사람을 보았다.

최 요원이 씩 웃는다.

“드디어 정원 세 명이 됐네. 이야 좋은데? 야야, 재관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 사람은… 어쩌면 그냥 새로운 얼굴이 반가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쓴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잔을 들며 그냥 두 사람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저기, 환영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내가 다른 팀을 아주 완고하게 지망했다는 걸 알았는데도, 막상 현무 1팀에오자 핀잔 한 번 안 준 것에 대한 감사다.

그리고 듣는 사람도 이 말뜻을 읽어낸 듯하다.

“아냐~ 우리가 고맙지.”

최 요원이 손을 내저으며 지나가듯 말한다.

“오기 싫었지? 우리 팀.”

“…….”

나는 한숨을 참으며 소주를 들이켰다.

“출동구조반이 싫은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스스로 믿지 못하는 거라서요.”

“솔음아.”

최 요원이 나를 보았다.

“괜찮아. 그런 사람 아무도 없어.”

“…….”

“누가 초자연 재난에서 백퍼센트 내 행동이 맞다고 확신하겠어? 그런 사람 있으면 그게 초자연 현상이지.”

어느 순간부터 나를 후배님이 아니라 이름과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한 선배가.

전골을 덜어주며 씩 웃었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앞서서 해본 사람들의 조언이 있잖아.”

“…….”

“그걸 믿어.”

탐사기록들.

“그리고 그러다 보면… 한 번씩은 각오하고 네가 먼저 저질러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 네 다음에 올 누군가에게 조언하게 되는 거야.”

“…….”

청동 요원의 눈빛이 흐려졌으나 반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둘이 이미 예전에 싸우고 한번 합의를 본 듯이.

“하지만 벌써 거기까지 생각할 건 없고!”

최 요원이 빙긋 웃으며 내 잔을 채워줬다.

“솔음이가 여기 들어와서 처음부터 참 고생이 많았지.”

도저히 부정을 못 하겠다.

“근데 사실 그런 건 반년에 한 번, 아니, 잘 안 걸리면 몇 년에 한 번도 없는 사건이야. 우리 팀 온다고 맨날 그러고 있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최 요원이 씩 웃으며 내게 일방적으로 잔을 부딪쳤다.

짠.

“넌 잘할 거야.”

“…….”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말은 사실로 이루어졌다.

* * *

현무 1팀 정식 발령 이후 3주.

“포도야, 거기!”

나는 생각보다도 훨씬 순조롭게 괴담에서 구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잡아!”

“네!”

나는 내 옆으로 정신없이 도망가려던 구조 요청자를 잡아챈 후 세탁기로 욱여넣었다.

“악!”

죄송합니다, 그게 탈출로니까 좀 참으십쇼!

“야 끝났다! 튀어!”

그리고 건조가 끝나기 전에 나도 빈 세탁기로 들어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속에 잠겼다가….

“휴우!”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구조 요청자 외 2인, ‘사거리 세탁소’에서 무사히 구조 완료했습니다.”

오늘은 인격을 개조하고 신체를 리폼해 주는 미친 세탁소에서 시민 셋을 살렸다.

그리고 지난 3주도 비슷했다.

‘사흘에 한 번 정도 출동인가….’

솔직히 무섭고 빡세다.

근데….

“저 친구가 그 친구인가? 파괴왕? 진짜 일 처리 한 번 시원시원 잘하네 그래!”

“으하핫! 그렇죠 팀장님!”

“…….”

의외로 파괴왕 신입 이미지가 쓸 만했다!

-파괴왕 신입님 순조롭게 적응 중이십니다^^

-이 방에도 이제 계신 거 맞지요?

나름대로 웃기고 친근한데 긍정적인 캐릭터가 잡히다 보니, 적응도 쉬웠다.

게다가 캐릭터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 정도면 위키에 적혀도 안 어색할 정도.

‘내가 재난관리국 네임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리고 정말 내가 앞에 겪었던 게 액땜이라도 된 건지, 3주간은 괴담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남은 건 그저 이미 나온 구조 매뉴얼을 지키며 사람들을 데려오는 일이다.

개같이 무서운 것만 참으면 할 만한 정도!

‘애초에 재난관리국의 구조 요청 번호를 발견할 수 있는 괴담이면, 이미 재난관리국에서 많이 파악한 괴담이라는 뜻이니까.’

괴담에 번호를 심어놓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왜 단독 임무가 많은지 이해가 될 정도로.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

심지어 아직도 신입이라고 2인 1조였다.

덜 무섭고 안전하네!

그래서 슬그머니 이 이야기를 청동 요원에게 해본 적이 있는데, 정색했다.

-아닙니다. 안전하지 않습니다.

-…….

-당신의 기준이 다소 뒤틀린 겁니다.

요원님도 백일몽에서 딱 반년만 있으면 저처럼 될 겁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네.’

청동 요원은 내가 결국 현무 1팀이 된 후로 과도하게 챙겨주려 하면서도 은근히 사담을 피하고 있다. 아무래도 불편한 부채 의식을 가진 것 같다. 이해한다….

어쨌든 그래서 지난 3주는 긴장 속에서도 버틸 만했다는 거다.

나는 자연스럽게 현무 1팀에 녹아들었고, 이제 본부 내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현무 1팀으로 스스로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다들 알고 있을 만큼 이 팀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괜찮았어.’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문제는 슬슬 내게도 1인 임무가 올 때가 됐다는 거지만.

하.

‘혼자… 무섭겠지.’

사흘에 한 번씩 혼자 괴담 체험을 해야 한다니. 그게 정말 문제다.

그래도 그전에 이런 제안이 왔다.

“포도야. 너 조금 쉬고 올래?”

현장정리팀으로 업무 이관을 마친 후 대기실에서 퇴근 준비를 할 때였다.

“3주간 거의 안 쉬고 지원 근무도 계속 나왔잖아. 한 달 전에는 입원까지 한 녀석이 무리하면 안 되지. 이제는 좀 쉬어야 머리도 식히고 체력도 회복할 거야.”

최 요원이 이렇게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조금 노린 상황이다.

‘신입 신분으로 연가를 몰아 쓰기 어렵지….’

그래서 일부러 무리해서 근무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보다 못한 윗사람이 권유해 주는 식으로 며칠을 빼보려고 했거든.

‘성공했다.’

청동 요원도 눈이 마주치자마자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감사합니다.”

“그래, 휴무 이틀 몰고 거기에 붙여 쓰는 것도 잊지 말고!”

그렇게 나는 나흘이나 연차를 몰아서 쓸 수 있었다.

일주일에 이틀 발생하는 휴무에 붙이니 무려 6일 치.

당연하지만 이 빈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확실히 있었고 말이다.

[김솔음 선생님, 심리안정 테스트 결과지 나왔습니다. 시간 가능하실 때 상담 예약 잡고 받아가시길^^]

지난주 호 이사에게 문자가 왔다.

…이제, 곧 유쾌 테마파크에 진입할 수 있다.

‘준비하자.’

그리고 일하느라 미뤄뒀던 일정도 처리하자.

[교환 안 하세요?]

[무조건 듣고 싶을 만한 정보인데]

백사헌이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 * *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서울의 으슥한 룸카페에서 녀석을 만났다.

“빨리 말해.”

만나자마자 재촉을 들은 백사헌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올라왔다.

“……저기, 이건 거래거든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기분이 좋진 않죠.”

“너 효율 좋아하잖아. 빨리 말하고 물건 가져가면 좋은 거 아니야? 계산을 좀 하면서 살아.”

“~!”

백사헌은 개빡친다는 표정을 순간 지었으나, 곧 그 기색을 감추고 웃는다.

“…그럽시다. 그럼!”

오. 제법 자신이 있나 보다.

나도 경청을 위해 집중했다.

“일단….”

백사헌이 매우 의미심장한 어조로 입을 열고, 특별한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 기수 동기 중에 둘이 증발했습니다.”

“…….”

“기억하세요? 고영은이랑….”

“장허운.”

“…!”

어휴.

“아니까 넘겨.”

“자, 잠깐만. 어디로 갔는지는 주임님도 모르시잖아요?”

응. 알아.

나는 동태눈깔로 백사헌을 쳐다보았고, 녀석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잇는다.

“지사로 갔어요, 걔네!”

아니다.

“지사 아시죠? 지방 쪽 말이에요. 요새 거기서 본사로 발령받아 온 직원들 많은데, 왠지 좀 수상쩍은 곳 같거든요? 걔네 연락도 다 끊겼고….”

“그래. 다음.”

아니라니까 그러네.

모르긴 몰라도 지금 백사헌은 내면에서 쌍욕을 했을 것이다.

‘하든가….’

하지만 약간 희망을 줘야 정보가 더 술술 나오겠지. 나는 말을 바꿨다.

“다른 걸 말해봐. 내가 이미 아는 정보를 계속 떠들어봤자 너만 피곤하잖아.”

“…….”

“다른 소문 없어?”

백사헌은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라고 외치는 듯한 눈으로 나를 잠깐 보았으나, 결국 다음 정보를 실토했다.

그건….

“얼마 전에 연구원이랑 경비원이 싸우는 걸 봤습니다.”

음.

‘연구원 머리가 깨지기라도 했나…?’

내 얼굴이 떨떠름해졌는지 백사헌이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아니, 들어보시죠. 연구원은 주임님도 아는 사람인데요. 연구 1팀 곽제강 과장이라고….”

“…!”

뭐?

하마터면 평정심을 잃은 티를 제대로 낼 뻔했다.

나는 간신히 눈을 크게 뜨고 보는 정도로 갈무리했지만, 이미 늦었다.

“많이 듣고 싶으신가 보네요.”

백사헌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도 얼른 들려드리고 싶은데… 음, 일단 저 물건부터 좀 보고 들려드릴게요. 다 들으셨는데 아이템 없다고 하시면 곤란하니까.”

“…….”

“아, 주임님이 그런 분이라는 뜻이 아니라… 상호 간 신뢰를 위해서요! 속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래엔 신뢰도 중요하잖아요.”

좀 치네.

“그럴까?”

“…!”

좋다.

나는 마치 마술 동작을 하듯이, 손목에서 네크로노미콘을 꺼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섬뜩한 북케이스에 담긴, 위압감 넘치는 책 형태의 아이템을 보자 백사헌의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그리고 손을 뻗었….

탁!

“보기만 한다며?”

“…….”

백사헌은 순간 공격적인 눈빛을 보냈으나, 곧 입을 열고 정보를 계속 토해낸다.

“경비원이 연구원한테 시비를 걸었다고 했어요. 뭘 물어보는데 제대로 대답 안 해줬다고 때리려고 했다던데요?”

그리고 이어진 ‘소문’은 이렇다.

어떤 경비원이 근무 중 마주친 연구원에게 시설에 관련된 것을 물어보고 있는데, 연구원의 상사가 나타났다.

바로 곽제강 말이다.

그리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무슨 말?”

“모르죠. 별로 대단한 말은 아니었나 봐요. 근데 갑자기 경비원이 공격한 거죠.”

“…….”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곽제강과 통화하던 경비반장.

-있잖아… 내가 어둠에 못 들어가긴 하지만…… 사람은 죽일 수 있거든.

잠깐만.

‘혹시 저 경비원… 제이 씨인가?’

“아마 오염 때문 같아요. 원래 보안팀들이 오염 때문에 미친 새끼들이니까….”

“지어내지 마.”

“뭐?”

“네 상상이 섞였잖아.”

나는 미친 척 말했다.

“네가 부풀렸다는 티가 나면… 도파민이 사라진다고.”

“…….”

“계속해.”

백사헌은 약간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말은 다시 담백해졌다.

다행이다.

“…그, 아무튼 그 경비원은 원래 밖에 잘 안 나오는 사람인데, 지원해서 별관 근무도 하고 그러더라고 합니다. 원래 좀 유명했던 사람이라던데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지?”

“과장급들이 모여서 떠드는 거요.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몰라도 아무튼, 연차가 꽤 쌓인 사람들이었죠.”

“…….”

‘경비반장은… 원래 정예팀 조장이었지.’

역시 제이 씨가 맞는 것 같다.

‘정말로 유쾌연구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주시는구나…!’

그래도 위험한 일은 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다행히 선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곽제강과 부딪히셨다는 건 좀 식은땀 나긴 하지만.

곽제강이 처맞으면 처맞았지 경비반장에게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곽제강이 무서운 건 그쪽이 세팅하는 미친 탐사판 때문이니까!

‘이렇게 확인하니까 편하긴 하네.’

괜히 마음 졸일 것도 없고 말이다.

“이건 확실해요!”

“그래.”

나는 이후로도 별로 쓸데없는 가십 몇 개를 괜히 관심 있는 척 들었다.

그리고 백사헌의 인내심이 다 사라질 때쯤, 적정가격이 됐다는 걸 감지했다.

“솔직히 뒷이야기들은 별로 재미없었는데.”

“…….”

“연구원이랑 싸운 건 재밌었어. 잘했다. 좋은 정보네.”

“…!”

나는 웃으며 네크로노미콘을 누르고 있던 손을 뗐다.

“가져가.”

백사헌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빨리 그 기괴한 책을 덥석 가져갔다.

그리고 흥분한 눈으로 북케이스를 눈으로 훑다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혹시 이거 주임님 같은… 아무튼, 그런 존재들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아니야.”

나는 똑바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나와 동일한 위력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마.”

넌 괴담 마니아가 아니니까!

“…….”

백사헌은 주춤거렸으나 결국 책을 챙겨서 넣었다.

휴우.

나는 겨우 긴장된 어깨를 풀었다.

처분 완료.

‘정보도 얻고 처리도 했네.’

가짜 네크로노미콘. 안 그래도 계속 가지고 있기가 찝찝했는데 잘 됐다.

뭐,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계속 저걸로 일을 처리하고 싶어질 것 같단 말이지.’

위력이 너무 좋았다.

가지고 있으면 일이 복잡해질 때마다 그냥 휙 읽어서 ‘그런’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고 싶은 충동이 들 거다.

사람들이 다 내 말을 듣게 되니까.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들키기 딱 좋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한 치만 무리하면 내가 미치거나 영구적인 정신적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러니까 괴담 마니아가 아닌 녀석에게 정보 값으로 팔면 딱이지.

‘잘됐네.’

백사헌은 책을 챙기면서 점점 얼굴이 좋아지더니 결국 은근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저기, 주임님. ‘좋은 정보’의 기준에 대해서 좀 더 듣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거래 아이템 성능이 확실해서 좀 더 뽑아가고 싶은 모양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저도….”

“재밌는 거.”

“…….”

“이미 말했었잖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네. 그래 주시면, 감사….”

나는 턱을 괬다.

“아까 그 연구원 이야기도 재밌네. 역시 얼굴 아는 사람이 상상도 더 잘 되고… 그래. 경비원도 괜찮아. 독특하고.”

“…그럼 그 둘 위주로 소문 좀 들어보고, 다른 것도 좀 알아볼게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거래는 파장 분위기에 접어들었고, 백사헌은 오늘의 수확물이 든 자기 가방을 챙기며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이제 저 녀석 나가면 나도….

“저기요.”

음?

백사헌은 갈등하다가 말을 이었다.

“주임님 지금 재난관리국에 계신 게 맞죠?”

“…….”

“그때 요원들에게 어린이 모습으로 구출되셨잖아요. 그럼….”

나는 조용히 백사헌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충고했다.

“모르는 게 좋아.”

진실이었다.

너도 ‘지사 발령’ 받아서 사라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저 녀석, 내 뒤 캐다가 호 이사한테 걸리면 끝장이지….’

“어차피 거긴 소원권 같은 걸 탈 수 있는 곳도 아니니까.”

“…….”

“네가 이득 볼 구석은 없다는 거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건지, 백사헌은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다만 의외의 말을 덧붙인다.

“…예. 뭐… 주임님도 몸조심하시고요.”

“어. 너도.”

그렇게 거래는 끝났다.

나는 백사헌이 룸카페의 문을 열고 나가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쉬었다.

“하.”

백사헌.

저놈이 어떤 인간상인지 이미 캐릭터로서도 알고, 사택을 같이 쓰면서도 파악했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리스크가 낮은 상대다.

‘예상대로 움직인다고 할까.’

덕분에 아직까지도 거래상대로 쓰지만… 음, 사실 인간상 외에 다른 신상정보는 거의 모르긴 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건 백사헌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 같다.

‘…난 집에 돌아갈 거니까.’

기껏해야 D조 선임들 정도가 예외인가.

오늘 백사헌에게 시시콜콜한 남들 가십을 들으니 새삼스럽게 그게 의식이 돼서 말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하기도 하다.

‘백사헌은 왜 소원권을 타려고 하는 거지?’

저렇게 생존에 모든 걸 배팅하는 자식이 왜 목숨 거는 일을 하는지는 <어둠탐사기록>에도 딱히 언급된 적은 없었다.

‘뭐…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백사헌보다 다른 동기들의 이유가 더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도록 하고, 일단은 내 소원권이나 생각하자.

그리고 내 생존도.

“휴우.”

나는 백사헌이 완전히 거리로 나간 것을 확인한 후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준비했던 답장을 보냈다.

호 이사에게.

[예약 잡고 싶습니다, 선생님]

진입하자.

유쾌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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